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도의 아이들 꿈꾸는돌 39
정수윤 지음 / 돌베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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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에 끌려가던 두 아이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고 차례로 트럭에서 뛰어내립니다. 약속 한 것도 아니고, 한 아이가 먼저 자신의 탈출을 알리고 바로 감행하고, 뒤 이어 화자인 '나'도 뒤따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여느 소년처럼 '소니'(손흥민선수)를 좋아하고, 축구에 제법 재능도 있고, 집안도 좋아서 걱정이 없었던 것 같은 소년은 어느날 밤 갑자기 어머니와 탈출길에 오릅니다. 

이 이야기는 '바다'를 찾아 나선 '여름', 저 너머 어딘가 '자유로운 세계'를 찾아 나선 '설'과 도중에 어머니와 헤어져 갈길을 잃고 낯선 나라에서 살아남으려 애를 쓰는 '광민'의 이야기입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환경과 너무 흔한 명제라서 그만큼 생각하지 않게 되는 '거기 사람이 있다'라는 말이 무척 아리게 다가옵니다. 숨막히는 탈출과정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쌓여가는 걱정. 뭣보다 '살아서'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 아직 어린 세 사람의 어깨가 부서질듯 무거워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과연 이럴까?' 싶은 이야기들도 있지만, 사람 사는 곳에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갖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좀 판타지 같기도 하지만, 이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니 자신들이 찾는 그 '바다'에 다다를 수 있기를 빌게 됐습니다. 

작품의 빠른 속도감 만큼이나 술술 읽힙니다. 다만, 책장을 덮은 뒤 경계에 선 이들의 이야기에 대한 감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시간이 좀 길었습니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아버지와 살면', '게다를신고 어슬렁 어슬렁', ' 장서의 괴로움' 그리고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등 일본문학을 번역하는 번역가로 만나서 '날마다 고독한 날'의 수필가로 그리고 장편소설 #파도의아이들의  작가로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정수윤작가님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합니다.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파도의아이들#정수윤#돌베개#돌베게청소년도서#디아스포라문학

하긴 우리는 모두 뼈만 남았고, 엄마는 잃은 거나 마찬가지다. - P7

철썩철썩 파도가 내게로 왔다가 다시 멀어지는데, 수면 위에 부서지는 햇살만큼은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고 변함없이 제자리에 반짝여. - P55

결정적인 순간엔 언제나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내 머리는 혼돈에 빠져 있을지 몰라도 내 몸은 내가 가야할 곳을 알고 있다. - P77

이 작고 귀여운 도마뱀도 이토록 살고 싶어 하는구나. 살아야겠다고 아우성을 치는구나.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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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츠먼의 변호인 묘보설림 17
탕푸루이 지음, 강초아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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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북클럽 티저북 서평단 작품입니다. 


타이완(대만)의 변호인이면서 소설가, 극작가와 영화감독 등 다재 다능한 작가 탕푸루이의 소설입니다. 

대만에서는 작가가 직접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됐다고 합니다. 


중화민국 71년(1982년) 바츠먼의 어부 퉁사오중이 일으킨 '해안가 살인미수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다행히 피해자들이 목숨을 부지 했고, 술에 취한 점, 친족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충격 등이 심신미약으로 인정되어 퉁사오중은 10년 수감생활을 하게 됩니다. 어린 퉁바오쥐는 친족이나 다름없었던 마을사람들의 돌변한 모습을 보고 바츠먼을 반드시 떠나겠다 결심하고, 대체로 그 지역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버지들의 직업인 어부를 물려받는 것과 달리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곳을 떠납니다. 

그 후 20여년의 시간이 지났고, 이제 민간변호사로의 전직을 앞둔 퉁바오쥐 앞에 떨어진 건 '해안가 살인사건'으로 인도네시아 출신의 스무살 청년이 선장 가족을 피습한 사건입니다. 그의 사무실에서 연수를 하며 군복무를 채우고 있는 렌진핑의 눈에 비친 퉁바오쥐는 그냥 '썰렁한 농담'을 좋아하는 중년 아저씨일뿐, 사건에 대한 열의도 없어보입니다. 

대선을 전후해 재임이 걸린 총통 쑹청우와 법무장관 천칭쉐 그리고 총통의 비서관 장더런은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논의를 이어갑니다. 법무장관인 천칭쉐는 어쨌든 시간을 들여 이 제도를 폐지하고자 합니다만, 선거와 여러가지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얽혀있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이주 노동자로 국민들이 눈에 불을켜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사건의 국선변호사가 바로 퉁바오쥐입니다. 

세상만사 관심없고, 그저 농구만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은 그가 공판 첫날 피고의 통역을 맡은 천이촨의 자격을 문제삼아 공판을 연기 시키며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게 됩니다.


대만의 모든 문제들이 집약되어 있는 이 재판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첫 등장만 보여준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그리고 웬수 같이 으르렁대는 퉁바오쥐 부자가 화해는 하게 될지 물음표 산처럼 쌓였는데 티저북이 끝났습니다.  


