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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고트프리드 뷔르거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10년 2월
평점 :
허풍선이 남작 뮌히하우젠.
제목만 보고는 이해가 되지 않아 두어번 곱씹게 만드는 신기한 제목이 분명하다.
이 책은 18세기에 돌풍을 일으킨 독일 소설이며, 영국에서 먼저 인정받은 작품이나, 우리나라엔 많이 알려지지 않았으며, 그러므로 인디북에서 최초로 독일판 완역본이 나온 것이다.(처음 소개된 아동용을 제외하고 말이다.)
뮌히하우젠 남작은 동화책에서나 일어날 법한 이야기를 능청맞게 이어가는데, 마지막까지 기획의도(허풍으로 세상에 도전한다.)대로 흘러간다. 처음부터 이 책의 기획의도를 알고 선택했기에, 큰 무리는 없었지만 그래도 허풍이 좀 과한 책이었다.
늑대의 아가리를 향해 팔을 더 집어넣는 장면이나(이건 익숙한 많은 작품에서 멋있게 인용되긴 하지만 당시는 18세기란 사실을 염두해 보라.), 머리를 들고 손에 들고 있는 괴물이나, 몸이 반토막나고도 교미가 가능하여 불구 새끼를 낳는 말 등.
그런데 나는 책의 내용보다도 책이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 그리고 저자에 관해서 더 관심이 갔다. 우선, 뮌히하우젠 남작이 실존 인물이란 점에 더욱 놀랐다. 소개글에 의하면, 1720년 독일의 어느 지방에서 태어난 뮌히하우젠 남작은 귀족이자 뛰어난 사냥꾼이며, 러시아 군에 가담하여 전투에 참전한 장교라고 소개한다. 이 책에 나오는 기이한 이야기는 남작이 친구들과 술잔을 기울이며 들려주던 것이며, 과장된 허풍을 진지하게 함으로서 청중들로부터 뜨거운 반응을 얻었다고 한다.
저자 고트프리트 A. 뷔르거는 라스페가 쓴 <허풍선이 남작의 모험>을 통해 자신이 태어난 독일 지방의 모험담이 타국에서 먼저 쓰인 것을 알게 되며, 서둘러 자신의 언어로 다시 썼다고 한다. 그 말인 즉슨, 그가 생각하기에 대박이 가능하다는 판단하에 남보다 먼저 출간하기 위해 독일 정서에 맞게 각색하며 이야기를 추가했다는 의미가 아닐까.
하지만 그는 책의 성공과는 무관하게 대가가 없었다. 책에 대한 모든 권한을 출판인 디터리히에게 공짜로 넘겼기 때문이다. 더구나 익명으로 출간하며 그가 죽은 지 4년만에 지은이가 뷔르거 임이 알려졌다고 한다. 단편 드라마 한 편을 본 듯 현실에서의 그의 상황은 참 우여곡절이 많았을 것으로 보인다. 예술가는 배 고프다, 이 말이 유명하도록 만든 사람 중 한 명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적절한 순간 느긋하고 침착하게 거짓말을 하며 청중을 자신의 매력 속에 풍덩 빠지도록 만드는 남작의 입담이 없었더라면, 독일과 영국을 들썩이던 이 작품이 태어나지 않았으리라. 한국에서는 그에 미치지 못하는 반응이지만, 분명 문화유산으로서의 가치는 그의 일화만으로 충분하리라 본다.
말을 타고 러시아로 향하며 시작된 이 이야기는 어떤 진지한 사람도 뻔히 보이는 거짓말과 능청에 웃음짓게 만들 것만 같다. 그와 함께 허풍가득한 사냥을 하며, 바다 모험과 세계일주까지 함께 한다면 왜 뷔르거가 그렇게 서둘러 작품을 써냈는지 알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