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듦을 받아들일 때 얻는 것들
나카무라 쓰네코.오쿠다 히로미 지음, 박은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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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생일을 맞이했다. 대학동기가 축하한다. 너도 이제 만으로 00이구나라고 했다. 그렇다. 이제 나도 시계를 20년 전으로 돌려도 성인인 나이다.

몇 달 전에는 머리를 감는데 갑자기 허리가 아팠다. 며칠 동안 허리가 아파서 머리를 감을 때마다 가슴을 욕조에 기대서 감곤 했다. 최근에는 어깨가 자주 결린다. 나이가 든다는 것을 몸으로 느껴지는 요즘이다.

그러던 차에 나이 듦을 받아들일 때 얻는 것들이라는 제목이 눈에 띄었다. 나이 듦을 부정하는 것을 아니지만 받아들인다는 것은 어떤 것인지 궁금해서 신청했다.

 

‘92, 54세 정신과 전문의가 전하는 불안 없이 노년을 맞이하는 방법이라는 문구에서 알 수 있듯이 저자는 2명이다. 두 저자가 각 주제에 대해 대담을 하는 형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로 92세의 전문의, 나카무라 쓰네코에게 이야기를 듣고 조언을 얻는 내용이다. 그녀의 지나온 인생과 그녀가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배울 수 있다.

54세의 전문의 오쿠다 히로미의 조언 중에는 음식명상이라는 것이 있다. 내가 먹는 음식과 순간에 집중하는 것이다. 지금 순간에 집중한다는 것은 작년에서도 배웠던 내용이지만, 음식을 통해 오감과 지금 그리고 자신에게 집중한다는 것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다.

 

92세의 나카무라는 90세까지 현역으로 일을 했다. 책이 출판된 지금은 요양원에서 생활을 한다고 한다. 그녀가 가진 삶의 태도를 한 단어를 표현하면 덤덤이라 할 수 있겠다. 자신이 할 수 없는 것에는 받아들이고 수긍하는, 그런 초연한 태도가 있다.

나카무라와 오쿠다의 조언 중 제일 와 닿는 것이 있다. 이 점은 우리네 어르신들이 꼭 가져야 할 마음가짐이라 생각한다.

나이가 들면 조연이 되는 건 당연하다. 젊은 세대의 힘이 된다면 그걸로 만족한다.”

젊은 세대에게 힘이 되기보다는 지금보다 더 대우 받기 원하는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나도 그 나이가 되면 그럴까? 지금의 나라면 그럴 가능이 클 것 같으니 젊은 세대의 힘이 되기라는 것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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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이 어떤 건지 가끔 생각해 - 오늘도 마음을 노래하는 뮤지션 고영배의 다정한 하루하루
고영배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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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밴드 소란의 리더이자 보컬인 고영배의 수필집이다. 나는 고영배가 누군지 몰랐다.책 띠지에 있는 얼굴을 보니 Tv에서 한 번 본 듯하다. 소란도 모르고 노래를 들어본 적이 없으니 그의 목소리도 모른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왜 선택했을까? 에세이집이라서 덜커덕 신청했다. 에세이는 글쓴이를 몰라도 읽는 데 지장이 없다.(그래도 그의 팬이면 더욱 재밌을 것이다) 에세이니깐 가볍게 읽을 수 있겠다는 기대에 책을 신청했다.

 

책은 세 부분으로 구성되어 있다. 첫 부분은 음악인 고영배에 관한 내용이다. 두 번째는 그의 일생(?)에 관한 이야기다. 어머니, 동생, 군대, 장인어른 등에 관한 추억. 세 번째는 아내와 딸 등 가정에 관한 글이다.

내가 음악을 하지 않아 첫 파트는 크게 공감하지는 않지만 자신의 꿈을 위해 부단히 노력한 그의 모습을 엿볼 수 있다. 두 번째와 세 번째 장은 누구나 공감할 수 있을 것이다. 가족과 가정에 관한 내용이기 때문이다. 나도 엄마가 떠오르고 아내와 연애를 시작한 일, 신혼여행의 추억 등, 눈으로는 고영배의 인생을 보면서 나 또한 추억에 빠졌다.

