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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정원의 로봇
데보라 인스톨 지음, 김석희 옮김 / 열림원 / 2018년 4월
평점 :
로봇 탱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 게 된 것은 2016년 2월의 '베를린 국제영화제'에 봉제인형의 모습으로 참가했기 때문이라고 해요.
원래는 '영화로 만들기 좋은 책'이라는 부대 행사에서 작가의 대리인인 제니 새빌이 탱과 함께 앉아 있는 사진이 인터뷰 기사에 실리면서 알려졌고, 25개 나라에서 응모한 130개 작품 중 최종적으로 선정된 11권 중 하나가 『내 정원의 로봇』이라서 더욱 유명해졌다고 해요.
『내 정원의 로봇』은 '소심한 벤과 꼬마 로봇 탱의 모험'이라는 제목을 붙여도 좋을 것 같아요.
이야기의 시작은 너무나 평범해요. 어느날 갑자기 벤의 정원에 로봇이 나타난 거예요. 벤의 아내 에이미는 고철 폐품 같은 로봇이 마음에 들지 않았고, 얼른 남편 벤이 로봇을 치워주길 바랐어요. 하지만 벤은 어딘지 고장난 듯한 로봇에게 관심을 보였고, 급기야 로봇을 고쳐주고 싶어했어요. 에이미 입장에서는 답답한 노릇이었죠. 백수 남편이 겨우 관심을 보인 게 취업이 아니라 망가진 로봇이라니.
벤은 부모님이 6년 전 돌아가신 직후, 에이미를 만나 결혼해서 부모님 집에서 단둘이 살고 있어요. 변호사로 바쁘게 일하는 에이미와 수의사가 되려고 했지만 번번이 낙제한 채 백수로 지내는 벤은 아슬아슬 결혼생활을 유지 중이에요.
직장을 알아보라며 잔소리하는 아내 VS 집에서 놀고 있는 백수 남편
어느쪽이 더 문제일까요?
일촉즉발 터질 것 같은 부부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꼬마 로봇 탱.
이 로봇의 이름이 탱이 된 건 처음 대화할 때 "탱. 탱. 애크리드 탱. 탱! 오거스트! 오거스트! 오거스트!"라는 말만 반복했기 때문이에요.
벤은 뭐라고 설명할 수 없지만 자신의 정원에 들어온 로봇 탱에게 특별함을 느꼈어요. 첫눈에 반하는 느낌처럼 끌린 거죠. 참으로 아이러니한 상황 같아요. 로봇은 네모난 형태의 구닥다리 깡통 같은 모습이었으니까. 사람도 아닌 깡통 로봇한테 감정을 느낀다는 게 너무 비현실적이라서, 아내 에이미의 심정에 더 공감이 갔어요. 더군다나 벤은 망가진 로봇 탱을 고쳐주기 위해 만든 사람을 찾아나서겠다고 했거든요. 에이미는 믿지 않았어요. 벤이 결혼 후 이뤄낸 게 하나도 없었고, 근래에는 외출마저 꺼리면서 은둔형 외톨이짓을 하고 있었으니까. 화가 난 에이미는 결별을 통보했고, 오히려 그때문에 벤은 탱과 함께 여행을 떠날 수 있었어요.
솔직히 중반부까지 읽으면서 벤이 탱을 대하는 태도와 탱의 정체를 이해할 수 없었어요. 분명 로봇이라고 했는데, 하는 행동은 미운 네 살 어린이 같아서, 고집불통 떼쟁이~
그런데도 벤은 여행 내내 탱을 애지중지 보살펴줬어요. 에이미 입장에서 벤과 탱을 바라보다가 어느 순간 벤처럼 탱에게 반했어요. 탱은 놀랍게도 벤의 마음을 위로해줬어요. 왜 벤이 탱을 특별하게 생각하는지는 이 책을 끝까지 읽으면 알 수 있어요.
쓸모 있는 안드로이드처럼 되고 싶어하는 로봇 탱에게 벤은 이렇게 말해줘요.
"이봐 탱, 너는 쓸모가 있어. 넌 아무것도 입증할 필요가 없어.
나한테도, 다른 누구한테도. 너는 네 존재 자체로 훌륭해...." (384p)
그래요, 우리 곁에 필요한 건 쓸모 있는 안드로이드가 아니에요. 서로의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존재, 그리고 사랑하는 마음뿐.
무능력한 벤에게 화가 나서 떠난 에이미를 탓할 수는 없어요. 에이미가 원했던 건 능력 있는 남편이 아니라 사랑하는 남편이었으니까. 벤도 미처 몰랐던 거예요. 하지만 탱과의 여행을 통해서 중요한 걸 깨닫게 돼요. 그리고 해피엔딩!!!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이에요. 우리의 미션은 멋진 로봇 탱처럼 '발견'하고 '사랑'하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