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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에게서는 사람의 향기가 난다
노무현과 함께하는 사람들 엮음 / 열음사 / 2002년 4월
평점 :
절판
먼저, 故노무현 님의 명복을 빕니다. 이제 그에게서는 국화꽃 향기가 날 것만 같습니다. 살아선 밀짚모자를 쓴 정겨운 노인의 모습이 무척이나 잘 어울리던 분이셨지요. 고된 인생이 마감되는 순간까지 논란이 끊이질 않았지만, 영결식에서조차 온 국민이 눈물바다로 그를 그리며 죽음에 대해 왈가왈부해댔지만, 어쨋거나 고인이 된 그가 평안하길 바랍니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안타까운 마음의 크기가 조금도 변함이 없진 않습니다. 애뜻함이 심연 속에 가라앉은 것이지 증발된 것이 아닌 것처럼 제 안에 남아있습니다. 노사모에 대해 알고는 있어도 관심을 갖진 않았습니다만, 지켜주지 못한, 그리고 임기를 마치는 날까지 도움의 손길을 건네지 못한 죄책감을 조금은 덜고자 이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젊은 날, 서민을 위해 열정을 다한 그의 모습을 보며 더욱 부끄럽고 숙연해졌습니다. 비록 그의 글이 아니지만, 그를 사모하는 '노무현과 함께하는 사람들'의 사연이 담긴 글을 읽으며 마냥 추억에 잠겼습니다. 서로 다른 사람과 환경이지만, 한 가지 만큼은 같았습니다. 배신하는 정치에 등을 돌린 채 기회주의자에 편승하려하던 마음을 '바보 노무현', 이 한 사람으로 인해 얼어붙은 마음이 봄 눈 녹듯 녹아내렸다는 사실이 말입니다. 희망을 얘기하고, 눈물을 흘리고, 자원봉사를 하고, 모금을 하는 등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그의 선거결과가 희극이 되는 기적까지 말이죠.
그는 정말로 희망을 피워내는 인물임이 틀림없습니다. 30대 후반의 직장인은 광주를 위해여 노무현 의원을 지지했다고 말합니다. 비겁하게 생계를 위하여 많은 것들을 외면했지만 그만큼은 외면할 수 없었던 거죠. 사람들은 처음으로 투표할 맛 나게 하는 후보라고 일컬었습니다. 노무현 이름 석자는 양심과 신뢰의 또 다른 이름과 같았죠. 어떤 사람은 그가 대통령이 되면 아이를 가져볼까 마음 먹었다고 합니다. 배신하지 않고도 살아갈 수 있는 사회, 이공계를 가도 밀리지 않는 사회가 오지 않으리란 것. 이미 386세대였기에 알고 있었지만 미래에 우리 아이들을 위해서 그런 사회가 올지도 모른다는 작은 소망을 가져본다고 하더군요. 또 그는 지난날, 시위에 참여했지만 이제는 배반자가 된 자신이라며 한탄하고 눈물로 밤을 보낸적이 많았다고 고백합니다.
그는 정말 언행일치를 몸소 실천하는 분인 것 같습니다. 저는 솔선수범이란 단어는 들어봤어도 직접 보여주는 사람은 본 적이 없었지요. 노무현 님을 보기 전까지는 말이에요. 제겐 살아있는 위인이었습니다. 대한민국 국민이면서 그에게 마음의 빚을 지지 않은 이가 누가 있을까요? 진정 지역감정을 뿌리 뽑기 위해, 서민과 약자의 벗이 되기 위해 생각대로 행동하는 위인입니다. 그의 진정성을 의심하던 이도 그가 하늘로 떠난 지금은 눈물로 미안함을 호소하는 결과가 빚어지지 않았습니까. 제 뇌리에 그 분은 이 시대의 진정한 '낮은 사람'으로서 최고 권위자인 대통령도 민주주의에 걸맞게 평등하단 것을 보여주려 노력한 분이었습니다. 이마에 굵게 패인 주름살과 독특한 억양은 그를 떠오르게 합니다. "맞습니다, 맞고요." 그를 패러디하고 풍자하는 등 이슈가 되기도 했지요. 흡사한 성대모사로 인기몰이를 하던 개그맨에게 그는 감사인사를 전했다고 합니다. 정치인들의 대부분은 자신을 희화화시킨다고 역정내거나 불쾌한 심경을 들어내는 반면 그는 겸손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가 빛을 발하는 모습은 거침없는 입담으로 상대에게 일침을 가할 때입니다. 저는 그 모습을 볼 때마다 속이 시원해졌습니다. 특히나 젊은 날 청문회에서 활약하던 모습은 카타르시스를 일으키기에 충분합니다. 자신의 안위와 이미지만을 생각한다면 절대 행동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미쳐 생각하지 못했는데 그를 링컨과 닮은꼴이라고 표현하신 분이 계셨습니다. 그런데 따져볼수록 공통점이 들어맞는 것 같습니다. 가난한 어린시절을 보냈지만 남다른 교육열로 독학으로 원하던 사법 시험에 합격하고, 고된 역경속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정직한 대통령이 된 과정들을 보면 말이죠. 비록 마지막에 뇌물관련 고초를 겪으셨지만 그의 신념과 가치관을 의심할 수는 없었습니다. 이 책 속엔 그를 지지하고 새로운 사회를 희망하는 新 홍길동인 노무현 님을 그리는 이야기로 가득 차 있습니다. 우직하게 한결 같아서 바보 라는 별명을 얻은 그분이 오늘따라 보고 싶네요. 부디 평안히 눈 감으시길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