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쓰다듬는 사람
김지연 지음 / 1984Books / 2024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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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에세이를 읽으면서,
'자음과 모음의 조각들을 잇고 붙여놓은 예술 작품과 같다' 라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술이란 삶의 모습이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의 삶에 자연과 인간의 실재와 환상을 끊임없이 깍아내고 다듬어내는 것으로 에세이의 흐름을 따라 갔습니다.

  미술비평이라는 것에 지식과 경험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기에 미술비평가의 에세이는 내가 살아보지 못한 영역의 언어와 글로써 한걸음 다가가게 하였으며, 안과 밖의 뿌옇게 된 유리의 성에를 닦아냄으로  예술의 세계에 다가갈 수 있도록 이끌었습니다.
 
황인찬 시인의 문장처럼
"미술의 깊이 사랑하는 한 사람이 어떻게 미술을 통해 우리가 삶을 사유할 수 있는지를 알려준다"

미술의 사유가  한 개인이 가진 미술의 고유한 사유지로 이어지고, 한 개인이 완성해가는 미술의 사유지를 들어가 봄으로써 사유지 안의 예술의 정원을 만들어 놓은  김지연 작가의 말과 글, 그리고 생의 살아있는 형상들을 보면서 사유할 수 있는 그늘막이 되어 줄수 있음을 적어보고 싶습니다.

  에세이집 속에 수록된 아니 전시된 예술 작품들에서 스며들어 있는  작가들의 들숨과 날숨의 숨소리가 있고, 생의 시간이 응집되어 있는 것을 보게 되는 것도 에세이집이 내가 읽었던 에세이들과는 다름 하나의 전시관에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전해주고 있다는 것에서도 등을 쓰다듬는 사람을 추천하고 싶은 이유가 됩니다.

개인적으로 융해(녹음 또는 용융), 녹아내림, 녹는다 라는 것의 단어와 글에 사유하는 시간을 지나고 있습니다.

등을 쓰다듬는 사람에서 미술을 지극히 사랑하는 개인의 말과 삶의 소중함이 녹아 있는 에세이라고 하고 싶습니다.
  여행과 삶의 순간에 함께 하는 어머니와 아버지의 등에서 체득하여인 경험들이 미술과  함께  이어지고 또,  작가들과 그들의 작품에서  녹여 만들어진 문장들이 오늘의 나에게 좋음을 전해주었다고 적어 봅니다.