 

아무래도 나와 같은 세대이다 보니 읽으면서 저절로 그 시절을 떠올렸다. 고영배는 02학번이다. . 역사의 한일 월드컵 때 대학교 1학년이었다니, 좋아겠다! 좋겠다. 나는 01학번이고 월드컵을 군대에서 봤다. 월드컵 예선을 휴가 나와 느끼고는, 우리나라 팀이 한 승 한 승 할 때마다 아쉬움이 절였다. .. 밖에 있어야 하는데. 굳이 02년에 군대를 자진해서 갔을까?

(148) 나의 세대를 표현하는 다양한 것들이 있다. 일단 내가 초등학교를 다닐 때 초등학교에서 초등학교로 이름이 바뀌었다. 나는 대학교 1학년 때 전설의 2002 한일 월드컵을 경험하기도 했다. / 집 전화부터 공중전화, 삐삐, 시티폰, PCS, 스마트폰을 다 경험한 세대다. / 모뎀을 이용한 PC통신이 인터넷 세상으로 바뀌는 것도 우리 세대의 일이다.

 

책을 넘기다가 반가운 인물이 등장한다. 바로 배우 최강희. 고영배는 최강희가 했던 야간비행이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에 고정 게스트로 출연하면서 친해지고 나중에는 집들이에도 왔다고 한다. 촤깅희의 빅팬이었던 고영배의 친구가 자신보다 더 행복했었다고 하는데, 내가 그 친구의 심정을 무조건 이해한다. 왜냐하면 나도 최강의 광팬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네. 최강희가 볼륨을 높여요 말고도 심야 라디오를 했었지. 볼륨 DJ를 할 때, 나는 ‘tv,책을 말하다방청을 갔었지. 녹화가 끝나고 나올 때 마침 라디오를 마치고 나오던 최강희를 본 적이 있지. 그 때 사진 찍어도 되요?’ 묻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었지. 그 뒤로도 한 두 번 봤었지.

 

작가의 경험을 보면서 자꾸만 내가 추억 여행을 하게 된다.

 

어쨌든 그가 글을 쓰고 책을 냄으로서 밴드 소란과 사람 고영배를 알리는 데 성공했다. 왜냐하면 소란과 고영배를 전혀 몰랐던 내가, 책을 통해 그를 알게 되었으니깐. 인지도 +1명 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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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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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이 도발적이다. 나는 정상인가. 나는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는가?

표지가 인상적이다. 노란 색의 곰 젤리 무리 중에 하나의 곰 젤리가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색깔일 뿐이다. 책 제목과 참 어울린다. 빨간 곰이 스스로 묻는 거 같다. 나는 정상인가?

살아오면서 한 번 쯤 가져본 생각. 나는 정상인지 아닌지, 그렇다면 정산은 무엇인지, 그것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을 거 같은 기대에 펼쳐본다.

 

영어 제목은 <Am I Normal?>이다. 나는 노말한가. 노멀의 뜻을 보자. ‘보통의, 평범한, 정상적인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참에 뜻을 하나씩 살펴보자.

정상正常 :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평범하다 : 平凡하다 =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보통普通 :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정상이란 바른 상태(正常)이다. ‘정상적이다라는 말은 무의적으로 바른 것’ ‘지켜야 할 것’, ‘따라야 할 것등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정상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상이란 것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좁은 의미인지 그리고 편협적인 것인지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다.

정상, 정상성이란 개념은 통계의 평균과 분리될 수 있다. 통계를 도입하고 사람에 관한 것을 숫자로 표기하면서 평균의 환상에 빠지게 된다. 평균이 좋은 것, 옳은 것이란 생각이 어느 순간 얽혀 버린 것이다.

평균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문제는 평균에 있다. 평균이란 것은 모집단을 통해 나온 수치이다. 모집단이 다양함을 포함하고 사회의 특성을 적절하게 나타낼 수 있다면, 거기서 나온 평균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것, 정상성이라 하는 기준의 많은 부분은 백인 남성중심인 경우가 다수였다.

저자는 정상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55) 정상적인 것은 개인적이자 정치적이다. 정상성에 대한 비판은 그 안에서 우리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우리가 성장하면서 가지게 된 기대와 가정, 그리고 그러한 기대와 가정들이 울의 법과 정치, 사회적 상호작용에 스며들어 온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통해 일하려는 일이다.

