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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남당 사건수첩
정재한 지음 / CABINET(캐비넷) / 2018년 4월
평점 :
발칙한 사기꾼들~ 그러나 전혀 싫지 않은 이유가 있습니다.
정체를 속인 건 맞지만, 고객이 상담한 내용은 은밀하게 확실하게 해결해준다는 점.
그들은 바로 연남동의 명물 777-17 번지 빨간 대문 집 '미남당'의 3인방.
대외적으로는 무당집이나 실체는 FBI급 흥신소.
가짜 박수무당을 맡고 있는 남한준은 프로파일러 출신으로 남다른 촉을 가졌고, 그의 여동생이자 과거 FBI 출신 천재 해커 혜준은 고객의 모든 정보를 수집하여 매우 정확한 점괘를 유출해냅니다. 남한준의 기가 막힌 점괘의 비밀은 결국 혜준의 해커 실력인 것. 흥신소를 운영하는 수철은 온라인상에서 해결할 수 없는 모든 잡무를 담당하며 필요한 순간마다 무술 실력으로 한몫 해냅니다. 다만 실제와 똑닮은 장난감총을 들고 다니면서 홍콩 느와르 영화 속 대사를 읊어대는 엉뚱한 면이 있습니다.
딱 인물 소개만 봐도 영화 스케일이 나오는 이야기인지라 몰입도는 최고였습니다.
어느날 단골고객의 의뢰를 해결하던 중에 불에 탄 여성의 변사체를 발견하게 되면서 엄청난 사건들 속으로 휘말리게 됩니다.
'임 고모'라 불리는 유명한 점쟁이와 거인 구태수 그리고 정계와 연예계에 숨겨진 비리들... 영화 <베테랑>과 <내부자들>을 전부 합쳐 놓은 듯한 배경 속에 희대 사기꾼인 점쟁이가 등장하는 영화같은 이야기로 설명하면 될 것 같습니다. 근래 미투 운동으로 사회 전반에 만연했던 성추행과 성폭행이 드러나면서, 가해자들이 선량한 인간의 탈을 쓰고 대중을 속여 왔다는 게 밝혀졌습니다. 그들이야말로 용서할 수 없는 사기꾼들입니다. 그동안 드러나지 않았을 뿐 온갖 부정부패로 이 사회가 오염되었구나라는 현실 각성의 계기였던 것 같습니다. 또한 국정농단의 주역 최모씨의 남편도 대통령 일로 역술인을 자주 만났다는 뉴스 보도처럼 나랏일이 역술인에 의해서 좌지우지되었다고 생각하면 한숨이 절로 나옵니다.
암튼 미남당 3인방과 열혈 형사 한예은의 활약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과정이 너무나 속이 후련합니다. 소설이 아닌 현실이라면 얼마나 좋을까 싶을 정도로 화끈한 전개가 마음에 듭니다. 등장인물들이 매우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그래서 더 매력적인 것 같습니다. 왠지 시리즈물을 기대해도 좋을 것 같은 결말입니다. 제목처럼 미남당의 사건수첩은 아직도 들려줄 이야기가 남아있을 것 같은, 강렬한 예감이 듭니다. 그분이 오셨구나~~ ㅎ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