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 - 2025년 아쿠타가와상 수상작
스즈키 유이 지음, 이지수 옮김 / 리프 / 2025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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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다》는 포레스트 출판사로 부터 도서와 일정의 원고료를 제공받았습니다.

작년, 여름이라는 계절 앞에 괴테의 파우스트를 읽었던 기억이 났습니다. 파우스트를 읽고 느꼈던 그 시간을 다시 상기하게 하는 한 권의 소설.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든다."(Love does not confuse everything, but mixes.) 괴테 연구가의 손에 잡힌 티백의 꼬리표에 인쇄되어있는 한 문장이 과연 괴테의 문장이었는지를 찾아가는 과정을 읽습니다.
   그의 아내와 딸, 그리고 친구,  제자, 자신의 스승인 장인에게 이르기까지 이 문장의 시작을 찾는 여정 속에서 생각나는 하나의 이미지.

   유년시절, 손가락에 끼우고 놀았던 동서남북이라는  종이접기의 형태를 떠올려보게 됩니다. 동서남북이라는 사면의 종이 위로  티백의 문장, 그리고 도이치 교수가 독일 유학에서 만난 친구 요한의 말이 쓰여져 있고,

  "독일 사람은 말이야"..."명언을 인용할 때 그게 누구의 말인지 모르거나 실은 본인이 생각해 낸 말일때도 일단 '괴테가 말하기를 '이라고 덧붙여 둬. 왜냐하면  괴테는 모든 것을 말했거든."p.23

   두 문장과 맞닿는 면에는 소설 속 인물 하나 하나의 이름을 쓰여져 있습니다. 서로 가까이 맞붙었다가 서로 멀찍이 떨어지며 하나의 문장에 이어져 맞붙어 지는 인물과 인물을 볼 수 있습니다. 도이치와 요한이 가까이 붙었다가 떨어지고, 딸 노리카와 아버지 도이치가 그리하고, 도이치와 아내 아키코가 또 그러합니다.

  집이라는 공간에서도 동서남북의 종이접기처럼 서로가 가까이 다시 떨어지고 도이치와 시카리의 인연도 그렇게 종이접기의 면에 붙었다가 다시 떨어지고 다시 붙어지는 하나의 손위에 손가락사이에 끼워진 종이의 벌림과 오므림으로 읽어갈 수 있습니다.

  시카리의 제자인 쓰즈키를 소개 받고 쓰즈키의 논문을 지도해 주는 만남에서도 그리고 쓰즈키와의 또다른 인연의 이어짐에서도 연상되어지는 것이 동서남북이라고 종이를 접어 놀았던 그 모양입니다.

  소설은 종이접기 같습니다. 한장의 사각의 종이를 꾸욱 눌러 접고 선과 선이 없음에도 모서리로 모서리를 이어 접으면 보이지 않던 선이 접은 선이 드러나고, 또 반으로 접고 뒤집어 접으면서 모양을 갖추어가지만 완전한 하나의 모양으로 보여질 때까지 알 수 없는 종이접기의 시간 처럼 소설은 그러한 접기의 시간을 독자에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것은  가만히 이 책을 들여다 보면 도이치 교수의 괴테의 문장을 찾는 그 과정을 보여주고 있지만, 도이치 교수를 둘러싸고 있는  그들의 삶에 바로 이 문장이 어떻게 반응하고 작용하고 있는지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에서 종이접기의 시간으로 읽게 하는 것이었습니다.

   모든 것을 말했다던 괴테의 문장이 접은 선에 부딪히는 인물들의 서사.

  아내와 딸, 딸의 남자친구, 친구와 제자, 장인과 나, 나와 독일인 친구 그들의 삶에 마주하고 있고 부딪혀온 사랑은 모든 것을 혼동시키지 않고 혼연일체로 만들어 가는 관계의 면면을 탐구하는 것이 이 책을 읽는 또다른 소소함의 기억이 될 것입니다.

