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1일 지수와 영재가 팔달산 누각에 모습을 드러내자 공노인를 비롯한 지성, 돈수, 고래밥, 그리고 장소천 등 산에 남아있던 영산수호회 나머지 멤버들이 한 걸음에 달려왔다. 그러나 그들은 부모들을 구출하는데 실패하고 친구들마저 모조리 잡혀버렸다는 말을 듣고는 크게 낙담했다.

 

“정말 큰일이구나.

 

우주입자의 파괴력에 일말의 기대를 걸었던 공노인은 한숨을 내쉬었다그때 지수가 공노인의 귓가에 나지막이 말했다.

 

그런데 그보다도 더 큰 일이 있어요.”

뭔데 그렇게 심각한 표정을 짓느냐?”

 

지수는 황박사가 자신에게 들려주었던 얘기들을 공노인에게 들려주었다.물론 정화에 대한 이야기는 꺼내지 않았다.지수의 얘기가 다 끝나자 공노인은 장탄식을 했다.

 

망할 놈! 여의주에 그런 끔찍한 것을 집어넣었다니……그 작자가 무슨 생각으로 그런 위험하고도 어리석은 짓을 저질렀을까? ”

하지만 황박사는 지금 무예24기시범단이 푸른 빛을 이용하여 여의주를 무용지물로 만들고 있다며 매우 두려워하고 있습니다.”

황박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믿어야 될 지 모르겠구나.워낙 교활한 자라……”

 

역시 인생경륜이 많은 공노인이라 경계심을 앞세웠다.

 

그래서 저는 비록 부모님들이 인질로 잡혀있지만 무예시범단 사람들을 만나보겠습니다.그래서 어떻게 해서그들이 여의주를 무력화시켰는지 알아보겠습니다. 사부님은 혹시 그들이 어디에 있는지 아세요?”

 

지수가 묻자 공노인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흠, 한 군데 짚이는 곳이 있긴 한데 말이야.”

그곳이 어디죠?”

백프로 장담할 수는 없지만 왠지 그곳이 마음에 걸리는구나.”

그들이 어디 알고 계시는군요. 그곳이 어디인지 빨리 말씀해주세요.”

 

공노인을 바라보는 지수의 눈빛이 기대에 차서 반짝 반짝빛났다.

 

그곳은 바로,”

 

황박사가 입을 마악 때려고 할 때 어디선가 갑자기 거친 사내의 목소리가 날아들었다.

 

“잠깐!

 

모두 깜짝 놀라 소리난 곳쪽으로 돌아보니 검귀가 그의 부하들을 이끌고 험상궂은 표정으로 급히 뛰어오고 있었다. 

 

“영감! 입다물어!

 

급한 김에 고함부터 냅다 지르고 공노인의 앞에 우뚝 선 검귀는 입도 뻥긋하지 말라는 듯 검을 빼들고 그를 위협했다.그 모습에 주변에 있던 아이들은 기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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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하지만 나는 아직도 네가 왜 그런 엄청난 짓을 하려고 했는지 모르겠다.

“싸움은 당신이 먼저 걸었소.왜 우리를 가만히 놔두지 않는 겁니까?

”난 단지 너희들을 행복하게 만들어주려고 했을 뿐이야.

“변명하지 마세요!”

왜 다들 내 진심을 몰라주지?”

 

황박사는 다시  화가 치미는지 독주를 입에 쏟아부었다.이번에는 처음처럼 미간을 찌푸리지 않는다.

 

“결론부터 말하겠다. 너는 당장 팔달산으로 돌아가서비소가 네  뇌속에 방출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네가 죽지않은 이유를 찾아내라.”

그게 무슨 말이죠?”

 

지수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되묻자 황박사는 독주를 한 잔 입안에 털어넣는다.

 

네가 팔달산에 들어갔었을 때 네  여의주는 전자기 펄스의 영향을 받아 고장이나버렸다. 그때 시스템 운영상  필요해서 그속에 삽입해두었던 비소가 방출되었지.”

그런 위험한 독을 여의주에 넣어두었다고요?”

 

비소라는 말에 지수는 매우 충격을 받은 듯 얼굴이 하애졌다.

 

여의주를 제대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었다. 그런데 너는 기적적으로 살아났어.”

그래서요?”