 

저자는 몸, 마음, 성생활, 감정, 아이,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정상에 대해 다시금 살피고 생각해 본다. 각 주제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몸에 대한 부분이다.

내 몸은 정상인가는, 왜 옷은 내 몸에 맞지 않는가? 로 말할 수 있다. 책에서는 평균 수치와 맞는 여성을 찾기 위한 노르마 선발대회의 예를 들지만, 결국에는 평균 수치와 맞는 사람은 없었다.

(87) 1940년에 가정경제국이 수집한 백인 미국 시민 14698명의 신체 치수를 토대로 1945년에 만들어는 노르마는 평균적인 미국인을 형상화한 조각상으로, 여성 기성복에 적합한 최초의 표준화된 사이즈 체계를 구성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정상이란 개념은 허구다. 그러므로 나는 정상인가? 라고 묻는 것은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 ‘정상이라는 범주에 나를 끼워 넣으려는, 남들과 같은 범위에 속하려는 의도가 이미 있는 질문이다. 차라리 나의 강약점은 무엇인가, 나의 기호는 무엇인가가 더 나은 질문일 것이다.

(331) 정상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평균과 이상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됐다. 정상이라는 것 자체가 허구적인 관념인 탓에 현상과 같은 것으로, 또는 우주의 중심인 부유한 백인 남성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었다. 이들의 지위는 견고했는데, 자신들을 기준으로 다른 모든 인간을 평가했고 그럼으로써 정상성을 자신들 이미지에 맞춰 창조했기 때문이다. 정상 기준이란 근대 서구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허구적인 신념체계다. / 즉 정상성은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만, 질문하기 부끄럽고 실체가 너무 불확실한 개념이라 완전히 반박하는 것이 불가능한 어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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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닌겐 로쿠도 지음, 이유라 옮김 / 북폴리오 / 2023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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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나는 연애소설을 안 읽는 편이다. 내가 찾아서 읽지 않는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책은 연애소설이다.(연애소설 맞지?) 서평단 활동의 장점이 이것이다. 내가 평소에 읽지 않는 작품을 읽을 수 있다. 책 신청이 떴길래 아무런 정보 없이 우선 신청하고 봤다.

 

책이 왔다. 들기 편한, 읽기 좋은 크기. 표지는 눈이 내리고 편의점 앞에 왠 여인이 앉아있다. 제목은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 이다. ‘여름의 너인데 표지는 겨울이다. 겨울에 내가 간다고 했으니 표지에 있는 사람은 겨울에 가는 인가? 아리송하다. (아리송했던 표지도 제목도, 책을 덮고 나니 이해가 된다. <여름의 너에게 겨울에 내가 갈게>라는 제목이 내용과 정말 잘 들어맞는다.)

 

매년 1031일이 되면, 나는 너에게 이별의 말을 건넨다.’

라는 소설의 시작은 궁금증을 자아낸다. 매년 이별해야 하는 그녀 유키와 주인공 나쓰키. 현재 상황을 보여주는 프롤로그가 지나면 그와 그녀가 시작되는 이야기가 펼쳐진다.

연애소설이지만 둘의 관계보다는 유키의 비밀을 알아가는, 미스터리 이야기로 다가온다. 유키의 행동은 이해되지 못하고 왜 그러는지 나쓰키의 입장에서 알고 싶어, 자꾸만 더 읽게 된다.

나쓰키를 만나가 갑자기 떠난 유키. 평소와 달리 무모한 도전으로 그녀의 본가에 찾아가 유키의 비밀을 알게 된 나쓰키. 유키의 겨울잠을 받아들이고 함께 생활하는 둘. 그러다 드러난 유키의 진짜(?) 모습과 생활. 그리고 결말.

 

책을 읽으면서 이런 병이 실제로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끝에 유키의 증상에 병명을 붙여준다. 스노우 슬립 신드롬, 겨울잠 증후군. 정말로 있을까 싶어 검색해 봤는데 가상의 병이다. 그런데 비슷한 증상이 있다. 체념 증후군. 이것을 다룬 책과 다큐멘터리도 있더라.

<잠자는 숲 속의 소녀들 신경학자가 쓴 불가의한 질병들에 관한 이야기> 에서는 잠들어서 깨어나지 않는 9세의 소녀의 일화가 들어있다.

소설에서는 유키도 중학생 때 1년 넘게 잠들었다는 게 나온다. 소설의 마지막에는 수십 만에 깨어난 듯하다.

