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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안의 타락천사 ㅣ 새로고침 (책콩 청소년)
A. M. 젠킨스 지음, 천미나 옮김 / 책과콩나무 / 2009년 7월
평점 :
타락 천사, 키리엘! 인간의 몸에 들어가다!
나는 처음엔 이야기의 주인공이 타락천사라고 해서 악마라기보단 인간에 가까운 존재라고 예상했다. 표지에서 나타나듯 타락한 천사는 더이상 천사가 아니다. 악마에 가깝다고 할 수 있겠지. 뿔을 나타내려는 듯한 머리털과 뾰족한 꼬리가 실제로 달린 것은 아니지만.
키리엘은 끊임 없이 신에게 왜?,라는 질문을 해대는데 그 모습이 인간과 흡사하다. 예상과 크게 엇나가지 않은 그의 모습이 친근함 마저 든다. 사람들도 어려울 땐 신을 찾고 뭐라고 둘러대든 위기의 순간엔 늘 신을 찾게 된다. 그러나 신이 청을 들어주지 않았을 땐 외면당한 분노를 비뚫어지게 풀기도 한다. 자기합리화를 시키는 타입도 있고, 저마다 다양한 모습을 보이지만 한 가지 공통점은 있다. 관심받고 싶다는 것. 왜, 신은 전지전능하고 모든 것은 신의 뜻이라고 했는데 정말? 그렇다면, 하필 왜 내게 이런 불행의 연속이 끊임없이 일어나는 건데? 이것도 신의 뜻이야? 등등의 질문은 한 번쯤은 해봄직하다.
그런 의문이 가득했던 천사들은 우두머리를 중심으로 반란을 일으켰고, 그 결과 추방당하게 되었다. 지옥에서 임무를 수행하며. 그들 중 한 명이 자리를 이탈했다. 바로 호기심 많은 '키리엘'이다. 그는 몇 초 뒤, 트럭에 치여 죽을 예정인 '숀'이라는 십 대 남자 아이에게 들어가서 그인양 생활하며 인간생활을 만끽한다. 인간이 되면 가장 하고 싶은 것들을 차례로 수행하는데, 인간이 아닌 다른 이의 눈으로 본 인간을 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충분히 그럴 수도 있겠다 싶은 행동, 조금 변태스러울 수 있는 행동도 그의 내면을 읽으면 어느 정도 이해 못하는 것만은 아니다.
저자는 이 작품으로 마이클 프린츠 상을 수상했다. 작품에 깊이 몰입할수록 드는 생각은 실제같은 상황 연출이다. 보통 책에 등장하는 가정은 공손하고 예의바른 자식과 현모양처 어머니로 구성되고, 고리타분한 상황전개가 보통인데, 이 작품은 틀을 확 깨었다고 할까. 실제 형제만 있는 집의 모습이 이렇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리얼하다. 또한, 전반적으로 청소년들의 심리와 원죄, 성적 호기심, 가정내의 소통 등을 잘 표현했다.
인간들은 너무나 많은 것들을 당연하게 여긴다.
이 부분은 절대 공감하는 바다. 잃기 전까진 그 소중함을 모르고, 풍족한 것에 대해선 따분함을 느낀다. 많은 사람들이 이 작품을 읽고, 소소한 일상과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돌이킬 수 없는지, 숨을 쉬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를 너무 늦게 깨닫지 않길 바란다. 내 안의 타락천사는 정말 재미와 애틋함을 고루 갖춘 좋은 작품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