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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밤과 서쪽으로
베릴 마크햄 지음, 한유주 옮김 / 예문아카이브 / 2018년 5월
평점 :
절판
오~ 아프리카 ♪♬
이번 생에 아프리카 땅을 직접 밟아볼 일이 있을까요.
다큐멘터리 영상을 통해 본 아프리카가 제게는 뭔가 비현실적으로 느껴집니다.
멀리서 바라보는 풍경은 아름답지만 사자나 하이에나를 눈앞에서 직접 목격한다는 건 왠지 무섭기도 합니다.
제게 있어서 아프리카는 가장 생동감 넘치는 자연의 세계이자 미지의 땅입니다.
20세기 초반, 지금보다 더 거칠고 날 것이었던 아프리카에서 살았던 한 여성이 있었습니다.
베릴 마크햄은 1906년 네 살의 나이에 아버지를 따라 케냐로 갔고, 이후 30여 년간 아프리카에서 살았습니다. 그녀의 직업은 비행기 조종사.
《이 밤과 서쪽으로(West with the Night)》은 베릴 마크햄이 쓴 에세이로 1942년 출간 후 지금까지 사랑받는 책입니다.
당시 아프리카에서 여성 조종사는 베릴 마크햄이 유일했다는 점, 바로 그녀가 아프리카의 삶을 생생하게 기록했다는 점에서 독보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무도 살아본 적 없는 삶이기에 그녀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우리에겐 특별하게 보입니다. 어린 시절에 난디족 소년들과 레슬링하며 놀 수 있었던 건 그녀가 유일한 백인 아이였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여자라고 인식하기에 앞서 백인이라서 예외적인 사람.
벌써 76년이라는 세월이 흘렀지만 여전히 베릴 마크햄의 삶은 그 누구보다도 아프리카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아프리카에서는 권태를 모르고 늘 행복했다는 그녀는, 런던에서 1년간 지내고 나서야 지루함이 뭔지 이해했다고 합니다. 또한 혼자만의 비행이 주는 짜릿한 설렘과 불안이 지루함의 저주를 물리쳐준다는 걸 알았던 것입니다.
현대인들에게 일상은 해방감을 느낄 만한 모험이 거의 없다는 점에서 지루하기 짝이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두가 그녀처럼 모험을 즐기지는 못합니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묘한 감정을 느꼈던 것 같습니다. 비록 남의 경험이지만 글을 통해 접하는 모험도 재미있다는 것, 그리고 아마도 딱 거기까지라는 것.
책에 나온 표현으로 마지막 한 마디를 전하고 싶습니다. "카라라-니(Karara-ni)!" 좋다, 멋지다는 뜻입니다. 아프리카 그리고 베릴 마크햄에게...
"아프리카는 신비롭다. 야생의 땅이자 푹푹 찌는 열화지옥이다.
사진가들에게는 천국이고, 사냥꾼들에게는 발할라*요, 현실 도피자들에게는 유토피아다.
아프리카는 당신이 바라는 모습을 보여주며, 어떤 해석이라도 받아준다.
아프리카는 죽은 세계의 마지막 흔적이기도 하고, 새롭게 빛나는 세계의 요람이기도 하다.
그리고 나를 포함해서 많은 사람에게 아프리카는 그저 '고향'이다.
아프리카에는 딱 하나, 지루하다는 형용사만 빼고 어떤 말이라도 붙일 수 있다." (27p)
*발할라 Valhalla, 북유럽 신화에서 전사자들의 영혼이 쉬는 낙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