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트] 아메리카나 1~2 - 전2권 - 개정판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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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작품은 아주 단순하게 말하자면 이페멜루의 이야기입니다. 그녀를 중심으로 오빈제, 우주고모, 디케 그리고 다른 친구들의 이야기가 시간을 넘나들며 진행됩니다.
어쩌면 우리도(혹은 저도) 비슷한 제3세계 사람으로 '미국' 혹은 '영국' 등  '서구 세계'에 대한 막연한 동경을 내면화 하면서 성장한 것 같습니다.  요즘은 워낙 많은 정보가 흘러넘치고 있어서 막연한 동경은 안하겠지요. 이페멜루가 성장한 라고스의 분위기라면 가능하다면 미국이든 영국이든 꼭 가고자 했을 것 같습니다.
미국에서 이페멜루가 겪은 경험들은 충격적으로 다가왔습다. 지난 8월 20일에 있었던 특강에서 작가도 말했듯이 자신의 나라인 '나이지리아'에서 '흑인' 에 대해 생각해 본 적도 없었지만, '미국'에 발을 딛는 순간 '흑인'이라는 인종으로 규정지어졌다는 이야기는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그녀와 사랑에 빠지는 인물들, 친절하고 상냥한 부자 백인 커트와 신사적이고 행동하는 지성이며 미국인 흑인 예일대 교수인 블레인이 차지하고 있는 계급 혹은 위치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커트의 세계에서 이페멜루는 눈에 띄는 어떤 것, 귀하지만 동등하게 위치하지는 않는 무엇처럼 겉돕니다.  자신들은 이성적이고 진보적인 사람들이라는 허세가 지배하는 블레인의 세계에도 그녀는 안착하지 못합니다. 
이페멜루가 블로그에 쓰는 글에  작가의 생각이 고스란히 담겨있는 것은 아닌가 생각했습니다.
비미국인 흑인, 미국인 흑인 , 미국인 백인, 미국인 다른 인종 등 갈래도 여러가지이지만, 비미국인 흑인인 이페멜루의 시선에서 관찰되는 그들의 문화와 행동들은 한편으로 공감이 가기도 하고, 충격적이기도 하며 서늘해 지기도 합니다. 이 작품의 매력적인 부분이면서 어렵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라고스로 돌아온 후 이페멜루는 잡지사에 취직합니다. 그러나 그녀가 하고자 했던 대부분의 일은 상사와 동료에게 차단 당하고 '미국인 같이 굴지말라'는 핀잔이 듣게 됩니다.  라고스의 사회는 아직 이페멜루의 제안을 받아들일 생각이 없습니다. 그래서 그녀는  회사를 그만두고 자신의 블로그를 만들어 간다. 다른 방식으로 삶은 계속됩니다. 
"그래도 그녀의 마음은 평화로웠다. 고향에 돌아와서. 블로그를 쓰고 있어서. 라고스를 다시 발견해서. 그녀는 마침내 자기 자신을 완전히 존재하게끔 만들었던 것이다. (아메리카나2.  p.405)"
 종종 발견하게 되는 특징적인 문장들이 있습니다. 어떤 장면에서 앞으로 인물들이 이 장면을 어떻게 기억하게 될 것이다라는 서술은 재미있었습니다. 그런 문장을 읽은 다음에는 그 장면을 계속 생각하게 되는 효과를 노리지 않았을까 했습니다.  쉽게 볼 수 없었던 형식이고, 인물들이었습다. 여전히 그들의 사랑에는 이해가 안 되는 부분이 많습니다. 그러나 이 작품을 읽은 덕 분에 알 수 없었던 세계를 조금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흑인 여성의 머리 스타일에 대한 이야기가 여러가지 각도에서 매우 세세하게 이루어집니다.

이야기의 시작 또한 흑인 전문 미용실에서 머리를 땋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너무 당연하게 여겼던 '곧은 생머리'가  얼마나 좁은 생각인가 하는 것을 절감했습니다.