📃"괴테의 말에 따르면 그건 이 세계에 언제나 안개가 끼어 있기 때문이래. 즉 세계는 완전한 빛과 어둠의 중간에 있다는 거지. 빛과 어둠의 대립이 색을 이루는 거야"p.144  

📃"말이란 끝까지 불편한 도구야. 도무지 익숙해지는 법이 없거든."p.153

  작년 여름이 닿기 전에 쓴 2편의 파우스트 리뷰를 찾아가 보았습니다. 시와 같은 리뷰에는 나만이 읽고 느꼈던 감정의 넘침이 있었던 것 같습니다.  

  괴테의 파우스트에 가까이 아주 가까이 접었던 마음이 어떤 모양과 모습으로든 이 책을 통해서 나에게 스며들어 있음을 읽게됩니다.

  이키다서평단을 통해서 함께 하였습니다.

@forest.kr_
@ekida_library

숨겨진 소설의 마지막 접기의 문장을 적어봅니다.

  "Goethe said everyth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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료의 생각 없는 생각 - 양장
료 지음 / 열림원 / 202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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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로사한 청년의 이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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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들
아이셰귤 사바쉬 지음, 노진선 옮김 / 더퀘스트 / 2025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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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류학자
#아이셰귤 사바쉬
#노진선
#더퀘스트
#이키다서평단
#도서협찬


  어떤 사진을 본 기억이 있습니다.
분명 내가 살아온 도시의 길이 남겨진 기억이 있지만, 사진 속 그 도시의 길은 전혀 낯익지 않은 낯선 느낌으로 다가온 기억입니다.
   사진 속에서 내가 본 것은 도시의 건물이나 거리, 가로수가 아닌 밤의 도로를 달려갔던 수많은 차들이 가진 빛의 궤적을 촬영한 사진이었습니다.(long exposure light trail)
   빛의 흐름들이 지나간 선들이 흐리지 않음으로 흩어지지 않음으로 끊어지지 않음으로 이어져 있음을 보았던 그 느낌을 인류학자의 책에서 다시 찾아 보게 됩니다.
  소설 속 아시아, 마누, 레나, 테레자, 라비, 사라, 샤론과 폴,  아시아가 공원에서 인터뷰한 사람들, 아시아와 마누가 새로 거주할 집을 찾아 만난 사람들......공원, 집, 가게 그리고 거리와 사람들의 흐름, 사람들이 저마다 다른 빛의 색깔을 가지고 있고ㅡ 또 사람들의 궤적을 찍을 수 있는 사진기가 있다면 이 소설 속 그들의 흐름은 어떤 사진으로 남아 있게 될 것인지 상상해보게 됩니다.

  끊어지지 않는 빛의 고리를 무수히 많은 선들이 골목과 모퉁이를 돌아가고 또 지나가기에 그 흐름에서 빠름도 느림도 알 수 없는 색깔의 선을 볼 뿐이지 않을까?

  그들의 삶이 낯선 이방인의 언어와 문화, 생활일지라도 사람이 가진 저마다의 고유한 빛의 흐름처럼 그들은 정주하고 또 유랑하며 빛과 빛의 부딪히 산란되고 어느 생의 시기에는 안개 속 빛무리가 될 지라도 소설 속 그들에게서 나와 같은 시간과 공간의 흐름을 가지고 있음을 읽게 될 것입니다.

  생성과 소멸의 빛은 무슨 색깔일까?

아시아의 할머니와 점점 기억을 잊고 잃어가는 이웃 할머니 테레자의 빛은 소멸의 빛으로 깜빡이고 있음을....샤론과 폴의 아이, 아시아와 마누에게는 아직 찾아 오지 않은 탄생의 빛.

   밝으며 차갑고, 어두우며 따듯한 빛이 있다면, 소설 속 그들은 시대가 만들어낸 시선의 궤도가 아닌  다른 환의 곡선을 가지고 있음을 보게 됩니다.

