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게임
마빈 클로스 외 지음, 박영록 옮김 / 생각의나무 / 2010년 1월
평점 :
품절






이 책을 선택한 이유.

 

나는 사실, 왜 그토록 축구에 열광하고 축구에 목 매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2002 월드컵 때 이후론 점차 시들해진 것이... 현재는 큰 관심이 없는 편이었다.

 

남자들은 흔히 하는 축구를, 여자는 연습 부족과 필요성 부족으로 실력이 늘지 않는 게 보통이다.

함께 족구를 하는 여자, 상상이나 할 수 있을까?

축구든 농구든 땀 나는 운동을 즐기는 여자는 운동에 뚜렷한 목적이 있지 않는한 찾아보기 힘들다.

때문에 흔히들 접근성 부족이란 이유를 대입하곤 한다.

 

하지만 여자가 남자보다 축구에 관심 갖지 않는 이유가 접근성 부족과 신체적인 조건 때문이라고만 말할 수 있을까.

현실적으로 접근해보건데, 그건 아마도 세상이 만들어 놓은 룰 때문이 아닐까 싶다.

힘세고 운동 잘하는 남자, 조신하고 여성스러운 여자를 인정하는 보이지 않는 룰 때문에.

고급차 카달로그의 차종을 달달 외우는 남자들처럼(부를 꿈끄는 로망)

작은 보석과 입자가 고운 화장품, 고급 소재의 슬림한 외출복 등에 여심이 끌리는 것.(미를 꿈꾸는 로망)

그것은 어쩌면 당연할 지도 모른다.

 

하지만, 머리론 이해한다해도 마음은 아직 의문부호를 품고 있다.

지구촌 축구선수들의 이름을 꿰고 있는 남자들이 신기하게 여겨지는데, 도대체 왜 그토록 축구에 열광하는지 궁금했다.

다른 종목도 많은데. 그게 이 책을 집어든 이유였다.

 

 

축구를 할 수 있는 권리는 누구에게?

 

축구는 11명의 경기자로 구성된 두 팀이 발 (또는 머리)로 상대편 골대에 공을 넣음으로써 득점을 겨루는 구기종목이다.

굳이 이런 설명이 필요없을 만큼 우리에게 친숙한 게임이자 운동이며,

동시대를 살고 있는 대한민국 국민치고 2002 월드컵, 그리고 축구란 게임을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 살고 있는 우리는

골문 앞에서 매번 '꼬~오~올'을 외치는 관계자 외 모든 국민들이 남탓을 하며 경기를 시청할 수 있었다.

 

골 결정력이 문제입니다. 철벽 수비 덕분에 위기를 모면했습니다.

 

이런 말들을 듣는 것이 황송할 정도로 대단한 일이란 사실을 미처 알지 못했다.

이름이 곧 수감번호인 그들. 얼굴 없는 테러리스트. 그들을 접하고야 알았다.

그리고 다시 한 번 깨달았다.

세상에 주어진 평범한 권리는 소중하다는 것을.

 

이미 많은 감옥탈출 스토리에서 감옥을 엿봤기에, 책을 기부받아 작은 도서관을 만들려는 수감자의 노력이나

삶의 여유를 즐길 수 있도록 음악감상을 원하는 수감자의 인생을 영화를 통해 봤으리라 짐작한다.

단지 여기서는 축구에 올인했다는 점이 다를 뿐, 축구가 위엄을 찾게 해준다는 것이 다를 뿐이다.

 

책의 목적은 역경을 딛고 축구의 자유를 위한 수감자들의 투쟁이 담긴 만큼, 그들이 존재했음을 알리기 위함일 것이다.

이 이야기가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던 것은

그 첫번 째로 사진 촬영을 한 남아공 치안당국의 직원에 의해서였고, 두번 째는 국제 언론사에 적극적으로 알렸기 때문이었다.

그러니까 여러 사람들의 노력에 의해 희망이 싹 텄다고 할 수 있겠다.

