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동 이야기
조남주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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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영동 이야기', 이 책은 두께가 얇아서 가볍고, 빨리 읽을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단편 소설이라 여기면서 읽었던 내용들의 맥락이 조금씩 달랐다. 네이버를 검색하면서 어느 블로거의 글에서 연작 소설의 의미를 알게 되었다. 

  "단편과 장편의 중간 형태다, 연작 소설집은 연작이란 각각 독립된 단위(단편 정도 분량)의 작품이면서 그 독립된 작품들 사이에는 공통점이 있다

. 가장 핵심적인 공통점 하나는 같은 등장인물이 이 작품 저 작품에서 계속 등장하였고, 배경 역시 크게 보면 같은 곳인데 어떤 작품에서는 특히 A가 또 다른 작품에서는 B 장소가 부각됩니다. 사건도 작품들 간에 서로 겹치거나 앞 작품의 사건을 다른 작품에서 이어받아서 후일담(어떤 작품에서 끝난 이야기를 이어서)으로 만들기도 합니다.

  연작들은 위에서 설명한 몇 가지 특징 모두를 가질 수도 있고, 그들 가운데 어떤 하나의 특징만이 두드러질 수도 있습니다."


  책의 마지막 장 '작가의 말'에서 '테마소설집'과 '연작소설집'이란 용어가 눈에 뜨였다. 두 가지를 검색하며 연작소설집을 이해했다.


  '서영동 이야기'는 2022년 1월 한겨레 출판에서 가제본으로 발간한 책이다. 내용은 서울의 서영동 동아 1차 아파트 '서영동 사는 사람들'의 줄임말 '서사사' 멤버들의 각기 다른 이야기들을 단편 소설로 이어가는 연작소설집이다.


  첫 번째 '서영동 부동산 중개업소의 진실'은 아파트를 가진 자는 팔아서 더 좋은 여건으로 못 가는 것이 어려워서, 못 가진 자는 집 값이 천정부지로 올라서 분통 터진다. 15쪽 "야, 이 새끼야, 그래서 하고 싶은 말이 뭐야

? 집값이 더 올라야 된다, 이거야? 너 집 있다고 유세 떠냐?" 서사사 축구회 한 형님의 말이다. 가진 자는 더 올라가야 재산 증식에 도움이 된다. 뿐만 아니라 어깨에 힘도 넣을 수 있다. 전세 사는 무주택자는 속이 터질 대로 터지고, 자존심 상하는 것이 집 값 널 뛰 듯 뛰는 것. 


  주인공 세훈은 무직 상태이지만 집안이 탄탄하다. 아내는 대기업에 다니며 유정의 월급으로 생활한다. 18쪽에서 '그런데도 왜 자꾸 움츠러드는지 모르겠다. 이깟 아파트가 뭐라고. 한편 세훈은 유정이 삼성에 다닌다는 사실이 자랑스럽기도 하고 자존심 상하기도 한다. 유정이 대기업 별것 없다고 똑같은 월급쟁이일 뿐이라고 대수롭지 않게 말할 때면 특히 그렇다. 자신이 이렇게 번듯한 아파트를 해 오지 않았다면 열등감 때문에 스스로 무너졌을 것이다.' 부부가 말로 표현하기 가장 어려운 심정이지 싶다. 자존감이 아닌 자존심이 은근히 상해서 속병까지 생기는 묘한 심리 상태라고 생각한다. 나이 들어보니 별 것도 아닌 것을.


 

  셋째 '동아1차 방향으로 서영역 3번 출구가 생긴다면?'

  몇 개월 전 딸의 아파트 단지 내에서도 '입주자대표회의' 선거가 있었다. 한 달 전부터 공고가 붙었고, 선거에 협조해 달라는 게시문도 곳곳에 펄럭였다. 잠시 관리실에 들려서 찬, 반 투표만 하면 될 것 같은데도 그렇지 않았다. 딸의 아파트를 드나들면서 입주민들의 무관심이 보였다. 물론 각자 사는 방식이 다르니 그럴 수 있다. 비록 아파트 단지이지만 선거는 나의 권익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하다. 어느 대표자가 선출된 후 잘 진행되어가는 것으로 보인다. 


  블랙 컨슈머. 단독 주택에 거주하며 70이 코 앞인 노인에게 참으로 어려운 용어였다. 딸에게 물으니 '진상 손님' 이라고 간단히 설명해주었다. 악성 민원을 고의적, 상습적으로 제기하거나, 터무니없이 무리한 요구를 하며 갑질과 함께 도가 지나친 행동들을 하는 소비자를 말한다고 시사경제용어사전에서 참고하였다. 