 

  

 

너는 무얼 하든 네가 하고 싶어서 하지. 남들이 한다는 이유로 무조건 따라 하지는 않을 사람으로 보였거든.(1권) - P107

이페멜루가 방종한 룸메이트의 따귀를 때리려고 했던 이유는 군침 흘리는 개가 그녀의 베이컨을 먹었기 때문이 아니라 그녀가 세상과 전쟁 중이었기 때문에, 아침마다 얼굴 엇는 적의 무리를 상상하며 멍든 가슴으로 잠에서 깼기 때문이다.(1권) - P253

하지만 그들은 아무것도 선택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져다주는 억압적인 무기력으로부터 탈출하고 싶은 욕구는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2권) - P87

"당신이 인종이 문제가 안 됐다고 말하는 유일한 이유는 당신이 그랬길 바랐기 때문이에요. 우리 모두 바라죠. 하지만 그건 거짓말이에요. 저는 인종이 문제가 되지 않는 나라에서 왔어요. 한 번도 스스로 흑인이라고 생각해 본 적이 없었는데 미국에 와서 흑인이 됐죠."(2권) - P109

그래도 그녀의 마음은 평화로웠다. 고향에 돌아와서. 블로그를 쓰고 있어서. 라고스를 다시 발견해서. 그녀는 마침내 자기 자신을 완전히 존재하게끔 만들었던 것이다(2권) - P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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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일기 - 우리가 함께 지나온 밤
김연수 지음 / 레제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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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십 년 동안 쓴 글을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묶어 내는 지금, 어떤 글이 내가 쓴 글이고, 어떤 글이 저절로 쓰여진 글인지 구분할 수 없다. 이렇게 또 하나의 시절에 마침표를 찍는다.(p.9)

그러니까 저자가 10년 동안 쓴 글을 묶은  책입니다. '일기'라고 생각했을 때 보통 떠올리는 글과는 조금 다릅니다. 어떤 시간을 메우는 행위로 '읽고 쓰기'를 선택했다고 이야기하지만, 저자가 작가가 되기 이전부터 쌓아온 그 시간들은 결코 가볍지 않을 것입니다.

그런 무게감이 오롯이 느껴지는 책이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은 할말이 너무 많아서 정말 곤란합니다. 정리가 안되지만 정리하자면 특히 제 마음에 울린 지점은 아래와 같습니다. 뭐, 거의 다 입니다. 
 

  * 일기 쓰기: 보여줄 목적도 남겨둘 목적도 아닌 그냥 '뭔가를 쓰는 행위'

  * 세월호: 우리 모두의 상처, 이런 세상이라니, 그러나 진실의 반대는 망각!

                 기억해야 한다.

   * 깊은 독서: 글만 쫓아 읽는 것이 아니라 그 뒤에 숨겨진 세계,

         작가가 숨겨둔 세계도 볼 수 있어야 함

  * 사랑의 단상(롤랑바르트)

  * 인생무상: 다녀가는 존재

 

   * 문학이 애도할 수 있는 한계

   * 텍스트안에서의 사고: 읽고 쓰기

   * 그럼에도 중요한 비문자적 요소

   * 종이책과 전자책

   * 화가의 시선과 일반인의 시선: 관점의 차이. 경험의 차이

   * 그외의 여러가지 학술적인 글

   * 그리고 짧은소설

   * 개인의 삶과 역사의 연속성


단연 인용하는 참고문헌들이 무척 매력적입니다. 그래서  일일이 표시를 하면서 읽었습니다. 그렇지만 과연 정리를 할 수 있을까 걱정이 됐습니다. 이런!  한 페이지에 ‘참고문헌’ 목록이 정리되어 있는 겁니다. 
이 얼마나 친절한 책인지..라는 생각도 잠시.  세상에 아직 읽지 못한 책, 읽고 싶은 책 그리고 읽어야 할 책이 이렇게 많다니..다 읽는 다는 건 정말 야무진 꿈일 것 같습니다. 
....
타자의 고통앞에서 문학은 충분히 애도할 수 없다. 검은 그림자는 찌꺼기처럼 마음에 들러붙어 떨어지지 않는다. 애도를 속히 완결지으려는 욕망을 버리고 해석이 불가능해 떨쳐버릴 수 없는 이 모호한 감정을 받아들이는게 문학의 일이다. 그러므로 영구히 다시 쓰고 읽어야 한다. 날마다 노동자와 일꾼과 농부처럼, 우리에게 다시 밤이 찾아올 때까지.(p.49)

