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박사님, 한지수가 살아돌아왔습니다.

“뭐라고!지수가 살아왔다고!

 

712일 궁여지책으로 산속에 있는 아이들에게 부모들을 죽인다고 협박하여 무장테러분자들을 섬멸하라고 통보해놓고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던 황박사는 보안담당자로부터 지수가 살아돌아왔다는 뜻밖의 보고를 받고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그가 황급히 쳐다본 스크린의 화면에는 출입구 검색대앞에서 낯선 사내아이들과 함께 서있는 지수의 모습이 선명하게 보였다.

 

정말 지수 맞나?”

 

지수를 비롯한 대여섯명의 사내녀석들은 자기가 내준 K2자동소총으로 굴비처럼 묶여있는 붉은 갑옷을 걸친 남자들을 겨누고 있었다.붉은 갑옷을 걸친 이십 여 명 의 장정들은 행색을 봐서는 사이보그 용병들을 몰살시킨 무장테러분자들이 틀림없어 보였다

“장하다. 지수! 

 

황박사는 무엇보다도 죽은 줄로만 알았던 지수가 멀쩡하게 살아돌아온 것이 제일 놀라왔고 기뻤다. 그것은 지수의 뇌속에 설치된 여의주플러스가 결국에는 팔달산의 전자기 펄스를 극복하고 제대로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뜻했다.  

 

황박사는 벅차오르는 가슴을 애써 진정시키고 잡혀온 무장테러범들이 검색대에 하나 둘씩 세워져 스캐닝을 받는 모습을 흐믓하게 바라보았다.

 

“박사님, 통과시킬까요?

 

스크린속에서 지수일행을 검색하던 보안군 계장은 황박사쪽을 주시하며 그의 지시를 기다린다.

 

“혹시 모르니 총은 모두 압수하고 빨리 통과시켜라!

 

황박사의 지시가 떨어지고 잠시 후 삼엄한 보안군들의 감시를 받으며 지수를 선두로 20-30 명의 무리들이 잔뜩 긴장한 표정으로 중앙통제실로우르르 들어섰다. 그들의 후미에는 모자를 쓰고 작은 자루 비슷한 것을 등에 멘 여자 아이 두 명도 쫓아들어왔다. 그들은 오랜 산속 생활에서 잘 씻지도 못했는지 때묻은 얼굴로 잔뜩 겁을 먹은 듯 쭈삣거렸다.

 

“이야, 귀한 손님들을 모시고 이곳에 직접 오다니! 지수야, 잘했어!

 

황박사는 단숨에 지수에게 걸어가서 임무를 성공적으로 마치고 돌아온 그가 정말 장하다는 두 손을 활짝 벌렸다. 그러나 중앙통제실의 으리 으리한 코브라를 처음 보는 듯 감탄을 하던 지수는 황박사가 양 손을 활짝 벌리고 걸어오는 것을 보고는 흠칫하고 뒤로 물러섰다그 바람에  그를 반갑게 안으려던  황박사는 혼자 뻘줌해지고 말았다.

“이런,"

 

황박사는 지수가 같이온 다른 아이들의 시선을 의식해 자기를 일부러 모르는 척 하는 것으로  여기고 곧 의례적인 태도로 돌아와 손으로 원탁 테이블를 가리켰다.

 

"하여간 오느라 수고많았다. 여기에 잠깐 앉지.

 

하지만 지수는 사양하고 차가운 표정으로 손을 내저었다.

 

“당신이 원하는 자들을 잡아왔습니다.

 

지수는 포승줄에 묶인 채 체념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고 있는 무리들을 손으로 가리켰다.

 

“그래. 수고했다."

황박사는 미소를 지으며 지수와 시선을 맞추었으나 그는 여전히 무표정했다.

“......”

그런 모습에 황박사는 불현듯 뭔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그리고는 불안한 시선으로 지수가 잡아온 무리들을 바라본다.

 

“흠, 저놈의 몰골을 봐서는 별것 아닌 것 같은데 고독수는 왜 그렇게 겁을 먹었지?

 

생각보다는 상당히 젊어보이는 무리들을 한 명 한 명 유심히 살펴보던 황박사는 끝에 서있던 젊은 군관차림의 한 청년에게 다가가 섰다.

 

“너희들이 산속에서 용병을 죽였느냐?”

