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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군대에서 배웠다 - 군대 2년을 알차게 보낸 사람들의 비밀
박수왕.정욱진.최재민 지음 / 다산라이프 / 2010년 2월
평점 :
품절
저 놈의 새끼! 군대를 다녀와야 정신을 차리지.
대게들 나이 지긋한 어른들이 철 없는 행동을 일삼는 남자에게 하는 말이다. 요즘은 몇 살 터울 나는 성인들조차 이런 말들을 필요 이상 많이 한다. 나는 그 말을 군대 가서 얼차려 받고 군기 확실히 들어봐야, 믿음직한 사회 구성원으로 탈바꿈된다는 의미로 해석했다. 정확히 군대에서 어떤 것들을 배우는진 체험할 기회도 없거니와, 그런 기회는 사양하기에 책을 통해 들어보려 한다.
그런데 제목이 <나는 세상의 모든 것을 군대에서 배웠다>? 이 무슨 황당한 말인가.
정말? 하며 반신반의한 표정을 띤 불특정다수의 사람들이 책을 손에 들길 기대하는 바람이 낳은 결과겠지만 말이다.
기피대상 0순위인 군대에서 알차게 삶아남는 법뿐만 아니라 성공이란 바른 길로 나아갈 수 있었던 자들의 경험담이 담겼다는 것은 제목에서 감이 오는 바다. 그렇기에 다독가들에겐 더욱 진부하게 느껴지는 자극적인 제목을 달고 나오는 '출판사들의 새 얼굴들'이 존재하는 것이리라.
사실, 이 책을 쓴 대표저자 박수왕 씨가 기함할 말이겠지만, 큰 기대를 갖진 않은 책이다. 그 이유를 대라면, 너무 독자를 가지고 놀려는 속내가 느껴져서라고 해두겠다. 자신은 가난하나, 자신의 책을 보면 삶이 180도로 바뀔 것처럼 제목을 선정해 놓는 수많은 자기계발서들처럼 이 책도 그러지 않을까. 나를 기만하는 건 아닌지, 제목에 허세가 너무 덕지 덕지 붙은 건 아닌지 반신반의하면서도, 반전을 노리는 호기심이 나를 당겼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라는 생각으로 자위하며 책을 들었는데, 이런! 소제목도 허풍이 세다고 해야 할까? 뭇 남성들이 군대이야기를 늘어놓는 것처럼 말이다.
성공 군생활!
비밀노트!
리더쉽!
군대도 사람 사는 곳이다!
이런 문구에 혹할 만한 상대가 누구일까 생각해보았다. 역시나, 앞으로 입대를 코 앞에 둔 남성들이 아닐까.
지금도 이 책을 들이밀며 일독을 권하면 죽일 듯이 으르렁 거리는 남동생을 둔 나 같은 누나들이라면, 내 맘을 알 수 있을 지도 모른다. 정말 군생활이 인생의 어떤 도움이 될 지 답답하면서도 궁금한 이 마음을 말이다. 장난 삼아, 입대하면 이등병의 편지 BGM 뛰어놓을게, 라고 말했지만 사실 염려하는 마음이 없진 않았다.
이미 책은 내 손 안에 있었다. 걱정은 저멀리 던져버리고 나는 책장을 열심히 훑고 또 훑었다. 내 호기심이 배반당했을지, 아니면 네비게이터를 단 초보운전자 같이 어떻게든 골인 지점에 도착했는지, 그것도 아니면 의외의 복병을 만난 건지 왈가왈부하고픈 마음은 굴뚝같지만, 나는 내 마지막 평가를 미뤄두기로 결정했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처음의 내 결심처럼 완독 후엔 남동생에게 권할 생각을 실천하기 위해서, 또는 분명 좋은 생각으로 알찬 군대생활을 마친 사람들의 정체가 궁금할 정도로 유익한 정보를 얻었지만 별점을 주기 애매한 무언가가 나를 잡고 있는 점 때문일까. 무엇이 되었던 간에 유익한 군 생활을 꿈 꿀 동기부여가 되줄만 했다.
그러나 호불호가 극명히 갈릴 것으로 예상된다.
내 편견을 하나 말하자면, 남자들은 대게 소설보다 자기계발서나 처세술에 더 관심을 갖는다, 라는 것이다. 말해두겠는데, 이 책은 소설이 아니며, 한 사람의 병역일기를 담은 수필도 아니다. 군생활을 알차게 보낸 다수의 이야기가 적힌 자기계발서이자, 처세술에 속한다. 그래서 평소 책을 기피하는 자라도 자신의 미래를 내다볼 수 있는 군 생활에 관한 책을 권하면, 쉰소리는 몇 번 하더라도 읽어보리라 생각했다. 일전에 권한 소설책을 읽고 반응이 좋았기 때문에 자신했는지도 모른다.
책을 한 장도 읽지 않고 보인 반응 때문에 아주 가까운 예비 남성독자의 평가를 놓쳤지만, 군대의 '군' 자만 나와도 예민한 시기에는 이 책이 독이 될지도 모른다는 평가를 내려본다.
책 읽기에 지금은 적절할 때가 아님을 상기하며 나는 그 적절한 때를 책 속에서 찾았다.
책 읽기에 군대보다 좋은 곳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