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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는 네모가 너무 많아
엄남미 지음 / 책들의정원 / 2018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작은책 한 권이 이토록 묵직한 감동을 주다니...
읽으면서 가슴이 아팠고, 다 읽은 후에는 할말을 잠시 잃었습니다.
책 표지에서 짐작했듯이 휠체어를 타고 있는 아이는 저자의 둘째 아들 재혁이입니다.
2011년 11월 10일, 다섯 살 재혁이는 5톤 트럭 뒷바퀴에 깔리는 끔찍한 사고를 당했습니다.
신나게 뛰어다니던 아들이 한순간의 사고로 하반신 마비가 되었을 때, 부모가 느꼈을 충격은 감히 짐작할 수 없습니다.
무엇보다도 어린 재혁이가 겪었을 고통은,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그런데 재혁이 엄마, 엄남미님은 이 책을 쓰기 위해서 그때의 기억을 떠올렸으니, 저도 모르게 그 부분을 읽다가 눈물이 났습니다.
이 책은 비극적인 그 날 이후에 어떻게 재혁이네 가족이 서로를 단단하게 잡아주고, 사랑했는지를 보여줍니다.
엄마는 재혁이의 다리 역할을 해주고, 형은 재혁이와 함께 놀아주고, 아빠는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고 좋은 구절을 적어서 힘나게 해줬습니다.
재혁이는, 어쩌면 가장 힘들었을텐데도 오히려 가족들을 위로하고 토닥여주는 천사로 성장했습니다.
지금 열한 살이 된 재혁이는 누구보다 씩씩합니다.
그러나 안타까운 건 한국은 여전히 휠체어 탄 사람에게 불친절한 사회라는 것입니다. 장애를 바라보는 부정적인 시선들뿐 아니라 길거리나 건물이 휠체어에 대한 고려가 전혀 없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다함께 사는 사회란 이 땅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이 차별 없이 함께 누리는 사회를 말합니다. 차별 없이 동등하게, 휠체어를 타도 어디든 다닐 수 있도록 길거리, 전철역, 버스정류장, 건물 등 편의시설이 바뀌어야 합니다. 매년 장애인의 날이 되면 장애인 인권을 주장하며 시위하는 모습을 볼 때, 너무 속상했습니다. 뭘 어떻게 해야 되는 건지, 언제쯤 바뀔 수 있는 건지 알 수 없어서 답답했습니다.
이 책은 재혁이와 가족들이 꿋꿋하게 사랑으로 극복해낸 희망찬 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한편으론 책제목처럼 세상에는 네모가 너무 많다는 걸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래서 장애에 대한 뾰족한 마음, 각진 마음은 둥글게 깎아내고, 도로의 높은 턱이나 계단 대신에 경사로, 장애인을 위한 건축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또한 장애인이라는 말로 구분짓는 것 자체를 하지 말아야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휠체어를 탄다는 건 안경을 쓰는 것과 다르지 않습니다. 아픈 게 아니라 불편한 것. 그러니까 서로 이해하고 배려하는 마음으로 노력한다면 얼마든지 바뀔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