“……”

 

하지만 청년은 분노의 빛이 가득찬 시선으로 허공만 노려볼 뿐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았다. 하지만 황박사는 기분좋은 표정으로 지수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묵비권이라 이거지?하지만 지수가 저렇게 멀쩡하게 돌아왔으니 모든 것을 말해주겠지.후후,”

그의 말에 지수는 매우 기분이 상했다는 듯 두 눈을 부릅뜨며 소리쳤다.

이상한 소리 그만 하고 이제 부모님이나 풀어주시지요?”

 

지수가 강하게 요구를 하자 줄곳 보안군의 살기등등한 기세에 주눅이 들어있던 영훈과 다른 아이들도 일제히 아우성을 쳤다.

 

“빨리 부모님을 풀어줘!

아이들의 아우성이 계속 되자 황박사는 우선 아이들의 소란을 막아야 한다고 판단했는지 곁에 있던 보안군 부관에게 눈짓을 했다잠시후 중앙통제실로 한 떼의 시민들이 보안군에게 이끌려 들어왔다. 부모의 모습을 발견한 아이들은 즉시 환호성을 지르며 뛰쳐나가려 했으나 보안군들이 황급히 총구로 제지하였다양측간에 밀고 당기는 소란이 일어나자 지수는 황박사에게 성난 표정으로 항의했다.

 

"당신 요구대로 이자들을 모두 잡아왔는데 왜 부모님들을 못 만나게 하는 겁니까?"

 

 그러자 황박사는 묘한 미소를 짓고는 빤히 지수를 쳐다본다.

 

난 분명히 너희들이 잡아온 놈들의 숫자만큼만 네 부모들을 풀어준다고 했다!”

뭐라고!”

비로소 황박사의 비열한 의도를 알아챈 지수는 화를 버럭 냈다.황박사는 씨익 웃었다.

그런데도 다 풀어달라고 말도 안되는  떼를 써?”

우리를 더 이상 고통스럽게 만들지 마시요!”

황박사를 노려보는 지수의 두 눈에서 불꽃이 튀었다.그 모습에 황박사는 약간 놀라는 듯 한 표정을 짓다가 이내 측은한 표정을 짓는다.

하긴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사는 것은 정말 고통스럽지.”

“……”

그래서 내가 너희들이 네 부모들과 같이 지낼 수 있게 자비를 베풀어주마.”

그게 무슨 소리야!”

너희들도 여기 같이 있으라는 말이다!”

황박사은 짜증나는 듯 버럭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보안군들에게 돌아서 신호를 보내자 보안군들이 일제히 총구를 들어 지수와 붉은 갑옷의 남자들을 정조준했다황박사의 돌변에도 불구하고 지수는 왠일인지 피식 웃었다.

 

“비열한 자, 당신의 참모습을 보게 되는군.하지만 이제 진짜 고통이 어떤 것인지 당신에게 보여줄 차례군요.

“지수야, 이제 그만 본래의 모습으로 돌아와도 돼.너는 이미 임무를 충분히 완수했어.

 

황박사는 끝까지 지수에게 일말의 미련을 버리지 못한 듯 싶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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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독한 놈!

 

그를 발견한 고수영은 몸서리를 쳤다.사내는 오토바이를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수송차를 향해 마구 발포했다.

 

 “이크!

 

죽기살기로 내빼는 수송차의 뒷범퍼에서 불꽃이 요란하게 튀었다. 그때마다 고수영은 질겁을 하면서 미친 듯이 액셀레이터를 밟았다.

 

“통제실 나와!

 

좀처럼 수송차를 따라잡지못하자 마침내 감찰요원은 운전석의 패널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그러자  운전석에 GSA의 통제실 요원 김수진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의약부의 고수영이 도주한다! 그자의 위치를 당장 추적해!

“넷!

 

 통제실 요원의 대답이 사라지기 무섭게 정지위성이 추적한 고수영의 도주 상황이  패널에 지도로 그려졌다.

 

고수영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모두 날려버릴까요?

 

통제실요원은 전자게임이라도 즐기는 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사내에게  물었다.

 

아니야, 고수영의 기억만 모두 초기화시켜. 놈이 운전을 못하면 모두 잡을 수 있다.

, 알겠습니다.

 

다소 실망한 듯한 김수진이 붉은 단추를 누르자 잠시 후 공중에 떠 있던 정지위성에서 난데없이 한 줄기 붉은 레이저 광선이 나타나더니 지상에서 맹렬하게 도주하는 의약수송차를 겨누었다.그리고는 곧바로 수송차의 지붕위에서 작렬했다.그 순간 수송차가 급정거했다

 

아빠, 왜그래?