"성실하게 매일의 무게를 이겨내는 노동, 현실의 삶을 지키는 중력, 여기에도 당신과 같은 삶이 있다."p.24

"작가는 임의의 공간을 만들고 관객을 끌어들여 서로 부딪히게 만든다."p.64

"예술가는 자신이 만들고 가꾼 정신과 가치 속에 남는다." 
p.118

"눈에 보이지 않아도, 소리 내어 말하지 않아도 누군가의 예술은 끈질기게 자라나고 있었다."p.150

"우리에게는 아직 사라지지 않는 이미지, 여전히 감각하는 몸, 지속함으로 저항하는 예술이 존재한다."p.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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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린 공간의 위로 세리프
그레텔 에를리히 지음, 노지양 옮김 / 빛소굴 / 2024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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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으로 그녀는  타버린 숯이 되었습니다.
사랑으로 채색된 시간이 한순간 죽음이라는 검정으로 환칠되어지고 사랑을 잃었습니다.
  사랑을 잃었고 잊어야 했기에 사랑을 잊으려고 황량한 와이오밍의 땅과 하늘, 숲과 들, 양떼와 소들의 시간에 머물러야 했습니다.
  길이라 생각했던 삶을 어디에도 길이 없어 헤메이는 땅, 와이오밍. 인간의 존재라는 것이 인간과 인간에  기대어 있지 않은 땅, 인간의 존재가 땅에 엎드려져 있으며, 인간의 존재가 하늘에 드러누워 있고, 양들과 소들이 가는 길로 가는 인간의 존재, 자연이라는 보이는 것과 볼 수 없는 것에 기대어 있는 인간의 존재만이 있는 그곳은 상실의 마음으로 검게 타버린 숯이 된 한 여인의 시간이 머물기에 열린 공간이었습니다.
  와이오밍이라는 공간은 황무지 대평원이며, 계절은 뜨거움의 높은  여름만큼이나 차가움의 낮은 겨울의 긴 시간이 머물러 있고, 드넓은 황야의 거리는 사람들에게 고립과 비고립의 변동을 가져왔습니다. 그들의 언어는 잃어버린 그녀의 사랑처럼 잃어버려져 있고 생략된 단어와 단어 사이의 침묵에 숨겨진 말은 직설적으로 인간의 원초적 본능, 생의 처음을 울부짓는 아이의 울음과 같은 소리입니다.
  그녀의 시간은 양털을 깍고, 양떼들을 몰아갑니다. 상실의 슬픔을 깍아내고, 그 아픔을 몰아가는 것으로 일상의 모든 것이 거칠게 쓰여져 있습니다.
  그녀가 만난 와이오밍의 사람들은 자연을 닮았습니다. 부서진 사람과 무너진 사람들, 사라진 사람들의 열정은 뜨겁고 또 차가운 계절의 시간을 닮았으며, 그들의 시간은 자연을 따라 모여들고 흩어지며 또 헤메이기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검게 타버린 숯이 되어 머무른 와이오밍. 그녀는 나에게 목탄의 느낌으로 쥐어집니다. 그녀의 글은 목탄으로 그려진 거칠고 투박하며 가장 진한 선과 면들로 채워진 그들의 삶을 내 앞에 그리고 있습니다. 그녀의 시간 조차도 탄화된 숯의 검정으로 부서지듯 그려져 있음을 읽습니다.
  그러한 거친 그녀와 그곳의 사람들의 그려진 삶의 선에서 엷은 부드러움으로 숨겨진 감정, 아니 짙은 검정의 흩어진 엷은 검정을 발견하게 됩니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자연의 부딪힘 속에서 문질러진 그녀의 거친 목탄의 선들은 엷은 면들을 곱게 채운 검정이 되었음을 읽게 됩니다.
  상처 입은 인간들의 삶을 문질러 부드럽게 흩어지게 하는
인간의 손이며, 자연의 지우개이었음을.
그곳은 치유이며, 회복이었습니다.
  그레텔 에를리히의 열린 공간의 위로는 목탄화입니다.
인간의 가장 깊은 어둠-사랑하는 이의 죽음-에서 탄화내어 그려진 숯의 거칠고 투박한 어둠이 사람들과 자연으로 완성되어진 짙은 어둠과 옅은 어둠의 명암으로 완성되어지고 오래 굳혀진 열린 공간의 그림들이었습니다.

"죽는다는 것은 너무나 많은 것을 앗아가는 일이었기에 조금이라도 불필요한 것, 역설로 압축되지 않는 모든 것은 사라졌다."p.57

"중요한 것은 거침없음이 아니라 '거침없이 견딤'이다."p.75

"가을 내내 우리는 두 개의 목소리를 듣는다. 한 목소리는 모든 것이 익었다고 말하고 다른 목소리는 모든 것이 죽어간다고 말한다."p.175

"가을은 결실도 죽음이며 성숙도 부패의 하나임을 가르쳐준다. 물가에 오래 서 있는 버드나무는 녹이 슬기 시작한다. 나뭇잎이란 사실 계절을 나타내는 동사가 아닐까."p.179
 

열린공간의 위로는  거칠고 투박한 검정으로  빛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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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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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1️⃣
#존재의세가지거짓말
#아고타크리스토프
#용경식
#까치
#문학살롱

우연이었을까? 헝가리 작가인 아고카 크리스토프의 연작 소설 1부 비밀노트, 2부 타인의 증거, 3부 50년간의 고독으로 연결되어진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읽으면서, 나는 또 다른 헝가리 시인 아틸라 요제프의 시집 세상에 나가면 일곱번 태어나라 를 읽었습니다.
소설과 시라는 다른 결의 무늬를 가진 문장이지만, 헝가리 출신과 생의 연대가 얽혀있는 때문이었는지 소설과 시는 부딪히고 융화하여 남겨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헝가리 국경 마을에 살고 있는 할머니에게 맡겨진 두소년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참혹한 현실 속 비현실의 생활들에서 그러한 비현실의 사건들과 일들이 엄연히 존재하였으리라 믿게 되는 제 1부  비밀노트는 속전속결의 간결한 문장들마다 스며들어 있는 비장함, 난잡함으로 인간의 세상이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의 하늘 아래 지저분한 땅의 흙을 삼아 살아가는 비현실의 시간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비현실은 실재하며, 실존한다는것을 전쟁으로 불타고 파괴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미디어를 통해 접해 왔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폭사. 그 폭발음의 실상에서 하나(루카스)는 남았고, 하나(클라우스)는 떠났습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같은 내 새끼들!" 우리는 이런 말들을 떠올릴 적마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런 말들은 잊어야 한다.....그 시적 추억은 우리가 간직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것이기 때문이다.-중략-우리는 말했다........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 말들이 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p.27

