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강지희 외 지음 / 한겨레출판 / 2022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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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한겨레 출판)



 #한겨레 출판의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책을 받았다. 열 명의 작가가 1인 다섯 편씩 쓴 50편의 산문이 수록되어 있다. 책을 보낸 봉투에는 두 권의 독서 메모장과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시집'도 함께 왔다.

  

  산문집은 본문이 295쪽이며, 부록으로 '혼자 점심 먹고 나서 그냥 하는 질문'까지 모두 307쪽의 책이다. 

  문학평론가, 에세이스트, SF작가, 책을 소개하고 글을 쓰는 직장인,《미술관에서는 언제나 맨 얼굴이 된다》의 저자, 경찰관, 사진가이자 시인, 출발점이 다른 소설가 3명의 다양한 시각으로 '혼자 점심을 먹는 이유'를 가 담긴 책이라고 하면 좋은 듯하다. 


  #한겨레 출판의 #'혼자 점심 먹는 사람을 위한 산문' 이 책을 읽으며 눈에 거슬리게 다가온 것은 '외래어'와 '신조어'이다. 젊은 남녀 작가들이니 그럴 수 있다고 이해가 된다. 그러나 독자의 연령대는 다양하다. 나처럼 70 고개에 들어선 사람은 조금 불친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일이 사전을 찾아야 했으므로. 그럼 작가들이 일일이 소수의 독자를 위해서 따로 참조의 글을 표기하라는 말이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렇다면 두 말할 여부가 없지만 적어도 좋은 우리말을 써주면 몰입하여 글 읽는 것을 방해하지 않는다. 또한 이해하기도 쉽다.


  첫 장 강 지희 문학평론가의 '미나리 할머니와 고사리 할아버지'가 시작이다. 도토리 묵을 채 썰어서 비벼 먹는 것을 좋아하는 작가였다. 고명으로 올리는 미나리를 말하면서 영화 <미나리>에 대한 해석도 곁들였다. 미나리에 연결되어 작가의 외조부모님과의 추억에서 '우리 사이에는 낭창낭창한 서울말과 걱실걱실한 제주어 사이만큼의 서먹함과 쑥스러움이 늘 자리해 있었지만,'(14쪽) 대조적인 의성어 표현이 재밌게 느껴졌다. 

  그런데 14쪽 위에서 일곱째  '내가 막 태어나 빨갛고 작은 몸으로 가늘게 숨을 쉬고 있는 동안 누군가 내 몸의 일부를 소중하게~'라고 표현하였다. 누군가 작가의 태를 언 땅을 파고 묻었다는 사실이다. '태'는 아기의 일부가 아니라 산모가 해산하고 몇 분 뒤 후산기 진통과 함께 태반과 태막이 산도를 통해 나온다. 그러므로 작가의 글처럼 '내 몸의 일부가 아니다'는 말이다. 이 문장은 표현에서 좀 아쉬움이 남는다.

  강 작가 덕분에 <미나리> 영화를 보고도 잊고 있었다. 작가의 해석이 내게 의미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영화는 가장 가녀린 미나리가 얼마나 힘이 센지, 인생이 얼마나 어처구니없이 계속 이어지는지 말하고 있었다."

          

  김 신회 에세이스트의 글 중 "'밥 사줄게'라는 말의 뜻"에서 '밥 사줄게'의 의미를 진솔하게 적었다.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는 사람이라 이 글이 마음에 들었다. 특히 '효도 점심'은 작가의 부모님에 대한 남다른 배려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작가가 상당히 매력 있게 다가오는 글이기도 했다. 61쪽 중간의 '부모님과 나 사이에는 거대한 강이 흐르는데 그 강은 수영으로도, 뗏목으로도, 모터보트로도 건널 수 없다.' 작가의 이 표현은 100% 맞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어느 누구의 가정이나 마찬가지일 것이다.


 심 너울 SF작가의 글은 SF작가다운 면모를 느끼게 해주었다. 70쪽 '목에서 아가미가 자라나면' 또는 '뒷산에서 잔디를 뜯어 된장찌개에 넣어 끓여 먹는~' 상상력이 부족한 나로서는 상당히 신선하였다. 79쪽의 '오늘 점심은 특이한 까까에 도전해요'는 세상 돌아가는 물정을 모르고 사는 사람에게 새롭게 눈을 뜨게 해준 글이기도 하면서 81쪽에서 '편의점에 가면 특이한 맛의 과자들이 많이 보이는데 실은 데이터에 기반해서 만들어진 과자다. 구매 및 SNS 데이터들을 분석해 그 시기 트렌드에 맞는 조합을 예상해 만들었다.' 문장은 인상적이다.  


  이 세라의 '명랑한 은하수'에서 고 이 성자 화백의 반세기가 넘는 세월 동안의 모습을 짧게나마 지면을 통해서 알 수 있었던 글이다. 142쪽 중간에 '이러한 변화는 그녀가 아이들과 고국에 대한 그리움에서 비로소 자유로워졌기 때문에 가능했다. 한시도 잊어본 적 없던 아이들이 엄마 없이도 잘 자란 것을 확인한 뒤, 그녀의 말처럼 "매여 있던 땅으로부터 풀려나기 시작한 것"이다.' 독서의 폭을 넓힐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주는 글이다.


