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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월의 보름
R. C. 셰리프 지음, 백지민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6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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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가에서 성장을 한 소년에게
바다는...
계절이 바뀌는 바다가 있습니다.
계절마다 꼭 보아야 할 바다를 기억하고 있습니다.
우산을 챙기지 못하고 나왔던 날
오슬비가 내리며 하얀 모래사장이 빗물에 적시어 지는 봄의 바다.
태풍이 지나간 직후에 나갔던 날
바람에 부서지지 않은 파도의 숨소리가 들려오는 여름의 바다.
사람이 떠나간 해수욕장에 남겨진 날
하늘과 파랑색 물결선으로 경계를 긋는 가을의 바다
하얀 눈이 내리던 홀로 서 있는 날
하얗게 눈 내린 해변을 달렸던 깨지지 않은 겨울의 바다
바다와 함께 한 어린 날들에 기억하는 바다처럼,
한가족이 이십년간 구월의 보름을 바다가 있는 곳에서 휴가를 보내왔고, 이십년이라는 시간의 모래시계에서 쓸려가버린 사람도, 밀려온 사람도 스티븐슨 가족의 보름의 휴가를 따라 짧은 만남과 긴 여운을 남겨주는 한편의 소설을 읽게 됩니다.
스티븐슨씨, 스티븐슨 부인, 아들 딕, 딸 메리, 막내 어니 그들이 떠나는 9월의 보름동안 가지는 휴가에서의 일들은 여름 휴가를 보내는 이들의 가장 평범한 모습으로 읽게 됩니다.
그 평범한 시간에서 그들이 겪게 되는 여러 일들은 휴가지에서 누구나 경험해 볼 법한 일들이지만, 그 평범함을 기억하게 하고, 또 추억하게 하는 것은 바로 그들에게 남겨지는 구월의 계절이 주는 무늬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 "그곳에 다시 가지 않으면 슬프게 깨져버릴, 여타 많은 사소한 추억거리들이 있었다."p.13
스티븐슨 부인에게만은 이 불편한 휴가의 기억만이 체득되어갔지만, 부인 역시 자신이 이러한 휴가에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고 드러내지는 않았는데, 그들이 20년간 머물던 곳의 주인 부인의 어려움-스티븐슨 가족이 휴가를 끝내고 떠나면 그 다음으로 올 가족들이 더이상 이곳, 시뷰를 오지 않을 것이라는 이야기- 을 듣고, 공감하며 그들의 휴가에 가장 큰 결정을 내릴 수 있게 남편 스티븐슨과 뜻을 모으게 되는 장면은 스티븐슨부인이 그동안 느낀 감정의 빈틈이 다른 무엇(우리나라였으면, 정이라고 하겠는데....)으로 메워지는 시간이 되었습니다.
이 시간은 그들이 그곳에서 하루를 더 묵기로 결정한 날, 비가 내리고 가족이 함께 오락실을 방문하여 즐기는 장면에서 스티븐슨 부인이 보여준 모습을 읽으면서 느낄 수 있는 시각적 감정의 몰입이었습니다.
🏖"스티븐슨 부인은 바다를 보면 겁을 먹었고, 한 번도 그 두려움을 극복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바다가 죽은 듯 평온할 때가 가장 두려웠다."p.12
🏖"스티븐슨 부인에게 시뷰란 매년 자신의 골머리를 썩이고 심란하게 하는 보름간의 뒷배경일 뿐이었다."p.15
🏖"그렇게되니까 지금은 그들 휴가의 한쪽 끄트머리가 공기 중에서 허전하게 나부끼는 듯해진 것이다."p.403
🏖"스티븐스 부인은 한량없이 안심되어서 옆구리가 아플 때까지 웃었다. ....중략....그녀는 그게 뭐가 그렇게 웃겼던 건가?"p.423
한 가족이 20년간 보내온 구월의 휴가에서 그들이 겪는 휴가지의 일상은 너무나 소박하지만, 그 일상에서 겪는 가족 개개인의 감정과 고민, 그리고 청춘들의 시간은 일상이 어제랑 똑같다 라고 불평하고, 매일 매일이 똑같아서 지겨운 날들이라 생각할 수 있는 이들에게 당신이 경험하는 일상은 평범하지만, 소중한 시간이 되어 준다는 사실을 느끼게 됩니다.
🏖"중요한 것들이란 볼 수 있고,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볼 수 없고 할 수 없는 것들이었다."p.74
🏖"런던에서는 시간이 지나면 사물들이 거뭇해지는데, 해변에서는 창백해진다."p.147
🏖"인생의 황금 같은 시간은 기억이 꼭 붙들 수 있는 예리한 윤곽을 남기지 않는다. 이야기된 말들이나 작은 몸짓, 생각은 아무것도 남기지 않으니, 다만 시간에 영향받지 않고 깊은 감사함만이 계속 머물며 남을 뿐이다."p.341~342
🏖"구월에 휴가를 보내는 것에서 오는 위안 중 하나는 다른 모든 이가 귀가 중이거나 곧 귀가할 예정이라고 느끼는 것이었다."p.430
최근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과 이란의 전투 등으로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기 힘들어 진것이 현실이기에, 이 안타까운 전쟁과 죽음이 지배하는 세상에서 평온한 일상의 기록이 그 어느 이야기보다 더 빈틈을 채워주고 있습니다.
구월의 보름은 @ekida_library @dasanbooks 로부터 도서와 소정의 광고료를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