2부 타인의 증거에서 혼자 돌아온 루카스는 사제관의 신부님과 체스를 배우고, 어느 밤 다리에서 울고 있는 한 여자와 그 여자의 아이를 데려와 보살펴주지만, 그녀 야스민과 그녀의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 마티아스와의 생활을 하면서 도서관의 사서 클라라를 만납니다. 전쟁과 쌍둥이 형제의 떠남으로 루카스의 시간에 깊게  움푹 패인 자리는 그 어떤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못하고, 루카스의 여성에 대한 결핍은 그에게 비극적인 결말의 커텐을 펼치게 됩니다. 그가 그토록 애정했던 또하나의 분신 같은 마티아스의 자살. 그 자살의 죽음 앞에 그의 울음은 짐승 같이 밤의 공간을 뜯어냈으며, 그의 정신은  무덤의 흙과 같이 뒤집어져 버립니다.

" 루카스는 계단을 올라가서 자기 방에 들렀다가 아이의 방으로 갔다. -중략- 베게 위에는 푸른색 노트가 덮인 채 놓여 있다. -마티아스의 노트- 백지뿐이고 찢어낸 흔적이 있다. 루카스는 자줏빛 커튼을 젖혔다. 엄마와 아기의 해골 옆에 마티아스의 시체가 매달려 있다. 시체는 벌써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있다."p.367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그런 큰 실수를 할 수 있어. 우리가 그걸 깨닫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생긴 뒤이지."p.370

시간은 부서지지 않은 바람처럼  지나갔고, 다시 돌아온 클라우스는 오래전 사라진 자신의 형제 루카스를 찾아보지만, 그와 그의 노트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3부 K시 당국이 D 대사관에 보낸 한사람의 조사 보고서로 말미암아 받게되는 충격은 앞서 1부와 2부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거짓말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믿는 인간과 스스로 분열된 인간의 또다른 자아의 존재가 만들어낸 실재라는 혼돈 속에 가두워버립니다.
3부가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실재의 기록이 남겨진 존재의 이야기라면, 1부와 2부의 모든 것도 거짓이 아닌 루카스와 클라우스 두 사람이 살아온 별개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말미암아 진행되어진 실재의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바람과 아내의 총격, 남편의 죽음, 한 아이의 치명적 부상 등의 흐름은 1부와 2부의 사건들을 부정하게 하지만 실재하게 하는 치밀한 복선들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다, 거짓말인가 싶지만, 결국 이것이 거짓인가, 참인가 라는 논리의 선택지가 아닌 무엇이든지 그 시대의 참혹한 현실이 소설의 모든 장소-숲, 강, 성당, 술집, 서점, 도서관으로 이어진 길 위에 쓰러져 있으며, 비극과 희극, 버림과 돌봄의 인간이 가진 처음의 숨과 마지막의 숨이 이제 흙으로 돌아갔음을 읽었습니다.

"나는 매일 묘지에 간다. 나는 Claus라는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를 바라보며 Lucas라는 이름이 새겨진 다른 십자가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p.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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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해설 / 아티초크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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채색되지 않은 스케치 같은 시.
시인은 시를 스케치하였습니다.
채색되지 않은 시에 색을 칠해야 하는 것은
시인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시인의 손은 시를 채색하지 못했습니다.
그 손은 청소와 일을 해야 했고,
그 손은 펜을 대신하여 도끼와 칼, 돌을 잡아야 했기에 그의 시는 채색되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참을 수 없이 따분한 심정이다
뼈가 닿는 소리를 아는 나는
도끼와 칼과 돌을 집으려 손을 내민다."
-중략-
연필을 잠시 쉬게 하고
낫을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p.21[마지막 전투] 중

시인은 손으로  무엇을 잡아야 하는 지를 알기에
시는  자음과 모음의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때가 가까이 왔다 때는 지금이다
침묵이여! 그 공포여!"
p.22[마지막 전투] 중

한 시절의 삶을 살아가야 했던 시는 그림입니다.
시는  시절의 시간을 그려놓았습니다.