 

나쓰키와 유키가 엇갈렸던 것은 누구 때문일까? 한쪽만의 탓이 아닐 것이다. 둘이 엇갈리고 오해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다른 등장인물의 입을 미리 말했다.

사람이 사람과 엇갈리는 데는 아주 사소한 차이만 있으면 충분해.”

 

작가도 마블 영화를 좋아하는 것일까? 나쓰키와 후유미의 대화에 원터솔져와 캡틴아메리카가 나온다. <캡틴아메리카-윈터솔저>는 명작이지. 그럼그럼

유키의 비밀과 별개로 유키의 동생 후유미의 이름도 반전이 있다. 후유미는 자기소개할 때 불가능할 때 불, 유래 할 때 유, 미인할 때 미자를 써서 후유미不由美에요.” 라고 한다. 그런데 후유미의 진정한 뜻은 이유理由 없이도아름다운사람이다.

 

현재에서 시작해 과거에서 순차적으로 보여주던 둘의 이야기는 미래에서 끝난다. 책을 읽으면서 나쓰키의 입장으로 들어갈 수밖에 없었는데 과연 나라면 저렇게 지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내 아내가 매년 일정 시기마다 몇 개월 동안 잠들고, 그것을 옆에서 돌봐줘야 하는 상황이라면 어떨까? 나는 견딜 수 있을까?

깨어있을 때는 잠을 안 자는 걸 알면 그것은 또 어떨까? ... 이거는 익숙해지면 평소대로 신경을 안 쓰고 잠이 들 수 있을 거 같다. 하지만 겨울잠, 몇 개월 동안 잠이 든 그녀를 돌보고 기다릴 수 있는 혼자만으로 매우 벅차고 어려울 거 같다.

 

책을 다 읽고 나니 표지가 눈에 들어온다. 눈발이 날리는 편의점 앞에 앉아있는 한 여성. 이 여인은 분명 이야기의 여주인공 이와토 유키일 것이다. 소설의 결말처럼, 드디어 겨울을 맞이할 수 있게 된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림에는 그녀가 혼자다. 왜 혼자일까? 편의점에 들어간 나쓰카를 기다리는, 잠깐만의 혼자일까? 아니면 나쓰키를 떠나보내고 홀로 겨울을 보내는 것일까? 어느 쪽이든 나쓰키는 그렇게 피했던 눈(), 유키와 함께 보고 밟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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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덕질 -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이윤리 외 지음 / 북폴리오 / 2023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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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덕질은 작년에 읽은 <이웃덕후> 후속작이다. 아니지, 후속작은 아니다. 이웃덕후, 오늘의덕질은 수상작 모음집이다. 북폴리오, 와이즈베리 등의 브랜드를 운영하는 미래엔 출판사에서 <덕후 에세이 공모전>을 진행했고 수상작을 엮어 책으로 나왔다.


1회 수상작 모음이 <이웃덕후>이고 2회 수장작 모음이 <오늘의덕질>이다. 작년 <이웃덕후1호>라서 이번에는 <이웃덕후2호>가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제목이 바꿨었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제목이 더 좋다.(지난번 제목에는 덕후, 이번 제목에는 덕질이 들어간다.)


<오늘의 덕질> 에는 수상작 일곱 편이 실려 있다. <이웃덕후1호>는 다섯 작이었는데 두 편이 늘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심사평이 수록되어 있지 않다. (하지만 홈페이지에서 볼 수 있다.)

https://www.mirae-n.com/ct/mn-ct-8.frm?linkServiceCd=CT0007BC


책에 실린 덕질은 SF소설, 독서, 여아이돌, 식충식물, 발레, 로판(로맨스판타지), 인형수집이다. 사람 얼굴이 다르듯이 좋아하는 것도 다르다. 그리고 좋아하는 정도도 다르다. 덕질, 덕후라는 수식어를 가지려면 무엇이 다를까? 좋아하는 것을 꾸준히 하는 게 덕질이고 그런 사람이 덕후다.


수상작 중 <아줌마인데요, 여성아이돌 덕후입니다>에 매우 공감이 되었다. 그 마음을 조금은 알 수 있기 때문이다. 후술 하겠지만 나 또한 가수 팬클럽 활동을 했고 아내 덕분에 유명 여자 아이돌을 구별할 수 있다.

