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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아나로 가는 길
로버트 바이런 지음, 민태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4월
평점 :
길고 긴 여정이었습니다.
언젠가 읽었던 책 속 문장이 생각났습니다.
앞으로 이슬람교가 세계 1위 종교가 될 것이라던 그 문장이 이 긴 여정을 따라 가면서 꼬리표처럼 따라 왔습니다.
책을 펼치면서 등장하는 이슬람 건축물과 역사의 흔적들. 그들이 태어났고, 살아온 그 땅과 강, 그리고 산과 들의 긴 여정에서 만납니다.
내 생각은 사막과 전쟁, 종교의 이질섬에 사로잡혀 갇혀있었구나 싶습니다.
저자 로버트 바이런의 여행길을 따라
베네치아, 키프로스,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 페르시아 아프가니스탄의 지명들이 등장하면 그 낯설음과 함께 전쟁의 이름으로 등장한 지명의 낯익음으로 갈 수 없는 미지의 땅에 대한 궁금증으로 채워가게 됩니다.
하나의 건축과 하나의 유적에서 그 짜임새을 써내려가는 것에서 저자의 관찰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갖게 됩니다.
1933년 8월 20일에서 시작하는 바이런의 여행일기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충실한 탐구와 탐조를 통해서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사원과 탑, 그 1933년의 시간에 머물러 있었을 흑백의 모습을 다행히 책의 앞페이지에서 천연의 사진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글 검색을 통해서 더 많은 이슬람문화의 짜임새를 볼 수 있었습니다.
600페이지의 긴 여행에서 저자는 여행의 돌발성과 위험, 그리고 고마움과 두려움을 만나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1933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더 오래전 과거의 흔적을 바라보게 됩니다.
돔, 모자이크, 타일과 꽃과 꽃들의 들에서 실재로 그 곳에서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벅찬 감정으로 휘몰아 쳤을까? 이것이 진정한 여행의 솔직한 감정의 홍수이지 않을까?
화가라는 저자의 직업이 사원과, 탑, 여행의 과정, 숙소 등에 대한 뛰어난 관찰이 문장으로 쓰여 져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구나 싶습니다.
이슬람의 색감, 이슬람의 아치, 이슬람의 창, 이슬람의 사람들, 이슬람의 자연은 갇혀 있는 내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의 고단함도 문장으로 만나면 내 입이 바싹 마르고, 이국의 벌레들에 고생하는 문장에서는 내 몸 어딘가에 붙어 있을 것 같은 이물감을 느낍니다.
대단한 여행의 모든 것을 접합니다. 중동지역에서도 지금은 함부로 갈 수 없는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의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여행합니다.
제국주의의 팽창과 1939년 2차 세계대전의 시기 사이의 긴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옥시아나로 가는 길은 알지 못하는 그 땅의 기후와 건축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됩니다.
그 길을 여행했던 로버트 바이런의 일기는 우리에게 또하나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자고로 여행자란 지식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며, 현지인들은 자신들의 지역적 관심사로 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p.69
"나는 굴리스탄에 갔다. 그곳에서 사는 대중에게 기이한 19세기 타일과 유리를 잘라 만든 스털랙타이트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p.140
"모자이크의 모든 타일, 모든 꽃, 모든 꽃잎이 전체 구성에 독특한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예술적 천재성을 드러내고 있다. 폐허가 되었어도 이러한 건축물은 당시가 황금기였음을 말해 준다. 역사는 그 예술적 천재성을 이미 잊어버린 걸까?"p.180
"이 모스크의 역사는 곧 그들의 역사다."p.217
"그러나 과시하지 않는 화려함과 무질서하지 않은 복잡함이라는 미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p.258
"페르시아 여행의 시작은 대수 방정식과 비슷하다. 답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다. "p.298
"이곳의 풍부함은 입체적이다. 이는 빛을 더욱 빛나게 하는 그림자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한 덕분이다."p.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