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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ㅣ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평점 :
마음을 가다듬고 몇 자 적어봅니다.
<베어타운>을 읽으면서 몹시 힘들었습니다.
"... 이제 그들은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긴 밤이 지나도록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그래도 그들은 서로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다. '우리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어.'
우리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어 우리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어 우리는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어 (373p)
삼월 초를 맞이한 베어타운은 매우 중요한 행사를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베어타운 아이스하키단 청소년팀이 전국 청소년 대회 준결승 경기를 펼칠 예정.
마야는 열다섯 살 소녀로 지금 기타와 사랑에 빠져 있습니다. 아이스하키밖에 모르는 이 조그만 도시에서 숲속 아이스하키단 단장의 딸로 견딜 수 있었던 건 모두 기타 덕분입니다. 똑똑하고 밝은 성격의 마야는 학교에서도 인기있는 아이지만 진심으로 마음을 나눈 친구는 아나뿐입니다. 아나는 이혼한 아빠와 단둘이 살기 때문에 평소에는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마야와 함께 마야네 집에서 지내고 있습니다. 근래 마야는 아이스하키단 청소년팀의 에이스 케빈에게 관심 있지만 아무도 모르는 비밀, 아나 빼고. 아나도 단짝 친구 아니랄까봐 케빈과 함께 선수로 뛰는 벤이에게 호감을 갖고 있습니다. 열일곱 살 케빈은 뛰어난 하키 실력과 부자 아빠 덕분에 학교에서 최고인기남인데, 묘하게도 마야에게 관심을 보이고 있습니다. 여기까지는 풋풋한 청소년 드라마....
불행한 그 사건은 베어타운 아이스하키단 청소년팀이 준결승 경기에서 우승한 그날 밤, 케빈의 집에서 파티가 벌어졌을 때 벌어집니다. 아이들 대부분이 분위기에 취했고, 실제로 술에 취한 상태였습니다. 케빈은 당당하게 마야와 아나를 초대했고, 두 소녀는 설레는 마음으로 그곳에 갔습니다. 그리고 케빈이 마야를 성폭행했습니다. 앞서 여러 명의 아이들이 함께 어울려 놀았고, 그 중 몇몇 소녀들은 케빈이 마야에게 쏟는 관심에 질투를 느꼈습니다. 마야는 순수하게 케빈을 믿고 2층에 올라갔던 건데... 그 장면을 같은 팀의 아맛이 목격하지만.
뉴스 기사처럼 '열다섯 소녀가 열일곱 소년에게 성폭행당했다'로 표현한다는 게 몹시 마음 아프지만 사실입니다. 문제는 베어타운 사람들이 청소년팀 에이스 선수 케빈의 범죄를 덮으려 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아예 상황을 뒤집어버립니다. 소녀는 성폭행을 당한 게 아니라 유혹하여 관계를 맺은 것뿐이라고, 겨우 열다섯 소녀에게 모욕적인 굴레를 씌우고 범죄 자체를 부정합니다. 마야는 처음에는 두려워서 은폐하려고 모든 증거를 없앴지만 나중에는 용기를 내어 진실을 밝힙니다. 때문에 혼자만의 상처가 가족 모두의 상처가 되어버렸지만 그로인해 베어타운의 추악한 면모가 드러납니다. 어른들은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했습니다. 부끄럽습니다. 비겁하고 타락한 어른들... 마야가 용기를 내지 않았다면 베어타운은 또다른 희생자가 생겼을 것입니다. 마야에게 '진심으로 넌 멋진 사람이야.'라고 말해주고 싶습니다. 마지막 장면을 보면서 마야의 선택은 누구도 감히 흉내낼 수 없는 최선이었기에.
베어타운은 결코 특별한 곳이 아닙니다. 다만 공동체로 묶여 있다는 결속감이 때로는 힘없는 약자에겐 무서운 위협이 될 수 있다는 걸 적나라하게 보여줄 뿐.
대한민국 어딘가에도 존재하는 베어타운의 비극이 재발되지 않으려면 우리 각자가 옳다고 여기는 일을 해야 합니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