지금도 어딘가에 축구로 스트레스를 풀기를 원하는, 축구가 삶의 낙인 사람들이 있을지 모르겠다.

대부분, 남아프리카공화국 로벤섬 수용소의 축구 이야기를 알게 된다면, 비슷한 반응이 오리라 짐작한다.

생각보다 축구는 큰 의미를 가졌구나, 라고.

나는 2010년 남아공 월드컵의 중요성과 함께 이 이야기도 퍼져나가길 희망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두려움 없는 미래 - 오늘을 분석하고 내일을 진단하는 세계적 석학들의 패러다임 시프트
게세코 폰 뤼프케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위기를 낭비하는 것은 범죄다.

표지의 문구는 책의 모든 것을 축약한다.

서두에서는 위기는 곧 미래를 뜻하므로 위기는 결코 파국이 아님을 주장한다. 이어서 위기라는 현상은 미래로 나아가는 진행과정으로 보며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을 밝힌다. 그것을 뒤받침하기 위해 위기를 다루고 연구하며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각 분야별 연구가들과의 대담을 실었다. 시민운동가들을 많이 실은 이유는 긍정표를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미래를 디자인하는 많은 연구가들이 나름대로의 가치관으로 뜻하는 바를 풀어냈다.  

 

비유를 통한 효과적인 설득의 메세지, 위기는 곧 기회다.

그중 흥미로운 것은 나비에 대한 언급이다. 북경의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미국에서 허리케인이 분다는 나비효과. 그것은 카오스 현상(초기조건의 미세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예상치 못할 정도의 큰 변화를 일으킨다.)에 대한 대표적인 비유로 통한다. 인간은 불가능을 잠재울 때와 인류가 우월하다는 것을 주장할 때 어떤 형태로든 동물에 비한다. 미천한 동물도 제 새끼는 잘 돌본다, 하룻강아지가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받친다 등의 비유처럼 나비도 역시 인간에 비견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다. 나비도 폭풍우를 일으키는데 사람은 그보다 못할 쏘냐. 인간은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비유적인 말이었지만, 이런 뉘앙스의 말을 듣고 아무런 심경의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생각하는 동물이 아닐 것이다.

북경의 나비효과 외에 새로운 정보도 얻었는데 여기까지는 기분좋은 주장이 가득한 편이다. 중국어로 '베이징'은 '위기'를 뜻하는데 '베이'는 위험을 뜻하지만, '징'은 새로운 가능성을 뜻한다고 한다. 즉, '기회'를 의미하는 말로 풀이된다. 어떻게든 연관지어 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틀린 해석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짐작하겠지만, 미래를 디자인하는 많은 연구가들은 서로 다른 뉘앙스나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크게 보면 모두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위기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들은 창조적 자극에 속한다.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이며, 우리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부분 궁극적으로는 모두 맞는 말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세계관 중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도 발견되곤 했다.

 

다른 주장들은 수긍하겠지만, 진화이론가 엘리자벳의 비유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화이론가이자 미래연구가인 엘리자벳 사투리스의 의견은 대부분 불쾌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약육강식의 관점에 대한 내용이다. 그녀는 포식자가 피식자를 먹어치우는 행동이 의무라고 설명한다. 희생물은 포식자를 위한 양식이 되지만, 포식자는 그룹 내의 약한 구성원을 희생물로 골라냄으로써 다른 종을 건강하고 안정되게 지켜내는 것이기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어떤 불쾌함도 없으며 살아가기 위한 방식일 뿐이라고 말한다. 잔인한 사자가 토끼를 갈기갈기 찢어먹는다 라는 표현은 편견이라 단정지으며, 사자가 토끼의 활동을 멈추게 하자 토끼의 고통시스템이 꺼져버린다, 라고 표현해야 옳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냥은 생태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본능이기에 그녀의 주장에 대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뉘앙스의 차이는 큰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 살육 장면을 보고 '고통시스템이 꺼져버린다'는 표현을 할 때는 정말이지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듣는다면 그녀의 주장이 전부 헛소리로 들렸을 정도로 비호감을 불러 일으켰다. 의견 자체를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표현방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내 표현방식으로 말하자면, 생태계에서 포식자는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사냥을 하는 것이다. 인간처럼 치장이나 살육을 즐기는 살인자의 의미와는 다르다, 라고 말했을 것이다. 순간에는 글이 왜곡되보이기도 하고 화가 났지만, 어느 정도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그녀의 주장을 마저 읽어보니 그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어느 정도는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두꺼운 책의 두께만큼이나 많은 대담이 오갔다.