 

수송차가 갑자기 멈추자 고래밥은 당혹한 표정으로 자기 아버지를 쳐다보았다.그러나 그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

 

아저씨, 왜 그래요?

 

정화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사내를 바라보면서 고래밥 아버지에게 다급하게 묻는다.

 

“……”

 

 그런데 고수영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불안한 고래밥은 고수영의 몸을 세게 흔들었다. 그러자 고수영은  화들짝 놀라며 아들의 손을 뿌리쳤다.

 

, 넌 누구냐?

 

 고수영은 고래밥을 전혀 처음보는 사람처럼 빤히 쳐다본다.아버지의 뜻밖의 반응에 고래밥은 울상을 지었다.

 

아버지, 정말 왜그래?

아버지라니?

 

고래밥 아버지는 잠시 두려운 눈길로 차안에 있는 아이들을 둘러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서둘러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아버지의 반응에 울상이 된 고래밥은 일단 그의 아빠를 붙잡았다.

 

아빠, 어디 가요?

 

그의 물음에 고래밥 아버지는 납치라도 당하는 사람처럼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다.

 

놔라!!

아빠, 정신 차려요!

 

고래밥이 고수영의  상체를 마구 흔들자 얼굴이 하애진 고수영은  아예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사람살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던 고수영은 기어이 고래밥을 밀쳐내고는 밖으로 훌쩍 뛰어내렸다.고래밥도 같이 내리려고 하자 정화가 얼른 그를 붙잡았다.

 

저 놈이 쫓아오는데 어딜 내려?

 

과연 그녀의 말대로 어느 새 사내가 바로 20미터 전방에까지 쫓아왔다. 사내를 발견한 고수영은 투항이라도 하는 듯 두 손을 들고 사내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데리고 가야돼!

 

울상이 된 고래밥은 다시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그러나 그 사이 운전석에 앉은 정화는 재빨리 다시 차의 시동을 걸고는 급출발을 했다.

 

안돼! 차를 멈춰!

지금 잡히면 모두 끝장이야!

 

정화는 고래밥의 절규를 애써 외면하고는 수송차를 급출발시켰다. 사이드 미러를 흘끔 보니 감찰요원과 GSA요원들이 두 손들고 투항하는 고영수를 급히 체포하는 모습이 비추졌다.

그 사이 수송차는 멀찌감치 도망칠 수 있었다.그러나 안도도 잠시 하늘에서 다시 붉은 레이저빛이 수송차를 정조준하고 소나기처럼 쏟아졌다.수송차 주변 여기저기에서 불기둥이 작렬했지만 수송차가 팔달산 기슭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끝내 수송차를 폭파시키지는  못했다.

 

 

겨우 타화자재천국에서 탈출한 정화일행은 무성한 참나무 그늘밑에 숨어 긴급회의를 가졌다.정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엄마 아빠를 구출해내는 데 실패했는데 어떡하지?”

그냥 산으로 다시 돌아가 24무예시범단을 잡아야 하나?”

 

고래밥이 한숨을 섞어가며 대꾸했다.그러자 지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럴 수는 없어.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정면승부를 해야돼!”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돈수가 눈을 반짝이며 묻자 지수는 등에 지고 있던 작은 자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게 우리의 강력한 무기야.”

그래?”

그 작전이 어떤 거냐 말이야,”

 

지수는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세 친구에게 자신의 작전을 조용히 말해주었다.다 듣고 난 정화는 고개를 끄떡이었다.

 

한번 해볼 만 한데……우리 인원이 너무 적어. 사부님쪽하고 연락을 해야하는데 보안군들이 저렇게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 어떡하지?”

걱정마, 다 방법이 있어.”

 

그 무렵 팔달산 금잔디 광장의 누각에는 공노인과 지성, 영훈, 영재 그리고 강태풍등이 산기슭을 내려다보며 이제나 저제나 정화일행이 엄마 아빠들을 무사히 구출해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시간이 매우 더디게 지나간다고 느낄 무렵 갑자기 누각의 기둥에 화살이 꽂히는 소리가 둔탁하게 났다.산기슭에서 누군가가 쏜 화살이 분명했다.화살의 중간에 여러 번 접은 종이가 매달려 있었다. 공노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둥에 꽂힌 화살을  뽑아 종이를 펼쳤다.그것을 말없이 읽어가던 공노인의 얼굴빛이 처음에는 어두워졌었는데 결국에는 고개를 끄떡이었다.공노인은 한결 밝은 얼굴로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 이제 진짜 싸움을 해야겠구나.”

