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일진도 좋고
하라다 마하 지음, 김완 옮김 / 인디페이퍼 / 2018년 6월
평점 :
절판


너무 졸려서 사정없이 머리를 흔들어가며 잤던 기억은 다들 한 번쯤 있을 거에요.

하지만 결혼식이 진행 중인 호텔 테이블에 앉아 졸다가 스프 접시에 얼굴을 박는 건, 웬만해선 경험하기 힘든 일이죠.  

누구냐고요?

바로 이 소설의 주인공 니노미야 코토하에게 벌어진 일이에요.

어릴 때부터 짝사랑했던 소꼽친구 아츠시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너무 지루한 축사 때문에 그만 실수를 한 거죠. 아이고, 창피해라~~

정신도 차릴 겸 세수를 하고 돌아오니 이번에는 놀랍고도 감동적인 축사가 이어졌어요. 축사를 한 사람은 전설의 스피치라이터 쿠온 쿠미.

인생은 참 알쏭달쏭해요. 코토하에겐 이 실수가 행운의 기회가 됐거든요. 말의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를 몸소 체험했으니까요.

그다음날, 공교롭게도 친한 동료 치카는 자신의 결혼 선물로 코토하에게 축사를 부탁한 거에요. 도저히 거절할 수 없는 부탁이라서 고민 끝에 얻은 해결책은?  스피치라이터 쿠온 쿠미에게 축사를 의뢰한 거죠. 그 인연 덕분에 코토하는 쿠온 쿠미의 제자가 되면서 새로운 도전이 시작돼요.

이 소설에서 정말 의외인 것은 스피치라이터라는 직업을 통해서 언어의 힘뿐만이 아니라 정치의 힘까지 이야기한다는 거에요. 처음에는 코토하의 어이없는 실수 때문에 재미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점점 읽을수록 진지하게 느껴졌어요. 마침 우리나라도 지방선거를 했기 때문에 일본의 정치 이야기가 전혀 어색하지 않았어요. 일본은 50년 넘게 여당이 바뀌지 않았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못지않게 개혁이 필요해요. 코토하는 '정권교체'를 외치는 야당의 스피치라이터가 되어 제몫을 톡톡히 해내죠. 소설에서는 야당이 승리를 거둬요. 아츠시의 아내 에리는 이런 말을 해요. "전, 뭐랄까..... 저야말로, 정치니 선거니, 전혀 모르지만요. 그래도 만약 정치의 힘으로, 행복하구나...... 하고 모두가 생각할 수 있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면, 그게 제일 좋다고 생각해요. ...... " (221p)  평범한 우리들이 바라는 정치란 이런 거라고 생각해요.

여기에선 2년 전 돌아가신 아츠시의 아버지가 훌륭한 정치인으로 묘사돼요.

"곤란에 맞설 때, 이젠 틀렸다고 생각했을 때, 상상을 해봐. 3시간 후의 당신, 눈물이 그쳤다. 24시간 후의 당신, 눈물은 말랐다. 이틀 후의 당신, 고개를 들고 있다. 사흘 후의 당신, 걸어가고 있다." (308p) 아츠시의 아버지 이마가와 간사장님이 15살 쿠미 씨에게 해줬던 말이라고 해요. 인생의 지혜가 녹아있는 조언이에요. 그는 자신이 했던 말 그대로 마지막 순간까지 멋지게 걸어갔고, 그 뒤를 아들이 걷고 있어요. 지금 바로, 똑바로 세상을 바꾸자는 메시지가 강렬하게 와닿았어요.

일본 인기 드라마 『오늘은 일진도 좋고』 원작소설 ... 일본에서는 출간된 지 꽤 된 것 같은데, 일본도 언젠가는 바뀔 날이 오겠지요. 그랬으면 좋겠네요.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