이 세계는 늘 그대로 거기 있다. 나빠지는 게 있다면 그 세계에 비친 나의 모습일 것이다. 오랫동안 나를 괴롭혔던 의문은, 그렇게 해서 마침내 해결의 실마리를 찾게 됐다.(p.143)

이 인생에서 내가 제일 먼저 배웠어야 하는 것은 '나'의 올바른 사용법이었지만, 지금까지 그걸 가르쳐주는 사람은 없었다. 그걸 모르니 인생은 예측불허, 좌충우돌의 연속이었다.(p.153)

소설은 꿈과 같은 것이라, 글로 쓰여지기 이전의 실제 이야기가 없다. 대신 꿈이 해석되어야 하듯 소설 문장들은 모두 해독한 독자에 의해 한 번 더 해석되어야만 한다.  작가는 독자의 이 능력을 믿기 때문에 터너와 마찬가지로 해석될 것을 염두에 두고 글을 쓴다. (p.233)

우리는 움직이는 한 자신이 소망하는 바를 실현할 수 있다고, 여기에는 조금의 의심도 없습니다.(p.29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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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하고 게으르게
문소영 지음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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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관속 비밀도서관'으로 익숙한 문소영 기자의 에세이 입니다

최근 에세이가 나온다고 해서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감상적이지 않은 담백한 에세이'라고 쓰다가 문득 '감상적인 것'이 꼭 나쁜가 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저는 저자의 담백한 문체를 좋아합니다.

무엇에 대해 어떤 할 이야기가 있다는 것은 작은 감상혹은 한 조각의 감정이 깃들어 있어서 가만히 있지 못하고 이야기하거나 글을 쓰는 것 아닐까 합니다. 마음이 간다는 건 그런 의미라고 생각했습니다.

이 책에서는 ‘1부 게으르게부터 마지막‘6부 행복하게까지 여러가지 이야기들을 풀어 놓습니다.  

편하게 앉아서 친구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기분으로 시작했는데, 듣다 보니 허리를 곧게 펴고 자세를 바르게 하고

경청 아니 정독을 하고 있는 저를 발견하고 웃었습니다.

 

특히 프랑스 화가 질베르의 <커피 한잔>에 대한 설명은 그림을 보기 전부터 인상에 남았습니다.

 

주부나 가정부인 듯한 여인이 앞치마를 두른 채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신다. 의자에 등을 붙이지 않았다. 커피를 마시고 얼른 다시 일을 시작해야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지금 이 순간은 온전히 커피에게 바쳐진 시간이다. 그는 김이 모락모락 나는 커피잔에 고개를 수이고 있다. 그 짙은 갈색 수면을 바라보며 그 향기를 온전히 들이마시고 있다. 그의 얼굴에 미묘한 기쁨이 감돈다. 어떤 자의식도 없이 커피에 집중하며 바쁜 일상에서 커피 한 잔이 주는 순수한 쾌락에 빠져 있는 것이다. 그 어느 그림보다도 짙은 커피향이 느껴지는 그림이다. (p.35)

바로 다음 페이지에 이렇게 설명한 그림이 나와서 깜짝 놀랐다. 정말 그림에서 커피 향이 나는 것 같았습니다.

