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는 안는 것
오야마 준코 지음, 정경진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나른한 휴일 오후에 읽었습니다.

이누도 잇신 감독의 영화 <고양이는 안는 것>의 원작 소설.

처음엔 우리나라에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로 유명한 감독의 영화 원작 소설이라서 관심이 갔습니다.

그러나 다 읽고나니 진심으로 궁금했습니다. 어떻게 이 소설을 영상으로 만들었을까...

고양이와 인간의 이야기.

자신을 인간이라고 믿는 고양이 요시오는 아오메(靑目) 강에 떨어지는 바람에 '네코스테 다리'에서 낯선 고양이 무리를 만나게 됩니다.

* 네코스테 (猫捨, 고양이를 버린다는 뜻) 

왜 고양이들이 그 다리에서 모이는지는 알 수 없지만 자기들끼리 의견을 나누고 협력하는 모습이 신기합니다.

네코스테 다리에서 벌어지는 고양이들의 집회 그리고 고양이들이 존경하는 신비로운 존재 '그분'까지 뭔가 판타지 느낌이 물씬 듭니다.

공교롭게도 요시오는 파란 눈의 고양이.

요시오가 사랑하는 인간 여자 사오리에게는 아무도 모르는 짝사랑 상대가 있습니다.

이케나가 요시오(한자로 쓰면 '良男'으로 '좋은 남자'라는 뜻)라는 고등학교 수학 선생님으로 회색 눈동자에 흰자위가 푸른빛을 띠는 이국적인 외모의 소유자.

그래서 사오리는 애완동물 가게에서 짧은 회색 털, 파란 눈동자의 고양이를 보자마자 인연이라고 생각하며 샀던 것입니다. '요시오'라는 이름의 고양이.

요시오 이외에도 다른 고양이들이 등장하지만 역시 러시안블루 고양이 요시오에게 가장 끌립니다.

고양이에 대해 잘 몰라서 찾아보니 러시안블루 고양이 성격은 낯가림이 심하지만 마음을 열면 주인의 마음을 잘 위로해주는 것으로 유명하다고 합니다.

책 제목처럼 고양이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사랑과 위로를 주는 존재입니다. 인간의 입장에서 고양이는 안는 것이지만 고양이에게 인간은 어떤 존재일까요. 

가난하고 외로운 화가의 이름이 고흐이고, 그의 고양이 이름은 '노란색'이라는 뜻을 가진 일본어 '키이로'입니다.

이름 없는 아기 고양이는 흰 고양이 '그분'에게 묻습니다. 인간과 함께 살 때와 홀로 살 때 중 어느 쪽이 더 행복했냐고.

"비교는 할 수 없습니다. 다만, 인간에게 이름을 얻으면 그 인간에게 지배되어버립니다."

"지배? 명령받는 거요?"

"아니요, 명령 따위 하지 않는 인간이라도 이름을 얻는 순간 관계성이 생겨나는 것입니다. 거기서 자유로워질 수는 없습니다.

아마 키이로 님도 고흐 님에게 얽매여 살아가고 있을 겁니다."  (274-275p)

수없이 환생하며 살아온 흰 고양이 '그분'조차도 삶 앞에서 자신은 미약한 존재라고 말합니다. 인간도 마찬가지입니다.

어쩌면 '그분'과 고양이들을 통해서 삶의 겸허한 자세를 배워야 될 것 같습니다. '고양이는 안는 것'에서 '고양이'란 삶 그 자체 혹은 운명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설 속 화가 고흐의 말처럼 "고양이는 그리는 것이 아니라 안는거야."(95p)라는 의미를 다시금 생각해봅니다. 여유로운 이 순간을 만끽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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