#바츠먼의변호인#탕푸루이#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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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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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1913세기의여름 에 이어 저자 #플로리안일리스는 양대 대전 사이 유럽이 들끓고 있던 1929년부터 히틀러가 집권하고 다시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1939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르트르,#보봐르, #마를레느디트리히#막스에른스트 #토마스만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시대의 리더라고 할지, 당대의 스타들의 이야기들을 발굴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가장 재미있는 건 ‘남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다 가짜’인 소설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이렇게 살았을까 파격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사람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설령 유명인 일지라도)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의외의 인맥(?)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라 초면인 인물들도 많습니다만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개인들의 작은 역사가 모여서 다시 큰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본 영화 #존오브인터레스트에 등장했던 베를린의 #오라니엔강제수용소가 언급되어 그 실체를 알게됐습니다. #광기의사랑이란 제목처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눈에 띕니다만 그게 ‘이해’의 영역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티저북이라 약간 ’비어있는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제 (6월10일) #증오의시대광기의사랑이 발간됐으니 새책을 다시 찬찬히 읽어봐야 겠습니다.
#티저북을제공받았습니다 #증오의시대광기의사랑#플로리안일리스#문학동네#북클럽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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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엄마는 어린 시절 놀이동산에서 동생 '소이'를 잃어버렸다고 합니다.  실종의 상황이 길어지던 어느 시점에 제과 회사에서 딸기 맛 웨하스에 '소이'이모의 사진을 광고로 내면서 '메리 소이'가 됩니다. 

선의를 그다지 가장하지 않은 홍보를 통해 '우리' 집은 딸기맛 웨하스 컨셉으로 단장을 하게 됐고, 

'메리 소이'들의 방문이 이어지게 됩니다. 

이상하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대체로 '메리 소이'가 컸다면 이런 모습이지 않을까 하는 모습들로 엄마를 찾아왔던 이들은 어느 정도 과장된 친밀감을 보이다가 떠나갑니다. 

다 큰 나이에도 인형 '미사엘'을 손에서 놓지 않는 '나'는 삼촌과 하나뿐인 친구 '마로니'(본 캐릭터는 드라마 작가 마영희)와 그저 별일 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는 것 같았습니다. 

아나무스씨의 패턴 수업에 다니는 것을 시작으로 '나'는 움직이는 영역이 조금씩 늘어납니다. 

마치 오지 않을 '고도'를 기다리듯 '메리 소이'를 기다리던 '나'의 가족들의 삶은 조금씩 변해가며 계속 이어지고, 나도 '당신들 같은' 평범하게 시간을 보냅니다. 


이 작품에서 이야기하는 사건들은 이상하지만, 촘촘합니다. 진짜 엄마의 동생인 '소이' 대신 문을 두들기는 '메리 소이'들의 행렬에서 마지막으로 찾아온 '제리미니베리'를 맞이하며 가족들은 '기다림'을 끝냈다고 할지, 더이상 '메리 소이'를 언급하지 않는 것만으로도 해방감을 느낍니다.  

'내'가 세상으로 나가기 시작했을 때 만나게 된 '마로니'의 이야기도 인상적입니다. 더할 수 없이 독특한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드라마 작가로 등장하는 '공식적인 자리'에서는 더 할 수 없이 수수하고 눈에 띄지 않는 차림으로 사람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각인 시킵니다. 

삼촌과 마로니와 나의 행복한 시간은 영원하지 않았고, 나는 이제 물건들을 팔며 '돌아오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을 기다립니다. 


어떤 '기다림'에 대해 반복적으로 언급되고 있어서 '메리 소이'가 이 가족들에게는 '고도'가 아닐까 했는데, 직접적으로 '고도를 기다리며'가 언급되어 반가웠습니다. 


이상하고, 조금은 쓸쓸했던 이 작품은 사실 디테일은 재미있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메리소이를 기다리며 찬찬히 읽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읻다출판사#넘나리2기#메리소이이야기#송미경장편소설

그건 뭐 아무래도 괜찮았다. 이미 우린 누구도 그 긴 이름의 순서를 바꾸거나 혼동하지 않았다. 그리고 우리에겐 메리 소이라는 지긋지긋한 기 다림이 끝난 것, 그래서 그 이름을 입에 올리지 않게 된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 P47

파괴적인 일을 하거 나 아무 일도 안 하는 것보다는 좋은 일이 확실했고 시간을 좀 더 빨리 허비하기에도 좋았고 아나무스 씨의 알아들을 수 없는 발음으로 수업을 듣는 것도 꽤 괜찮았다. - P75

이렇게 글로 적고 보면(문장이란 대부분 제정신의 산물일 테니)
황당하지만 삶에서는 이상한 게 아니었고 오히려 흥미로운 것이었다. 온 세상에 말도 안 되는 일이 수두룩 한데 달걀껍데기의 균열로 점괘를 읽어내는 것이 왜 말이 안 되겠는가! - P108

