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수와 영재는 후덥지근한 7월의 무더위를 뚫고 공노인이 일러준 동굴속으로 뛰어들어갔다 . 동굴안쪽에 걸쳐있는 판자를 발로 차버리고는 삽으로 동굴을 파해쳤다.정신없이 삽질을 한 지 얼마 안되어 시커먼 동굴이 제 모습을 드러냈다.끝이 보이지않는 동굴속에서 섬뜩한 찬 바람이 새어나왔다.
“빨리 서둘러! 놈들이 쫓아올거야!”
지수는 영재에게 소리치고는 먼저 안으로 들어섰다.잠시 주춤하던 영재도 그뒤를 따랐다. 사람 하나 간신히 지나갈 수 있는 동굴속에서 쏟아져 나오는 바람은 얼음장처럼 차가왔다.
얼마 정도 걸어가자 동굴은 다시 좁아지고 경사또한 가파르게 45도로 굽어지기 시작했다. 수 년에 걸친 공노인의 발굴 흔적이 묻어있는 동굴은 긴 세월만큼이나 길게 한없이 이어졌다.
동굴 내부가 다시 넓어지자 두 사람은 다시 뛰기 시작했다. 그런데 점점 가파르게 변하던 동굴은 마침내 거의 절벽이 되어버렸다. 잠시 난감해 하던 두 사람은 바닥에서 예전에 공노인이 설치해놓은 듯한 밧줄을 발견하고는 그것을 타고 밑으로 내려갔다.
그리고 대략 5분 정도 힘겹게 내려가자 다시 평지가 나왔다. 수 백명이 머물러도 좋을 만한 넓은 벙커와 같은 공간이 그들 앞에 드러났다.상당히 깊이 내려왔음에도 두 사람은 전혀 답답함을 느끼지 않았다.오히려 아늑하고 포근하였다. 그리고 벽에 걸려있는 횃불이 동굴을 비춰서 그런지 동굴은 그다지 어둡지 않았다.
그런데 동굴벽 여기저기서 노란 빛이 반짝거렸다.그것을 발견한 영재는 무슨 생각이 들었는지 후다닥 달려갔다.노란 빛이 새어나가던 곳을 손가락으로 파헤치던 영재의 눈이 휘둥그래졌다.
“이거 황금 가루 아니야?”
영재의 외침에 덩달아 놀란 지수가 쫓아가 반짝이는 곳을 손가락으로 후벼보니 정말 그의 손끝에 노란 금가루가 묻어나왔다.
“이것 때문에 사부님이 발굴을 하셨군.”
지수의 말에 영재는 동굴의 여기 저기를 뛰어다니며 손가락으로 마구 파헤쳐본다.그러던 영재가 갑자기 화들짝 놀라며 지수를 부른다.
“지수야, 이리 좀 와봐!”
“뭔데?”
지수가 다가가서 보니 영재는 동굴천정 부분에 떠다니는 자주빛 안개를 쳐다보고 있었다.영재는 매우 흥분한 얼굴로 지수를 돌아보았다.
“이 자주빛 안개는 어디서 나오는 거지?우리가 지난번 코브라를 폭파시켰을 때 사용했던 우주입자도 이 색깔하고 비슷했는데……혹시?”
“사부님이 여기서 가져온 거야.”
지수가 고개를 끄떡이자 영재는 자주빛 안개가 짙게 새어나오는 동굴의 안쪽으로 성큼 다가갔다.지수가 따라붙자 영재는 조심스럽게 자주빛 안개를 쫓아가기 시작했다.그리고 그들은 얼마 안 가서 ‘第六宮’(제6궁)이라는 한자가 힘차게 새겨져 있는 커다란 아치형 석문을 발견했다.
“제6궁? 여섯번째 궁궐이라는 소리야?”
금방 자주빛 안개를 잊어먹은 듯 호기심 많은 영재가 먼저 감탄사를 터뜨렸다.
“궁궐이라?”
석문의 이곳 저곳을 살펴보면서 혼자 중얼거리던 지수는 석문을 힘껏 밀어제치고 제6궁 안으로 서슴없이 들어섰다. 영재 또한 흥분된 표정을 감추지 못하며 지수 뒤를 따라 동굴안으로 들어섰다.
제6궁안은 상당한 정도의 공간이 형성되어 있었고 기이할 정도로 다른 곳보다도 훨씬 더 밝았다. 제6궁의 둥근 벽면을 따라 커다란 다섯 개의 동굴이 뚫려있었는데 각 동굴에서 빛이 들어와 동굴 바닥 가운데에 돌출되어있는 반원형 커다란 하얀 바위에 반사되어 동굴내부를 밝혀주고 있었다.
반원형 하얀 바위의 표면은 그들의 얼굴이 훤히 비칠 정도로 맑고 투명했다. 마치 거울과 같이 미끌미끌하고 투명한 바위 표면을 만져보던 영재의 눈이 한순간 놀라움으로 가득 찼다.
“아니 , 이건?”
다름 아니라 바위의 표면에 검귀가 군사를 이끌고 달려오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자세히 살펴보니 그곳은 조금 전에 지수와 영재가 마악 지나쳐 온 동굴이었다.
“이럴 수가! 이곳에서 동굴의 모든 움직임을 한 눈에 다 보는구나!”
“대단해. 사부님이 만들어 놓으셨을까?”
영재가 흥미로운 눈초리로 바위의 화면을 뚫어지게 살펴보면서 말하자 지수는 고개를 세게 가로젓는다.
“글쎄,자연적으로 만들어진 같은데……”
지수의 말에도 영재는 혹시라도 남아있을지 모르는 과학의 흔적을 찾아보는 듯이 하얀 바위의 여기저기를 예리한 눈빛으로 꼼꼼히 살펴본다.
“하긴 기계의 흔적은 전혀 보이지 않아.”
“그렇다면 더욱 불가사의하군.”
감탄을 하던 지수는 무슨 소리를 들었는지 문득 말을 멈추었다. 그러자 제6궁 동굴입구쪽에서 사람들이 두런거리는 소리가 확연히 들려왔다.
“큰일이다! 놈이 거의 다 쫓아왔나봐!”
지수가 크게 놀라자 영재는 얼른 도망갈 길을 찾아보았으나 전방의 동굴은 꽉 막혀있었다.
“젠장!”
마침내 독안에 갇힌 생쥐처럼 되었다는 두려움에 우왕좌왕하던 영재는 동굴 바닥의 돌에 발이 걸려서 그만 하얀 바위위로 엎어지고 말았다.그런데 놀랍게도 쓰러진 영재의 몸이 하얀 바위속으로 쑥 딸려들어가고 말았다.
“어억!”
영재의 몸이 바위속으로 거꾸로 쓸려 들어가자 곁에 있던 지수는 엉겁결에 영재의 다리를 잡아당겼다.그런데 바위속에서 영재를 끌어당기는 힘이 얼마나 강력한지 지수마저도 그대로 바위속으로 딸려 들어가고 말았다.
“사람살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