"검푸른 파리들이 몰려와
음식찌꺼기와 넝마 위에 앉네"
p.25 [애가] 중

나는 시인의 시에 무슨 색으로 색칠을 해야 하나 읽고 또 봅니다.
어둠의 검정색으로 시인이 그려놓은 시를 색칠하여야 할까요?
땅의 황토색으로 시인이 그려놓은 시를 색칠하여야 할까요?
아니면, 하늘의 푸른색, 바다의 파랑색, 빛의 하얀색이어야 할까요?
어쩌면, 시를 색칠하기 위해서는 일곱 번째 사람이 되라는 시인의 시가 되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중략-
여섯 아이가 울었어도 충분하지 않아-
너 자신이 일곱 번째 아이라야 해!
-중략-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시인이 되어라
시인은 일곱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중략-
꿈을 타고난 사람
하늘의 지도를 그릴 줄 아는 사람
-중략-
너 자신이 일곱 번째라야 해!
-중략-
너 자신이 그 일곱 번째 사람이라면
p.30[일곱 번째 사람] 중
내가 만약 일곱번째 사람이라면
일곱 사람으로 이루어진 시인이 된다면
시인의 시를 채색하는 시인이 될 것 입니다.

여인의 질문에 글을 남겼습니다.
'무엇으로 채웠나요?'
나는 대답했습니다.
'많은 물소리, 맑은 바람소리로 채웠습니다.'

시인의 영혼에 서 있는 그녀.
시인에게 물어봅니다.
'그녀는 무엇으로 그렸나요?'
시인은

"내 영혼의 안개 속에 선 그녀,
나의 장미꽃, 한 줄기 꽃자루
-중략-
잎가에 멈춘 달빛,
가시에 앉은 별빛"p37[어른거리는 장미] 중

달과 별의 빛으로 그려진 장미
붉음으로 칠해질 수 없는 시인의 장미.
나는 밤의 어둠으로 칠해야 하는가? 생각해봅니다.

쇳빛 하늘에 흘린 피.
피로 쓴 시인의 시는
나에게 슬픔을, 아픔을, 고통을 느낍니다.

"석양빛은 모랫둑에 부서지는데
내게는 살아갈 용기가 없다." p.44[누런  풀] 중

"점점 야위어 간 어머니의 연약한 몸은
결국 자본에 꺾였다, 생각해보라, "p.50[어머니]중

"내 모든 근심 사라져
영혼이 되었다네.
하여 나는 영원히 살 수 있다네,
주인 없는 사람으로, 바보로."p.52[아론 요제프] 중

"친구여, 나는 한 주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p.66[칠 일 동안] 중

"불끈 쥔 두 주먹에서
세상의 고통이 새어 나간다."p.75[격려의 노래] 중

시의 침묵에 나는 소리없는 울음을 울게 됩니다.
시의 슬픔에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시의 아픔에 나는 앓는 소리를 삼키게 됩니다.
시의 고통에 나는 멍이 든 육신을 감추게 됩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시로 말미암아 시와 시인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이제야 시인은 짧은 유언을 남깁니다.

" 나를 잘 알고 나를 사랑하는 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p.95[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중

그리고,

시인의 시를 채색하지 못한 나는 스스로 생의 마지막 인사를 한 시인에게

"우리가 살아 있어서 기쁜 이유가 어딘가에는 있어."p.106 [아틸라 요제프] 중

마지막 질문을 그려넣어 봅니다.

'살아 있어서 기쁜 이유가 어딘가에 있다면,
시인이 스스로 생을 끝내었던 슬픈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시인의 시를 채색하지 못하고 있는 슬픈 나는 그 이유를 알기 원합니다. 시인의 시를 채색하기 위해서.....

