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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통당한 몸 - 이라크에서 버마까지, 역사의 방관자이기를 거부한 여성들의 이야기
크리스티나 램 지음, 강경이 옮김 / 한겨레출판 / 2022년 3월
평점 :

#한겨레 출판이 보낸 #'관통당한 몸'이 3월 5일 도착했다. 책 표지에 "전쟁에서 강간이 얼마나 심각하고 끔찍한 일인지 일깨워 주는 책이다." 문장에 눈길이 꽂히면서 러시아가 2월 24일부터 우크라이나를 짓밟고 있는 사실이 새롭게 대두 되었다. 러시아도 전시 강간을 저지를 가능성이 많아서 두려운 마음부터 들었다.
#'관통당한 몸'의 주된 내용은 전시 강간에서 살아남은 여자들이 피눈물을 흘리며 힘들게 토해낸 지옥의 고통을 온몸으로 다 겪은 여성들 목소리가 담긴 책이다. 동시에 생존과 극복의 이야기도 담겨있다.
#'관통당한 몸'의 저자 크리스티나 램은 30년 가까이 분쟁지역 특파원으로 활동한 여성 작가이다. 저자는 이 여성들의 목소리가 아무도 없는 숲에서 떨어지는 나뭇잎처럼 사라지지 않도록 한 권의 책으로 모았다고 했다.
저자는 묻어두었던 자신의 억울한 사연을 폭로하는 사람 뿐만 아니라 듣는 사람에게도 쉽지 않은 이야기라면서 독자들도 그럴 것이라고 했다. 이 글을 옮긴이도 눈물이 차오르거나 한숨이 새어 나왔다고 한다. 나 역시 한숨과 탄식 그리고 무지한 행동을 영웅스럽게 저지르고, 무처벌 문화를 욕하기 바빴다. 읽는 내내 가슴이 답답하였고, 마치 내가 전시 성폭력을 당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결코 먼 나라의 이야기가 아닌 무기력했던 우리나라의 역사이기도 하였다
나는 2019년 연말까지 군법당에서 병사들에게 '테라와다 불교' 알려주는 포교사였다. 2019년 연말에 코비드 19가 급속도로 확산되면서 민간인 부대 출입이 통제되었다. 그 문은 지금까지 열리지 않고 있다. 내가 병사들에게 관심 있게 가르쳤던 것은 '오계'와 '성 교육'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전쟁이 없는 상태다. 그렇지만 군인은 전쟁이 일어났을 때 가장 먼저 전쟁터로 달려나가는 사람이다. 그 병사들에게 전쟁을 반대하는 여성으로서 '전시 강간'에 대하여 자주 불교에 접목하여 법문을 하였다.
병사들의 연인이나 여자 친구, 사랑하는 어머니, 누나, 여동생이 적군에게 강간이나 윤간을 당한다면 어떤 심정이겠느냐고 자주 물었다. 병사들은 질문을 듣는 순간 몸을 움츠리며 '정말 그런 일이 있느냐'는 듯 놀라서 눈이 동그래졌다. 오계(五戒)의 제1계는 '살아있는 생명 해치는 것을 멀리하는 계를 받아 지니겠습니다' 즉 살생 하지 않겠다는 말이다. 전쟁터에서 총을 쏘아 적을 죽이는 것도 살생이지만, 혼전에 임신하여서 낙태 하는 것 역시 살생이라고 알려준다. 병사들은 임신 중절이 자신의 2세를 죽이는 행위라고 알려주면 무척 놀랐다.
결론은 '위안부'에 대해서도 몰랐다. 아는 병사도 있겠지만 법당에 나온 20 초반의 청년들은 우리나라 역사에 대해서 부끄러울 정도로 아는 것이 없었다. 내가 위안부를 설명해주면 몸서리를 쳤다. 병사들은 한 마디로 무지하였다. 상식이 없으니 상사가 전시 성폭력을 지시하거나, 무기를 앞세워 위협하며 명령을 내리면 병사들은 어쩔 수 없이 범죄를 저지를 수밖에 없는 것이다. 코비드 19가 종식되면 병사들에게 지금껏 해왔던 강도 낮은 교육보다 '전시 성폭력' 특히 '전시 강간'의 실상을 알려주어야겠다. 짧은 법문 시간에 가르쳐주어야 할 것이 많다.
특히 '로힝야의 비극' 92쪽에서 버마 군인과 불교도 폭도라는 용어에서 경악을 금치 못했다. '불살생' 하는 불교도가 폭도라니 믿기지 않는 사실이었다. 불교는 전쟁을 하지 않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었다. 불살생이 계율에서 첫 번째이니 살생이 우선인 전쟁은 최대한 하지 말아야 할 것이기 때문이다. 인간의 탐욕적인 이기심이 전쟁을 일으키고 있다.
100쪽에는 '버마 정부는 우리를 사람으로 보지 않습니다. "버마는 불교도가 다수예요. 그들이 모든 권력을 갖고 있고, 무슬림을 좋아하지 않아요."
