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벨 이렌 네미롭스키 선집 6
이렌 네미롭스키 지음, 채단비 옮김 / 레모 / 202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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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60대에 접어들었지만 전혀 그 나이로 보이지 않는 글라디스  아이제나흐가  ‘애인으로 의심 되는‘ 20대 대학생 베르나르를 살해했는지에 대한 재판 장면으로 시작됩니다.

과연 이 ’아름다운‘ 여인은 어쩌다 흉악한 범죄의 피고인이 된 건지 궁금해 집니다.   피고는 마치 모든 것을 포기한 듯 자신이 살해 했음을 자백합니다만 이유에 대해서는 어떤 억측을 들이 밀어도 함구 합니다.

이상한 점은 모든 증인들이 피해자가 ‘연인’으로 보이지는 않았다는 취지의 증언을 이어갑니다. 대체 두 사람은 어떤 관계였던 걸까 점점 미궁입니다. 

장면이 바뀌며 십대 끄트머리를 지나고 있는 ‘젊은‘ 글라디스가 등장합니다. 사교계의 파티에서 소녀는 자신의 ’젊은‘ 아름다움이 권력이 될 수 있음을 깨닫게 됩니다. 

두 번째 남편 리샤르 아이제나흐가 갑자기 사망한 뒤 그녀는 ‘어린 딸을 둔 아름다운 미망인’인 자신의 이미지를 구축해 나갑니다. 그녀에게 딸의 성장은 달갑지않았습니다. 자신의 이미지를 위해 딸은 연약한 소녀에 머물러 있어야 했습니다.  그런 그녀의 확고한 신념이 모녀에게 불러온 불행은 참담 했습니다만 글라디스는 자신의 신념을 계속 몰아붙입니다. 

1차 대전 종전 후에도 그녀의 삶은 그렇게 나름 평온하게, 약혼자 몬티 백작과의 관계를 지속하기 위해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긴 했지만 그런대로 흘러가는 듯 보입니다. 

베르나르를 만나기 전까지는 말입니다. 과연 그는 누구였을까요? 

글라디스에게 중요했던 건 ‘젊음을 움켜 쥐고 있는 아름다운 자신’이었으리라 생각 합니다. ‘어머니’라는 이름의 신화를 이렇게 조각조각 해체해내는 것이 이 작가의 눈부신 재능같기도 합니다. 

그래서 작품 끄트머리에 ‘제자벨’(구약성서 열왕기에 등장하는 이스라엘 왕 야합의 왕비 ‘이사벨’이 프랑스어로 발음한 것. 파멸을 부르는 악녀의 대명사로 일컬어진다.)

이렌 네미롭스키는 아직 읽은 책이 몇 권 되지않아서 기쁘지만, 남아 있는 책도 그다지 많지는 않아서 항상 안타까운 작가 입니다.


#제자벨_이렌네미롭스키 

#레모출판사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글라디스가 원하는 것은 나약하고 병든 아름다움이 아니었다.

나이가 들어도 의연한 아름다움을 원했다. 진정한 젊음의 광채와 그 젊음이 선사하는 뻔뻔스러울 만큼 당당한 승리가 필요했다. 가장 허름한 행색의 행인조차 가던 길을 돌아볼 때 글라디스는 마음의 안정을 느꼈다. - P124

자신이 강하고 유연하며 젊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할 수만 있다면 글라디스는 불을 건너고 바다 위를 걸을 수도 있었다 - P2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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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놀로지 - 우리의 세계는 스크린으로 연결되었다
이현진 지음 / 을유문화사 / 2026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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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스크리놀로지라는 용어는 생소한 듯 하기도 하고 어딘가 익숙한 것 같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우리의 세계는  스크린으로 연결되었다'는 문장이 현재 우리가 처한 상황을 나타내주고 있어서 어떤 책인지 궁금했습니다. 

스크린=영화 라는 공식이 존재했던 시기가 있었지만 지금은 우리의 생활에서 이 '스크린'을 제외한 공간을 상상하는 것 조차 어려울 정도입니다. 이 책은 미디어 아티스트인 저자가 자신의 창작의 장이기도 하고, 도구이기도 한 그 '스크린'의 기원과 책의 제목인 '스크리놀로지'의 성립 및 현재 N스크린의 시대를 고찰하고, 기술 발전이 가져온 '스크린'의 놀라운 변화를 실제적인 예를 통해 제시합니다.  '스크린'이라는 용어의 기원부터 펼쳐지는 세계는 매우 생경했습니다.  다소 어려운 부분이 없지 않았던 1부의 경우 복잡다단한 '스크린'의 개념도 그렇지만 그 '스크린'을 매개로 인간이 보는 것 혹은 보여지는 것에 대한 이야기가 인상에 남습니다. 특히, 스크린에 펼쳐지는 시.공간과 현실의 시.공간의 격차 또한 그다지 인식하지 못했던  사실이라 꽤나 놀라웠습니다. 실질적으로 기술의 발전과정과 그 기술의 발전이 바꿔놓은 사회적. 문화적 변화에 대해 서술하고 있는 2부는 좀 더 현실감 있게 와 닿았습니다. 눈부신 발전 속에서 현재 인류는 좀 길을 잃고 있는 것 아닌가 하는 걱정도 됩니다. 저자가 작은 창에 매몰된 사회(p.330)에서 경고하듯이 우리는 그 '작은 창'에 매몰되고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 매끄럽고 세련된 사회에서  '매끄럽지 않은 삶'( p.337) 을 살고자 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생각됩니다. 

