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은 요새의 아이들
로버트 웨스톨 지음, 고정아 옮김 / 살림Friends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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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찬의 극찬을 수식어를 단 작품을 읽기 전.

카네기 메달 2회 수상작가라는 타이틀을 달고 사는 작가는 매 회 작품을 발표할 때마다 얼마나 스트레스가 클까 짐작조차 되지 않는다. 하지만 그런 수식어 때문에 후속작들도 빛을 보는 것을 부정할 순 없을 터, <작은 요새의 아이들> 역시 1975년에 카네기 상을 수상하며 후속작을 히트시켰다.

1983년엔 영국 BBC 방송에서 드라마로 제작된 이 작품은 저자 로버트 웨스톨이 아들에게 자신의 어린 시절을 들려주기 위해 만들어졌다. 로버트 웨스톨처럼 책을 기피하는 자신의 아이를 위해 직접 글을 쓰는 작가들의 이야기를 요즘 들어 종종 듣게 된다. 모두가 베스트셀러가 될 순 없지만, 그런 따뜻한 소식을 듣게 되면 마음이 이끌리는 것 같다.

 

전쟁 아동문학의 고전, 깊이가 다르다.

소설의 시작은 폭격이 일어난 다음날 아침, 주인공 채스가 방공호를 나서며 시작된다.

2차 세계 대전이 일어난 당시, 작가의 고향을 배경으로 삼았고, 또 자신의 가족들을 모델 삼아 소설을 완성하였기에 실감나는 표현이 가득했다. 하룻밤 자고 나면 소이탄에 당해 누군가 죽어있거나, 다쳐서 다신 못 볼지 모르는 살얼음판 상황이 전개되는데, 자연스레 전쟁을 경험하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느끼게 된다. 

하루에도 몇 번씩 공습이 끊이지 않는 영국의 작은 마을. 그곳에 사는 소년들은 두려움이 없었고, 전쟁은 일상인 듯 했고, 친구에게 부르는 별명조차 '묘지기'가 있을 정도였다.

크게 사건을 나누자면 야간 공습이 일어나는 날 밤, 채스와 친구들이 독일군의 기관총을 손에 넣게 되며 사건이 전개된다. 전쟁의 흔적으로 남은 소이탄, 꼬리핀, 기관총, 독일군 헬멧, 포탄 파편 등 돈이 될만한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수집하기 위해서였다. 전쟁 수집품을 위해서라면 곳곳에 도사리는 폭탄의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아이들은 모험을 감행한다.

이 작품에 비견될 만한, 아니 비슷한 이미지의 영화를 말한다면, <웰컴투 동막골>, <공동경비구역 JSA>를 들수 있겠다. 적이지만, 함께 하는 시간 동안은 아름다운 우정으로 국경도, 전쟁도 초월한 우정.

가슴에 불꽃을 담은 소년들이기에 가능했을 것이지만, 독일군도 소년들 때문에 불시착했다는 사실을 몰랐을 때 가능했으리라.

적과의 조우. 그것은 소년들이 그들만의 요새를 만들고 적으로부터 마을을 지키려는 기특하지만 위험한 생각 때문에 발생한다. 누군가는 죽고, 누군가는 다치고, 누군가는 피난을 가고, 누군가는 무기를 손에 들고...

전쟁이 아이들을 애어른으로 변모시키는 것도 공감이 가며, 너무나 위험천만한 그 시절 전쟁의 아픔을 고스란히 담아놓은 명작임이 틀림없다. 하지만, 개인적으론 쉽게 읽히는 작품은 아니었다. 

분명 그 속에서 피어나는 우정은 따뜻했지만, 왜 이리 어렵게 느껴졌는지 생각해보면, 군사무기며 배경이 낯설어서 쉽게 눈에 들어오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다시 한 번 읽게 되면 그땐 눈에 익지 않을까.

그의 작품은 이번이 처음이다. 청소년 소설을 좋아하기에, 역시나 가볍진 않겠지만 작은 요새의 아이들 10년 후를 그린 <팬덤 파이브> 역시 기대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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