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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을 까는 여자들


  한겨레 출판의 #하니포터2기, 써포터즈로 참여하니 신간 서적을 자주 접하는 중이다. 덕분에 관심 분야 밖의 책도 읽게 되어서 다양한 사고와 삶의 형태를 마주하며 생각의 폭을 넓히고 있다. 특히 '#판을 까는 여자들'은 관심 밖이 아니라 몰랐던 사실을 알게 해준 책이다. '이대녀, 이대남' 등 다른 신조어를 대하면서 얼마나 당황했는지 모른다. 페미니스트나 페미니즘은 알았어도 '이대녀, 이대남'은 생경 그 자체다. 그래서 매우 관심 있게 정독 했다. 이 시대의 젊은 청춘들이 어떠한 사고를 하며, 괴로워하는지 조금 알 수 있는 좋은 기회를 가졌다.






  이 책은 20대 대통령 선거 전에 받아서 읽기 시작했다. 몇 페이지를 읽으며 평소 지지하던 후보자를 변경하였다
.

사실 S여성과 A남성 후보자 중 누구를 선택할지 고민하던 차였다. S여성 후보는 몇 해전부터 지지했다. 막상 선거 날이 가까워오자 여성 후보의 실현이 불가능할 것 같은 이상세계 구현보다, A남성 후보의 현실적이며 긍정적인 미래가 나을 것 같다는 생각만 한 채 최종 결론을 유보하고 있었다. 그런데 남성 후보가 중도 하차하였다. 그 바람에 이왕 대통령 될 인물을 찍지 않을 바에야 참신한 젊은 여성 후보자에게 힘을 실어주어서 미래를 기약하자는 생각이 떠올랐다. 선거인 벽보 중 끝에서 찾아보는 것이 더 빠른 번호를 외워서 사전 선거로 미리 의사표시를 했다. 보이지 않는 힘이지만, 보무도 당당하게 첫 걸음을 내디딘 후보자에게 희망과 함께 봉투에 한 표를 넣었다.


  책의 앞, 뒷면의 표지만 보고도 내용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앞 표지의 그림에는 모래 시계 아래, 위 전면에 바둑판 무늬가 그려져 있다. 또 위, 아래를 분리하는 주홍색 분리선 안에는 "환멸나는 세상을 뒤집을 '이대녀'들의 목소리"가 구호처럼 쓰여져 있다. 모래 시계 윗부분인 보라색 모래가 내려가지 못하고 주홍색 분리 구역에 갇혀 있다

. 아래에 모래가 없는 노란색의 주홍색 바둑판 무늬는 마치 세대 간의 높은 사고의 벽, 빈부격차로 인한 계층의 장벽

가부장제에 짓눌린 남녀의 갈등 등이 상하로 나뉘어져 있는 현실을 보는 것 같았다

  보라색 모래에는 #'판을 까는 여자들' 제목이 주홍색 분리 공간을 뚫고서 비어 있는 노란색으로 향하려는 듯 출발선에 서있는 달리기 주자로, 노란색 바닥에는 '최악과 차악만을 던져주는 사회에서 20대 여자들은 어디로 향하는가' 책의 내용을 암시하는 이 문장은 낙타가 바늘 구멍을 통과하려는 주자들의 고뇌가 주저앉아 있는 의미라고 나름대로 해석을 해봤다. 


  작가는 신 민주, 로라, 노 서영 씨. 외래어와 신조어가 많아서 인터넷과 사전을 찾느라 굉장히 분주했다. 세상 물정 어두운 사람의 입에서 불평 소리가 아주 컸다. 작가들에게 부탁 하노니 부디 외래어와 신조어를 사용하려면 참고할 자료를 꼭 넣어서 몰입을 방해하지 말았으면 한다. 곳곳에 그런 흔적이 보였지만 부족했다. 그리고 페미니즘에 관심이 높은 나이 많은 구독자도 분명히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었으면 좋겠다. 돋보기를 착용하고 읽는 처지여서 검색하는 번거로움을 덜어 달라는 말이다. 세 작가 덕분에 곧 잊고 말 테지만 제법 유식해졌다.

 

  신 민주 씨가 '국회 보좌관은 왜 다 중년 남성일까'로 글 숲을 공개했다. 국회보좌관으로 일하면서 <'더 높은' 남성 보좌관, 즉 어린 여자애보다 훨씬 정책을 잘 알고 더 전문적인 사람으로 전화를 바꿔달라는 요구>의 전화를 받았던 모양이다. 20쪽 <유일하게 여성 보좌관이 많아지는 직급은 8급과 9급 공무원이었다. 8급 여성 비서는 53%, 9급 여성 비서는 59.9%였다. 직급 차이가 성별을 근거로 극명하게 갈리다 보니 여성 보좌진 평균 임금은 남성 보좌관 평균 임금보다 136만 원가량 적다. 이 수치가 이상하다는 사실을 아는 까닭인지, 아무도 의원실 내부 보좌직원들의 성비를 공개하지 않는다. 형편없는 고위급 여성 보좌직원 비율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다 알지만 모두 모르는 척하는. 법을 만들고 바꿔야 하는 국회부터 성별 임금격차 문제가 만연하니 사회의 성별 임금격차 문제가 해소될 리 없다.

