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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강머리 앤 나의 딸 그리고 나
로릴리 크레이커, 강영선 / 경원북스 / 2018년 3월
평점 :
빨강머리 앤을 사랑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 또한 사랑할 수밖에 없을 것입니다.
<빨강머리 앤 나의 딸 그리고 나>는 사랑과 가족에 관한 이야기입니다.
저자의 사랑하는 딸 피비가 "고아"의 뜻을 물었을 때, 그녀는 이 단어가 자신과 가족에게 매우 중요한 단어라고 생각합니다. 피비는 한국에서 입양한 딸이고, 저자 본인도 입양아였으니까. 그녀는 피비에게 입양에 얽힌 이야기를 들려주면서 빨강머리 앤의 이야기를 함께 풀어내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실제로 자신이 중학교 2학년 시절, 따돌림을 당할 때에 처음 빨강머리 앤을 만났기 때문에, 힘든 순간마다 앤 덕분에 이겨낼 수 있었으니까...
저자의 말처럼 이 책은, 일부는 자서전이고 또 일부는 앤의 슈퍼 팬북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빨강머리 앤은 전 세계 수많은 사람들에게 꿈과 희망을 준 인물입니다. 루시 모드 몽고메리가 만들어낸 가상의 인물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우리의 마음에는 살아있는 존재입니다. 저 역시 빨강머리 앤을 통해서 사춘기 시절의 고단함을 견뎌낸 터라 저자의 이야기가 몹시 공감이 되었습니다.
"조시 파이, 도대체 뭐가 문제니? 그 입 좀 완전히 닫아버릴 수는 없겠니?" (67p)
살면서 정말이지 최악은, 조시 파이 같은 애들을 마주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마음의 상처는 쉽게 아물지 않았지만 결국 앤은 극복해냈습니다. 그래서 상처를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묘한 동질감을 느끼는 것 같습니다. 앤은 타인의 아픔을 위로할 줄 아는 따뜻한 마음을 가졌습니다. 사랑할 수밖에 없는 주근깨 소녀.
아무도 상처받기를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태어날 때부터 상처받는 이들이 있습니다. 만약 레이첼 린드 부인처럼 자신과는 상관 없다며 함부로 떠들어대는 인간을 만난다면 마릴라처럼 침묵으로 무시해야 합니다. 오지랖은 민폐.
저자는 피비를 입양하게 된 과정과 피비의 생모에 관한 이야기를 들려줍니다. 중요한 건 그녀가 자신의 딸을 사랑한다는 사실입니다. 현실에는 조시 파이처럼 무례한 사람들이 질문할 때가 있습니다. "아이의 진짜 엄마인가요?" 여기에서 진짜라는 단어를 사용해서 생물학적 또는 유전적 관련성을 표현해야 할 이유가 있을까요. 전혀, 쓸데없는 질문입니다. 그건 고아라는 단어처럼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의미를 진짜로 갖고 있지 않습니다. 입양아를 둔 엄마들은 자신의 아이를 진심으로 사랑하므로 진짜 엄마가 맞습니다. 피비에게 생모가 존재한다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겠지만.
세상에는 빨강머리 앤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들에게 빨강머리 앤은 진짜 친구입니다. 진심으로 사랑한다면 누구나 친구가 될 수 있고, 가족이 될 수 있습니다. 이 책을 읽으면서 다시금 깨달았습니다. 우리는 사랑으로 연결된 존재라는 걸. 그러니까 더 이상 고아는 없다는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