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스를 잡다
아르놀트 판 더 라르 지음, 제효영 옮김 / 을유문화사 / 201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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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스를잡다”라는 제목이 무시무시(?)하면서도 일반인으로서는 잘 알 수 없는 이야기를 알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싶어서 읽어보게 됐다. 큰 줄기의 사회.문화적 역사는 많이 다루어지는데, 좁은 관점에서 다뤄지는 것은 이제 좀 늘어나는 추세가 아닌가 한다. 용어라던가 개념이 많이 어렵지 않을까하는 우려도 있었지만 이과쪽 머리는 전혀 없는 나도 재미있게 잘 읽었다. 책 뒷부분에 정리된 <의학용어>부분을 제외해도 400페이지가 넘는 분량이 부담스러울 수도 있지만 읽다보면 시간가는 줄 모르게 몰입도가 높다. 의학용어나 개념을 다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정말 막연하게 생각했던 질병의 증상. 부상의 예후 등을 조금은 알 것 같았다. 각 장마다 한 페이지 정도 증상 혹은 치료에 대한 개념설명이 아주 유용했다. 저자는 시대적으로 알려진 수술을 외과적 관점에서 분석했다고 한다. 어떻게 보면 유명한 인물이든 그렇지 않든 수술이 성공하지 못해서 사망한 사람들이 의료기술이 발전하는 데에 큰 공헌을 했던 게 아닌가 싶다. 얼마 전에 어디서 읽었던 것 같은데..앞서 살았던 사람들의 공로인 게 아닐까. 수천년전부터 병을 치료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했던 의사들, 19세기 벨에포크의 대책없는 낙천주의자였던 의사들 그리고 이후 끊임없이 새로운 병과 싸울 수술방법을 찾아 온 외과의사들의 노력을 조금 엿볼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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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모야 어디 가? - 헬프엑스로 살아보는 유럽 마을 생활기
김소담 지음 / 정은문고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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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함에 대한 의문'에서 저자의 여행은 시작됐다고 한다. 머릿말에서 평범해보이지 않는 주거공간에 대한 이야기, 첫 입사부터 여행을 결정하게 되기까지의 시간들에 대해 참 담백하게 이야기하고 있지만,
행간에서 그 결정을 내릴 때까지의 고민이 묻어나는 것 같다.(이 부분은 내 상상이려나...?)
5개월 128일 그리고 유럽 네 개 나라(이탈리아, 영국, 독일 그리고 스페인).  그 기간동안 여행을 한다는 것은 그에 맞물려 경비 부담도 만만치 않다는 것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 부분에서 저자는 바로 자신의 (귀한) 경험을 나누기 위해 이 책을 시작했다고 이야기 해 준다.
 
스치고 지나가는 것이 아닌 시간을 들여  '살아 보는'여행에 대한 이야기. 
 '여행 좀 다녀봤다' 거나, '여행'을 가고 싶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의 로망이라면 로망이
'살아 보는' 여행 아닌가.
이 책을 읽으면서 경험 할 수 있는 여행은 조금 달랐다.
호스트가 요구하는 노동의 댓가로 숙식을 제공받는 여행...조금 생소하다.
이 부분에서 홋카이도 오타루의 게스트하우스 '모리노 키'가 떠올랐다.
같은 형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곳에도 2-3주 혹은 더 짧게 헬퍼가 머무르며 일을 돕는다.
-처음 여행갔을 때 알게 됐던 헬퍼들과 연락이 끊어진 건 좀 아쉽다. 다들 어디선가 잘 살고 있겠지.
'경험치'라는 것은 개개인의 개성에따라 많이 달라지는 것 같다.
끊임없이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하는 고민이 책 전체에 녹아있어서,
나도 함께 고민을 해 보게 된 것도 이 책의 고마운 점이다.
나이를 이렇게 많이 먹고도, 늘 고민스러운 부분이 바로 그 점인 것 같다.
나름대로 '즐겁게'산다고는 하지만, 한계는 늘 눈앞에 다가와 있으니 말이다.
저자가 첫발을 내딛었을 나이에..나는 뭘 하고 있었나 하는 생각들,
용기 내지 못했던 시간들에 후회도 있지만, 지금이라도 (헬프 엑스를 떠나겠어..가 아니라)
삶에 대해 움츠러들지 않을 용기를 얻었다.
헬프엑스는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처음 알았다.
세상엔 정말 수 많은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삶을 살아가고 있다는 걸 다시 한번 생각해 본 순간이었다.
 

 

포스트 잇을 붙여가며 읽었다.