진짜 싸움이요?”

강태풍이 싸움이라는 소리에 몹시 긴장이 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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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유동인의 몰골이 말이 아니었다. 초점이 없는 눈은 잠깐씩 깜박거렸으나 정화의 존재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 했다. 유동인의 앉아있는 의자위에는 스크린이 하나 달려 있었고 또한 그의 입에는 가늘고 투명한 호스가 삽입되어 있었다호스안에서 흐르고 있는 노란색의 액체가 간간이 유동인의 입속으로 떨어지고 있었다.아마  마치 유동인의 생명을 유지하는 듯 영양분 같았다그래서 그런지 유동인은 명태처럼 보기흉하게 말라 있었다.딸인 정화의 머리털이 쭈삣 쭈삣 일어설 정도였다.

 

“이런,

 

객석에 앉아있는 다른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니 그들의 몰골은 모두 유동인과 똑같았다.그런데 정화를 그토록 혼란스럽게 만들었던 엄마는 그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이게 도대체 어떻게 된 일이야?

 

그제서야 타화자재천국의 충격적인 실체를 보았다는 듯 고수영은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얘들은?

 

그러다가 갑자기 그는 아들 고래밥이 생각났는지 허둥지둥 사람들틈을 뒤집고 다녔다.다행히 얼마  얼마 떨어지지 않은 의자에서 돈수와 나란히 의자에 앉아있는 고래밥을 발견했다.그는 정신없이 아이들을 흔들어 깨웠다.한참만에야 깊은 꿈에서 깨어난 듯 고래밥은 하품을 하며 입맛을 쩝쩝 다셨다.

 

“지금 맛있는 요리를 먹고있는데……왜 그래요?

“정신차려! 모두 가짜야,

고수영이  정색을 하자 돈수는 자신을 깨운 고수영을 원망스럽다는 듯 게슴프레한 눈빛으로 쳐다본다.

 

“설마, 난 학교에서 장학금을 받았는데……

 “잘봐, 저게 진짜 모습이야!”

고수영은 객석에서 멍하게 허공을 바라보고 있는 사람들을 가리키며 소리쳤다.그제서야 아이들은 화들짝 놀라며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벌떡 일어났다. 그러자 고수영은 아이들을 이끌고 지수와 정화에게 달려왔다.

 

“빨리 피해, 정전이 됐으니 곧 GSA에서 긴급출동할 것이다.

“아빠도 같이 데리고 가야해요!

 

정화는 유동인의 입에서 호스를 뽑아내고는 그를 일으켜세우려고 했다. 다른 아이들도 서둘러 사람들을 깨우기 시작했다.

 

“어?

 

그때 수송차로 시동을 걸기 위해서 뛰어갔던 고수영이 창백한 얼굴로 뒷걸음질쳤다. 그들의 앞에 검은 색 제복을 걸친 사내가 총을 겨누며 천천히 걸어나오고 있었다.그의 뒷편에는 고수영의 예상대로 한 떼의 GSA 관리 요원들이 황급히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다.

정화의 코앞까지 다가온 사내는 이미 아이들의 의도를  궤뚫고 있다는 듯 재빨리 정화에게 총구를 겨누었다.

 

“모두 그대로 꼼짝마!

“넌 누구냐!

“난 이곳의 감찰요원이다. 허튼 수작하면 사살하겠다!

 

감찰요원은 금방이라도 발포할 듯이 레이저총의 붉은 조준점을 정화의 이마 한가운데에 찍었다.

 

“피해!

 

그때 사람들을 돌보는 척 하고 있던 지수가 링거병을  감찰요원에게 힘껏 던졌다.그러나 사내는 잽싸게 몸을 돌려 공격을 피했다.

그때를 놀칠세라 정화는 감찰요원에게 몸을 날려 사내가 든 총을 나꾸어채려 하였다.하지만 사내는 납렵하게 피하더니 곧 왼손으로 그녀의 목을 거칠게 움켜쥐었다.정화의 얼굴이 순식간에 새파랗게 변했다. 위기의 순간 고래밥과 돈수가 동시에 사내을 덮쳤다.두 아이의 육탄공격에 사내는 그만 땅바닥에 미끄러지고 말았다.

