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독한 놈!”
그를 발견한 고수영은 몸서리를 쳤다.사내는 오토바이를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도 다른 손으로는 수송차를 향해 마구 발포했다.
“이크!”
죽기살기로 내빼는 수송차의 뒷범퍼에서 불꽃이 요란하게 튀었다. 그때마다 고수영은 질겁을 하면서 미친 듯이 액셀레이터를 밟았다.
“통제실 나와!”
좀처럼 수송차를 따라잡지못하자 마침내 감찰요원은 운전석의 패널을 향해 크게 소리쳤다.그러자 운전석에 GSA의 통제실 요원 김수진의 모습이 홀로그램으로 나타났다.
“의약부의 고수영이 도주한다! 그자의 위치를 당장 추적해!”
“넷!”
통제실 요원의 대답이 사라지기 무섭게 정지위성이 추적한 고수영의 도주 상황이 패널에 지도로 그려졌다.
“고수영의 위치를 파악했습니다. 모두 날려버릴까요?”
통제실요원은 전자게임이라도 즐기는 아이처럼 들뜬 목소리로 사내에게 물었다.
“아니야, 고수영의 기억만 모두 초기화시켜. 놈이 운전을 못하면 모두 잡을 수 있다.”
“네, 알겠습니다.”
다소 실망한 듯한 김수진이 붉은 단추를 누르자 잠시 후 공중에 떠 있던 정지위성에서 난데없이 한 줄기 붉은 레이저 광선이 나타나더니 지상에서 맹렬하게 도주하는 의약수송차를 겨누었다.그리고는 곧바로 수송차의 지붕위에서 작렬했다.그 순간 수송차가 급정거했다.
“아빠, 왜그래?”
수송차가 갑자기 멈추자 고래밥은 당혹한 표정으로 자기 아버지를 쳐다보았다.그러나 그는 굳은 표정으로 아무 말이 없었다.
“아저씨, 왜 그래요?”
정화는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사내를 바라보면서 고래밥 아버지에게 다급하게 묻는다.
“……”
그런데 고수영은 마치 넋이 나간 사람처럼 멍하게 앞만 쳐다보고 있었다. 불안한 고래밥은 고수영의 몸을 세게 흔들었다. 그러자 고수영은 화들짝 놀라며 아들의 손을 뿌리쳤다.
“어, 넌 누구냐?”
고수영은 고래밥을 전혀 처음보는 사람처럼 빤히 쳐다본다.아버지의 뜻밖의 반응에 고래밥은 울상을 지었다.
“아버지, 정말 왜그래?”
“아버지라니?”
고래밥 아버지는 잠시 두려운 눈길로 차안에 있는 아이들을 둘러보더니 놀란 표정을 짓는다. 그리고는 서둘러 차에서 내리려고 했다. 아버지의 반응에 울상이 된 고래밥은 일단 그의 아빠를 붙잡았다.
“아빠, 어디 가요?”
그의 물음에 고래밥 아버지는 납치라도 당하는 사람처럼 기겁을 하며 비명을 질렀다.
“놔라!놔!”
“아빠, 정신 차려요!”
고래밥이 고수영의 상체를 마구 흔들자 얼굴이 하애진 고수영은 아예 발버둥치기 시작했다.
“사람살려!”
고래고래 고함을 지르던 고수영은 기어이 고래밥을 밀쳐내고는 밖으로 훌쩍 뛰어내렸다.고래밥도 같이 내리려고 하자 정화가 얼른 그를 붙잡았다.
“저 놈이 쫓아오는데 어딜 내려?”
과연 그녀의 말대로 어느 새 사내가 바로 20미터 전방에까지 쫓아왔다. 사내를 발견한 고수영은 투항이라도 하는 듯 두 손을 들고 사내를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아버지를 데리고 가야돼!”
울상이 된 고래밥은 다시 차에서 뛰어내리려고 했다.그러나 그 사이 운전석에 앉은 정화는 재빨리 다시 차의 시동을 걸고는 급출발을 했다.
“안돼! 차를 멈춰!”
“지금 잡히면 모두 끝장이야!”
정화는 고래밥의 절규를 애써 외면하고는 수송차를 급출발시켰다. 사이드 미러를 흘끔 보니 감찰요원과 GSA요원들이 두 손들고 투항하는 고영수를 급히 체포하는 모습이 비추졌다.
그 사이 수송차는 멀찌감치 도망칠 수 있었다.그러나 안도도 잠시 하늘에서 다시 붉은 레이저빛이 수송차를 정조준하고 소나기처럼 쏟아졌다.수송차 주변 여기저기에서 불기둥이 작렬했지만 수송차가 팔달산 기슭으로 들어서는 바람에 끝내 수송차를 폭파시키지는 못했다.
겨우 타화자재천국에서 탈출한 정화일행은 무성한 참나무 그늘밑에 숨어 긴급회의를 가졌다.정화가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먼저 입을 열었다.
“우리는 엄마 아빠를 구출해내는 데 실패했는데 어떡하지?”
“그냥 산으로 다시 돌아가 24무예시범단을 잡아야 하나?”
고래밥이 한숨을 섞어가며 대꾸했다.그러자 지수는 고개를 절래 절래 흔들었다.
“그럴 수는 없어. 이왕 이렇게 된 김에 정면승부를 해야돼!”
“무슨 방법이라도 있어.”
돈수가 눈을 반짝이며 묻자 지수는 등에 지고 있던 작은 자루를 손가락으로 가리켰다.
“이게 우리의 강력한 무기야.”
“그래?”
“그 작전이 어떤 거냐 말이야,”
지수는 자신을 주시하고 있는 세 친구에게 자신의 작전을 조용히 말해주었다.다 듣고 난 정화는 고개를 끄떡이었다.
“한번 해볼 만 한데……우리 인원이 너무 적어. 사부님쪽하고 연락을 해야하는데 보안군들이 저렇게 철통같이 지키고 있으니 어떡하지?”
“걱정마, 다 방법이 있어.”
그 무렵 팔달산 금잔디 광장의 누각에는 공노인과 지성, 영훈, 영재 그리고 강태풍등이 산기슭을 내려다보며 이제나 저제나 정화일행이 엄마 아빠들을 무사히 구출해오기를 학수고대하고 있었다.
시간이 매우 더디게 지나간다고 느낄 무렵 갑자기 누각의 기둥에 화살이 꽂히는 소리가 둔탁하게 났다.산기슭에서 누군가가 쏜 화살이 분명했다.화살의 중간에 여러 번 접은 종이가 매달려 있었다. 공노인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기둥에 꽂힌 화살을 뽑아 종이를 펼쳤다.그것을 말없이 읽어가던 공노인의 얼굴빛이 처음에는 어두워졌었는데 결국에는 고개를 끄떡이었다.공노인은 한결 밝은 얼굴로 아이들을 돌아보았다.
“자, 이제 진짜 싸움을 해야겠구나.”
“진짜 싸움이요?”
강태풍이 싸움이라는 소리에 몹시 긴장이 되는지 몸을 부르르 떨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