  신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관심 없었던 분야에 눈이 떠졌다. 21쪽 맨 아래 <이대녀들의 분노를 이해할 수 없는 국회에서 정치의 현안이 모두 50대를 주축으로 한 중년 남성의 구미를 당기는 것으로 구성된 일은 놀라운 일이 아니었다.>  22쪽 아래 <페미니즘에 닫혀 있는 국회 전반이 변화하지 않는 한 누군가는 타협하고 포기하는 일을 반복해야 했다. 굳어 있는 의원 내부의 조직 체계는 덤이었다.> 

  그래서 작가는 미련 없이 '좋은 직장'인 국회의원 비서직을 그만두었다고 한다. 그녀는 23쪽 <국회에서 일하기 전에는 "남성 정치인들도 페미니즘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을 수 없는 분위기를 만들어야 한다"라고 입버릇처럼 말했지만

국회에서 일하고 난 후 그 말이 얼마나 낭만적인 말이었는지 알게 되었다페미니즘 정책을 개발하는 사람이 젊은 여성으로만 상정되는 게 억울했는데, 막상 국회에 가보니 그 '페미니즘 정책을 담당하는 젊은 여성'조차 거의 존재하지 않았던 것이다.> 콱 막힌 현실을 모르는 것이 오히려 나았다는 생각도 들었으나, 지금부터라도 그녀들을 응원하는 계기가 되었다.

  24쪽 <정치는 젊은 여성에게 기회를 주지 않으면서 젊은 여성들의 능력을 탓하기 바빴다. 구색 맞추기로 딱 한 명

아주 소수의 여성이 정치에 진입하는 것을 허가하고 그들이 마침내 나가떨어졌을 때 "거봐, 여자들은 멘탈이 약해서 안된다니까"라는 말을 뒤에서 했다.>고 작가는 썼다. 아래 결론 문단에는 <이대녀가 좋은 정치인이 될 수 있도록 자원과 인력을 투입하는 것도 정치의 과제가 되어야 한다.> 진심으로 그렇게 되기를 바란다.  


  71쪽 '코로나 시대의 자발적 실업자' 글쓴이는 로라 씨. 그녀는 75쪽에서 <나는 실제로 퇴사를 선택할 수 없었던 수많은 사람들에 대해 생각해본다. 이곳 말고 다른 곳에 갈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은 너무나 쉽게 밀려든다. 경력다운 경력이 없는 사회 초년생 여성에게는 훨씬 가깝고 실체적인 두려움이다.>  문단을 바꿔서 몇 줄 아래 <나는 오직 죽음을 통해서만 도망칠 수 있다는 그 감각을 떠올려본다. 살고 싶어서 일을 하는데 일 때문에 사람들이 죽는다체계가 없고 과중한 업무, 부조리한 사내 문화, 업계의 폐쇄성과 보수성, 성차별과 성폭력, 그런 것들이 여성들을 일터에서 밀어낸다.>고 토로하고 있다. 

  작가는 신입사원 필수 교육으로 성희롱과 성폭력 예방교육을 들었다. 온라인 강의는 훌륭했다면서 76쪽 <직장이라는 공간적 특수성과 직급 차에서 오는 권력의 문제도 고려했고, 성폭력 사건에서 가해자와 피해자만이 아니라 조직의 주변인들과 조직 책임자의 역할까지 아울러 다루고 있었다. 그 친절한 강의에서 성폭력을 피해자 탓으로 돌리고 비난해서는 안 되며, 사건을 은폐하고 묵과하는 조직 문화는 반드시 쇄신되어야 한다고 분명하게 말했다.> 

  77쪽 <기성 세대는 우리에게 'MZ세대'라는 이름을 붙여놓고는 우리가 기존의 사내 문화에 따르지 않고, 회사의 발전에는 관심이 없고, 승진보다 여유 시간을 중시하고, 열심히 일하는 것보다 노는 것을 좋아하는 새로운 모습의 청년들이라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나는 열심히 일하고 싶었고 일을 잘하고 싶었다. 업무 현장에서 쓸모없는 인간이 되고 싶은 청년들은 많지 않다.> 작가는 <MZ세대의 특징이라고 불리는 것들은 대부분 자신을 배려하지도, 책임지지도 않는 사회에 청년들이 나름대로 적응한 결과에 불과하다.>고 털어놓았다.

  젊은 그녀는 78쪽에서 <월요일에 분노하고, 대책 없는 업무에 막막해하고, 의욕 없이 무기력해하고, 회사를 불태우고 싶어 하고, 상사를 죽이고 싶어 하고, 언제나 집에 가고 싶어 하는 수많은 직장인 밈(memem)들을 볼 때면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일상을 증오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사실이 아득하게 느껴진다.>고. <그저 일하면서 고통받지 않아도 되는 세계를 원한다. 그리고 그런 세계가 도래하기 위해서는 아주 많은 것이 바뀌어야 한다.>고 자기 의견을 피력했다.


  113쪽 노 서영 씨의 '총여학생회를 폐지시킨 권력'을 읽으면서 116쪽에서 <여성혐오를 하는 줄도 모르고 여성혐오를 하는구나. 그리고 '폭력 시위' 프레임은 이렇게 만들어지는 거구나.> 계속하여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폭력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로 만듦으로써 합리와 이성의 자리를 꿰차는 식이었다. 권력을 가진 자만이 '신사'다울 수 있고 '정숙'을 요구할 수 있다는 것을 알까.

  120쪽 <이런 일이 다시 발생하면 그땐 공익 목적의 기구를 폐지할 권력을 가진 사람에게서 폐지의 근거와 목적, 의도를 상세하게 들을 수 있는 세상을 만들겠다고. 권력을 가지고 사용하는 사람에게 묻고 다음을 약속받을 수 있는 세상을.> 122쪽 첫 줄 <덧붙이자면 총여학생회든 여성가족부든 성폭력 사건을 예방하고 전담하기 위해서만 존재하는 것이 아님을 분명히 해두고 싶다. 더 늦기 전에 이러한 기성의 가부장적 성별권력을 해체하고 재구성해야 한다. 페미니즘이라는 단어없이도 모두가 존중받으며 공존하는 세상을 '이성적으로' 원한다면, 페미니즘에도 권력을 쥐어주자.>라고 글은 끝이다.


