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선상의 아리스 - S큐브
마사토 마키 지음, 후카히레 그림, 문기업 옮김 / ㈜소미미디어 / 2018년 4월
평점 :
품절


첫사랑은 간질간질 불어오는 봄바람 혹은 촉촉히 내리는 봄비?

<폐선상의 아리스>는 십 대 사춘기 소년의 첫사랑 이야기입니다.

얼핏 바흐의 G선상의 아리아를 떠올리게 하는 제목이라서 더 인상적입니다.

폐선 위를 맨발로 걷는 신비한 소녀 아리스.

만약 이런 소녀를 만난다면 어떤 기분일까요.

책 표지 일러스트 때문에 만화 속 여주인공을 떠올리게 됩니다. 왠지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이랄까.

그래서 소설이 판타지일 것 같지만 처음부터 항구 마을의 유령 이야기를 흘려서 독자들을 헷갈리게 합니다.

주인공 유즈리하 로우는 도쿄에 살고 있는 열일곱 살 소년입니다. 새아버지와 의붓여동생 마이와 함께 산 지 7년.

태어나서 한 번도 본 적 없는 로우의 친아버지가 보낸 편지에는 '무인도에 가지고 간다고 생각하고 골라라. 단 한권의 책'이라고 적혀 있었습니다. 노트, 교과서, 휴대전화, 중학교 때부터 그려 온 스케치와 그림 도구 등 그 어떤 것도 다 두고 오라고.  아버지의 편지 속에는 밤 8시에 도쿄를 출발하는 침대 열차표가 들어 있었습니다.

로우가 선택한 책은 폴 갈리코의 『스노 구스(The Snow Goose)』입니다. 장애가 있는 몸으로 고독하게 살아가는 화가와 한 소녀의 교류를 그린 이야기.

이 황당한 제안을 받아들인 건 로우의 남모를 사연때문입니다. 엄마와 새아버지가 잘해주시지만 쉽게 털어놓을 수 없어서, 무거운 마음을 안고 무작정 떠나고 싶었던 것.

로우가 도착한 에히메현의 작은 항구 마을에 가랑비가 내리고, 정처없이 폐선을 따라 걷다가 그대로 앉아 비를 맞고 있는데... 그때 붉은 리본이 달린 세일러복을 입고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걸어온 아름다운 소녀를 만납니다. 로우는 '비를 머금은 하늘을 배경으로 서 있는 소녀는 아주 아름다웠다. 5월의 신록을 비추는 물방울 같기도 하고,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한여름의 푸른 하늘 같기도 했다.'고 표현합니다. 강렬한 첫인상을 남기고 가버린 소녀 아리스에게 반해버린 로우.

낯선 마을에 아버지가 없는 집에서 혼자 지내게 된 로우에게 미소녀 아리스와의 만남은 묘한 설렘과 떨림이 있습니다. 소녀의 정체는 무엇일까?

어찌보면 뻔한 스토리일지는 몰라도 주인공이 열일곱 소년이라서 풋풋하고 맑은 그 느낌이 좋았습니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랑을 경험하겠지만 첫사랑만큼은 모든 사람에게 특별하고 소중하니까. 무엇보다도 십 대의 복잡미묘한 감정들을 로우의 시선에서 잘 그려낸 것 같습니다.

봄비가 내린 후에 살랑이는 바람처럼 싱그러운 이야기였습니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