낯선 선 위에 낯익은 색으로 그어진 인물들의 이야기....사랑, 죽음, 정주와 유랑, 세련된 도시의 건물 모퉁이를 돌아서서 보게된 퇴색된 골목의 녹슨 철문 위 사자의 모양처럼. 우리의 삶이 진행되어지는 동안 어느 시간의 한 모퉁이에 남겨진  문장이 녹슬어 갔으면 합니다.

"난 단지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 정말로 어떻게 사는지 알고 싶을 뿐이었다."p.47

"시는 우리의 마음을 비워냈고 그 빈자리를 시의 형상으로 가득 채웠다. P.118

"삶은 상실과 파괴의 연속이었지만 그럼에도 단 한 순간도 멈추지 않고 흘러갔다."p.135

"겉보기엔 다양해 보여도 결국 살아가는 방식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 덧없이 흐르는 하루의 시간을 뚫고 나아가는 방법은 하나뿐이라는 사실을."p.190

   본 도서는 출판사에서 소정의 제작비와 책을 지원받아 읽고 남기는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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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 - 포니 픽업 야채 장수에서 물류 기업 CEO까지
이강미 지음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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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절함은인생의날개다
#이강미
#다산북스
#도서협찬

아직도 기억나는 숙제가 있습니다.
성취동기 이론이란 과목이 있어서 그때 인생 계획이란 숙제를 해야 했는데, 21세에 무엇을 하고
23세에 무엇을 할 것이며, 30세에 어떤 것을 하고 있을 것인지를 적어보는 것이었습니다.
  나의 인생 계획에 기록되어진 것이 어떤 것인지는 한참의 시간이 지나고 지난 지금에서는 시간의 비바람에 젖고 마르는 과정에서 이미 지워지고 흐릿한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그리고 40세 이후의 계획은 적지 못했던 하얀 종이 위의 내 인생도 훌쩍 지나와 버렸다는 것.

  《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 》에서 만나게 된 이강미 작가의 인생은 포니 픽업 야채 장수라는 미약한 시작은 국내 출판 물류 1위 기업인 날개 물류의 CEO로 창대함을 읽게 됩니다.
25세 봄 포니 픽업에 야채를 실고 살아가는 시간에서 부터 63세의 출판 물류 1위기업인 날개물류의 지금까지를 기록합니다.

그렇게 인생의 깃발들이 시간의 점 위에 꽂혀지고, 결혼과 아이의 출산, 출판 물류의 시작으로 성장해 가는 과정에서 겪게된 성장통들....

  지나온 시간과 그 시간에 기록된 기억들에서 사람과 사람들이 있음으로 남겨질 수 있는 기적이 있고 체득된 경험의 신중함이, 기회를 잡아채는 용기를 보게 됩니다.

  책의 제목 처럼 간절함......사람과 사람에 대한 간절함, 가족에 대한 간절함, 시작되어진 일에 대한 간절함, 시간과 공간에 대한 간절함을 읽으면서 내가 지나온 것에 이토록 간절함이 있었던 날들을 기억하고 기록할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간절함으로 시작되어지고 또 완성되어져간 인생의 기록들을 봅니다.

   신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도와 준다는 말이 있듯이  위기와 기회에서 애쓴 날들에서  도와주고 있음을....보면서 나의 지난 인생의 과거에서 이어져온 오늘의  지금에 각성하게 하는 자극이 됩니다.

  하얀 종이 한장을 펼쳐놓고 내 인생의 연표를 적어봅니다.

  19**년 2월 *일 0시~1시  :  출생 
  19**년  3월 : **세 입학
  .
.
.
     .
2025년 8월 : **세 여지껏 살아 있음에 감사

  이강미 작가의 에세이에는 한 사람의 인생에서
추락과 비상이 그려낸 곡선의 그래프에서 날개짓하는 오늘을 읽게 됩니다.

