헬리콥터 하이스트
요나스 본니에르 지음, 이지혜 옮김 / 생각의날개 / 2018년 7월
평점 :
절판


숨막히는 더위 속에서 <헬리콥터 하이스트>를 읽는 기분이란...

제목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소설은 헬리콥터 강도들이 주인공이에요.

치밀하게 범죄를 계획하는 네 남자의 이야기 그리고 마지막 반전.

우선 세계적인 보안 회사 G4S의 현금을 노린다는 자체가 너무 놀라워요. 헬리콥터를 이용해서 가장 취약한 지붕을 폭파시킬 생각을 하다니.

더욱 놀라운 건 소설의 토대가 된 실제 사건이 2009년 스웨덴에서 발생했다는 거예요.

이 소설은 중반부까지는 다소 늘어지는 느낌이 있어요.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대부분의 이야기가 사건을 모의하고 계획하는 6개월 간의 과정을 담고 있어서예요.

어떻게 네 남자가 범행을 모의하게 되었는지, 그들 각자에겐 어떤 사연이 있는지 등등.

그 중 인상적인 인물은 사미예요. 젖먹이 두 아들을 둔 이라크 출신 남자로, 사랑하는 아내 카린에게 약속했어요. 결코 과거의 일을 반복하지 않겠다고, 그건 절대로 감옥에 들어갈 일은 하지 않겠다는 다짐이었어요. 그래서 사미는 유망한 사업에 돈을 투자했어요. 자신의 전 재산뿐 아니라 형제와 친구들의 돈까지 빌려서 말이죠. 불행하게도 그 사업은 사기였고, 투자했던 모든 돈을 날렸어요. 사미가 처한 상황이 너무 딱해요. 물론 상황이 범죄를 정당화할 순 없다는 게 또 하나의 비극 같아요.

다른 누구보다도 사미는 자신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돈이 필요했고, 돈 때문에 아내와의 약속을 어겼어요. 삶의 모순이죠. 가정을 지키기 위한 선택이 강도짓이라니.

이와 대조적인 인물은 형사 카롤리네예요. 그녀는 어린 시절에 지울 수 없는 트라우마를 가졌어요. 그래서 개인의 행복보다는 형사로서의 임무에 충실한 일중독자로 살고 있어요. 마침 헬리콥터 강도 사건을 맡게 되었어요. 사건이 벌어진 후가 아니라 사건 전에 말이죠. 내부 고발자에 의해 헬리콥터 강도 사건을 모의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 그 중 한 명 소란이라는 남자를 미행하고 도청했어요. 작은 것 하나도 놓치지 않는 완벽주의자 형사 칼롤리네와 헬리콥터 강도들의 대결 구도.

만약 헬리콥터 강도 사건이 벌어지는 그 순간에 초점을 맞춘 영화였다면, 굉장히 흥미진진한 영화였을 것 같아요. 빌딩 꼭대기에서 헬리콥터 사다리를 통해 침입하는 강도들의 모습이 눈앞에 그려지는 듯 해요. 우리나라 범죄영화 <도둑들>처럼 오락적 재미까지 줄 만한 스토리예요.

하지만 제게 이 소설은 통쾌한 스릴보다는 애잔한 불안감을 던져줬어요. 책을 덮으면서 든 생각은 '뛰는 놈 위에 나는 놈, 그 나는 놈 위엔 더 똑똑한 놈' 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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