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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 :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시간 ㅣ 배철현 인문에세이
배철현 지음 / 21세기북스 / 2018년 4월
평점 :
<수련>은 저자의 두 번째 인문 에세이라고 합니다.
책 제목이 뜻하는 건 인격이나 기술, 학문 따위를 닦아서 단련하는 행위인데,
딱보자마자 바로 제 머릿속에는 연못 위에 핀 수련이 떠올랐습니다.
책을 펼쳐보니 나의 이미지가 전혀 틀린 게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책은 지난 1년간, 저자의 수련에 대한 기록이라고 합니다. 실제로 태권도장에 다니며 수련했던 저자는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수련법을 알려줍니다.
일상을 다룬 에세이라기보다는 '수련'에 초점을 맞춘 인문학 수업을 듣는 것 같습니다.
책의 도입부가 인상적입니다.
"나는 '위대한 나 자신'을 흠모한다. 위대한 개인은 곧 위대한 공동체, 위대한 국가의 초석이다.
자기 자신에게 위대한 사람은 남에게도 위대하기 때문이다.
그런 '위대한 개인'을 정신적으로 그리고 육체적으로 완성시킬 수 있는 교본은 없을까?" (9p)
'위대한 나 자신'이라고 스스로를 생각해본 적이 있습니까?
남들 앞에서 뽐내는 식이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는 자세.
절대적으로 나를 믿고 사랑하는 마음.
아마도 현대인들이 겪는 수많은 정신적인 문제들은 '위대한 나 자신'을 찾지 못해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듭니다.
저자는 '위대한 개인'을 발견하고 완성시키는 데 도움이 될 만한 네 가지 단계를 찾아냈다고 합니다.
심연 - 수련 - 정적 - 승화의 단계.
첫 단계는 '심연'으로, 끝을 알 수 없는 깊은 연못이자 진실한 자아를 만나기 위해 들어가야 할 마음의 연못을 뜻합니다. 마음속 깊은 곳에서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진부한 습관에 안주하려는 과거의 나를 털어낼 수 있습니다. 그런 나를 직시하고 응시하는 시간과 공간이 바로 심연이며, 저자의 전작 『심연』의 내용입니다.
두 번째 단계는 '수련'으로 미래의 나를 그리며 오늘의 나를 전폭적으로 변화시키는 훈련입니다. 이 훈련은 무엇을 더하는 게 아니라 덜어내는 것입니다. 불필요한 생가과 말, 행동 등 '오늘 하루 굳이 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의 목록을 만들어서 내 안에 쌓인 삶의 군더더기를 버리는 연습입니다. 비워내야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습니다.
세 번째 단계는 '정적'으로 수련하는 자신을 온전한 '나'로 숙성시키는 조용한 기적이 바로 정적입니다. 고요한 호수 같은 상태로, 잡념으로 인해 흔들리는 마음의 소용돌이를 잠잠하게 만드는 '정중동(靜中動)'입니다.
정적의 단계를 지나면 마지막 네 번째 단계 '승화'로 이어집니다. 과거의 내가 아닌 새로운 '나'로 태어나는 시간입니다.
이 책은 두 번째 단계 '수련'으로, 앞서 '심연'을 거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시작할 수 있는 훈련입니다. 단계를 나누었다고 해서 각각을 구분지을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나를 갈고 닦는 과정에서 스스로 깨닫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기도는 이른 아침 자신만의 영적인 동굴로 들어가 자신에게 쌓여 있는 적폐(積弊)를 제거하는 행위다.
기도의 '기(祈)'는 그런 적폐를 제거하고자 날카로운 도끼 [斤 :도끼근]를 자기 앞에 겨누는 [示 :보일시] 수련을 뜻한다.
기도는 자신에게 주어진 오늘이라는 시간을 위대하게 만들기 위해 자신의 목숨을 내놓는 굳은 결심이다.
기도는 무엇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하지 않아도 되는 것'과 '하지 말아야 할 것'을 가려내는 결단이다.
...
당신은 오늘 무엇을 하지 않겠는가?" (88p)
마트에서 똑같은 식재료를 산다고 똑같은 음식이 만들어지지 않듯이, <수련>을 어떻게 받아들이고 훈련할지는 각자의 몫입니다. 나만의 수련은 어떻게 완성될까요?
연못에 핀 청초한 수련을 떠올리면서 '위대한 나 자신'을 꽃피우고 싶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