이처럼 스크린은 관객에게 몰입감(참여하거나 소속된 느낌)을 제공하면서도, 완전하고 물리적인 함께함이 종종 거절된다는 점에서 소외감(제한되거나 배제된 느낌)또한 전달한다. - P119

알고리즘에 의해 추천되는 콘텐츠는 우리의 관심을 끌 수는 있어도, 우리를 진지한 사고나 성찰로 이끌지는 않는다. 오히려 그것들은 우리가 스스로 생각하고 사색하며 자신과 마주하는 소중한 시간을 빼앗고 있다는 점에서 문제적이다. - P335

본격적으로 도래한 인공지능 시대에 진정한 경쟁력은 어떤 것을 깊이 읽고 그들을 조합하여 의미 있는 질문을 끄집어내는 능력에 있는 것이다. 이는 단단한 지식과 문해력, 사유의 힘이 없다면 성립될 수 없다. - P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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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의 아이들 꿈꾸는돌 39
정수윤 지음 / 돌베개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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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역에 끌려가던 두 아이가 감시가 소홀한 틈을 타고 차례로 트럭에서 뛰어내립니다. 약속 한 것도 아니고, 한 아이가 먼저 자신의 탈출을 알리고 바로 감행하고, 뒤 이어 화자인 '나'도 뒤따릅니다. 

축구를 좋아하는 여느 소년처럼 '소니'(손흥민선수)를 좋아하고, 축구에 제법 재능도 있고, 집안도 좋아서 걱정이 없었던 것 같은 소년은 어느날 밤 갑자기 어머니와 탈출길에 오릅니다. 

이 이야기는 '바다'를 찾아 나선 '여름', 저 너머 어딘가 '자유로운 세계'를 찾아 나선 '설'과 도중에 어머니와 헤어져 갈길을 잃고 낯선 나라에서 살아남으려 애를 쓰는 '광민'의 이야기입니다. 

생각해 본 적 없는 환경과 너무 흔한 명제라서 그만큼 생각하지 않게 되는 '거기 사람이 있다'라는 말이 무척 아리게 다가옵니다. 숨막히는 탈출과정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과 쌓여가는 걱정. 뭣보다 '살아서' 도달하고 싶은 목적지. 아직 어린 세 사람의 어깨가 부서질듯 무거워 보입니다만, 그럼에도 꿋꿋하게 버텨내는 모습에 가슴이 뭉클해 집니다. 

'과연 이럴까?' 싶은 이야기들도 있지만, 사람 사는 곳에 정말 '있을 수 없는 일'은 없다는 이야기를 떠올려 봅니다. 

갖은 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좀 판타지 같기도 하지만, 이 세 아이들의 이야기를 쫓아가다 보니 자신들이 찾는 그 '바다'에 다다를 수 있기를 빌게 됐습니다. 

작품의 빠른 속도감 만큼이나 술술 읽힙니다. 다만, 책장을 덮은 뒤 경계에 선 이들의 이야기에 대한 감상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의 시간이 좀 길었습니다. 


 '사랑하지도 않으면서', '아버지와 살면', '게다를신고 어슬렁 어슬렁', ' 장서의 괴로움' 그리고 '조선으로 간 일본인 아내' 등 일본문학을 번역하는 번역가로 만나서 '날마다 고독한 날'의 수필가로 그리고 장편소설 #파도의아이들의  작가로 항상 새로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정수윤작가님의 새로운 작품을 기대합니다. 


#도서를제공받았습니다

#파도의아이들#정수윤#돌베개#돌베게청소년도서#디아스포라문학

하긴 우리는 모두 뼈만 남았고, 엄마는 잃은 거나 마찬가지다. - P7

철썩철썩 파도가 내게로 왔다가 다시 멀어지는데, 수면 위에 부서지는 햇살만큼은 오지도 않고 가지도 않고 변함없이 제자리에 반짝여. - P55

결정적인 순간엔 언제나 머리보다 몸이 먼저 반응한다. 내 머리는 혼돈에 빠져 있을지 몰라도 내 몸은 내가 가야할 곳을 알고 있다. - P77

이 작고 귀여운 도마뱀도 이토록 살고 싶어 하는구나. 살아야겠다고 아우성을 치는구나. - P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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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츠먼의 변호인 묘보설림 17
탕푸루이 지음, 강초아 옮김 / 글항아리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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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북클럽 티저북 서평단 작품입니다. 