소설에 비해 에세이를 많이 읽어본 건 아니지만 큰 주제를 뚜렷하게 구분하는 경우가 많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새로웠고, 던지는 주제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깊이 읽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늘 한 발은 담그고 있던 수전 손택과 작년부터 읽기 시작한 어슐러 르귄의 인용은 매우 반가웠습니다.

볼 기회가 있었으나 미뤄두었던 영화, 처음 알게 된 책과 그림 그리고 화가. 나름 큰 수확입니다.

책을 덮으면서 왠지 아직 이야기가 마무리되지 않은 건 아닐까 생각했습니다.  그래서 저자의 다음 에세이가 기다려집니다.

 

--

즉 예언이 단지 미래에 일어날 일을 미리 말하는 것뿐만 아니라 예언이 말해지는 순간 미래에 영향을 미치는 힘이 있다고 믿는 것이다. (p.42)

우리는 점점 그것에 무감각해지고 더 끔찍한 것을 구경거리로 찾는 비극을 초래할 수 있다. (p.74)

코치에게 분노의 댓글을 날리는 일은 쉬운 정의감 충족이지만, 사회 변화의 비용을 감내하는 것은 어렵고 큰 정의를 실현하는 길이다.(p.78)

사회적 차원에서의 자유와 선택의 공허함에 대한 문제, 자본이 없고 선택을 학습할 기회를 갖지 못한 사람들에게 자유가 주어져 있는데 왜 못해라고 하는 문제는

사회제도로 보완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다.(p.192)

우리 주변에는 언제나 거기 있는 것이 당연하다고 여겨지는 것들이 있다. 우리는 그 당연하 것들에 대해서 냉담하다..그래서 그 당연한 것들은 슬퍼하면서 우리를 떠나버리는 것인지도 모른다.”(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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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히비스커스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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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색 히비스커스가 있어?’ 처음 책 제목을 봤을 때 생각했습니다.
작가가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라서 주인공의 인생에 큰 변화가 있을 것이라는 섣부른 짐작도 했습니다.

 

 '우리 집이 풍비박산 난 건 오빠 자자가 영성체를 하지 않아서 아버지가 집어 던진 무거운 미사 경전이
-중략-
장식장의 도자기 인형들을 박살 냈을 때부터였다.(p.11)'

라는 도입부분부터 아주 극적인 전개를 기대했던 것 같습니다. 그러나 몇 번의 큰 사건 외에 이들의 변화는 더할 수 없이 잔잔하게 진행되어갑니다. 
술술 읽히는 문장과 이야기가 전개 될수록 가슴이 꽉 막혀왔습니다.

 

'안 그래도 아버지의 칭호는 '고장을 위해 일하는 자' 오멜로라가 아니던가.(p.75)'
라고 할 정도로 아버지의 힘은 막강합니다. 반항이란 건 꿈도 꾸지못할 만큼 말입니다. 
그러나 크리스마스에 이들을 방문한 이오페마 고모를 만나면서 조금씩 변화를 맞습니다.

 

 '위층 식당에 불쑥 들어오는 고모를 보고 나는 당당한 조상( 祖上)을 상상했다. 집에서 만든 단지에 물을 떠 오기 위해 몇 킬로미터를 걷고, 아기들이 걷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키우고, 햇볕에 따뜻해진 숫돌에 간 대도로 전쟁에서 싸우는 조상님.'(105)