 143쪽의 <'감히 여자가' 군대에 대해 말한다면>에서 144쪽 중간 "~전쟁과 평화는 생각보다 훨씬 더 정치적인 문제였다.> 작가의 의견에 공감하고 또 공감한다. 드러내기 힘든, 감히 군 내부의 성추행과 성폭행에 관하여 적나라하게 파헤쳐 주어서 고맙게 생각한다. 146쪽 <문재인 대통령이 엄중수사를 지시하고, 국방부 장관이 군검찰 수사심의위원회를 출범시키며 유가족에게 철저한 수사를 약속했지만, 결국 책임자는 한 명도 처벌받지 않았다.> 

  2021년 공군 제20 전투비행단 소속 한 여성 부사관이 성추행 피해 사실을 신고한 뒤 상관의 협박에 시달리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건에 대한 글 한 부분이다. 147쪽 <2021년 한 해 동안 성추행으로 사망한 여군은 알려진 수만 다섯 명이다. 이 사망'들'에서 주목해야 할 건 피해자들이 성추행 그 자체보다 성폭력 이후 군의 사건 처리 과정에서 더 심한 고립감을 느끼고 절망했다는 사실일 것이다.> 150쪽 아래 <성평등한 세상을 만드는 것도, 성평등한 군대를 만드는 것도 모두 여성의 일로 맡겨두지는 않았으면 한다. 성평등은 사회적인 과제이며 군대도 하나의 사회인 만큼 모든 사회 구성원이 책임감을 느끼고 함께 해결해야 할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208쪽에서 신 민주 작가는 <선택은 개인의 몫이겠지만, 나는 여자들이 판을 깔기 위해 앞으로도 많은 시도를 해보았으면 좋겠다. 신념과 권력, 둘 중 하나를 포기하기를 종용하는 사회는 너무 지겨우니까. 각자의 방식으로, 각자의 속도로 하면 된다. 때로는 어설프고 때로는 의욕만 앞설 수도 있겠지만, 우리가 서로의 지원군이 될 수 있다면 우리의 실수는 성장 가능성이 되어 돌아올 것이다.> <요약하자면 정치판에도, 직장에도, 사회에도, 학교에도 #'판을 까는 여자들'이 필요하다.>  송 은이 씨는 <후배들의 아이디어에 대해 거침없이 "해보자!"라고 외쳤고, 그런 시도가 아무도 해치지 않는 즐거움을 향유할 수 있는 기회를 모두에게 주었다. 어느 모임에서든 송은이가 나타나길 바란다.>

  

  위의 문장들은 #판을 까는 여자들'의 핵심 주제들이다. 여성혐오를 하는 줄도 모르고 한다는 말, 결국 남성도 혐오의 대상이라는 말이다. 생각을 바꾸어본다면 여성과 남성 뿐인 이 세상에서 '여성존중' 은 '남성존중'이 자연스럽게 도출된다. 합리적이고 이성적인 대화에 제대로 참여하지 않으면서, 상대를 폭력적이고 감정적인 존재로 만드는 것조차 모른다는 말도 된다. 내가 타인을 존중하지 않으면, 나 또한 존중 받을 수 없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남녀를 불문하고 존중 받으며, 공존하는 세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함께 노력하여야 한다. 그리고 나 또한 작가들이 추구하는 미래를 지향하며, 멀리서 그녀들에게 격려의 박수를 보낸다.


  남녀노소 누구나 읽어야 할 필독서라고 생각한다. 


#판을 까는 여자들, #신민주, #로라, #노서영,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2기-판을까는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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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강지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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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한겨레 출판)



 #한겨레 출판의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책을 받았다. 열 명의 작가가 1인 다섯 편씩 쓴 50편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책을 보낸 봉투에는 두 권의 독서 메모장과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도 함께 왔다.

  

  산문집은 본문이 295쪽이며, 부록으로 '혼자 점심 먹고 나서 그냥 하는 질문'까지 모두 307쪽의 책이다.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 SF작가, 책을 소개하고 글을 쓰는 직장인,《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 얼굴이 된다》의 저자, 경찰관, 사진가이자 시인, 출발점이 다른 소설가 3명의 다양한 시각으로 '혼자 점심을 먹는 이유'를 가 담긴 책이라고 하면 좋은 듯하다. 


  #한겨레 출판의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이 책을 읽으며 눈에 거슬리게 다가온 것은 '외래어'와 '신조어'이다. 젊은 남녀 작가들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가 된다. 그러나 독자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나처럼 70 고개에 들어선 사람은 조금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일이 사전을 찾아야 했으므로. 그럼 작가들이 일일이 소수의 독자를 위해서 따로 참조의 글을 표기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두 말할 여부가 없지만 적어도 좋은 우리말을 써주면 몰입하여 글 읽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또한 이해하기도 쉽다.


  첫 장 강 지희 문학평론가의 '미나리 할머니와 고사리 할아버지'가 시작이다. 도토리 묵을 채 썰어서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였다. 고명으로 올리는 미나리를 말하면서 영화 <미나리>에 대한 해석도 곁들였다. 미나리에 연결되어 작가의 외조부모님과의 추억에서 '우리 사이에는 낭창낭창한 서울말과 걱실걱실한 제주어 사이만큼의 서먹함과 쑥스러움이 늘 자리해 있었지만,'(14쪽) 대조적인 의성어 표현이 재밌게 느껴졌다. 