  167쪽의 '가파른 맛'은 원도 작가가 현재 경찰관인 것을 알게 하는 글이다. 경찰관의 점심시간을 엿볼 수 있는 글인 반면 그들이 직업 상 삼시 세 끼를 먹어야 하는 식사의 필요성도 알게 되었다. '외근 경찰관으로서의 점심 식사는 험준한 산길을 오르듯 위태롭고 산소가 부족한 것처럼 헐떡이고야 마는, 애석하게도 뭘 먹든 가파른 맛이다.' 또 188쪽의 '마음이 동하는 한 숟갈'에서 점심의 정의를 '언제 어디서 먹든, 나에게 점심이란 늘 그랬다. 날개를 푸다닥거리는 한 마리의 닭처럼 버둥댔고 여유라곤 내 주식 창의 수익만큼 찾아볼 수 없었으니 급기야 한탄스럽게까지 느껴지는 일정이었다.' 이런 장면은 경찰이 얼마나 시간과 업무에 쫓기고 시달리는지 짐작하게 했다.

  특히 장례식장에서 육개장과 수육은 대표 음식이기도 하다. 작가는 '장례식장에서 제공해주는 수육과 육개장을 먹으며, 이건 음식이 아니라 죽은 이가 건넌다는 강의 경계가 아닐까 생각했다.' 경찰관 원도를 작가로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작가 다운 안목이라고 생각한다.


  229쪽 '치과는 부르주아의 것' 제목부터 심상치 않은 글이다. 정 지돈 작가는 첫 문단 시작을 '매복 사랑니라는 게 왜 있는지 모르겠다.'라고 적었다. '사랑니'라는 용어는 다 알 테지만 '매복 사랑니'는 참으로 생경하다. 나이가 많은 현재 사랑니가 절실히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하고 싶다. 멋 모르고 젊은 시절 의사가 뽑으라고 해서 뽑았더니 이 사이가 밭 고랑 만큼 넓어져서 이쑤시개가 절대 필수 품목이 되어버렸다. 작가는 230쪽에서 '사랑니는 치과 때문에 존재하는 것이다.'라고까지 했다.

  232쪽 "그리고 나는 깨달았다. 이 모든 게 일종의 과장, 수사, 담론이라는 사실을. 가지런한 이를 자본주의와 마케팅, 가식적인 부르주아들의 상징이자 거대 기업과 국가가 획책한 의료 산업 메커니즘의 음모라고~" 전적으로 동의하는 문장이다.


  2013년에 <문학과 사회>의 신인상을 수상하며 소설가로 활동하는 정 지돈 작가. 정식 소설가로서 출발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글은 이렇게 써야 하는 구나'를 느끼게 해주었다. 다섯째 글 '발톱의 야인' 마지막 문장

'우리의 오해와 창작은 자신의 생각을 유일무이한 진실로 고집하지 않는 한 세계를 풍성하게 만드는 요인이 된다.'

참으로 멋진 말이라고 생각이 된다.


  2015년 <동아일보>를 통해 소설가로 활동하는 한 정연 작가는 점심을 주제로 '떡볶이와의 결별'이 첫 글이다. 코로나 19가 2019년 후반기부터 불거지기 시작했다. 한 작가도 큰 변화를 겪고 있으며 대표적인 것이 떡볶인 것 같다.

코로나 시절을 겪고 있는 작가는 254쪽에서 '점심의 탄생과 떡볶이와의 결별. 내게 생긴 코로나 시대의 점심 풍경.'

이라고 적었다. 

  그리고 '점심의 탄생과 산책인의 갈등', '비커밍 점심 산책자', '우리의 점심은 그곳에 오래 남아', '멸종의 시간

' 다섯 작품은 주어진 명제에 가장 적합한 글들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코로나 시국에 작가는 점심이 탄생했고, 늘 하던 산책을 통하여 <산책소설인>이라는 인스타그램 직업 란에 써 놓았다는 새로운 직업 명도 생겼다. 258쪽에는 

'코로나19로 집에만 있으면 삶의 아무것도 변화하지 않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삶의 많은 부분이 뜻밖의 방향으로 변화하는 것만 같았다. 나는 그렇게 새로운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되었다.'고.

  264쪽 '나는 늘 그 행복에 의지해서 사는 사람이었으니까. 일상의 백 가지 피로함도 그 한 가지의 행복을 생각하면 한없이 상쾌해지는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래서 최근 나의 행복은 어디에 있었나. 서랍 속도 아니었고 책상 위도 아니었다. 길 위에 있었고, 언제나 산책이었다.' 

  270쪽 '조만간 다가올 위드 코로나와 함께 나의 점심 요리 산책자 시간 또한 멸종할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또 궁금한 것. 이번 멸종은 화석으로 남을 것인가, 아니면 이번엔 또 다른 이름으로 점심에 산책도 하고 밥도 먹고 불만도 갖게 되는 반복되는 멸종의 시간으로 기억될 것인가.' 


  동일한 주제로 열 명의 작가가 각양각색으로 펼쳐 놓은 글을 읽어보는 것도 좋은 시간이 되리라 짐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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