금융위기와 시장경제, 의식의 변화, 서로 다른 세계관, 낡은 고정관념,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위기상황의 흐름, 문화적 차이 등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질문과 답변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관심을 갖고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지를 알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미래의 윤곽을 제시한다기보다는 미래를 보는 새로운 시각에 대해 설득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점을 달리한 새로운 시각으로 그들은 위기를 현대의 유령, 반드시 와야할 것 등으로 불렀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기회다 라는 주장이었다.

위기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 위기를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위기를 지나야만 안정된 미래가 온다라는 내용.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또다른 독자에게 맡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작은 요새의 아이들
로버트 웨스톨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극찬의 극찬을 수식어를 단 작품을 읽기 전.

카네기 메달 2회 수상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는 작가는 매 회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클까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수식어 때문에 후속작들도 빛을 보는 것을 부정할 순 없을 터, <작은 요새의 아이들> 역시 1975년에 카네기 상을 수상하며 후속작을 히트시켰다.

1983년엔 영국 BBC 방송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이 작품은 저자 로버트 웨스톨이 아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들려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로버트 웨스톨처럼 책을 기피하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직접 글을 쓰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요즘 들어 종종 듣게 된다. 모두가 베스트셀러가 될 순 없지만, 그런 따뜻한 소식을 듣게 되면 마음이 이끌리는 것 같다.

 

전쟁 아동문학의 고전, 깊이가 다르다.

소설의 시작은 폭격이 일어난 다음날 아침, 주인공 채스가 방공호를 나서며 시작된다.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당시, 작가의 고향을 배경으로 삼았고, 또 자신의 가족들을 모델 삼아 소설을 완성하였기에 실감나는 표현이 가득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소이탄에 당해 누군가 죽어있거나, 다쳐서 다신 못 볼지 모르는 살얼음판 상황이 전개되는데, 자연스레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공습이 끊이지 않는 영국의 작은 마을. 그곳에 사는 소년들은 두려움이 없었고, 전쟁은 일상인 듯 했고, 친구에게 부르는 별명조차 '묘지기'가 있을 정도였다.

크게 사건을 나누자면 야간 공습이 일어나는 날 밤, 채스와 친구들이 독일군의 기관총을 손에 넣게 되며 사건이 전개된다. 전쟁의 흔적으로 남은 소이탄, 꼬리핀, 기관총, 독일군 헬멧, 포탄 파편 등 돈이 될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전쟁 수집품을 위해서라면 곳곳에 도사리는 폭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들은 모험을 감행한다.

이 작품에 비견될 만한, 아니 비슷한 이미지의 영화를 말한다면, <웰컴투 동막골>, <공동경비구역 JSA>를 들수 있겠다. 적이지만,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은 아름다운 우정으로 국경도, 전쟁도 초월한 우정.

가슴에 불꽃을 담은 소년들이기에 가능했을 것이지만, 독일군도 소년들 때문에 불시착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 가능했으리라.

적과의 조우. 그것은 소년들이 그들만의 요새를 만들고 적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기특하지만 위험한 생각 때문에 발생한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다치고, 누군가는 피난을 가고, 누군가는 무기를 손에 들고...

전쟁이 아이들을 애어른으로 변모시키는 것도 공감이 가며, 너무나 위험천만한 그 시절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명작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다. 