  그런데 14쪽 위에서 일곱째  '내가 막 태어나 빨갛고 작은 몸으로 가늘게 숨을 쉬고 있는 동안 누군가 내 몸의 일부를 소중하게~'라고 표현하였다. 누군가 작가의 태를 언 땅을 파고 묻었다는 사실이다. '태'는 아기의 일부가 아니라 산모가 해산하고 몇 분 뒤 후산기 진통과 함께 태반과 태막이 산도를 통해 나온다. 그러므로 작가의 글처럼 '내 몸의 일부가 아니다'는 말이다. 이 문장은 표현에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강 작가 덕분에 <미나리> 영화를 보고도 잊고 있었다. 작가의 해석이 내게 의미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가장 가녀린 미나리가 얼마나 힘이 센지, 인생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계속 이어지는지 말하고 있었다."

          

  김 신회 에세이스트의 글 중 "'밥 사줄게'라는 말의 뜻"에서 '밥 사줄게'의 의미를 진솔하게 적었다.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라 이 글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효도 점심'은 작가의 부모님에 대한 남다른 배려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상당히 매력 있게 다가오는 글이기도 했다. 61쪽 중간의 '부모님과 나 사이에는 거대한 강이 흐르는데 그 강은 수영으로도, 뗏목으로도, 모터보트로도 건널 수 없다.' 작가의 이 표현은 100%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의 가정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 너울 SF작가의 글은 SF작가다운 면모를 느끼게 해주었다. 70쪽 '목에서 아가미가 자라나면' 또는 '뒷산에서 잔디를 뜯어 된장찌개에 넣어 끓여 먹는~'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상당히 신선하였다. 79쪽의 '오늘 점심은 특이한 까까에 도전해요'는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모르고 사는 사람에게 새롭게 눈을 뜨게 해준 글이기도 하면서 81쪽에서 '편의점에 가면 특이한 맛의 과자들이 많이 보이는데 실은 데이터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과자다. 구매 및 SNS 데이터들을 분석해 그 시기 트렌드에 맞는 조합을 예상해 만들었다.' 문장은 인상적이다.  


  이 세라의 '명랑한 은하수'에서 고 이 성자 화백의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의 모습을 짧게나마 지면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글이다. 142쪽 중간에 '이러한 변화는 그녀가 아이들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시도 잊어본 적 없던 아이들이 엄마 없이도 잘 자란 것을 확인한 뒤, 그녀의 말처럼 "매여 있던 땅으로부터 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독서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글이다.


  167쪽의 '가파른 맛'은 원도 작가가 현재 경찰관인 것을 알게 하는 글이다. 경찰관의 점심시간을 엿볼 수 있는 글인 반면 그들이 직업 상 삼시 세 끼를 먹어야 하는 식사의 필요성도 알게 되었다. '외근 경찰관으로서의 점심 식사는 험준한 산길을 오르듯 위태롭고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헐떡이고야 마는, 애석하게도 뭘 먹든 가파른 맛이다.' 또 188쪽의 '마음이 동하는 한 숟갈'에서 점심의 정의를 '언제 어디서 먹든, 나에게 점심이란 늘 그랬다. 날개를 푸다닥거리는 한 마리의 닭처럼 버둥댔고 여유라곤 내 주식 창의 수익만큼 찾아볼 수 없었으니 급기야 한탄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일정이었다.' 이런 장면은 경찰이 얼마나 시간과 업무에 쫓기고 시달리는지 짐작하게 했다.

  특히 장례식장에서 육개장과 수육은 대표 음식이기도 하다. 작가는 '장례식장에서 제공해주는 수육과 육개장을 먹으며, 이건 음식이 아니라 죽은 이가 건넌다는 강의 경계가 아닐까 생각했다.' 경찰관 원도를 작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 다운 안목이라고 생각한다.


  229쪽 '치과는 부르주아의 것'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글이다. 정 지돈 작가는 첫 문단 시작을 '매복 사랑니라는 게 왜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적었다. '사랑니'라는 용어는 다 알 테지만 '매복 사랑니'는 참으로 생경하다. 나이가 많은 현재 사랑니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멋 모르고 젊은 시절 의사가 뽑으라고 해서 뽑았더니 이 사이가 밭 고랑 만큼 넓어져서 이쑤시개가 절대 필수 품목이 되어버렸다. 작가는 230쪽에서 '사랑니는 치과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라고까지 했다.

  232쪽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모든 게 일종의 과장, 수사, 담론이라는 사실을. 가지런한 이를 자본주의와 마케팅, 가식적인 부르주아들의 상징이자 거대 기업과 국가가 획책한 의료 산업 메커니즘의 음모라고~" 전적으로 동의하는 문장이다.


  2013년에 <문학과 사회>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활동하는 정 지돈 작가. 정식 소설가로서 출발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 구나'를 느끼게 해주었다. 다섯째 글 '발톱의 야인' 마지막 문장

'우리의 오해와 창작은 자신의 생각을 유일무이한 진실로 고집하지 않는 한 세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참으로 멋진 말이라고 생각이 된다.


  2015년 <동아일보>를 통해 소설가로 활동하는 한 정연 작가는 점심을 주제로 '떡볶이와의 결별'이 첫 글이다. 코로나 19가 2019년 후반기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 작가도 큰 변화를 겪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떡볶인 것 같다.

코로나 시절을 겪고 있는 작가는 254쪽에서 '점심의 탄생과 떡볶이와의 결별. 내게 생긴 코로나 시대의 점심 풍경.'

