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하모니카
에쿠니 가오리 지음, 신유희 옮김 / (주)태일소담출판사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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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와 하모니카>는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 소설집입니다.

모두 6편의 단편 중 <개와 하모니카>는 어쩐지 익숙한 풍경으로 시작됩니다.

공항 로비에서 스쳐가는 수많은 사람들이 이 소설의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그야말로 무심코 지나칠 풍경, 잊혀질 사람들인데 그 순간을 포착해내는 솜씨가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제목이 개와 하모니카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공항에서 시선을 사로잡아 끌었던 두 가지를 꼽으라면 소년이 부는 하모니카 소리와 우리에 갇힌 새까맣고 큰 개일 것 같습니다.

그들은 한 공간에 머물지만 낯선 타인이며, 개와 하모니카는 그들의 시선이 잠시 머무는 공통된 지점입니다. 이 소설을 읽는 독자들도 낯선 타인의 입장에서 그 상황을 지켜보게 됩니다. 원치 않아도 타인을 바라보면, 저절로 그 사람에 대한 정보가 눈에 들어옵니다. 듣고 싶지 않아도, 옆에서 크게 떠드는 대화를 듣게 되면 어떤 상황인지 짐작할 수 있습니다. 시끌벅적한 공항 로비에서 이 모든 걸 바라보며 생각할 수 있는 건 혼자라서, 동행한 사람이 없기 때문에 가능한 일입니다. 만약 누군가 옆에 있었다면 주변 상황보다는  함께 있는 사람에게 더 신경썼을테니까. 그래서 이 소설은 잠깐이지만, 익숙한 풍경 속에서 낯선 느낌을 끄집어냅니다.

우리는 늘 '나'로 살면서 타인을 의식합니다. 서로 눈을 마주치며 말을 주고받지만 각자 다른 생각과 느낌을 갖습니다.

에쿠니 가오리는 일상의 단면을 찰칵 사진을 찍듯이 우리에게 보여주는 것 같습니다. 사진 한 장으로 우리가 알 수 있는 것은 사진이 아니라 우리 자신입니다. 사진 속에 무엇이 찍혀있는가는 그리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 사진을 보며 어떤 느낌이 들었는지, 무슨 생각을 했는지가 중요합니다.

에쿠니 가오리의 단편들은 특별한 사건 없이 인물 묘사만으로 채워져 있습니다. 불륜의 중년 남성이 느끼는 아내의 침실, 원룸을 '나만의 성城'이라고 생각하는 여자, 독특한 이유 때문에 피크닉을 좋아하는 아내, 하얀 박꽃처럼 힘없이 꺾인 여자, 바람기 많은 애인을 질투하는 남자.

책을 덮고나니, 소설 속 인물들은 사라지고 <개와 하모니카>를 들고 있는 나를 의식하게 됩니다. 지금 이 순간은 어떻게 기억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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