결혼하고 같이 살다보니 아내는 일할 때 노래를 틀어놓은데 거의 여자 아이돌 노래였다. 쉴 때는 여자 아이돌 영상을 자주 보더라. 이러다 보니 나도 자연스레 노래를 듣고 노출이 되었다. 그렇게 서당개 삼 년이면 풍월을 읊는 것처럼, 여자 아이돌에 대해서 조금은 알게 되었다.

글쓴이가 좋아하는 아이돌 중에 오마이걸이 있다. 아내가 좋아하는 아이돌이 오마이걸이다. 덕분에 나도 이제는 멤버가 누군지 알고 그들의 타이틀곡을 들으면 알 수 있는 정도다.


수록작 중에 멋지다라는 생각이 든 것은 <덕후 권하는 사회>이다. 제목만 보고는 발레 하는 내용인지 전혀 몰랐다. 글쓴이는 40대 나이에 발레를 시작했다. 정말 재밌게 보고 감명받았던 웹툰 <나빌레라>가 생각났다. 글쓴이 또한 ‘나빌레라’를 보면서 결심에 영향을 미쳤다 한다. 내가 좋아하는 그를 시작한다는 것에 빠르고 늦음, 어리고 늙음은 없다. 마음이 가면 하면 된다.

남들이 ‘네 나이에 무슨 발레냐’라고 했지만 저자는 명확한 목표도 있다. 극단에 들어간다는 목표. 확고한 목표가 있으면 더 집중하고 몰입하게 된다.


덕질하는 글을 보고 있으니 보니 나는 덕후인가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나는 특정 작가의 작품을 좋아하고 영화도 마블 영화 위주로 챙겨보는 편이다. 관심이 없는 분들이 보면 덕후인 것처럼 보이겠지만 내가 정보를 얻는 분들에 비하면 나는 그냥 ‘관심이 조금 더 있는’ 정도일 뿐이다.

하지만 학생 때를 떠올리면 그때는 정말 덕후였던 거 같다. <아줌마인데요. 여성아이돌 덕후입니다.>의 글쓴이는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면 팬클럽을 가입해 보라고 권유한다. 맞는 말이다. 나 또한 좋아하는 가수가 있다면 콘서트도 가보라고 한다.

나는 고등학교 때 처음으로 연예인 팬클럽 가입을 했다. 고등학교부터 대학교까지 가수 ‘자우림’의 팬클럽이었다.

팬클럽 활동을 하면서 동창을 만난 적도 있다. 고등학교 2학년때인가 1학년인가 자우림 팬클럽 창단식을 갔었다. 지금도 정확히 기억하는데 첫 창단은 아니었고 2기였다. 입장을 기다리는데 낯익은 사람을 봤다. 아아...누구지? 잉? 네가 왜 여기 있어? 초등학교 동창이었다. 그 친구는 이미 팬클럽 임원진이었다. 지금도 팬클럽 활동 기억이 떠오른다. 그 때 그 분들은 잘 살고 계시려나.

학창시절에는 주로 테이프로 노래를 듣던 시절이라 테이프도 2개를 샀다. 하는 소장용, 하나는 청취용. 그리고 거기에 CD까지. 이렇게까지 구매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 사람은 덕후가 맞다.

자우림을 좋아하고 팬클럽 활동을 하던 것은 입대 하면서 끝났다. 그 뒤로는 크게 마음이 생기지 않았다. 왜 그럴까? 관심이 변한 것일까?

작년 여름에는 근 10년만에 자우림이 노래하는 현장을 갈 수 있었다. 그 때도 네이버 카페, 자우림 팬클럽에 들어가서 정보를 얻어 갔다. 10년 만에 무댜에서 노래하는 모습을 보니 옛 기억도 나고 즐거웟다. 아내는 락 페스티발은 처임이라 매우 즐거워했다. 우리 둘 다 좋았다.


‘일상을 틈틈이 행복하게 하는 나만의 취향, 지금의 나를 기분 좋게 만드는 것에 대하여’ 라는 표지 문구가 덕질에 대한 좋은 설명일 것이다.


여러분을 기본 좋게 만드는 것은 무엇인가요? 나를 즐겁고 행복하게 해 주는 것을 어떤 것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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