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점심의 탄생과 산책인의 갈등', '비커밍 점심 산책자', '우리의 점심은 그곳에 오래 남아', '멸종의 시간

' 다섯 작품은 주어진 명제에 가장 적합한 글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코로나 시국에 작가는 점심이 탄생했고, 늘 하던 산책을 통하여 <산책소설인>이라는 인스타그램 직업 란에 써 놓았다는 새로운 직업 명도 생겼다. 258쪽에는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으면 삶의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삶의 많은 부분이 뜻밖의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렇게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고.

  264쪽 '나는 늘 그 행복에 의지해서 사는 사람이었으니까. 일상의 백 가지 피로함도 그 한 가지의 행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상쾌해지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래서 최근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었나. 서랍 속도 아니었고 책상 위도 아니었다. 길 위에 있었고, 언제나 산책이었다.' 

  270쪽 '조만간 다가올 위드 코로나와 함께 나의 점심 요리 산책자 시간 또한 멸종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또 궁금한 것. 이번 멸종은 화석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이번엔 또 다른 이름으로 점심에 산책도 하고 밥도 먹고 불만도 갖게 되는 반복되는 멸종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인가.' 


  동일한 주제로 열 명의 작가가 각양각색으로 펼쳐 놓은 글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되리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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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이 몰랐던 K - ‘진짜 선진국’ 대한민국을 위한 박노자의 불편한 제안
박노자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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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계 10위의 경제 대국, 20171인당 국민소득 3만 불을 넘은 이후 코로나19 이후 잠시 주춤했지만, 다시 회복해 20211인당 국민총소득(GNI)35천 달러대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 전 세계적으로 암울함이 지속되는 팬데믹 상황에서도 BTS로 대표되는 K팝이 전 세계적으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K-방역으로 칭해지는 강력한 사회적 거리두기 시행을 통한 초기 팬데믹 극복 등으로 한국을 위기 속에서도 주목 받았다. 그리고 이런 성취 앞에는 소위 'K'가 붙으며 ‘K’는 자랑스러운 한국의 상징으로 자리매김했고 그 성과와 별개로 정부 부처, 기업 등은 새로운 사업, 캠페인 등을 시작할 때 ‘K’를 앞에 내세워 홍보를 시작한다. ‘K’로 대변되는 이런 한국에 취해 있다면 그 꿈에서 깰 것을 주문하는 책, 박 노자 씨의 당신이 몰랐던 K”. “매일 평균 약 38명이 자살하고, “매일 1명씩 영양실조 사망자가 발생하는 곳”. 건물 붕괴로 인명 사고가 난지 불과 6개월이 되지 않아, 아파트 건물이 붕괴되어 건설 노동자가 다시금 사망한, “노동자로 하여금 산업 재해의 위험을 감수하게 하고, 초장기 근로를 강요해 개인의 거의 모든 시간을 식민화하면서도 명목상의 식구에 대해 그 어떤 책임도 지지 않으려하는 기업이 있는 나라, 10만 명당 24.6명이 자살하는 전 세계에서 네 번째로 자살률이 높은 국가, 이른바 선진국 클럽으로 일컬어지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가입국 중 압도적 1(OECD 평균 2)의 자살률을 보이는 나라도 바로 K-대한민국이다.

  경제, 군사, 행정 측면으로 볼 때 분명 한국은 세계 유수의 강국이다. 그런데 왜? ‘나라기업은 부강해지는데 개인은 왜 병들어 가는가? 이에 대해 박 노자 씨는 양극화 속의 빈곤, 극심한 노인 빈곤, 노동시장의 이원화와 불안 노동의 증가, 그리고 노동시장 진입 실패자의 증가”, “타자, 사회와의 관계’”

등 사회구조적인 원인, 개인과 개인의 관계 등에서 원인을 찾는다. 이러한 박 노자 씨의 식 한국 사회 톺아보기와 진단에 거의 대부분 동의했지만, 내가 좀 더 눈이 갔던 부분은 한국 사회 속 사람과 사람의 관계에 대한 부분이다. 이는 박 노자 씨의 식 인간은 무엇으로 사는가?’로 읽혔는데, 박 노자 씨는 사람이 온갖 고통에도 불구하고 계속 살아갈수 있는 이유로 타자의 관심과 존중, 그리고 소속감을 말하며 아무리 가난해도, ‘를 걱정해주고 나의 존엄성을 인정해주는 가족이나 친구, 나에게 존재감을 부여해주는 어떤 집단에 대한 소속감만 있다면” 극단적 선택을 피하고 버틸 수 있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 한국 사회에서 이러한 관계를 찾아보기는 쉽지 않다. 그는 왜 한국 사회에 타자에 대한 관심과 존중, 그리고 나와 남을 이어주는 소속감이 이렇게 고갈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를 타자에 대한 관심과 존중, 소속감의 부재로 꼽으며 이 때문에 부유하고 선진적인 오늘날 대한민국심리적인 사막으로 개개인이 대체로 불행하고 우울한 사회가 되었다고 한다.