YES와 NO 둘 중 하나로 인생을 정해주는 방식에 사람들은 만족해했다. 그들의 인생이 너무 복잡했기 때문에. - P110

당연해서 그러는 거였다. 내가 엄마에게 당연하듯 아빠가 엄마에게 당연하듯. 엄마에겐 제리미니베리가 당연했다. - P145

"누가 뭘 하든 내버려두는 집,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집, 때리거나 욕설하지 않는 부모, 그렇다고 괴상하리만큼 화목하거나 가족주의에 빠져 있지도 않은 가족구성원. 이것은 그야말로 정원과 같은 거지." - P151

마음의 무게는 기억을 조작한다. 우리가 함께한 시간에 곱하기를 하는 것이다. 나와 내 동생의 시간이 모두 통편집된 것은 우리가 함께한 시간 중에 의미 있는 일이 없었기 때문이다. - P155

그리고 어떤 날엔 그런 생각을 한다. 영원히 돌아올 수 없는, 이미 세상을 떠난 사람들이 올 것 같다고. 다시는 원더 타운에서, 합정에서, 구반포에서, 그리고 어디에서도 만날 수 없는 사람이 발소리를 내며 걸어올 것 같다고. - P166

나는 마로니의 죽음에 대해 말할 준비가 되어 있지 않다. 다만 내 삶 어딘가에 영원히 열 수 없는 문이 하 나 생긴 기분이다. - P195

내가 메리 소이를 기다렸건 기다리지 않았건 메리 소이를 끝없이 기다리고 살았던 것은 내 삶에 굉장한 안정감을 주었다고. 늘 변하지 않을 한 가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정말 괜찮은 일이었다고. - P200

그리고 언젠가 내게 한 번은 이상한 일이 생기리라고 생각한다. 전혀 우스꽝스럽 지 않은 장엄한 풍경을 만날 것이다. 그러면 나는 그런 소설, 우리 동네 사람 모두가 동시에 날아올라도 아무 도 이상하다고 생각하지 않을 소설을 쓸 것이다. - P2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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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의 절반 읻다 시인선 15
프리드리히 횔덜린 지음, 박술 옮김 / 읻다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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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무라카미하루키의 에세이에서 '피츠제럴드'를 '문학사에 나오는 작가로 생각하고 있었다'(이윽고 슬픈 외국어)는 취지의 문장을 보고 피식 웃은 적이 있습니다. 

제게는 #횔덜린이 그런 작가들 중 한 사람 입니다. 학부 때 수강한 '독일문학사' 수업에서 외워야할 수 많은 작가 중 #쉴러의 시대 어딘가에서 배운 기억은 있는데 직접적으로 작품을 찾아 읽지는 않은 그런 작가입니다. 

지난 번 #넘나리2기 책으로 받은 은유 작가의 인터뷰집 #우리는순수한것을생각했다에 실린 #박술 번역가의 번역서가 읽어보고 싶었는데 마침 선택지에 있어 이 시집을 선택했습니다. 

저는 시집을 잘 읽는 편은 아닙니다. 그래서 시집 앞 부분(1부 완결작 과 2부 찬가)이 잘 읽히지 않아 시인의 생애와 작품에 대해 설명한 #옮긴이의해제 부터 읽었습니다. 그동안 해 보지 않던 시도였는데 많은 도움이 됐습니다.   

생의 절반을 치열하게 생각하고 시를 써 내던 시인은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탑 속의 광인'으로 다른 생의 절반을 살아갔습니다. 이 책의 3부 파편들을 거쳐 최후기에 쓴 4부 메아리들까지 광인으로 살며 쓴 작품들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횔덜린이라고 하면 떠올리게 되는 #고전주의및낭만주의시인 이라는 이미지를 떠나 #현대성을 알리고 싶었다는 것이 번역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 구분들이 쉽게 와 닿는 것은 아니지만, 책장을 넘길수록 분위기가 급격히 바뀌는 것은 시를 잘 모르는 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특히, 독일어 원문을 함께 볼 수 있게 한 편집이 정말 좋았습니다. 물론, 읽는 즉시 바로 비교를 할 정도의 실력은 아니지만, 이 문장을 번역가는 이렇게 우리말로 표현 했구나 하는 걸 찾아 볼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책의 표제작인 #생의절반이 품고 있는 복잡한 감정이 쓸쓸하게 다가와서 인상에 강하게 남았습니다. 

그리고 4부 메아리들의 짧은 시들도 좋았습니다. 


이렇게 #횔덜린의 시들을 읽어볼 수 있는 기회를 얻게 된 점이 가장 좋았습니다.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생의절반#횔덜린시집#박술옮김#넘나리2기#읻다출판사

가엾어라, 겨울이 오면
나는 어디에서 꽃들을, 또
햇볕을, 그리고 어느
대지의 그림자를 취하면 좋으랴 (생의 절반) - P95

마치 안식일 처럼, 한 해는 끝나네(겨울) - P299

한 해의 시작은 마치 잔치가 열린 듯하고,
인간은 가장 귀하고 좋은 것으로 삶을 짓는다(봄) - P3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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