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 하지만 나는 아직도 네가 왜 그런 엄청난 짓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싸움은 당신이 먼저 걸었소.왜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겁니까?”
”난 단지 너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려고 했을 뿐이야.”
“변명하지 마세요!”
“왜 다들 내 진심을 몰라주지?”
황박사는 다시 화가 치미는지 독주를 입에 쏟아부었다.이번에는 처음처럼 미간을 찌푸리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너는 당장 팔달산으로 돌아가서비소가 네 뇌속에 방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네가 죽지않은 이유를 찾아내라.”
“그게 무슨 말이죠?”
지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자 황박사는 독주를 한 잔 입안에 털어넣는다.
“네가 팔달산에 들어갔었을 때 네 여의주는 전자기 펄스의 영향을 받아 고장이나버렸다. 그때 시스템 운영상 필요해서 그속에 삽입해두었던 비소가 방출되었지.”
“그런 위험한 독을 여의주에 넣어두었다고요?”
비소라는 말에 지수는 매우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이 하애졌다.
“여의주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너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어.”
“그래서요?”
지수는 충격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자못 궁금하다는 시선으로 황박사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맹독이 뇌에 퍼졌으니 당연히 너는 이미 시체가 되었겠지. 하지만 너는 왠일인지 죽지 않았어. 그것은 뇌가 비소를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겠끔 진화를 했거나,”
“제발 그놈의 진화타령 그만 좀 해요!”
“아쉽게도 우리 분석한 것에 의하면 아쉽게도 너의 뇌에서는 진화가 일어난 흔적은 없더구나.그래서 나는 다른 누군가가 비소를 건드렸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다른 누군가가요?”
“그래.”
“그게 누구죠?”
지수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쩍 빛났다.황박사는 양주를 따라 다시 단숨에 들이켰다.
“산속에 있는 테러분자들이다.”
“테러분자요?”
“산속에서 붉은 갑옷을 입고 설치는 자들 말이다.”
“그들은 무예24기 시범단이예요.”
“웃기는 소리! 놈들이 사이보그 용병들을 박살내는 것을 보고도 그 따위 소리를 해?”
“그래도 그들은 그럴 능력이 없을거예요.”
“아니야. 그들은 푸른 빛 ULO를 이용해서 시스템을 고장나게 만든 거지.우리들의 여의주를 저지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참 잘된 것 아닌가요?”
지수는 정말 잘 되었다는 듯 밝은 표정을 지었다.그런 지수에게 황박사는 압박을 하듯 알코올 기운에 점차로 붉어져가는 얼굴을 쭉 내밀었다.역겨운 술냄새가 확 풍겨왔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류의 진화는 끝이다!”
“제발 진화타령 그만하고 그놈의 여의주프로젝트도 당장 그만두세요!”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듯 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박사를 향해 내뱉았다.눈을 부릅뜬 지수의 강력한 질책에 황박사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그리고는 화가 치미는 듯 양주를 입에다 털어놓는다.
“그만 둘 수 없어! 그것은 내 욕심을 위해서 하는 일이 절대 아니야. 인류를 진화시키는 위대한 사업이야.”
“그건 당신의 영역이 아니예요! ”
지수는 어린 나이답지않게 무섭게 맞받아쳤다.
“그럼 그게 조물주가 하는 일이라고?어림없는 소리! 진화는 필요에 의해서 일어난다. 지금이 바로 그때야!”
“궤변이예요!”
지수가 소리를 지르자 황박사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다시 무겁게 입을 연다.
“하여간 지금 너는 인류의 진화를 방해하는 놈들을 찾아내 처단해야 한다.”
“난 못합니다.”
지수의 답변은 단호했다.
“못한다구?”
“네.”
지수가 다시 한번 강한 거부의사를 나타내자 황박사는 잠시 말문을 잃은 듯 침묵을 지켰다.그리고는 다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럼 네 부모들은 죽어도 좋아?”
황박사의 짤막한 물음에 급소를 찔린 듯 지수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내가 이번에 정화의 기억을 살펴보았더니 너에 대해서 아주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더구나.”
“정화?”
지수는 비로소 황박사가 뜬금없이 정화 이야기를 꺼낸 의도를 알아챈 듯 흠칫했다.매의 눈을 가진 황박사는 그것을 놓칠리 없었다.황박사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반딧불이가 춤추던 날 밤에는 너에 대한 감정이 더욱 고조되었더군.”
“정화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아직 아무 짓도 안했지. 하지만,”
“……”
“네가 역사의 부름을 무시하면 너에 대한 정화의 기억과 감정도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지.”
“비열한 협박입니다.”
“정화가 너를 전혀 몰라보겠끔 그 아이의 기억을 조작하는 그 정도의 기술은 내게는 식은 죽 먹기야.”
“악마!”
“인류의 진화를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악마가 될 테다.”
이미 독주에 점령당했는지 황박사는 매우 격정적으로 소리쳤다. 그리고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지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러니까 인류의 발전을 방해하는 테러범들을 모두 소탕해. 알겠니?”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휴,”
“고맙다.”
“하지만 나는 인류를 괴물로 만든 자로 영원히 기억되겠군요.”
“아니야. 좋은 쪽으로 생각해. 너는 완벽한 여의주 시스템 아니 인류의 진화를 수호한 공로자로 영원히 인류사에 기억될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