분명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은 따뜻했지만, 왜 이리 어렵게 느껴졌는지 생각해보면, 군사무기며 배경이 낯설어서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읽게 되면 그땐 눈에 익지 않을까.

그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기에, 역시나 가볍진 않겠지만 작은 요새의 아이들 10년 후를 그린 <팬덤 파이브> 역시 기대되는 바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고트프리드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제목만 보고는 이해가 되지 않아 두어번 곱씹게 만드는 신기한 제목이 분명하다.

이 책은 18세기에 돌풍을 일으킨 독일 소설이며, 영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작품이나, 우리나라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며, 그러므로 인디북에서 최초로 독일판 완역본이 나온 것이다.(처음 소개된 아동용을 제외하고 말이다.)

뮌히하우젠 남작은 동화책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능청맞게 이어가는데, 마지막까지 기획의도(허풍으로 세상에 도전한다.)대로 흘러간다. 처음부터 이 책의 기획의도를 알고 선택했기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허풍이 좀 과한 책이었다.

늑대의 아가리를 향해 팔을 더 집어넣는 장면이나(이건 익숙한 많은 작품에서 멋있게 인용되긴 하지만 당시는 18세기란 사실을 염두해 보라.), 머리를 들고 손에 들고 있는 괴물이나, 몸이 반토막나고도 교미가 가능하여 불구 새끼를 낳는 말 등.

 

그런데 나는 책의 내용보다도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저자에 관해서 더 관심이 갔다. 우선, 뮌히하우젠 남작이 실존 인물이란 점에 더욱 놀랐다. 소개글에 의하면, 1720년 독일의 어느 지방에서 태어난 뮌히하우젠 남작은 귀족이자 뛰어난 사냥꾼이며, 러시아 군에 가담하여 전투에 참전한 장교라고 소개한다. 이 책에 나오는 기이한 이야기는 남작이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들려주던 것이며, 과장된 허풍을 진지하게 함으로서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저자 고트프리트 A. 뷔르거는 라스페가 쓴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을 통해 자신이 태어난 독일 지방의 모험담이 타국에서 먼저 쓰인 것을 알게 되며, 서둘러 자신의 언어로 다시 썼다고 한다. 그 말인 즉슨, 그가 생각하기에 대박이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남보다 먼저 출간하기 위해 독일 정서에 맞게 각색하며 이야기를 추가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지만 그는 책의 성공과는 무관하게 대가가 없었다. 책에 대한 모든 권한을 출판인 디터리히에게 공짜로 넘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익명으로 출간하며 그가 죽은 지 4년만에 지은이가 뷔르거 임이 알려졌다고 한다. 단편 드라마 한 편을 본 듯 현실에서의 그의 상황은 참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는 배 고프다, 이 말이 유명하도록 만든 사람 중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적절한 순간 느긋하고 침착하게 거짓말을 하며 청중을 자신의 매력 속에 풍덩 빠지도록 만드는 남작의 입담이 없었더라면, 독일과 영국을 들썩이던 이 작품이 태어나지 않았으리라. 한국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반응이지만, 분명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그의 일화만으로 충분하리라 본다.

말을 타고 러시아로 향하며 시작된 이 이야기는 어떤 진지한 사람도 뻔히 보이는 거짓말과 능청에 웃음짓게 만들 것만 같다. 그와 함께 허풍가득한 사냥을 하며, 바다 모험과 세계일주까지 함께 한다면 왜 뷔르거가 그렇게 서둘러 작품을 써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군대에서 배웠다 - 군대 2년을 알차게 보낸 사람들의 비밀
박수왕.정욱진.최재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저 놈의 새끼! 군대를 다녀와야 정신을 차리지.