 

“빨리 달아나!

 

그 사이 고수영은 수송차로 달려가 서둘러 시동을 걸었다. 고래밥과 돈수는 다시 일어나려는 사내의 턱에 주먹을 한 번 더 날리고는 앞다투어 차로 뛰어갔다.

정화는 안타까운 시선으로 아버지를 한번 쳐다보다가는 하릴없이 고수영이 몰고온 차에 번개처럼 올라탔다. 지수까지 차에 올라타자 고수영은 최고 속도로 수송차를 몰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들은 얼마 가지 않아서 언제 나타났는지 소유천이 붉은 양산을 붙잡고 쏜살같이 날아오는 모습을 발견하고는 경악하고 말았다.

“젠장, 큰일났다!!

 

겁에 잔뜩 질린 고수영은 욕설을 퍼부었다.

 

“겁먹지 말고 무조건 달려요!

 

정화가 소리치자 잠시 주춤했던 고수영은 다시 차의 속도를 높혔다.하지만 소유천도 끈질기게 따라붙었다.

 

“어딜 도망가!

 

이윽고 소유천은 도망치는 차를  향해 붉은 양산을 겨누더니 무섭게 회전시키기 시작했다. 수송차를 박살내려는 듯 붉은 양산의 테두리에서 레이저 빔이  수송차를 향하여 발포되었다. 소나기처럼 날아간 레이저 빔은 수송차의 지붕 윗부분을 완전히 날려버렸다순간 차안의 모든 사람들은 저도 모르게 자신들의 목을 손으로 감싸며 기겁을 했다.

 

“꽉 붙잡아!

 

타격에 실패한 소유천은 또다시 레이저빔으로 공격을 재개했지만  타화자재천국의 도로에 워낙 능숙한 고수영의 운전 덕분에 요리저리 잘 피해나갔다.

몇번이나 폭사당할 뻔한 위기를 아슬아슬하게 넘기면서 도주하던 수송차는 마침내 타화자재천국의 출입문까지 간신히 다다랐다.

그런데 출입문의 셔터가 서서히 내려오기 시작했다.

 

“안돼!

 

 똥줄이 탄 고수영은 엑세레이타를 미친 듯이 밟으며 출입문을 향해 무섭게 돌진했다. 그 덕에 수송차는 간발의 차이로 출입문을 빠져나올 수 있었다.출입문을 벗어나자 다행히 소유천은 더이상 쫒아오지 않았다그런데  얼마 안가서 이번에는 아까 감찰요원이라는 사내가 오토바이를 타고는 물귀신처럼 따라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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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와는 달리 무서울 정도로 강한 힘을 지닌 푸른 빛의 형상에게 큰 위협을 느꼈는지 소유천은 허리춤에 매달려있는작은 호리병 하나를 꺼내어 들었다.그리고 신속히 뚜껑을 열어 아마라를 향해 힘껏 뿌렸다.호리병에서 분수처럼 뿜어져나온 검은 연기는 삽시간에 사방에 쫙 퍼졌다.

이게 뭐야?”

그러자 그렇게 당당했던 푸른 빛의 형상은 갑작스럽게 질겁을 하며 황급히 뒤로 물러섰다.그 사이 검은 연기를 들이마셨는지 정화는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신음소리를 내기 시작했다.그것을 주시하던 소유천은 의기양양하게 소리쳤다

 “그 비소가스는 너와 그 계집애를 아주 고통스럽게 죽일 것이다.

 “비소?

, 그 여자아이를 살릴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네가 여기서 빨리 도망을 치는 것 뿐이다!호호,”

 

소유천이 승리의 웃음을 날렸지만 그것이 무슨 뜻인지 모른 푸른 빛의 형상은 그냥 엉거주춤 서 있다. 그런데 그때 정화가 갑자기 땅바닥에 풀썩 쓰러져 몸부림치기 시작했다. 그제서야 사색이 된 푸른 빛의 형상은 황급히 정화를 끌어 안았다.

 

 “왜그래?”

! 숨이 막혀!”

이런, 비열한 수를 쓰다니……정화야, 너를 살리기 위해서 는 어쩔 수 없구나.미안하다. 지켜주지 못해서……

“나……나 죽는 거야?