아틸라 요제프의 시집《세상에 나가면 일곱번  태어나라》에 채색되지 못한 리뷰를 남겨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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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시아나로 가는 길
로버트 바이런 지음, 민태혜 옮김 / 생각의힘 / 2024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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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고 긴 여정이었습니다.
언젠가 읽었던 책 속 문장이 생각났습니다.
앞으로 이슬람교가 세계 1위 종교가 될 것이라던 그 문장이 이 긴 여정을 따라 가면서 꼬리표처럼 따라 왔습니다.
  책을 펼치면서 등장하는 이슬람 건축물과 역사의 흔적들. 그들이 태어났고, 살아온 그 땅과 강, 그리고 산과 들의 긴 여정에서 만납니다.
  내 생각은 사막과 전쟁, 종교의 이질섬에 사로잡혀 갇혀있었구나 싶습니다.
  저자 로버트 바이런의 여행길을 따라
베네치아, 키프로스, 팔레스타인, 시리아, 이라크, 페르시아 아프가니스탄의 지명들이 등장하면 그 낯설음과 함께 전쟁의 이름으로 등장한 지명의 낯익음으로 갈 수 없는 미지의 땅에 대한 궁금증으로 채워가게 됩니다.
  하나의 건축과  하나의 유적에서 그 짜임새을 써내려가는 것에서 저자의 관찰에 대한 깊은 고마움을 갖게 됩니다.
  1933년 8월 20일에서 시작하는 바이런의 여행일기는  이슬람 문화에 대한 충실한 탐구와 탐조를 통해서 우리의 시선을 끌어당기고 있습니다.
  사원과 탑, 그 1933년의 시간에 머물러 있었을 흑백의 모습을 다행히 책의 앞페이지에서 천연의 사진으로 접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구글 검색을 통해서 더 많은 이슬람문화의 짜임새를 볼 수 있었습니다.
  600페이지의 긴 여행에서 저자는 여행의 돌발성과 위험, 그리고 고마움과 두려움을 만나게 되는데, 무엇보다도 1933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더 오래전 과거의 흔적을 바라보게 됩니다.
  돔, 모자이크, 타일과 꽃과 꽃들의 들에서 실재로 그 곳에서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얼마나 벅찬 감정으로 휘몰아 쳤을까? 이것이 진정한 여행의 솔직한 감정의 홍수이지 않을까?
  화가라는 저자의 직업이 사원과, 탑, 여행의 과정, 숙소 등에 대한 뛰어난 관찰이 문장으로 쓰여 져 있다는 것이 참으로 다행이구나 싶습니다.
   이슬람의 색감, 이슬람의 아치, 이슬람의 창, 이슬람의 사람들, 이슬람의 자연은 갇혀 있는 내 세계를 확장하는 경험이었습니다.
  여행의 고단함도 문장으로 만나면 내 입이 바싹 마르고, 이국의 벌레들에 고생하는 문장에서는 내 몸 어딘가에 붙어 있을 것 같은 이물감을 느낍니다.
  대단한 여행의 모든 것을 접합니다. 중동지역에서도 지금은 함부로 갈 수 없는  이라크, 이란, 아프가니스탄의 과거를 통해서 현재를 여행합니다.
  제국주의의 팽창과 1939년  2차 세계대전의 시기 사이의 긴장이 느껴지기도 합니다.
  옥시아나로 가는 길은   알지 못하는  그 땅의 기후와 건축과 살아가는 사람들을 만나러 가는 길이 됩니다. 
  그 길을 여행했던 로버트 바이런의 일기는 우리에게 또하나의 소중한 유산으로 남을 것입니다.
 
"자고로 여행자란 지식을 찾아 떠나는 사람이며, 현지인들은 자신들의 지역적 관심사로 그들을 즐겁게 해주는 것을 자랑스럽게 여겼다."p.69

"나는 굴리스탄에 갔다. 그곳에서 사는 대중에게 기이한 19세기 타일과 유리를 잘라 만든 스털랙타이트의 환상적인 아름다움을 보여준다."p.140

"모자이크의 모든 타일, 모든 꽃, 모든 꽃잎이 전체 구성에 독특한 아름다움을 부여하고 예술적 천재성을 드러내고 있다. 폐허가 되었어도 이러한 건축물은 당시가 황금기였음을 말해 준다. 역사는 그 예술적 천재성을 이미 잊어버린 걸까?"p.180

"이 모스크의 역사는 곧 그들의 역사다."p.217

"그러나 과시하지 않는 화려함과 무질서하지 않은 복잡함이라는 미덕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p.258

"페르시아 여행의 시작은 대수 방정식과 비슷하다. 답이 나올 수도 있고 안 나올 수도 있다. "p.298

"이곳의 풍부함은 입체적이다. 이는 빛을 더욱 빛나게 하는 그림자가 제 역할을 톡톡히 한 덕분이다."p.3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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