대게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철 없는 행동을 일삼는 남자에게 하는 말이다. 요즘은 몇 살 터울 나는 성인들조차 이런 말들을 필요 이상 많이 한다. 나는 그 말을 군대 가서 얼차려 받고 군기 확실히 들어봐야, 믿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탈바꿈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정확히 군대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는진 체험할 기회도 없거니와, 그런 기회는 사양하기에 책을 통해 들어보려 한다.

 

그런데 제목이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군대에서 배웠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인가.

정말? 하며 반신반의한 표정을 띤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책을 손에 들길 기대하는 바람이 낳은 결과겠지만 말이다.

기피대상 0순위인 군대에서 알차게 삶아남는 법뿐만 아니라 성공이란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었던 자들의 경험담이 담겼다는 것은 제목에서 감이 오는 바다. 그렇기에 다독가들에겐 더욱 진부하게 느껴지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오는 '출판사들의 새 얼굴들'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사실, 이 책을 쓴 대표저자 박수왕 씨가 기함할 말이겠지만, 큰 기대를 갖진 않은 책이다. 그 이유를 대라면, 너무 독자를 가지고 놀려는 속내가 느껴져서라고 해두겠다. 자신은 가난하나, 자신의 책을 보면 삶이 180도로 바뀔 것처럼 제목을 선정해 놓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처럼 이 책도 그러지 않을까. 나를 기만하는 건 아닌지, 제목에 허세가 너무 덕지 덕지 붙은 건 아닌지 반신반의하면서도, 반전을 노리는 호기심이 나를 당겼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자위하며 책을 들었는데, 이런! 소제목도 허풍이 세다고 해야 할까? 뭇 남성들이 군대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성공 군생활!

비밀노트!

리더쉽!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

이런 문구에 혹할 만한 상대가 누구일까 생각해보았다. 역시나, 앞으로 입대를 코 앞에 둔 남성들이 아닐까.

지금도 이 책을 들이밀며 일독을 권하면 죽일 듯이 으르렁 거리는 남동생을 둔 나 같은 누나들이라면, 내 맘을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정말 군생활이 인생의 어떤 도움이 될 지 답답하면서도 궁금한 이 마음을 말이다. 장난 삼아, 입대하면 이등병의 편지 BGM 뛰어놓을게, 라고 말했지만 사실 염려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다.

 

이미 책은 내 손 안에 있었다. 걱정은 저멀리 던져버리고 나는 책장을 열심히 훑고 또 훑었다. 내 호기심이 배반당했을지, 아니면 네비게이터를 단 초보운전자 같이 어떻게든 골인 지점에 도착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의외의 복병을 만난 건지 왈가왈부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나는 내 마지막 평가를 미뤄두기로 결정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처음의 내 결심처럼 완독 후엔 남동생에게 권할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 또는 분명 좋은 생각으로 알찬 군대생활을 마친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할 정도로 유익한 정보를 얻었지만 별점을 주기 애매한 무언가가 나를 잡고 있는 점 때문일까. 무엇이 되었던 간에 유익한 군 생활을 꿈 꿀 동기부여가 되줄만 했다.

 

그러나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 편견을 하나 말하자면, 남자들은 대게 소설보다 자기계발서나 처세술에 더 관심을 갖는다, 라는 것이다. 말해두겠는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니며, 한 사람의 병역일기를 담은 수필도 아니다. 군생활을 알차게 보낸 다수의 이야기가 적힌 자기계발서이자, 처세술에 속한다. 그래서 평소 책을 기피하는 자라도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군 생활에 관한 책을 권하면, 쉰소리는 몇 번 하더라도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일전에 권한 소설책을 읽고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했는지도 모른다.

책을 한 장도 읽지 않고 보인 반응 때문에 아주 가까운 예비 남성독자의 평가를 놓쳤지만, 군대의 '군' 자만 나와도 예민한 시기에는 이 책이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내려본다.

책 읽기에 지금은 적절할 때가 아님을 상기하며 나는 그 적절한 때를 책 속에서 찾았다.

책 읽기에 군대보다 좋은 곳은 없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