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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무의 언어 - 나무가 들려주는 세상 이야기
귀도 미나 디 소스피로 지음 / 설렘(SEOLREM)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것에 대하여 우리는 침묵해야 한다." - 비트겐슈타인
<나무의 언어>는 세상에서 가장 오랜 된 나무, 주목(朱木)의 이야기입니다.
인간은 아무도 자신의 탄생 순간을 기억하지 못합니다. 왜 그럴까요? 망각은 어쩌면, 무지와 같은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인간은 오만하고 어리석고 사악합니다. 영원히 살 것처럼...
반면 나무는 자신이 이 세상에 태어나던 때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특히 이 책에 등장하는 나무는 자그만치 2만4천7백40번이나 달이 뜨는 걸 봤다고 합니다. 맨처음, 나무는 얼마 동안 땅속에서 가슴 두근거리는 기다림의 시간을 가졌고, 그다음 부드러운 대지를 헤집고 새싹의 모습으로 고개를 내밀었습니다. 그 순간 새싹이었던 나무는 엄마가 건넨 첫인사의 감격을 기억합니다. 넓고 푸른 하늘을 처음 봤을 때의 그 벅찬 기쁨도 생생하게 간직하고 있습니다. 나무는 스스로 탄생의 순간을 만끽했고, 오랜 세월 동안 그 기억을 지닌 채 살아왔습니다. 어린 나무일 때부터 대자연의 섭리를 겸손하게 받아들이고 만족할 줄 알았습니다. 살아 있다는 것은 즐거운 일이었습니다.
나무는 자연의 법칙이 허용하는 대로 자신의 젊은 숲을 통치했습니다.
그러나 인간은... 나무의 언어를 모를 뿐더러 침략과 약탈, 방화를 되풀이하며 파괴의 본성을 지루하고 기나긴 역사를 통해 거듭 확인시켜줬습니다.
가끔 괜찮은 인간도 있었습니다. 나무의 언어를 주고받을 줄 아는 인간.
이 책이 아니었다면 결코 나무의 언어를 알아듣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사실 읽으면서도 순수하게 나무의 언어를 받아들이진 못했습니다.
나무가 말하고, 기억하고, 생각하는 존재라면 분명 인간보다는 훨씬 지혜로울 것입니다. 나무가 들려주는 수많은 이야기 중에서 배우고 싶은 지혜는 삶에 대한 의지입니다. 나무는 그것을 항상 '살아 있음의 기쁨'이라고 불러 왔습니다. 나무는 이 책을 자신의 회고록이라고 말합니다. 비록 다 이해할 수는 없지만 <나무의 언어>는 나무와 인간 모두에게 의미있는 기록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저 역시 비트겐슈타인처럼 나무 앞에서 침묵해야 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