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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아틸라 요제프 지음, 공진호 옮김, 심보선 해설 / 아티초크 / 2024년 4월
평점 :
채색되지 않은 스케치 같은 시.
시인은 시를 스케치하였습니다.
채색되지 않은 시에 색을 칠해야 하는 것은
시인의 몫이 아니었습니다.
시인의 손은 시를 채색하지 못했습니다.
그 손은 청소와 일을 해야 했고,
그 손은 펜을 대신하여 도끼와 칼, 돌을 잡아야 했기에 그의 시는 채색되지 못하였습니다.
"나는 참을 수 없이 따분한 심정이다
뼈가 닿는 소리를 아는 나는
도끼와 칼과 돌을 집으려 손을 내민다."
-중략-
연필을 잠시 쉬게 하고
낫을 가는 편이 낫지 않을까?
p.21[마지막 전투] 중
시인은 손으로 무엇을 잡아야 하는 지를 알기에
시는 자음과 모음의 소리를 지르고 있습니다.
"때가 가까이 왔다 때는 지금이다
침묵이여! 그 공포여!"
p.22[마지막 전투] 중
한 시절의 삶을 살아가야 했던 시는 그림입니다.
시는 시절의 시간을 그려놓았습니다.
"검푸른 파리들이 몰려와
음식찌꺼기와 넝마 위에 앉네"
p.25 [애가] 중
나는 시인의 시에 무슨 색으로 색칠을 해야 하나 읽고 또 봅니다.
어둠의 검정색으로 시인이 그려놓은 시를 색칠하여야 할까요?
땅의 황토색으로 시인이 그려놓은 시를 색칠하여야 할까요?
아니면, 하늘의 푸른색, 바다의 파랑색, 빛의 하얀색이어야 할까요?
어쩌면, 시를 색칠하기 위해서는 일곱 번째 사람이 되라는 시인의 시가 되어야 할 지도 모릅니다.
"세상에 나가면
일곱 번 태어나라-
-중략-
여섯 아이가 울었어도 충분하지 않아-
너 자신이 일곱 번째 아이라야 해!
-중략-
그리고 할 수만 있다면 시인이 되어라
시인은 일곱 사람으로 이루어진다-
-중략-
꿈을 타고난 사람
하늘의 지도를 그릴 줄 아는 사람
-중략-
너 자신이 일곱 번째라야 해!
-중략-
너 자신이 그 일곱 번째 사람이라면
p.30[일곱 번째 사람] 중
내가 만약 일곱번째 사람이라면
일곱 사람으로 이루어진 시인이 된다면
시인의 시를 채색하는 시인이 될 것 입니다.
여인의 질문에 글을 남겼습니다.
'무엇으로 채웠나요?'
나는 대답했습니다.
'많은 물소리, 맑은 바람소리로 채웠습니다.'
시인의 영혼에 서 있는 그녀.
시인에게 물어봅니다.
'그녀는 무엇으로 그렸나요?'
시인은
"내 영혼의 안개 속에 선 그녀,
나의 장미꽃, 한 줄기 꽃자루
-중략-
잎가에 멈춘 달빛,
가시에 앉은 별빛"p37[어른거리는 장미] 중
달과 별의 빛으로 그려진 장미
붉음으로 칠해질 수 없는 시인의 장미.
나는 밤의 어둠으로 칠해야 하는가? 생각해봅니다.
쇳빛 하늘에 흘린 피.
피로 쓴 시인의 시는
나에게 슬픔을, 아픔을, 고통을 느낍니다.
"석양빛은 모랫둑에 부서지는데
내게는 살아갈 용기가 없다." p.44[누런 풀] 중
"점점 야위어 간 어머니의 연약한 몸은
결국 자본에 꺾였다, 생각해보라, "p.50[어머니]중
"내 모든 근심 사라져
영혼이 되었다네.
하여 나는 영원히 살 수 있다네,
주인 없는 사람으로, 바보로."p.52[아론 요제프] 중
"친구여, 나는 한 주 내내 아무것도 먹지 못했다"p.66[칠 일 동안] 중
"불끈 쥔 두 주먹에서
세상의 고통이 새어 나간다."p.75[격려의 노래] 중
시의 침묵에 나는 소리없는 울음을 울게 됩니다.
시의 슬픔에 나는 뜨거운 눈물을 흘리게 됩니다.
시의 아픔에 나는 앓는 소리를 삼키게 됩니다.
시의 고통에 나는 멍이 든 육신을 감추게 됩니다.
그래서 알게 되었습니다.
시로 말미암아 시와 시인을 사랑하게 되었음을,
이제야 시인은 짧은 유언을 남깁니다.
" 나를 잘 알고 나를 사랑하는 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p.95[당신들만 내 시를 읽어야 한다] 중
그리고,
시인의 시를 채색하지 못한 나는 스스로 생의 마지막 인사를 한 시인에게
"우리가 살아 있어서 기쁜 이유가 어딘가에는 있어."p.106 [아틸라 요제프] 중
마지막 질문을 그려넣어 봅니다.
'살아 있어서 기쁜 이유가 어딘가에 있다면,
시인이 스스로 생을 끝내었던 슬픈 이유가 어디에 있었는지?'
시인의 시를 채색하지 못하고 있는 슬픈 나는 그 이유를 알기 원합니다. 시인의 시를 채색하기 위해서.....
아틸라 요제프의 시집《세상에 나가면 일곱번 태어나라》에 채색되지 못한 리뷰를 남겨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