 

지수는 충격을 간신히 가라앉히고 자못 궁금하다는 시선으로 황박사의 입이 열리기를 기다린다.

 

맹독이 뇌에 퍼졌으니 당연히 너는 이미 시체가 되었겠지. 하지만 너는 왠일인지 죽지 않았어. 그것은 뇌가 비소를 깨끗하게 처리할 수 있겠끔 진화를 했거나,”

제발 그놈의 진화타령 그만 좀 해요!”

아쉽게도 우리 분석한 것에 의하면 아쉽게도 너의 뇌에서는 진화가 일어난 흔적은 없더구나.그래서 나는 다른 누군가가 비소를 건드렸을 가능성을 생각했다.”

다른 누군가가요?”

그래.”

그게 누구죠?”

 

지수의 눈빛이 날카롭게 번쩍 빛났다.황박사는 양주를 따라 다시 단숨에 들이켰다.

 

산속에 있는 테러분자들이다.”

테러분자요?”

산속에서 붉은 갑옷을 입고 설치는 자들 말이다.”

그들은 무예24기 시범단이예요.”

웃기는 소리! 놈들이 사이보그 용병들을 박살내는 것을 보고도 그 따위 소리를 해?”

그래도 그들은 그럴 능력이 없을거예요.”

아니야. 그들은 푸른 빛 ULO를 이용해서 시스템을 고장나게 만든 거지.우리들의 여의주를 저지시키기 위해서 말이다.”

그것참 잘된 것 아닌가요?”

 

지수는 정말 잘 되었다는 듯 밝은 표정을 지었다.그런 지수에게 황박사는 압박을 하듯 알코올 기운에 점차로 붉어져가는 얼굴을 쭉 내밀었다.역겨운  술냄새가 확 풍겨왔다.

 

하지만 그것으로 인류의 진화는 끝이다!”

제발 진화타령 그만하고 그놈의 여의주프로젝트도 당장 그만두세요!”

 

더 이상 들을 수 없다는 듯 지수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황박사를 향해 내뱉았다.눈을 부릅뜬 지수의 강력한 질책에 황박사도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그리고는 화가 치미는 듯 양주를 입에다 털어놓는다.

 

“그만 둘 수 없어! 그것은 내 욕심을 위해서 하는 일이 절대 아니야. 인류를 진화시키는 위대한 사업이야.”

그건 당신의 영역이 아니예요! ”

 

지수는 어린 나이답지않게 무섭게 맞받아쳤다.

 

그럼 그게 조물주가 하는 일이라고?어림없는 소리! 진화는 필요에 의해서 일어난다. 지금이 바로 그때야!”

궤변이예요!”

 

지수가 소리를 지르자 황박사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멍하니 쳐다보다가 다시 무겁게 입을 연다.

 

하여간 지금 너는 인류의 진화를 방해하는 놈들을 찾아내 처단해야 한다.”

난 못합니다.”

 

지수의 답변은 단호했다.

 

못한다구?”

.”

 

지수가 다시 한번 강한 거부의사를 나타내자 황박사는 잠시 말문을 잃은 듯 침묵을 지켰다.그리고는 다시 무겁게 입을 열었다.

 

그럼 네 부모들은 죽어도 좋아?”

 

황박사의 짤막한 물음에 급소를 찔린 듯 지수의 얼굴빛이 창백해졌다.

 

그리고 내가 이번에 정화의 기억을 살펴보았더니 너에 대해서 아주 좋은 감정을 갖고 있더구나.

“정화?

 

지수는 비로소 황박사가 뜬금없이 정화 이야기를 꺼낸 의도를 알아챈 듯 흠칫했다.매의 눈을 가진 황박사는 그것을 놓칠리 없었다.황박사는 빙긋 웃으며 말했다.

 

“반딧불이가 춤추던 날 밤에는 너에 대한 감정이 더욱 고조되었더군.

“정화에게 무슨 짓을 한 겁니까?

“아직 아무 짓도 안했지. 하지만,

“……”

“네가 역사의 부름을 무시하면 너에 대한 정화의 기억과 감정도 완전히 달라질 수도 있지.

비열한 협박입니다.”

정화가 너를 전혀 몰라보겠끔 그 아이의 기억을 조작하는 그 정도의 기술은 내게는 식은 죽 먹기야.