아버지의 '일과표' 없이 명령을 어기게 되는 상황에 강한 불안감을 느끼지만, 조금씩 다른 속도로 고모의 생활에 적응해가며 두 사람은 ‘특별한자유’라기 보다는 지금까지 박탈당했던 ‘당연한 권리’를 누리는 법을 배우고 그 시간이 없었던 시간으로 돌아갈 수 없게 됩니다. 
시끄럽고 소란스러운 고모와 사촌들의 말 소리가 일상처럼 느껴질 때쯤 불안한 정치상황은 이들에게도 영향을 미칩니다. 며칠 동안 더 주어진 자유 끝에 돌아온 체벌은 가혹합니다. 그러나 이 사건으로 완벽해 보였던 아버지의 세계에 작은 균열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그는 웃으면서, 나는 너희가 스스로 생각하는 것보다 더 높이 뛸 수 있으리라 믿었다고 말했다. 그리고 방금 너희가 내 생각이 맞았음을 증명하지 않았냐고 했다. 
그 때 나는 이페오마 고모도 사촌들에게 똑같이 해왔음을 깨달았다. 엄마가 자식한테 어떤 식으로 말하고, 무엇을 기대하는가를 통해 그 애들이 뛰어넘어야 할 목표를 점점 더 높였다. 아이들이 반드시 막대를 넘으리라 믿으면 항상 그랬다. 그리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오빠와 내 경우는 달랐다. 우리는 스스로 막대를 넘을 수 있다고 믿어서 넘은 게 아니라 넘지 못할까 봐 두려워서 넘었다.(p.274)' 아마디 신부를 통해, 이오페마고모와 아이들을 통해 자자와 캄빌리는 다른 세계에 발을 디딘 것입니다. 
캄빌리가 피신할 수 있었던 새로운 세상이 사라져가고 있는 상황에 망연자실해 있을 무렵 
전화 한 통으로 모든 상황이 급변합니다. 이제 가족 모두의 삶이 전체적으로 요동칩니다.
변화를 앞두고 있을 때마다 오빠 자자는 희망을 붙잡는 것 처럼 '보라색 히비스커스'가 피고있다는 사실을 상기합니다. 
이제는 미래에 대해 이야기할 수 있다.(p.364)

 

저는 아디치에의 글을 좋아합니다. 번역의 역할이 굉장히 크겠지만 말이죠.  
나이지리아 전통 복식이라던가 문화를 잘 몰라서 생경한 단어들은  어쩔 수 없지만 내용에 잘 녹아 있어서 좋습니다. 
그 곳의 인물들이 살아가는 세상을 눈에 보는 듯합니다. 
책을 받았을 때, 크기는 금방 읽을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만 내용이 촘촘히 들어가 있어서
시간이 제법 걸렸습니다.  밥을 천천히 꼭꼭 씹어먹듯이 찬찬히 다 읽고 싶었습니다. 
에누구의 생활을 읽는 동안에는 말할 수 없이 답답하기도 하고 가슴이 먹먹해져 왔습니다. 
분명히 학대인데, 그 와 중에 아버지에게 인정받고 사랑받고 싶어하는 캄빌리의 마음이 너무 절박해서 가슴이 아팠습니다.
-그건 틀린거야, 정신차려! 라고 누가 이야기할 수 있겠는가 생각했습니다.
또 경제적으로 가시밭길 같은 상황에서도 가족이 모두 함께 삶을 살아가는 고모 이오페마의 집 이야기는
한편으로 안타까우면서 한편으로는 '숨 쉴 공간'으로 보였습니다.
평소에 '이야기'를 거의 제대로 하지 못했던 캄발리의 변화가 섬세하게 전개되는 부분이 특히 좋았습니다.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하지 못하고, 시기를 놓쳐버리는 답답함에 공감이 가서 더 그렇기도 했습니다. 
늘 억눌려있는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고 자책하는 모습에서 한 걸음씩 걸어나오는 캄발리를 계속 응원하게 됩니다. 
어디든 한 사람이 사라진다고 갑자기 좋은 시기가 펼쳐지지는 않습니다. 
남은 사람들이 살아갈 시간은 지옥과 천당을 오갈 수 밖에 없는 것 아닌가 싶습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정말 담담히 풀어내고 있는 아디치에의 글이 놀라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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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사이더 1
스티븐 킹 지음, 이은선 옮김 / 황금가지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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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도시에서 어린 소년을 대상으로 끔찍하고 잔인한 범죄가 발생했습니다. 범행 현장은 도무지 정신이 제대로 박힌 사람의 소행으로 볼 수 없을 지경이었습니다.
범인으로 지목된 인물은 지역에서 유명한 야구코치입니다. 게다가 학교선생이었습니다. 경찰은 아무런 예고 없이 약 1500명의 관중 앞에서 긴급 체포를 해야할 만큼 확실하고 긴급한 증거들과 증언을 확보했습니다. 그러나 그를 체포하는 순간 담당형사 앤더슨에게는 범인 검거의 성과보다는 꺼림칙함이 계속 남습니다. 앞뒤가 안 맞는 정황이 있었지만, 범인이 광기에 취해 어린 소년을 실해하고 욕보였을 거라 확신했던 것입니다. 그러나 그들이 마주한 용의자측의 반론도 만만치 않습니다. 사건 당일의 다른 지방에 있었다는 알리바이를 들이댔습니다. 동행한 일행도 다수였습니다. 변호인과 그가 고용한 수사관의 활약으로 대단한 증거도 확보했다고 합니다. 그러나 범행 현장과 증거물 곳곳에 남겨진 DNA도 무시하기엔 너무 확실했습니다. 과연 한 사람이 두 지역에 '동시에' 존재 할 수 있을까요? 곧 초자연적인 현상에 대한 이야기가 나올 것 같습니다.