타이완(대만)의 변호인이면서 소설가, 극작가와 영화감독 등 다재 다능한 작가 탕푸루이의 소설입니다. 

대만에서는 작가가 직접 드라마로 만들어 방영됐다고 합니다. 


중화민국 71년(1982년) 바츠먼의 어부 퉁사오중이 일으킨 '해안가 살인미수 사건'으로 시작됩니다. 

다행히 피해자들이 목숨을 부지 했고, 술에 취한 점, 친족들이 사고로 목숨을 잃은 충격 등이 심신미약으로 인정되어 퉁사오중은 10년 수감생활을 하게 됩니다. 어린 퉁바오쥐는 친족이나 다름없었던 마을사람들의 돌변한 모습을 보고 바츠먼을 반드시 떠나겠다 결심하고, 대체로 그 지역 아이들이 성장하면서 아버지들의 직업인 어부를 물려받는 것과 달리 대학에 진학합니다. 그리고 마침내 그 곳을 떠납니다. 

그 후 20여년의 시간이 지났고, 이제 민간변호사로의 전직을 앞둔 퉁바오쥐 앞에 떨어진 건 '해안가 살인사건'으로 인도네시아 출신의 스무살 청년이 선장 가족을 피습한 사건입니다. 그의 사무실에서 연수를 하며 군복무를 채우고 있는 렌진핑의 눈에 비친 퉁바오쥐는 그냥 '썰렁한 농담'을 좋아하는 중년 아저씨일뿐, 사건에 대한 열의도 없어보입니다. 

대선을 전후해 재임이 걸린 총통 쑹청우와 법무장관 천칭쉐 그리고 총통의 비서관 장더런은 매우 민감하고 복잡한 '사형제도 폐지'에 대해 논의를 이어갑니다. 법무장관인 천칭쉐는 어쨌든 시간을 들여 이 제도를 폐지하고자 합니다만, 선거와 여러가지 복잡한 정치적 문제가 얽혀있어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게다가 최근 발생한 살인사건의 용의자가 이주 노동자로 국민들이 눈에 불을켜고 지켜보고 있는 상황입니다. 이 사건의 국선변호사가 바로 퉁바오쥐입니다. 

세상만사 관심없고, 그저 농구만 들여다보고 있었던 것 같은 그가 공판 첫날 피고의 통역을 맡은 천이촨의 자격을 문제삼아 공판을 연기 시키며 사건은 다른 국면을 맞게 됩니다.


대만의 모든 문제들이 집약되어 있는 이 재판이 어떻게 전개될지, 아직 첫 등장만 보여준 각각의 인물들이 어떤 역할을 할지 그리고 웬수 같이 으르렁대는 퉁바오쥐 부자가 화해는 하게 될지 물음표 산처럼 쌓였는데 티저북이 끝났습니다.  


#바츠먼의변호인#탕푸루이#글항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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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오의 시대, 광기의 사랑 - 감정의 연대기 1929~1939
플로리안 일리스 지음, 한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4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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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1913세기의여름 에 이어 저자 #플로리안일리스는 양대 대전 사이 유럽이 들끓고 있던 1929년부터 히틀러가 집권하고 다시 전쟁이 발발하게 되는 1939년까지를 다루고 있습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사르트르,#보봐르, #마를레느디트리히#막스에른스트 #토마스만 등 이름만 들어도 알만한 시대의 리더라고 할지, 당대의 스타들의 이야기들을 발굴하여 보여주고 있다는 점입니다. 사실 가장 재미있는 건 ‘남의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다 가짜’인 소설에 열광하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과연 이렇게 살았을까 파격적으로 보이기도 하고, 사람사는 게 다 비슷하구나(설령 유명인 일지라도) 싶은 부분도 있습니다. 의외의 인맥(?)을 발견하는 재미도 있습니다. 정보가 부족하거나 관심이 없는 분야라 초면인 인물들도 많습니다만 ‘찾아보는‘ 재미가 있습니다. 이 개인들의 작은 역사가 모여서 다시 큰 흐름을 볼 수 있습니다. 최근 본 영화 #존오브인터레스트에 등장했던 베를린의 #오라니엔강제수용소가 언급되어 그 실체를 알게됐습니다. #광기의사랑이란 제목처럼 온전히 이해할 수 없는 부분들도 눈에 띕니다만 그게 ‘이해’의 영역은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티저북이라 약간 ’비어있는 부분‘도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어제 (6월10일) #증오의시대광기의사랑이 발간됐으니 새책을 다시 찬찬히 읽어봐야 겠습니다.
#티저북을제공받았습니다 #증오의시대광기의사랑#플로리안일리스#문학동네#북클럽문학동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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