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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3권 합본 개역판
아고타 크리스토프 지음, 용경식 옮김 / 까치 / 2014년 12월
평점 :
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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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이었을까? 헝가리 작가인 아고카 크리스토프의 연작 소설 1부 비밀노트, 2부 타인의 증거, 3부 50년간의 고독으로 연결되어진 존재의 세가지 거짓말을 읽으면서, 나는 또 다른 헝가리 시인 아틸라 요제프의 시집 세상에 나가면 일곱번 태어나라 를 읽었습니다.
소설과 시라는 다른 결의 무늬를 가진 문장이지만, 헝가리 출신과 생의 연대가 얽혀있는 때문이었는지 소설과 시는 부딪히고 융화하여 남겨졌습니다.
2차 세계대전 헝가리 국경 마을에 살고 있는 할머니에게 맡겨진 두소년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참혹한 현실 속 비현실의 생활들에서 그러한 비현실의 사건들과 일들이 엄연히 존재하였으리라 믿게 되는 제 1부 비밀노트는 속전속결의 간결한 문장들마다 스며들어 있는 비장함, 난잡함으로 인간의 세상이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의 하늘 아래 지저분한 땅의 흙을 삼아 살아가는 비현실의 시간을 보게 됩니다. 이러한 비현실은 실재하며, 실존한다는것을 전쟁으로 불타고 파괴된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미디어를 통해 접해 왔습니다. 엄마와 아빠의 폭사. 그 폭발음의 실상에서 하나(루카스)는 남았고, 하나(클라우스)는 떠났습니다.
"귀여운 것들! 내 사랑! 내 행복! 금쪽같은 내 새끼들!" 우리는 이런 말들을 떠올릴 적마다 눈에 눈물이 고인다. 이런 말들은 잊어야 한다.....그 시적 추억은 우리가 간직하기에는 너무 힘겨운 것이기 때문이다.-중략-우리는 말했다........이런 말들도 차츰 그 의미를 잃고 그 말들이 주던 고통도 줄어들었다."p.27
2부 타인의 증거에서 혼자 돌아온 루카스는 사제관의 신부님과 체스를 배우고, 어느 밤 다리에서 울고 있는 한 여자와 그 여자의 아이를 데려와 보살펴주지만, 그녀 야스민과 그녀의 기형으로 태어난 아이 마티아스와의 생활을 하면서 도서관의 사서 클라라를 만납니다. 전쟁과 쌍둥이 형제의 떠남으로 루카스의 시간에 깊게 움푹 패인 자리는 그 어떤 사랑으로도 채워지지 못하고, 루카스의 여성에 대한 결핍은 그에게 비극적인 결말의 커텐을 펼치게 됩니다. 그가 그토록 애정했던 또하나의 분신 같은 마티아스의 자살. 그 자살의 죽음 앞에 그의 울음은 짐승 같이 밤의 공간을 뜯어냈으며, 그의 정신은 무덤의 흙과 같이 뒤집어져 버립니다.
" 루카스는 계단을 올라가서 자기 방에 들렀다가 아이의 방으로 갔다. -중략- 베게 위에는 푸른색 노트가 덮인 채 놓여 있다. -마티아스의 노트- 백지뿐이고 찢어낸 흔적이 있다. 루카스는 자줏빛 커튼을 젖혔다. 엄마와 아기의 해골 옆에 마티아스의 시체가 매달려 있다. 시체는 벌써 푸르스름하게 변하고 있다."p.367
"우리는 누구나 인생에서 그런 큰 실수를 할 수 있어. 우리가 그걸 깨닫았을 때는 이미 돌이킬 수 없는 결과가 생긴 뒤이지."p.370
시간은 부서지지 않은 바람처럼 지나갔고, 다시 돌아온 클라우스는 오래전 사라진 자신의 형제 루카스를 찾아보지만, 그와 그의 노트만이 그를 기다리고 있을 뿐입니다.
3부 K시 당국이 D 대사관에 보낸 한사람의 조사 보고서로 말미암아 받게되는 충격은 앞서 1부와 2부의 모든 것을 부정하는 거짓말일 수 있다는 사실. 그것은 보이지 않는 것의 존재를 믿는 인간과 스스로 분열된 인간의 또다른 자아의 존재가 만들어낸 실재라는 혼돈 속에 가두워버립니다.
3부가 루카스와 클라우스의 실재의 기록이 남겨진 존재의 이야기라면, 1부와 2부의 모든 것도 거짓이 아닌 루카스와 클라우스 두 사람이 살아온 별개의 충격적인 사건으로 말미암아 진행되어진 실재의 이야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남편의 바람과 아내의 총격, 남편의 죽음, 한 아이의 치명적 부상 등의 흐름은 1부와 2부의 사건들을 부정하게 하지만 실재하게 하는 치밀한 복선들에 불을 붙이고 있습니다. 다, 거짓말인가 싶지만, 결국 이것이 거짓인가, 참인가 라는 논리의 선택지가 아닌 무엇이든지 그 시대의 참혹한 현실이 소설의 모든 장소-숲, 강, 성당, 술집, 서점, 도서관으로 이어진 길 위에 쓰러져 있으며, 비극과 희극, 버림과 돌봄의 인간이 가진 처음의 숨과 마지막의 숨이 이제 흙으로 돌아갔음을 읽었습니다.
"나는 매일 묘지에 간다. 나는 Claus라는 이름이 새겨진 십자가를 바라보며 Lucas라는 이름이 새겨진 다른 십자가로 대체되어야 한다는 생각을 한다."p.5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