“아니, 꼭 살아나서 네 아빠를 구하거라.”

, 어떻게 아빠를 여기서 구……구해 내? ,”

, 이런, 뭔가 방법이 있을텐데……”

 

하지만 푸른 빛의 형상은 딱이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 듯 고민스런 표정을 짓는다.그러나 소유천이 뿌린 검은 연기가 먹구름처럼 몰려오고 정화의 고통이 더욱 심해지자, 안타까운 표정을 짓더니만  황급히 모습을 감추어버렸다.

 

“네가 어디까지 도망가는가 보자!호호,"

 

소유천은 의기양양하게  웃더니 푸른 빛의 형상을 끝까지 쫓아가려는지 공중에서 모습을 감추어버렸다.검은 연기도 모두 소유천을 따라 신기루처럼 없어졌다.그러자 온몸을 쥐어짜던 정화의 고통도 즉시 사라졌다.

 

“아, 정말 죽는 줄 알았네.”

 

정화는 가쁜 숨을 내쉬며 이마에 흐른 진땀을 닦아냈다.

 

 그런데 진짜 아빠는 어디서 찾지?

 

정화는 아빠를 찾을 생각으로 주위를 이리 저리 살피고 있을 때 정화의 마음을 읽기라도 한 듯 어디선가 유동인과 정화의 엄마가 홀연히 모습을 드러내 조용히 다가왔다.정화는 새삼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여기 있는 네 아빠가 진짜인데 도대체 뭘 찾겠다는 거야?

 “거짓말!

“정화야!

 

그때 다가온 유동인은 정화의 행동을 이해못하겠다는 듯 곤혹스런 표정을 지으며 덥썩 그녀의 손을 잡았다.정화는 아버지로부터 어렸을 때 아버지 손을 잡고 산책로를 걷던 기억이 자신에게 전해져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다.그러자 이내 신기하게도  걱정스럽게 쳐다보는 엄마의 시선도 점점 익숙하게 느껴졌다.

 

(맞아,내가 괜히 의심을 했어. )

 

정화가 엄마 아빠를 자연스럽게 받아들일 무렵 파란 하늘에서 찬란히 빛나던 태양이 갑자기 소리를 내며 사라져 버렸다.

 

“안돼!

 

그 순간 정화 엄마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쥐고는 단발마 같은 고함를 질렀다.그런데 정화의 눈앞에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지금껏 화려했던 도시풍경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지고대신  거대한 오페라 하우스 같은 낯선 실내풍경이 그녀의 눈앞에 펼쳐졌다. 그리고 그곳에 수 천명의 사람들이 객속에 앉아있었다. 객석의 넓은 통로에는 방금 전에 그들이 타고왔던 의약수송차가 덩그라니 서 있었다.

 

“……!

 

객속에 앉아있는 수 천 명의 사람들은 마치 독한 약에라도 깊이 취해 있는 듯 갑작스런 사태에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그들에게 링거액을 교체해주고 있던 고수영도 화들짝 놀라며 정화에게 큰 소리로 물었다.

 

“무슨 일이야?

“저도 무슨 일인지 모르겠어요……혹시 지수가……

 

정화는 마침 헐레벌떡 그들에게 뛰어오는 지수를 보고는 말했다.역시 그녀의 추측대로 지수는 상기된 표정으로 바삐 말했다.

 

내가 전기차단기를 내려버렸어.”

네가?”

왠지 전에 여기와 본 느낌이 들었어. 그리고는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면서 빨리 차단기를 내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더라. 이상해.”

 

지수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뭔가를 기억해내려고 하자 정화는 걱정스러운 표정을 지었다.지수가 예전의 기억을 떠올렸나 싶어서 였다.

 

그런데 저 사람들은 뭐지?”

 

정화가 걱정스런 시선으로 지수를 살펴볼 때 지수는 객석에 앉아있는 수많은 사람들을 보고는 화들짝 놀랐다.

 

글쎄,”

 

 

자기도 영문을 모르겠다는 표정으로 대답을 하던 정화는 그녀에게서 두어걸음 떨어진 곳 의자에 자기 아버지 유동인이 파리한 모습으로 앉아있는 것을 발견하고는 흠칫 놀랐다.

 

우리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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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마, 엄마가……!)


 


잠시 후에 사자(死者)하고 맞부딕친다는 생각에 본능적으로 그녀의 심장은 쾅쾅 뛰기 시작했다. 그리고 동시에 현관문이 열렸다. 그녀를 주시하던 정화의 눈동자가 크게 떠졌다.