악마!

“인류의 진화를 위해서라면 나는 기꺼이 악마가 될 테다.”

 

이미 독주에 점령당했는지 황박사는 매우 격정적으로 소리쳤다. 그리고는 붉게 충혈된 눈으로 지수를 뚫어지게 바라본다.

 

그러니까 인류의 발전을 방해하는 테러범들을 모두 소탕해. 알겠니?”

선택의 여지가 없군요.,”

고맙다.”

하지만 나는 인류를 괴물로 만든 자로 영원히 기억되겠군요.”

아니야. 좋은 쪽으로 생각해. 너는 완벽한 여의주 시스템 아니 인류의 진화를 수호한 공로자로 영원히 인류사에 기억될 것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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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니, 여기가 어디지?

길고도 어지러운 꿈속에서 헤매다가 홀연히 잠을 깬 지수는 자신이 어느 낯선 방안에 누워있는 것을 깨달자 화들짝 놀라며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앉았다.주황색 커튼이 쳐진 유리창 하나 달랑 있는 탓에 방안은 매우 침침하여 몇 시나 되었는지 시간을 가늠할 수가  없었다.물론 위치는 말할 것도 없었다.

 

그는 아직도 잠이 떨어지지 않은 게슴프레한 눈빛으로 어두운 방안을 유심히 살펴보았다.방 구석에 작은 냉장고 하나그가 앉아있는 침대 그리고 옆에 붙어있는 책상만이 놓여있어 누군가 잠깐씩 잠만 자고 나가는 그런 방으로 여겨졌다.

 

“내가 왜 여기에 있는 거지?

 

낯선 방에 대해서 몹시 당황하는 지수의 뇌리에는 팔달산에서 아이들과 함께 지내다가 어느 날 산속으로 공격해오는 사이보그 용병들을 물리친 기억밖에 나지 않았다.

 

 그리고 이어서 반딧불이 무리속을 함께 달리던 정화의 청초한 얼굴이 아련하게 떠오르고 또한 아이들과 함께 우주입자로 황박사의 코브라를 파괴한 기억이 퍼뜩 살아났다.또한  엄청난 폭발과 함께 공중으로 날아가던 기억이 전부였다.그랬는데 낯선 침대에서 누워 있다니 지수는 극심한 혼란을 느꼈다.

 

“참, 아이들은 어떻게 되었지? 그리고 정화는?

 

문득 정화에 대한 걱정이 들면서 정화도 혹시 같이 있나 싶어 방안을 황급히 둘러 보았다. 그때 맞은 편 벽에  A4 정도 크기의 사진이 여러 장 붙어있는 것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무심코 그것들을 그냥 지나치던 지수는 갑자기 흠칫하더니 득달같이 달려가 사진들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그의 움직임을 감지한 천정의 전등이 곧 켜지면서 사진들이 더욱 선명하게 보였다.

 

사진속에는 깍아놓은 듯한 조각상처럼 아주 잘 생긴 지수 자신이 검은 색 제복을 입은 채 양 손으로  레이저 총을 치켜들고  전방의 목표물을 향해 겨누고 있는 모습이 담겨 있었다.다른  사진속에서는 지수는 제복대신 청바지를 입고 있었지만 총은 여전히 같은 모델을 쥐고 있었다.

 

“아니, 이게 나란 말이야?

 

지수는 사진속의 자기 모습이 매우 낯설게 느껴졌다. 그는 아직도 자신이 꿈을 꾸고 있나 싶어 허벅지를 힘껏 꼬집어본다. 허벅지에서 전해져오는 찌릿한 아픔 때문에 그는 인상을 쓰며 얼른 손을 뗐다.

 

“꿈은 아닌데...... 난 이런 기억이 전혀 없는데......"

 

지수는 사진들이 합성되었나 싶어 창문의 커튼을 제치고 사진을 들고  이리 저리 세밀히 들여다본다. 그러나 그 사진을 도대체 누가 언제 찍어주었는지 여전히 기억이 나지를 않았다. 그가 답답한 마음에 어쩔 줄 모르고 있을 때 방문이 열리면서 검은 색 중절모를 쓴 황박사가 불쑥 들어왔다.

 

“몸은 좀 괜찮으냐?