  박 노자 씨는 여기서 멈추지 않고 이런 인식과 태도를 혐오가 난무하는 작금의 한국 사회와 연결시킨다. 지금 한국 사회에 만연한 남한테 관심을 두지 않고 타인을 동반자가 아닌 잠재적 적으로 인식하는 태도각자도생, 약육강식, 우승열패의 신자유주의 모범국가 대한민국,”사회화 과정에서 구성원들에게 오로지 너의 성공을 위해서만 노력하라는 인식을 심어주었기 때문이며, 이 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는 처절한 생존경쟁에서 누군가가 능력이 모자라탈락하여 낙오되는 것을 당연시하게되기 쉽다. “이런 사회에서 집단 통합 논리로서 공감과 연대를 대신하는 것은 바로 타자를 향한 각종 혐오다. 인간의 가치가 자본 축적에 도움이 될 능력만으로 재단되는 이곳에서 여성, 중국인 내지 중국 조선족 동포, 이슬람 국가 출신의 이민자들은 쉽게 혐오의 대상이 된다. 이들은 보통 이 사회의 주류 집단인 중산층 한국인 남성과 어떤 면에서는 다르면서 동시에 더 약한 존재들이다. 이들에 대한 혐오는 주류 집단을 결속시켜주는 힘이 된다.” 이 진단에서 과연 피해나갈 이는 몇 명이나 될까? 인종 차별을 않더라도 성차별을 하는 내가 있을 수 있고, 장애인 이동권 시위가 나의 출근길을 방해할 때 민폐라고 하는 내가 될 수 있고, 아동혐오는 반대지만, 아이 교육 못하는 부모 때문에 노키즈 존이 필요하다고 하는 나를 만날 수 있다.

  박 노자 씨는 ‘K’라는 국뽕안대로 걷어내고 기후, 지식인, 농업, 인종 등 다방면을 넘나들며 한국 사회의 알고 싶지 않은 민낯을 낱낱이 드러내고 한국 사회를 진단하고 이를 똑똑히 주시할 것을 요청한다. 그리고 이런 직시를 통해 그가 원하는 세상을 만들고, 우리가 어떤 세상을 꿈꿔야 하는가?에 대해 “‘능력의 유무나 위치 고하를 떠나 만인이 그 존엄성을 존중 받을 권리를 갖, “사회의 목표는 성장이 아닌 인간과 생태계의 총체적 생존이라는 점부터 상식화하자며 우리의 의식 전환을 요구한다. 그러면서 “‘와 남의 동등함이 사회의 기본 이념이 되는 타인을 존중하는 사회를 말한다. 이런 주장들이 그건 남들보다 위에 서지 않은 네 탓이다. 더 노력해서 성공하려는 대신 실패한 당신의 변명이라고 말하고 싶은가? 박 노자 씨의 이 문장을 읽어보길 권하며 마친다. “동등함이 아닌 위계가 기본 이념인 사회에서는 밑에 있는 약자는 당연히(?) 짓밟아도 되는 존재로 여겨질 것이며, ‘위에 있는 강자는 존중도 아닌 아부의 대상이 될 것이다. 생존 게임에서 낙오될 것처럼 보이는 사람은 무시될 것이고, 경쟁에서 모종의 승산이 있어 보이는 타자는 이용의 대상이 될 것이다. 당신이 나보다 못하다는 이유로 누군가를 무시하고 외면할 때 나보다 더 높은 그들도 당신을 누르려 할 것이다. 이러한 삶이 여전히 괜찮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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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수업 - 불교철학자가 들려주는 인도 20년 내면 여행
신상환 지음 / 휴(休)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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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오공·저팔계·사오정 그리고 삼장법사(현장)로 우리에게 기억되는 서유기의 길을 흥미진진하게 불교라는 창을 통해 풀어내는 기행문이자 불자에게도 녹록지 않은 불교 이론을 최대한 간결하면서도 쉽게 정리해낸 손바닥 이론서인 인도수업은 많은 이들에게 불법을 구하러 천축으로 가는 길을 떠났던 소설 서유기의 등장인물 삼장법사의 실제, 현장의 길을 따라 20년을 길 위에서 보낸 저자가 풀어놓는 불교 이야기이다. 이 길을 따라가다 보면 불교와 문화에 대한 개념적 상식을 넓힐 수 있다. 불자라면 이 책을 통해 알기 쉽게 불교와 그 세계관을 정리해 주변 이들에게 나눌 수 있을 테고, 불교를 몰랐던 이라면 불교 교리, 용어 등을 익힘으로써 그 이해를 넓힐 수 있다.

불교에 관심이 없더라도 한 때 무협지 좀 본 사람이라면 서역의 곤륜파가 있는 쿤룬산맥은 타클라마칸사막의 남쪽 끝에서 동서로 길게 이어져 있다라는 부분을 보며 오호, 곤륜파가 이렇게 연결돼라며 흥미를 돋울 수 있으며, “‘죽은 자의 뼈로 탑을 쌓아 이정표로 삼는 곳인 타클라마칸사막의 이름의 유래가 “‘가면 오지 못한다라는 타클라장소, 등을 뜻하는 마칸’”의 결합이라는 대목과 사라진 왕국 누란이 있는 서역남로 이야기가 나오는(p.23~24) 부분을 보면 우리에게 잘 알려진 다큐멘터리 누들로드’, ‘차마고도’, ‘실크로드가 떠오르며 불교라는 창을 통해 당시의 기억을 연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손오공이 화염 공주에 일전을 벌였던 화염산이 있는 투루판 등 만리장성의 끝 가욕관에서 서역으로 가는 길, 즉 서역북로가 나오는 대목에서 통속소설 서유기와 저 사유의 철학 불교가 만나는 지점을 보기도 한다. 이렇듯 지리적 길을 따라 이렇게 재미와 상식의 폭을 넓히는가 하면, 인도·종교·밀교 등에 대한 많이 들어서 안다고 생각했지만 실제로는 알지 못했던 개념어들의 유래를 통해 또 한 번 교양을 높인다.