그와는 별개로 
피해 소년의 가족은 일주일 사이에 완전히 무너졌수습니다. 즐거운 주말 한 때를 보내고 있던 용의자의 가족들도 지옥 속을 걷게 됐습니다. 그러나, 빈틈없어 보였던 수사에 뚫리기 시작한 작은 구멍이 사건 자체를 삼켜버렸습니다.
역시 흘려보내도 작은 일들이 이제 사건의 전체적인 윤곽을 드러내는 것 같은 순간에 1권이 끝났습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순식간에 읽은 작품입니다. 
가까이 가고 싶지 않은 어떤 것. 인식 저편에서 인정하고 싶지 않은 사실 등.
뭔가 무의식적으로 자꾸 걸리는 일들을 떠올리게 했습니다.
읽는 동안엔 아무 생각도 못하고 활자들을 따라갔습니다. 인물들이 느끼는 공포 이면에
더 미세한 암시들이 박혀있고 그것을 자각하는 순간 팔에 소름이 오소소하게 돋아났습니다.
호러라서가 아니라, 얄미우리만치 정황들이 맞아떨어져서 무서울 지경입니다.
중반 정도까지 형사측에서 용의자에게 의심의 시선을 던지는 독자는 다음 순간 제시되는
명확한 증거에 화들짝 놀라게 됩니다. 그리고 사건을 해결해야 할 인물들과 함께 고민하게 됩니다.
중간 중간 언급하는 최근 드라마들과 고전 작품들을 찾아보는 재미도 대단했습니다.
툭툭 던지는 재미없는 농담에도 뼈가 있는 것 같아서 속편하게 웃지 못합니다.
고전적인 전개인 듯 하다가 갑자기 사람 허를 찌른다. 마치 '스릴러는 이래야지' 라는 느낌이다.
이제 이야기의 중간까지 왔으니 다음 이야기를 빨리 봐야겠습니다.
너무 궁금해서 어지러워요!

--

다 좋을 수만은 없겠지만..조금 거슬리는 표현들도 있었습니다.

'화염에 휩싸인 자신의 마을을 바라보는 제 3세계 여자 같은 표정을 짓고 있었다.'(p.47)

"우리 물건을 막 가져가고 그래도 돼요? 러시아나 북한도 아니고!" (p.62)

20년 전 쯤 같으면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을 표현일 듯 합니다.

다만 지금은 세상이 변하고 있는데...이런 점은 아쉬웠습니다.

물론, 적확한 표현을 찾기위한 노력이 있었을 테고, 인물에 대한 부연 설명 어디쯤이라고

미루어 짐작해 봅니다. 

 

하지만 세상의 중력처럼 견고하고 바위처럼 단단한 사실이 하나 있다면, 누구라도 같은 시각에 두 군데의 장소에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P1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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