“황박사!당신이 어떻게 여기에?

 

자신과 함께 공중으로 붕 솟구쳤던 황박사가 멀쩡한 모습으로 나타나자 지수는 깜짝 놀라며 얼른 경계자세를 취했다.그러자 황박사는 모자를 벗어 책상에 가볍게 내던졌다.그리고는  주머니에서 작은 갈색 양주병을 하나 꺼냈다.

 

“그렇게 경계하지마라, 우리는 한때 아주 친밀한 사이였으니까.

“말도 안되는 소리!

“네가 아무리 부정해도 넌 내 손자였어.

“거짓말!

 

지수는 자기가 황박사의 손자였다는 말을 받아들이고 싶지 않은 듯고개를 세게 흔들었다.

 

나를 너무 모른 체하지 말거라. 서운하다.”

 

황박사가 슬쩍 웃으며 너무나도 자연스런 말투로  대꾸하자 지수는 그에게 현혹되지 않겠다는 듯 서둘러 말꼬리를 돌렸다.

 

“참, 친구들은 어떻게 되었죠?

“다행히 코브라가 폭발하지않은 바람에 네 친구녀석들도 모두 살았어.

 

황박사는 책상앞에 놓인 의자에 앉으며 양주병의 뚜껑을 돌려 땄다.그리고는 한 모금 입에다 쏟아부었다. 독한 술이 식도를 찌르르 자극하는지 그는  잠깐 미간을 찌푸렸다.

 “코브라가 폭발하지 않았다고요!”

지수가 매우 낙담한 표정을 짓자 황박사는 어이없다는 듯 그를 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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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도 ULO가 돌아오는 것은 절대 용납못해!”

그럼 말로만 그러지 말고 무슨 수를 내봐요?”

 

하지만 소유천의 재촉에도 황박사는 마땅한 해법이 금방 떠오르지 않는 듯 시원한 대답을 못했다.그의 침묵에 소유천은 더욱 심한 정신적 공황에 빠져드는 듯 황박사 앞을 정신없이 왔다 갔다 했다.

 

“감히 테러범 따위가 ULO랑 손잡고 내 제국을 뒤흔들다니! 본때를 보여주겠어! ”

 

그동안 인간의 뇌를 마음대로 요리해오던 것에 맛을 들인 소유천으로서는 ULO에게 다시 쫓겨난다는 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었다. 그렇게 깊은 절망에 빠져 허우적거리던 소유천은 갑자기 좋은 생각이라도 난 듯 손뼉을 크게 쳤다.

 

그렇다면 테러범들을 근본적으로 없애는 방법을 써야겠군요.”

 

하지만 황박사의 반응은 썰렁했다.

 

어떻게 하려고?”

지수를 팔달산에 다시 보내는 겁니다.

“다시 보낸다고?

“네,놈들의 약점을 알아내서 모조리 없애버리는 겁니다.

 

이미 뭔가 대단한 묘수를 생각해낸 듯 소유천은 간만에 여유를 되찾고 묘한 미소를 지었다.황박사는 고개를 갸웃했다.

 

그런데 왜 하필 지수야? 그 아이의 뇌는 이미 ULO가 돌아와서 우리가 통제를 할 수가 없어.그만큼 배신할 가능성도 크단 말이다.

“하지만 그렇기때문에 오히려 의심을 받지 않을 것입니다.

“혹시라도 지수가 또 배신이라도 하면?

“그렇게 못하겠게끔 장치를 만들어두어야죠.

“장치?

“네. 그것은 헛점이 많은 비소를 설치하신 박사님이 책임을 지고 만들어내세요.

 

말을 마친 소유천은 양산의 테두리끝에 비수가 톱날처럼 튀어나온 붉은 양산을 황박사의 얼굴앞에서 슬슬 돌리기 시작했다. 그것이 일종의 무력시위라고 느낀 황박사의 얼굴이 벌개졌다.

 

“그게 어째서 내탓이란 말이냐?”

됐습니다.”

 

소유천은 더 이상 이야기하기 싫다는 듯이 내뱉고는 황박사의 얼굴빛이 울그락 불그락해지자, “난 이만 물러 갑니다.”라고 일방적으로 한마디 내뱉고는 서둘러 모습을 감춰버렸다.황박사는 소유천이 사라진 후에도 한참동안이나 넋나간 사람처럼  멍하니 서 있었다.

