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 없는 미래 - 오늘을 분석하고 내일을 진단하는 세계적 석학들의 패러다임 시프트
게세코 폰 뤼프케 지음 / 프로네시스(웅진) / 2010년 1월
평점 :
절판


위기를 낭비하는 것은 범죄다.

표지의 문구는 책의 모든 것을 축약한다.

서두에서는 위기는 곧 미래를 뜻하므로 위기는 결코 파국이 아님을 주장한다. 이어서 위기라는 현상은 미래로 나아가는 진행과정으로 보며 반드시 필요한 조건임을 밝힌다. 그것을 뒤받침하기 위해 위기를 다루고 연구하며 결과물을 세상에 내놓기 위해 각 분야별 연구가들과의 대담을 실었다. 시민운동가들을 많이 실은 이유는 긍정표를 위한 것으로 추측된다. 미래를 디자인하는 많은 연구가들이 나름대로의 가치관으로 뜻하는 바를 풀어냈다.  

 

비유를 통한 효과적인 설득의 메세지, 위기는 곧 기회다.

그중 흥미로운 것은 나비에 대한 언급이다. 북경의 나비가 날개짓을 하면 미국에서 허리케인이 분다는 나비효과. 그것은 카오스 현상(초기조건의 미세한 변화가 결과적으로 예상치 못할 정도의 큰 변화를 일으킨다.)에 대한 대표적인 비유로 통한다. 인간은 불가능을 잠재울 때와 인류가 우월하다는 것을 주장할 때 어떤 형태로든 동물에 비한다. 미천한 동물도 제 새끼는 잘 돌본다, 하룻강아지가 주인을 위해 목숨을 받친다 등의 비유처럼 나비도 역시 인간에 비견하기 위한 도구로 쓰였다. 나비도 폭풍우를 일으키는데 사람은 그보다 못할 쏘냐. 인간은 더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다. 비유적인 말이었지만, 이런 뉘앙스의 말을 듣고 아무런 심경의 변화가 없다면 그것은 생각하는 동물이 아닐 것이다.

북경의 나비효과 외에 새로운 정보도 얻었는데 여기까지는 기분좋은 주장이 가득한 편이다. 중국어로 '베이징'은 '위기'를 뜻하는데 '베이'는 위험을 뜻하지만, '징'은 새로운 가능성을 뜻한다고 한다. 즉, '기회'를 의미하는 말로 풀이된다. 어떻게든 연관지어 말하는 것 같기도 하지만, 틀린 해석이라고 보기도 어려웠다.

 

짐작하겠지만, 미래를 디자인하는 많은 연구가들은 서로 다른 뉘앙스나 내용의 인터뷰를 진행하지만, 크게 보면 모두 한 가지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위기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것들은 창조적 자극에 속한다. 모든 것은 관점의 차이이며, 우리는 경쟁에서 협력으로 나아가야 한다.

대부분 궁극적으로는 모두 맞는 말을 하고 있지만, 개인적인 세계관 중에는 마음에 들지 않는 구석도 발견되곤 했다.

 

다른 주장들은 수긍하겠지만, 진화이론가 엘리자벳의 비유는 마음에 들지 않았다.

진화이론가이자 미래연구가인 엘리자벳 사투리스의 의견은 대부분 불쾌하거나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중 하나를 소개하자면, 생태계에서 일어나는 약육강식의 관점에 대한 내용이다. 그녀는 포식자가 피식자를 먹어치우는 행동이 의무라고 설명한다. 희생물은 포식자를 위한 양식이 되지만, 포식자는 그룹 내의 약한 구성원을 희생물로 골라냄으로써 다른 종을 건강하고 안정되게 지켜내는 것이기에 그 모습을 지켜보는데 어떤 불쾌함도 없으며 살아가기 위한 방식일 뿐이라고 말한다. 잔인한 사자가 토끼를 갈기갈기 찢어먹는다 라는 표현은 편견이라 단정지으며, 사자가 토끼의 활동을 멈추게 하자 토끼의 고통시스템이 꺼져버린다, 라고 표현해야 옳다고 주장한다.

물론, 사냥은 생태계에서 살아가기 위한 본능이기에 그녀의 주장에 대해 전혀 납득이 되지 않는 건 아니다. 하지만, 뉘앙스의 차이는 큰 반감을 불러 일으켰다. 그런 살육 장면을 보고 '고통시스템이 꺼져버린다'는 표현을 할 때는 정말이지 받아들이기 힘들었고, 개인적인 감정으로만 듣는다면 그녀의 주장이 전부 헛소리로 들렸을 정도로 비호감을 불러 일으켰다. 의견 자체를 폄하하고 싶은 마음은 없다. 다만, 표현방법이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이다. 내 표현방식으로 말하자면, 생태계에서 포식자는 생존을 위해 본능적으로 사냥을 하는 것이다. 인간처럼 치장이나 살육을 즐기는 살인자의 의미와는 다르다, 라고 말했을 것이다. 순간에는 글이 왜곡되보이기도 하고 화가 났지만, 어느 정도 분노를 누그러뜨리고 그녀의 주장을 마저 읽어보니 그 부분을 제외하고 본다면, 어느 정도는 새로운 시각으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두꺼운 책의 두께만큼이나 많은 대담이 오갔다.

금융위기와 시장경제, 의식의 변화, 서로 다른 세계관, 낡은 고정관념, 비관론자와 낙관론자, 위기상황의 흐름, 문화적 차이 등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질문과 답변들을 통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미래에 관심을 갖고 비슷하지만 서로 다른 관점으로 바라보는 지를 알게 되었다. 

요약하자면, 이 책은 미래의 윤곽을 제시한다기보다는 미래를 보는 새로운 시각에 대해 설득하는 글이라고 할 수 있겠다.

관점을 달리한 새로운 시각으로 그들은 위기를 현대의 유령, 반드시 와야할 것 등으로 불렀다. 언제나 그렇듯 위기는 기회다 라는 주장이었다.

위기는 반드시 필요하고 그렇기 때문에 그 위기를 잘 대처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며 위기를 지나야만 안정된 미래가 온다라는 내용. 이 책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또다른 독자에게 맡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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