산스끄리뜨어로 강을 뜻하는 일반명사에서 신두shindhu’에서 인도’, ‘힌두’, ‘인더스강의 이름이 파생됐고, 불교에서 육식을 금한다는 널리 퍼진 상식 같은 오해가 어디에서 비롯됐는지, ‘출가 공동체인 상가의 원형이 바이샤리라는 인도 고대 왕국의 정치제도에서 따온 것이라든지를 보면서 아시아의 문화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영축산, 도솔천, 왠지 불교의 철학적인 면모보다 주문을 외며 악귀를 물리칠 것만 같은 밀교에 대한 오해를 티벳의 역사적 맥락 속에서 찬찬히 풀어낸 저자의 글을 통해 밀교에 대한 무지를 푼다. 또한 현재 우리는 불교 = 조계종 정도로 생각하고 교과서에서 배운 선종·교종 정도를 떠올릴 뿐이지만, “‘정토종·삼론종·성실종·열반종·율종·지론종·선종·섭론종·천태종·구사종·법상종·화엄종·진언종 등 13종의 대표적인 종파들이 역사적으로 존재했기에 19세기 중반, 서양의 언어를 옮기던 일본 번역가들이 “‘부활뜻하는 릴리전religion’”이 왜 “‘종파에 따른 가르침이라는 뜻의 종교宗敎로 옮겼다는 말과, 이러한 종파 구분이 “‘84천 부처님의 말씀이 너무나 방대하여 각각의 종파들이 주요하게 다루는 경을 해석하면서 자기 종파의 지침으로 삼은 결과라는 저자의 정리는 나름의 불교에 대한 이해를 심화시켜주고 상식의 폭을 넓힌다. (p92)

그러면서 좀 더 관심이 생겼다면 이 책을 통해 불교라는 철학 세계를 한눈에 알아보는 시간을 가질 수도 있다. 불자 역시 이 책 한 권으로 깔끔하게 불교의 개념과 역사를 한 번에 아울러 불교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고 혹여 주변 사람에게 불교에 대해 소개할 일이 있을 때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을 것이다.

경량·유식·중관의 불교 4종 교학, “인도-티벳 불교의 전통을 이해하는 핵심이자, “표현 불가능한 연기 실상의 세계(진제)와 언설로 된 희론의 세계(속제)라는 두 가지 진리라는 개념에 그 근거를 둔, ”항상 움직이는 세계를 언어·개념·정의 등으로 고정하는 언설의 세계로 전환하는 순간, 오류가 발생할 수 밖에 없다고 설명하는 대승불교의 핵심 중관사상의 이제론에 대한 정리는 불자가 아니더라도 어디선가 한 번쯤은 들어봤을 연기의 개념을 어렴풋이나마 접근할 수 있게 한다. 불자에게도 어려운 "부분이 아닌 전체로, 종교이자 철학이라는 완성된 세계관인 불교의 전체적인 그림"을 불교를 접하지 않은 이들도 이 책 한 권으로 대강의 이해와 함께 그릴 수 있게 있다.

그러나 불법을 따라 인도, 티벳, (네팔) 무스탕, 중앙아시아 순으로 누비며 천축길의 풍광과 역사와 불교의 세계를 엮어냈으나 20년의 불법의 길을 누빈 저자에게 지면이 너무 적었던 탓일까? 너무 오랜 시간 길에 있었던 까닭일까? 시간의 무게가 너무 무거웠을까? 하고 싶은 말이 많았을까? 쉬운글쓰기로 풀어나갔다는 저자의 말처럼 어려운 불교 철학의 개념을 20년 내공의 저자가 불교에 대한 이해가 없는 이들도 따라갈 수 있을 정도로 최대한 간추리고 풀어썼지만, 20년을 풀어내기에 각각의 지면은 짧고 한편으론 하고 싶은 말이 많아 급한 나머지 뚝뚝 끊기는 부분과 함께 논리상 연결되지 않는 문장들이 심심찮게 발견되어 몰입을 막는 부분은 아쉬움이 남는다. 게다가 인도수업이라는 책 제목만 보고 인도에 대한 이야기라고 책을 산 독자라면 속았다는 기분이 들 수 있다. 전체 분량 중 인도를 다룬 부분이 1/4 정도인 점도 있지만 책 전반을 관통하며 저자가 중점을 뒀다 싶은 지점은 불교, 그중에서 티벳이니 인도만을 보고 이 책을 사지 않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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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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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동 이야기', 이 책은 두께가 얇아서 가볍고, 빨리 읽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단편 소설이라 여기면서 읽었던 내용들의 맥락이 조금씩 달랐다. 네이버를 검색하면서 어느 블로거의 글에서 연작 소설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단편과 장편의 중간 형태다, 연작 소설집은 연작이란 각각 독립된 단위(단편 정도 분량)의 작품이면서 그 독립된 작품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 가장 핵심적인 공통점 하나는 같은 등장인물이 이 작품 저 작품에서 계속 등장하였고, 배경 역시 크게 보면 같은 곳인데 어떤 작품에서는 특히 A가 또 다른 작품에서는 B 장소가 부각됩니다. 사건도 작품들 간에 서로 겹치거나 앞 작품의 사건을 다른 작품에서 이어받아서 후일담(어떤 작품에서 끝난 이야기를 이어서)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연작들은 위에서 설명한 몇 가지 특징 모두를 가질 수도 있고, 그들 가운데 어떤 하나의 특징만이 두드러질 수도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 '작가의 말'에서 '테마소설집'과 '연작소설집'이란 용어가 눈에 뜨였다. 두 가지를 검색하며 연작소설집을 이해했다.


  '서영동 이야기'는 2022년 1월 한겨레 출판에서 가제본으로 발간한 책이다. 내용은 서울의 서영동 동아 1차 아파트 '서영동 사는 사람들'의 줄임말 '서사사' 멤버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단편 소설로 이어가는 연작소설집이다.