 

저자가 머물렀던 공간과 함께했던 사람들, 시간들 어느 하나 인상적이지 않은 것이 없었지만,
맺음말 부분에서 가슴에 턱 하고 걸리는 부분이 있어서 그 글을 인용하는 것으로 이 허접한 후기를 마친다.

 

아, 책 뒷부분에 '헬프엑스'에 대한 안내가 수록되어있다.

 

그냥 그 자리에 함께 ‘있는‘ 것만으로도 누군가에게 도움을 줄 수 있다. 필요한 것은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 이다. 그걸로 충분하다. (p.316)

진정한 ‘관계맺음‘은 내 시간을 관계를 위해 내어주는 것 그리고 관계를 위해 포기하지 않고 노력하는 마음에서 가능하다.(p.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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먹이는 간소하게
노석미 지음 / 사이행성 / 201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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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갈하다고까지 표현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단순하고 예쁜 그리고 담백한 음식을 만들어서 먹고 살고 싶다’(14쪽)는 저자의 말이 인상적이었다.
계절별로 스스로 가꾸고, 길러낸 작물들로 만들어낸 그리고 좋아하는 음식들에 대한 간단(?)레시피와 글들이 담겨있다. 처음부터 끝까지 완독도 좋겠지만, 그 보다는 마음이 스산한 날, 혹은 오늘처럼 비가 진종일 주룩주룩 내리는 날, 그냥 아무렇지 않은 날에도 펼쳐진 페이지를 읽어내려가면 기분이 좋아질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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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귀 미야베 월드 2막
미야베 미유키 지음, 김소연 옮김 / 북스피어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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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척 기다렸던 미미여사의 에도시리즈 신작! <삼귀>가 출간됐다. 그래서 바로 구입했는데...이제야 다 읽었다. 사실  다른 책을 읽어야 하는 와 중에 이틀을 꼬박 이 작품에 들러붙어 있었다. 600쪽이 넘지만, 술술 읽힌다. 이야기를 따라가면서 읽는 걸 훨씬 좋아해서 ‘술술읽힌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르겠다. (행간의 의미파악은 좀 많이 못함) 에도시리즈에는 등장 인물에 따라 몇 팀(?)이 있는데, 가장 최근에 작가가 계속 다루고 있는 미시마야의 흑백방 괴담시리즈이다.

 

이야기를 듣는 게 일인 오치카의 성장을 다루고 싶었던 것 같기도 하다.

 

흥미진진하게 읽히는 글이 더 많은데, 단 네편의 이번 괴담들은 말미에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죽은 자’와 ‘남은 자’ 그리고 ‘살아있는 존재’와 ‘그렇지않은 존재’의 엇갈린 만남과  필연적인 이별이 이 전에 비해 훅 하고 감정선을 치고 들어온다. <외딴집>의 경우엔 안쓰러웠어도 눈물까지는 흘리지 않았는데..ㅠㅠ
살아가는 것에 대한 무게감이 제법 무겁게 다가오는 이야기들이었다.
미야베 미유키의 현대물은 얼음장 같은 냉정함이 있는 반면에 에도시리즈는 인물들에 대한 애정이 느껴져서 좋아한다.

그러나 재밌는 건 어느 쪽도 덜함이 없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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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의 동물원
진 필립스 지음, 강동혁 옮김 / 문학동네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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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물원이란 공간이라고 하면 우선 떠오르는 것은 '가족 나들이'일 것이다.

그 곳에서 벌어질 수 있는 일은 '사고'이지 '사건'은 염두에 두지 않는다.

어린 아들과 함께 동물원에 갔다가 폐장시간을 앞두고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던 주인공은 몇 가지 이상한 조짐을 발견한다. 하지만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본능적으로 자신과 아이의 목숨이 위태로울 수도 있는 상황을 알아채고, 이미 폐사한 호저의 우리로 도망친다. 이제 시간을 견뎌내는 주인공과 다른 인물들, 범인들의 이야기가 시간에 따라 촘촘하게 펼쳐진다.

이 작품의 가장 특이한 점은 '사건' 자체라던가, '사건의 전말'에 대한 묘사보다 시시각각 선택의 기로에 서 있고, 또 무엇이든 선택해서 움직여야 하는 주인공의 절박한 심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아이를 지키고자 하는 엄마의 고민과 그 것을 위해 마땅히 해야할 것이라고 생각되는 일들을 갈등하면서도 외면하는 심리가 시시각각 펼쳐진다.

인물과 인물간의 갈등보다는 한 인물의 내면 갈등, 살아남기 위한 노력에 초점이 맞추어져 있어서 이런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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