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나는 정상인가 - 평균에 대한 집착이 낳은 오류와 차별들
사라 채니 지음, 이혜경 옮김 / 와이즈베리 / 2023년 8월
평점 :
나제목이 도발적이다. 나는 정상인가. 나는 스스로 이런 질문을 한 적이 있는가?
표지가 인상적이다. 노란 색의 곰 젤리 무리 중에 하나의 곰 젤리가 있다. 이 둘의 차이는 색깔일 뿐이다. 책 제목과 참 어울린다. 빨간 곰이 스스로 묻는 거 같다. 나는 정상인가?
살아오면서 한 번 쯤 가져본 생각. 나는 ‘정상’인지 아닌지, 그렇다면 정산은 무엇인지, 그것에 대한 내용이 담겨있을 거 같은 기대에 펼쳐본다.
영어 제목은 <Am I Normal?>이다. 나는 노말한가. 노멀의 뜻을 보자. ‘보통의, 평범한, 정상적인’이란 뜻을 가지고 있다. 이참에 뜻을 하나씩 살펴보자.
정상正常 : 특별한 변동이나 탈이 없이 제대로인 상태
평범하다 : 平凡하다 = 뛰어나거나 색다른 점이 없이 보통이다.
보통普通 : 특별하지 아니하고 흔히 볼 수 있음. 또는 뛰어나지도 열등하지도 아니한 중간 정도.
정상이란 바른 상태(正常)이다. ‘정상적이다’라는 말은 무의적으로 ‘바른 것’ ‘지켜야 할 것’, ‘따라야 할 것’ 등으로 여기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정상’에 대한 우리의 생각에 의문을 제기한다. ‘정상’이란 것이 얼마나 상대적이고 좁은 의미인지 그리고 편협적인 것인지 차근차근 알려주고 있다.
정상, 정상성이란 개념은 통계의 평균과 분리될 수 있다. 통계를 도입하고 사람에 관한 것을 숫자로 표기하면서 평균의 환상에 빠지게 된다. 평균이 좋은 것, 옳은 것이란 생각이 어느 순간 얽혀 버린 것이다.
평균이 좋은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 안 되는 것일까? 문제는 ‘평균’에 있다. 평균이란 것은 모집단을 통해 나온 수치이다. 모집단이 다양함을 포함하고 사회의 특성을 적절하게 나타낼 수 있다면, 거기서 나온 평균도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가 평균이라고 생각하는 것, 정상성이라 하는 기준의 많은 부분은 ‘백인 남성’ 중심인 경우가 다수였다.
저자는 정상성에 대해 다음과 같이 이야기 한다.
(55쪽) 정상적인 것은 개인적이자 정치적이다. 정상성에 대한 비판은 그 안에서 우리가 어디쯤 위치하고 있는지를 인식하고, 우리가 성장하면서 가지게 된 기대와 가정, 그리고 그러한 기대와 가정들이 울의 법과 정치, 사회적 상호작용에 스며들어 온 방식에 대해 신중하게 의문을 제기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될 수 있다. 그것이 바로 내가 이 책을 통해 일하려는 일이다.
저자는 몸, 마음, 성생활, 감정, 아이, 사회에서 통용되고 있는 ‘정상’에 대해 다시금 살피고 생각해 본다. 각 주제 중에 기억에 남는 것은 몸에 대한 부분이다.
내 몸은 정상인가는, 왜 옷은 내 몸에 맞지 않는가? 로 말할 수 있다. 책에서는 평균 수치와 맞는 여성을 찾기 위한 노르마 선발대회의 예를 들지만, 결국에는 평균 수치와 맞는 사람은 없었다.
(87쪽) 1940년에 가정경제국이 수집한 백인 미국 시민 14만698명의 신체 치수를 토대로 1945년에 만들어는 노르마는 평균적인 미국인을 형상화한 조각상으로, 여성 기성복에 적합한 최초의 표준화된 사이즈 체계를 구성하기 위해 제작되었다.
정상이란 개념은 허구다. 그러므로 나는 정상인가? 라고 묻는 것은 쓸모가 없을 수도 있다. ‘정상’이라는 범주에 나를 끼워 넣으려는, 남들과 같은 범위에 속하려는 의도가 이미 있는 질문이다. 차라리 나의 강약점은 무엇인가, 나의 기호는 무엇인가가 더 나은 질문일 것이다.
(331쪽) 정상이라는 말은 처음부터 평균과 이상이라는 개념에서 시작됐다. 정상이라는 것 자체가 허구적인 관념인 탓에 현상과 같은 것으로, 또는 우주의 중심인 부유한 백인 남성과 같은 것으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었다. 이들의 지위는 견고했는데, 자신들을 기준으로 다른 모든 인간을 평가했고 그럼으로써 정상성을 자신들 이미지에 맞춰 창조했기 때문이다. 정상 기준이란 근대 서구 사회 전체를 관통하는 하나의 허구적인 신념체계다. / 즉 정상성은 문제를 제기하고 싶지만, 질문하기 부끄럽고 실체가 너무 불확실한 개념이라 완전히 반박하는 것이 불가능한 어떤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