104쪽 '이 모든 이야기가 충격적이었을 뿐 아니라 나를 혼란스럽게 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겠다. 나는 불교 신자들을 생각하면 평화와 연꽃과 명상을 떠올리고, 아웅 산 수 치(Aung San Suu Kyi)를 독재에 저항한 용기의 상징으로 존경하며 자랐다. 이제 아웅 산 수 치는 사실상 버마의 정부 수반인데도 이 모든 로힝야족이 그녀의 정부에 의해 나라 없는 사람들이 되었다. 버마군이 섬뜩한 잔학 행위를 저지르는 동안 그녀는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저자는 로힝야족의 오늘 날까지의 역사도 썼다. 107쪽 "'침략하는 이슬람 무리'에 맞선 불교 가치의 수호자로 국내에서 인기를 끌었다. 군부는 로힝야족에 대한 증오를 부추겼다." 이런 대목은 불교를 병사들에게 가르치는 포교사로서 굉장히 받아들이기 불편하였다. 붓다의 가르침은 인종을 차별하지 않고, 자비를 베풀고 아픔을 함께 나누기 때문이다. 저자는 109쪽에서 '왜 국제사회는 외면하는가? 머리에 꽃을 꽂은 여인(아웅 산 수 치)과, 그 여인의 용기에 현혹된 나머지 이 공격들을 무시하는 것일까? 불쌍한 로힝야족의 운명에 신경 쓰기보다 버마 정부의 권력 이행기에 돌을 던지지 않으려고 더 조심하는 것일까?' 반문한다.
책 표지 뒷면의 안쪽에 이 책의 내용을 간단명료하게 소개하였다.
"전쟁이 일어나면 여성의 삶에는 특별한 비극이 더해진다. 세계 곳곳의 전장에서는 지금도 여성의 몸에 끔찍한 폭력이 가해지고 있다. 30 여 년 동안 분쟁지역 전문기자로 활동한 저자는 이 책에서 여성의 몸에 가하지는 특별한 형태의 비극, 즉 전쟁 성폭력의 실태를 고발한다. 나아가 그것이 자제력을 잃은 병사들의 우발적이 범죄가 아니라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활용된 군사 무기임을 밝힌다.
그 어떤 전쟁 무기도 강간보다 끔찍하지 않다. 저자는 아프리카와 중동, 남미, 유럽의 여러 나라를 거쳐 한국까지
, 세계 곳곳에서 전쟁 성폭력을 겪은 여성들을 직접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이 책에 정리했다. 아직 말도 하지 못하는 영아 피해자부터 "염소처럼 팔려 다닌" 소녀, 가족 앞에서 성폭력을 당한 여인, 젖가슴이 잘려나가고 성기가 훼손된 피해자까지, 이들이 털어놓은 이야기는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비극의 한계치를 넘어선다.
이 책은 이처럼 끔찍한 피해와 범죄에 대한 고발이지만, 동시에 생존과 극복의 이야기이기도 하다. 이 책에서 독자는 상처 입은 여성 그리고 살아남아 일어서고 발언하며 정의를 위해 싸우는 여성들을 만날 수 있다. 그들은 가혹한 삶을 이겨냈고 이겨낼 것이며, 살아 있으며 살아갈 것이다.
'전시 강간'이나 '전시 성폭력'은
162쪽, '물론 그들은 저를 강간 했지요. 여자들의 은밀한 부분에 막대와 병을 꽂아 넣고 배까지 밀어 넣기도 했다. 그녀는 입을 다물었다. 나무 아래에서 사흘 동안 아무것도 먹거나 마시지 못하고 숨어 있던 당신을 누군가 발견했는데, 그게 당신 부모와 가족을 죽인 사람이고, 이제 그가 당신을 끌고 가요. 당신이 뭘 느낄 거라고 생각하세요? 그냥 아무 감각이 없어요. 제발 제 입장이 되어서 상상해보세요.'
358쪽, 저자는 닥터 미러클(Dr Miracle)이라 불리는 남자를 만나기 위해 호수 남서쪽 기슭의 부카부(Bukavu)로 가는 중이었다. 그는 이 세상에서 강간 피해자를 가장 많이 치료해온 사람이었다.
판지병원(Panzi Hospital)은 여성 병원이다. 안으로 들어서면 현관 양쪽으로 여성과 소녀의 침상이 줄줄이 놓인 큰 병실들이 있었다.
모두 골반장기탈출증이나 분만으로 인한 다른 손상, 심한 성폭력으로 인한 생식기 손상과 누관-방광이나 직장까지 이르는 괄약근에 생긴 구멍 때문에 소변이나 대변 또는 둘 다 새는 증상-에 시달리는 피해자였다.
362쪽, 무퀘게 박사는 "첫 번째 환자는 남자 몇 명에게 강간 당한 여성이었어요. 그들은 강간한 뒤에 그녀의 질에 총을 쐈어요." 그가 회상했다. "저는 너무 충격을 받았죠. 약에 취해 제정신이 아닌 사람들이 저지를 개별적인 사건일 거라고 생각했어요."