"사는 동안 이런 행운은 가끔 우리를 찾아왔다. 다양한 색깔의 행복은 아무래도 어디선가 몰래 우리를 지켜보다가 우리가 열심히 살다 지칠 때쯤 간혹 찾아와 행운이라는 이름으로 행복을 선물해 주는 것 같았다."p.48

  
간절함은 인생의 날개다 는 @ekida_library @dasanbooks 로부터 도서를 지원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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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모든 새벽의 앞
마미야 가이 지음, 최고은 옮김 / 다산책방 / 202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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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는 모든 새벽의 앞
#마미야 가이
#최고은
#다산책방

 
21세기의 인간 실격이라는  띠지를 두른 책.

다자이 오사무의 1948년작인 인간 실격에서 요조의 이름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인간으로의 존재의 무(無)와 타인과의 관계로 단절되어진 관계의 무(無)는 20세기 시대의 모퉁이에 움츠려 있는  한 남자의 허무와 염세적인 그 독백이 새겨진 작품이었습니다.

  여기는 모든 새벽의 앞 에 화자로 나선 스물다섯의 여인에게서 다자이 오사무의 자화상과 같은 요조를 만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하게 되는 것은 앞서 띠지의 문장이 가진 영향이 아닌가 싶습니다.

  작품 중 이름 없는 여인이 독백하는 2123년의 10월은 이 소설이 21세기의 인간 실격이라고 표현하기 보다는 22세기의 인간의 자격..과학의 기술로 대체되어진 인간의 개조와 인간의 감정들이  절개되어진 미래 사회의 인간을 보여줌으로써 인간은 무엇으로 인간이라 할 수 있는가를 생각하게 합니다.

치매로 몸과 기억이 병들어 죽는 아버지, 스스로 죽음을 조치받기를 선택하는 오빠,  화자와 같읁융합인간과 신체의 일부, 뇌에 칩이 삽입된 인간,그리고 감정과 이성이 철저히 통제되어진 새로운 인류(인공 자궁에서 자라고 태어나서 뇌와 인공지능이 융합된 인류)...
  인간의 진화된 형태에  대한 감정과 이성, 그리고 기억이란 것이 인간의 역사에서 대체되어지는 것이 기술의 발전이라면, 소설 속 융합인간으로써 살아온 200년의 시간에 화자가 쓸 가족사는 어쩌면 미래 인류에게는 삭제되어지거나 금지되어야 할 감정. 이성. 불필요한 기억의 기록이 아닐까? 생각됩니다.

  새로운 인류가 새로운 지구를 향해 날아간 그날의 시간처럼...남겨진 지구는 미래 인류에게는 대체되어져야할 환경의 일부이었을까?
그리고 남겨진 지구에 남아있는 소수의 원시적 인류의 공동체와 시간은 태초의 인간에서 지나온 날들로부터 종말의 인간에 어떤 소멸을 맞이하게 될 것인지를 상상해보게 되는 소설이었습니다.

SF소설로써 인간, 과학,  감정, 이성의 적출되어진 미래 사회를 잘 엮어낸 소설입니다. 21세기의 인간실격...아나 22세기의 인간자격  이라고 띠지의 문구를 고쳐봅니다.

"인류를 위해 필요한 일이니까요. 언젠가  사람이 살지 못하게 될 곳에 계속 머무는 건 비합리적이죠. 우리에게 무섭다는 감정은 없습니다."p.92

"가상 공간 속 아바타가 아니라 오랜만에 실물로 만난 현실의 사야언니......무척 늙어 보였어요."p.102

"인공지능과 융합하면 느끼는 것, 떠올리는 것, 생각하는 것도 앞으로는 분명 다른 느낌이 되겠지요."p.131

"나는 나와 서로 마주 보았고, 꿈은 계속되었습니다."p.133

"죄송합니다.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p.144

본 도서는 다산북스의 도서 지원받아 읽고 남기는 주관적인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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