 


“……!


 


거실로 그녀의 엄마가 들어섰다.정화가 10살이었을 때 자궁암으로 죽기 전의 화사한 모습을 그대로 지니고 있었다.


 


엄마, , 정말 살……살아계신 거예요?


그게 무슨 말이야?


 


정화엄마는 딸이 지금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다는 표정을 지었다.


 


어떻게 이런 일이……”


왜 이리 일찍 왔어?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어?


 


정화엄마는 정화가 몸이 안좋아 학교에서 조퇴하고 온 것으로 여겼는지 걱정스럽게 물었다.


 


“그게……”


 


정화는 뭐부터 이야기할지  몰라 당혹스러워 하다가 일단 엄마의 손을 잡아보았다.그 순간 따스하게 온몸으로 퍼지는 엄마의 체온는 그녀의 뇌리속에서 엄마는 예전에 죽었다는 기억을 빠른 속도로 녹여버렸다.  그때였다.


 


속지마, 네 엄마는 죽었어!


 


어디선가 날 선 목소리가 날아왔다.정화가 깜짝 놀라 주위를 둘러보니 언제 나타났는지 정체를 알 수 없는 푸른 빛이 뒤쪽에서 다가오고 있었다. 푸른 빛 속에서 정화를 꼭 닮은 형상이 움직이고 있었다. 정화앞에 선 푸른 빛의 형상은 다짜고짜 정화를 꾸짖기 시작했다.


 


 네 엄마는 10년 전에 자궁암으로 사망했잖아!


 그럼 저 엄마는?"


“누군가 만든어 낸 가상의 이미지야!


“가상? 저렇게 생생한데?


“하지만 내 눈은 속일 수 없다.


“맙소사,


“그럼 아버지는?


물론 네 아버지도 가상의 이미지야.


“그럴 수가!


하지만 걱정마.네 아버지의 진짜 몸둥아리는 이 근처 어디엔가 있을테니까. 살아서 말이다.


“정말이야?


 


정화가 주위를 두리번거리다가 문득 생각난 듯 푸른 빛의 형상을 돌아보며 물었다.


 


“그런데 너, 누구야?


너를 지켜주는 수호천사이니 그렇게 겁먹지 마.


“수호천사?


“흠, 정확히 말하면 너의 기억을 수호해주지.


 


푸른 빛의 형상이 대답을 하자 어디선가 앙칼진 여자의 목소리가 날아들어왔다.


 


“네 까짓 것이 뭘 지켜?


 


난데없는 소리에 거실에 있던 모든 사람들이 깜짝 놀라 어리둥절하고 있는 사이에 거실 천정 한가운데에서 찬란한 빛이 쏟아졌다.그리고 그 사이로 붉은 양산을  흔들거리며  아름다운 미모를 가진 여인이 나타났다.그녀는 푸른 빛의 형상에게 양산을 겨누며 호통을 쳤다.


 


ULO! 빨리 그 계집애에게서 떨어져!


 


하지만 푸른 빛의 형상은  코웃음친다.


 


“넌 누구냐?”


난 인간의 뇌를 지배하는 소유천이다!”


네가 그 뻔뻔한 도둑년이군!”


뭐라고! 도둑년은 바로 너다! ”


“감히 남의 뇌를 훔치다니……”


닥쳐라! 내 제국에 들어온 이상 누구든지 내 지배를 받아야 한다. 너 같이 하룻 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날뛰던 족속들을 내가 모조리 쫒아내버렸지. 어디 맛좀 보여줄까!”


 


호통을 친 소유천은 아주 능숙하게 붉은 양산을 휘두르며 푸른 빛의 형상에게 덤벼들었다. 그 순간 거실은 홀연히 햇볕이 강렬하게 내리쬐는 넓은 초원으로 바뀌어갔다


 


“덤벼라!”


 


푸른 빛의 형상도 곧바로 두 손을 모아 소유천을 겨누자 그의 손에서 푸른 빛이 솟구치더니 소유천을 향해 무섭게 날아갔다. 소유천은 붉은 양산을 재빠르게 쫙 펼치면서 푸른 빛의 폭풍을 막아냈다하지만 가공할 번개까지 동반한 푸른 빛의 공격에 소유천은 주춤거리며 뒤로 밀려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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