363쪽, 석 달 동안 45명의 여성이 모두 같은 사연으로 도착했다. 다들 가족과 함께 집에 있었는데 총을 든 남자들이 몰려와 남편을 쏴 죽이고 여자들을 강간 했다고 말했다. "그들은 여성들의 생식기에 기름을 적셔 불을 붙인 막대나 총검을 밀어 넣었습니다. 다섯 명 이상에게 의식을 잃을 때까지 강간 당한 여성들도 있었습니다. 모두 아이들 앞 에서요. 그때 비로소 저는 민병대들이 강간을 전쟁 무기로 사용하고 있음을 깨달았습니다."
"그건 성적인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무너뜨리는 수법입니다. 피해자의 내면에서 사람이라는 느낌을 빼앗는 것이지요. '너는 존재하지 않아, 너는 아무것도 아니야'라는 걸 보여주는 방식입니다. 의도적인 전략이지요. 남편 앞에서 아내를 강간해서 남편은 굴욕감으로 떠날 수밖에 없도록, 피해자는 수치심을 느낄 수밖에 없도록 합니다."
442쪽, 인권단체는 시리아에 억류된 남성 수감자의 최대 90퍼센트가 성적 학대를 당한다고 본다. 2015년 UN 난민기구가 펴낸 보고서 <우리 가슴에 새기다WE Keep it in Our Hearts>는 아사드 정권의 감옥에서 벌어지는 끔찍한 일
, 특히 성인 남성과 소년들에게 자행되는 성적 학대를 난민 인터뷰를 토대로 자세히 서술했다. 열 살쯤 되는 어린 소년들까지 성폭행을 당했다. 가족 구성원과 섹스를 강요받고 성기에 전기충격을 당하며 막대와 콜라병, 호스 같은 물건으로 항문 강간을 당하는 고문을 받았다.
443쪽, 문제는 생존자들이 다시 삶을 헤쳐갈 길을 찾는 것이다. 이제 나는 장미를 보면 스레브레니차의 강간당한 여성들에 대해 생각한다. 그들은 장미 향기를 맡으면 행복했던 시절이 떠오르므로 자신들이 키운 장미를 자르길 원치 않았다. 전쟁 범죄자들을 추적하는 바치라는 텃밭에서 위안을 찾았다. 정원 가꾸기 말고도 안전한 공간에 모여 미술과 음악 같은 창조적 활동을 함께하는 것도 도움이 되고 요가도 그러한 듯하다.
분명 피해자들을 위한 지원이 훨씬 더 많이 필요하다. 그들에게 일어난 일은 남은 평생 그들을 떠나지 않기 때문이다. 의료와 심리 지원 말고도 생계를 유지하고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한 경제적 지원도 필요하다. 특히 생존자들이 남편과 가족으로부터 버림받고, 보코하람에게 납치된 나이지리아 소녀들처럼 공동체로부터도 외면받는 곳에서는 더욱 필요하다. 콩고민주공화국의 혼란 속에서도 판지병원과 '기쁨의 도시'는 여성들의 치유를 돕고, 상담과 기술 훈련, 법률 조언, 안전한 쉼터를 제공하면서 우리에게 모델을 제시한다.
475쪽 저자는 '나는 이 여정을 끝낼 수 있을 것 같지 않다. 전시 강간은 어쩌면 완전히 사라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우리는 전시 강간을 주변적 문제로 여기기를 멈추고, 태곳적부터 지속된 전쟁의 전리품으로 생각하길 멈춰야 한다.' 이어서
476쪽 '나는 이 여성들을 만나면서 끊임없이 겸손해졌고, 무덤 속에 있는 이들이 운이 좋았다는 그들의 느낌을 잊을 없었다. 내게 그들은 투사만큼 용감한 영웅이다. 그들은 그렇게 인정받아야 한다. 한편 나는 전쟁 기념비를 지나 갈 때마다 왜 여성의 이름은 없는지 생각합니다.'
491쪽 '옮긴이의 말'에서 '여성이 남성의 소유물처럼 여겨지고, 여성에 대한 인권 침해가 심각하게 여겨지지 않고
, 처벌되지 않는 분위기라면 분쟁지역이든 아니든 성폭력이 만연할 수 있는 조건이 갖춰진 셈이다. 뒤집어보면 이 책의 여성들이 증언한 전시 성폭력처럼 역사상 거대한 악행조차 제대로 규명되지 않고 아무도 책임지지 않는다면 여성의 인권과 몸을 침해하는 것이 심각한 일이 아니라는 메시지를 다음 세대에(우리 세대에도) 전달하는 일이 될지도 모른다.
이 책은 남녀 모두 읽었으면 하는 바램이 크다. #'관통당한 몸'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느낀 점은 '원인 없는 결과는 없다' 곧 연기를 말한다. 모든 일은 끊임없이 이어져서 일어났다가 사라진다. 좋은 인연으로 맺어진 관계들은 선한 결과가 뒤따르지만, 악한 원인을 심으면 악의 고리로 연결되어 순환하는 것은 자명한 이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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