 

 “저것이 많이 컸군.쯧”

 

 황박사는 혀를 끌끌 찼지만 요즘 이상하게도 소유천의 눈을 쳐다보고 있으면 정신이 아득해지면서 자신의 의지력이 급격히 무너지는 것을 느꼈다그러면서 소유천이 하자는 일은 무엇이든지 두 말없이 해야 할 것같은 이상하고도 강력한 강박증에 차츰 시달렸다.

 

그래서 그는 차츰 가능한 한 소유천을 정면으로 쳐다보지 않으려고 애썼다. 그런 이상 야릇한 상황에서 황박사는 언제 자신도 모르게 자신의 피조물에 무릎을 끓을지 모른다는 이상한 상상까지 하게 되었다.

 

(그래도 녀석이 창조자인 나를 어쩌겠어. )

 

황박사는 쓴 웃음을 짓고는 여우궁으로 다가가서 깊이 잠들어 있는 지수를 가만히 내려본다. 그때 천재인 기술국장이 다가왔다.

 

“박사님, 지수의 기억을 조작할까요?"

 

하지만 황박사는 고개를 들어 가로젓는다.

 

ULO때문에 안된다고 했잖아.”

“그럼 어떡하지요?”

“정면돌파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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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소에 강해지는 면역성 같은 것 말입니다.”

너도 알겠지만 지수의 뇌에는 그런 능력이 안생겼어.”

 

황박사는 고개를 저었다.그것을 못마땅하게 바라보다가 소유천은 무슨 생각이 났는지 갑자기 화들짝 놀란다.

 

혹시라도 이런 황당한 상황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생기면 어떡하죠?”

 

소유천의 청초롬한 눈에 걱정이 가득 차기 시작했다.

 

설마,”

지금으로서는 그럴 가능성이 매우 높아 보이는데요.”

 

스스로 생각해낸 가능성에 지레 놀란 소유천의 얼굴색이 급격히 어두워지고 있을 때 황박사는 뭔가 생각난 듯 급히 말문을 열었다.

 

내 생각에는 아무래도 산속에는 있는 무장테러범들이 ULO를 조정하는 것 같아.”

“ULO를 조정한다고요?”

 

소유천은 황박사의 새로운 주장에 매우 놀라는 눈치였다.

 

놈들이 죽치고 있는 팔달산에 지수가 들어가서 뭔가 탈이 생긴 게 틀림없어. 단순히 우연일까?”

“……”

놈들이 뭔가 비소를 무력화시킨 것 같은 불길한 생각이 왠지 자꾸 드는구나.”

결국은 무장테러범들이 문제라 이거죠?”

놈들이 수상해.”

그렇다면 놈들은 그짓을 다른 ULO들에게도 시도할 가능성이 높겠네요. 그럼 나의 제국도 완전히 끝장나는 거예요?

아마도……”

마침내 소유천은 쓰나미처럼 밀려오는 두려움을 견딜 수 없는지 절규를 했다.

이유가 뭐든 간에 난 절대로 인간의 뇌를 ULO내줄 수 없어요!”

 

그 소리에 황박사의 이마에도 주름이 깊게 패였다.소유천의 절규는 멈출 줄 몰랐다.

 

놈들의 음모가 먹히지 않겠끔 다른 독을 빨리 써야해요!

다른 독()?”

. 다른 독을 쓰면 테러범들이 고안해놓은 방법도 소용이 없게 되잖아요?”

 

 소유천은 자신이 기막힌 방법을 내놓았다는 듯이 말했지만 황박사는 의외로 고개를 가로 저었다.

 

 “안돼! 수 백만명의 여의주에 장치된 비소를 바꾸는데 엄청난 시간이 소요된다.더구나 교체 과정에서 시민들이 자신의 뇌에 비소가 삽입된 것을 눈치라도 채면 대대적인 여의주 반대운동을 벌일 것이다.그건 너무 위험해.”

“그럼 도대체 어쩌자는 거예요?그냥 맥없이 앉아서 당하고 말거예요?”

 

소유천은 앙칼진 목소리로 화를 냈다.그의 격렬한 반응에 황박사는 적잖이 당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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