  어떤 사안을 관공서에 민원 서류를 넣으면 한두 번에 해결해주지 않아서 여러 번 꾸준히 쫓아 다녀야 결말이 난다고 들은 적이 있다. 그때는 끈질기지 못한 나로서는 그래야 되는 줄 알았다. 이 글을 읽으면서 자신의 이익을 위하여 물불 가리지 않는 몰염치한 사람도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서영동 이야기를 읽으면서 가장 마음 아팠고, 소설 맛이 풍기던 '경고맨' 단편. 친정 아버지께서 고생만 하시다가 많지 않은 나이에 돌아가신 점이 무척 가슴 아픈 사람이다. '아버지'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찡하니 시리다. 이 글은 그런 의미에서 상당히 집중하여 읽었다. 언젠가 아파트 입주민이 경비원에게 난폭한 행동을 했다는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다들 입으로는 직업에 귀천이 있느냐고 하면서 대놓고 무시하는 상대가 아파트 경비원이 아닌가 싶다.


  외손자를 업고 아파트 단지를 자주 산책한다. 화단이 잘 조성되어 있어서 손자에게 꽃 이름도 가르치고, 사진도 찍으면서 느긋하게 걷는다. 그러다 보면 경비원들이 지나가거나 마주치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소리 높여 인사말을 건네며 목례를 한다. 어른이 먼저 타인에게 인사하는 것과 존중하는 모습을 보여야 하기 때문이다. 아직 손자는 낯이 설은 타인에게 인사를 잘 하지 않는다. 인사는 강요하지 않고 나만 하고 있다. 


  '경고맨'은 주인공 유정의 심리 변화가 눈여겨 볼 만했다. 친정 어머니와 아버지에 대한 감정이 다르고, 남편과 빈부격차에서 드러나는 자존심 묘사가 인상적이다. 가족애가 허물어지는 것이 안타깝기도 하였다. 또

작가는 아파트 경비원들의 복지 시설이 없다는 중요한 점을 유정의 아버지를 통해 대변하였다. 경비원 고유의 업무가 아닌 것까지 처리하여서 업무량이 과도하게 많다는 것도. 언론 매체를 통해서 부당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을 얼핏 들어서 조금 알았지만, 소설의 소재가 되어서 문제점을 파헤치니 모르는 사람도 생각이 달라졌다. 


  시말서를 자주 쓰던 아버지는 결국 해고 당했다. 유정은 "제가 아는 노무사가 있어요. 아버지 계약부터 근무,  해고 과정에 부당한 부분은 없는지 무료로 상담해 주신대요. 그러니까 만나보시고 되돌릴 수 있거나 보상받을 수 있는 게 있다면 꼭 해봐요, 우리." 부모가 자식을 힘들게 키운 보람을 느끼는 부분이 다. 아마 나의 삼 남매도 아버지가 부당 해고를 당했다면 틀림 없이 이럴 것 같아서 공감하는 바가 컸다.


  76쪽부터 '샐리 엄마 은주'를 읽으며 지나간 어느 때 유치원 원장인 겸임 교수가 하던 말이 생각났다. 유치원이나 어린이 집에 설치된 CCTV를 통해 집에서 손전화기로 내 아이의 일거수 일투족을 살핀다는 것이다. 겸임 교수의 이야기를 들을 땐 젊은 엄마들이 굉장히 얄미웠고, 이기적으로 군다고 투덜거렸다. 내 딸도 곧 어린이 집에 보내야 한다. 딸과 대화를 해보면 어쩔 수 없다는 말을 하여서 참으로 한심하다. 세태가 그렇게 변해가니 그 어떤 말도 할 수 없었다


  현재 남녀노소(老少) 사고의 차이가 심각하다. 특히 육아는 더 그렇다고 생각한다. 정부의 제도적 장치가 계속 보완되고 있기는 하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육아 휴직이 가능한 직장이면 부부가 몇 년 육아에 전념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한다. 육아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새롭게 직장에서 능력을 발휘하며 자신의 삶에 만족도 높은 생활인이 되었으면 하는 바램도 크다. 하루 속히 그런 사회가 되기를 바란다.  


  현대인들은 만족이라는 것을 모르는 것 같다. 단어는 알지만 남들에게  해당되는 것으로 아는 듯하다. 자본주의 세상에서는 빈부 격차로 인한 계급은 끊임 없이 나뉘어질 것이다. 작가는 짧은 글의 연작이지만 인간의 무한한 욕심에 대하여 말이 많이 하고 싶었다고 사려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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