  첫 번째 '서영동 부동산 중개업소의 진실'은 아파트를 가진 자는 팔아서 더 좋은 여건으로 못 가는 것이 어려워서, 못 가진 자는 집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분통 터진다. 15쪽 "야, 이 새끼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 집값이 더 올라야 된다, 이거야? 너 집 있다고 유세 떠냐?" 서사사 축구회 한 형님의 말이다. 가진 자는 더 올라가야 재산 증식에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어깨에 힘도 넣을 수 있다. 전세 사는 무주택자는 속이 터질 대로 터지고, 자존심 상하는 것이 집 값 널 뛰 듯 뛰는 것. 


  주인공 세훈은 무직 상태이지만 집안이 탄탄하다. 아내는 대기업에 다니며 유정의 월급으로 생활한다. 18쪽에서 '그런데도 왜 자꾸 움츠러드는지 모르겠다. 이깟 아파트가 뭐라고. 한편 세훈은 유정이 삼성에 다닌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자존심 상하기도 한다. 유정이 대기업 별것 없다고 똑같은 월급쟁이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할 때면 특히 그렇다. 자신이 이렇게 번듯한 아파트를 해 오지 않았다면 열등감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을 것이다.' 부부가 말로 표현하기 가장 어려운 심정이지 싶다.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이 은근히 상해서 속병까지 생기는 묘한 심리 상태라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보니 별 것도 아닌 것을.


 

  셋째 '동아1차 방향으로 서영역 3번 출구가 생긴다면?'

  몇 개월 전 딸의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입주자대표회의' 선거가 있었다. 한 달 전부터 공고가 붙었고, 선거에 협조해 달라는 게시문도 곳곳에 펄럭였다. 잠시 관리실에 들려서 찬, 반 투표만 하면 될 것 같은데도 그렇지 않았다. 딸의 아파트를 드나들면서 입주민들의 무관심이 보였다. 물론 각자 사는 방식이 다르니 그럴 수 있다. 비록 아파트 단지이지만 선거는 나의 권익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대표자가 선출된 후 잘 진행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블랙 컨슈머. 단독 주택에 거주하며 70이 코 앞인 노인에게 참으로 어려운 용어였다. 딸에게 물으니 '진상 손님' 이라고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악성 민원을 고의적, 상습적으로 제기하거나, 터무니없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갑질과 함께 도가 지나친 행동들을 하는 소비자를 말한다고 시사경제용어사전에서 참고하였다. 

  어떤 사안을 관공서에 민원 서류를 넣으면 한두 번에 해결해주지 않아서 여러 번 꾸준히 쫓아 다녀야 결말이 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끈질기지 못한 나로서는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물불 가리지 않는 몰염치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영동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 아팠고, 소설 맛이 풍기던 '경고맨' 단편. 친정 아버지께서 고생만 하시다가 많지 않은 나이에 돌아가신 점이 무척 가슴 아픈 사람이다. '아버지'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찡하니 시리다. 이 글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집중하여 읽었다. 언젠가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난폭한 행동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다들 입으로는 직업에 귀천이 있느냐고 하면서 대놓고 무시하는 상대가 아파트 경비원이 아닌가 싶다.


  외손자를 업고 아파트 단지를 자주 산책한다. 화단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손자에게 꽃 이름도 가르치고, 사진도 찍으면서 느긋하게 걷는다. 그러다 보면 경비원들이 지나가거나 마주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소리 높여 인사말을 건네며 목례를 한다. 어른이 먼저 타인에게 인사하는 것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손자는 낯이 설은 타인에게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 인사는 강요하지 않고 나만 하고 있다. 


  '경고맨'은 주인공 유정의 심리 변화가 눈여겨 볼 만했다. 친정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다르고, 남편과 빈부격차에서 드러나는 자존심 묘사가 인상적이다. 가족애가 허물어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또

작가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복지 시설이 없다는 중요한 점을 유정의 아버지를 통해 대변하였다. 경비원 고유의 업무가 아닌 것까지 처리하여서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다는 것도. 언론 매체를 통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얼핏 들어서 조금 알았지만, 소설의 소재가 되어서 문제점을 파헤치니 모르는 사람도 생각이 달라졌다. 


  시말서를 자주 쓰던 아버지는 결국 해고 당했다. 유정은 "제가 아는 노무사가 있어요. 아버지 계약부터 근무,  해고 과정에 부당한 부분은 없는지 무료로 상담해 주신대요. 그러니까 만나보시고 되돌릴 수 있거나 보상받을 수 있는 게 있다면 꼭 해봐요, 우리." 부모가 자식을 힘들게 키운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다. 아마 나의 삼 남매도 아버지가 부당 해고를 당했다면 틀림 없이 이럴 것 같아서 공감하는 바가 컸다.


  76쪽부터 '샐리 엄마 은주'를 읽으며 지나간 어느 때 유치원 원장인 겸임 교수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집에서 손전화기로 내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핀다는 것이다. 겸임 교수의 이야기를 들을 땐 젊은 엄마들이 굉장히 얄미웠고, 이기적으로 군다고 투덜거렸다. 내 딸도 곧 어린이 집에 보내야 한다. 딸과 대화를 해보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여서 참으로 한심하다. 세태가 그렇게 변해가니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재 남녀노소(老少) 사고의 차이가 심각하다. 특히 육아는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계속 보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육아 휴직이 가능한 직장이면 부부가 몇 년 육아에 전념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새롭게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도 높은 생활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크다. 하루 속히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현대인들은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단어는 알지만 남들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아는 듯하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빈부 격차로 인한 계급은 끊임 없이 나뉘어질 것이다. 작가는 짧은 글의 연작이지만 인간의 무한한 욕심에 대하여 말이 많이 하고 싶었다고 사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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