따뜻함을 드세요
오가와 이토 지음, 권남희 옮김 / 북폴리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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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짝거리는 입술 끝을 내 오른손 검지로 닦아서 혀에 대보니 달콤한 맛이 났다.

빙수 시럽의 달콤함이 아니었다. 뭐랄까, 더 복잡한 맛이었다.

역시 할머니는 지금 이 순간에도 달콤하게 발효되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 오가와 이토 [따뜻함을 드세요.] 할머니의 빙수 중에서 26

 

사람이 일생을 살아가면서 음식을 만들어 먹고, 소화시키고, 배설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지에 대한 고민을 가끔 해 본다. 이 모든 과정에 가장 중요한 사실은 먹는다일 것이다. 분명 사람에게 먹는다는 것은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 평범한 일상 속 하나의 풍경일 테지만 지나고 보면 먹는다는 것만큼 우리에게 많은 감정의 변화를 느끼게 하는 일도 없을 테니까 말이다. 누군가와 함께,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먹느냐는 것이 우리에겐 인생이 될 수도 있을 테니까 말이다.

 

오가와 이토의 전작 [달팽이 식당]에서도 그녀는 맛난 이야기는 주인공 링고를 통해 따뜻함과 행복, 그리고 인생을 풀어냈었다. 동화 같은 이야기는 그녀만의 독특한 식감과 색감으로 그녀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나 역시 주인공의 희노애락을 함께 나누고 있음을 보게 된다. <따뜻함을 드세요.> 역시 마찬가지였음이다. 일곱 편의 단편소설은 본 아뻬떼를 외칠 수 있을 만큼 맛있는 요리와 함께 사연을 전하고 있다. 전작 달팽이 식당처럼 긴 호흡의 중단편이 아닌지라 짤막한(우동 한 그릇 같은 느낌이랄까? ^^;;;), 다소 급 마무리되는 아쉬움은 있었지만, 전작과 마찬가지로 그녀만의 온화한 문체로 맛있고 따뜻한 이야기를 감동적으로 풀어간다.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위해 다소 시니컬한 손녀가 음식을 거부한 채 , 만을 외치는 할머니의 마음을 알아채고, 가족과 함께 먹으러 갔던 후지산을 닮은 빙수를 할머니를 위해 공수해 오는, 그리고 할머니는 지금 달콤하게 발효되고 있다는 손녀의 마음에서 느껴지는 할머니에 대한 애정 어림은 코 끝을 찡~~~하게 만들고, 다소 허름한 식당이었지만 아내를 선택할 땐 이 가게의 맛을 아는 사람을 선택하라는 식도락가인 아버지의 유언대로 슈마이, 상어지느러미 스프, 삼겹살 덮밥까지 남김없이 먹고 난 뒤 수줍게 고백한 프로포즈, 30대의 마지막 날 10년을 함께 한 하지만 이미 이별을 고한 애인과 함께한 마지막 여행과 송이버섯 코스요리, 유치원 들어갈 무렵 죽음을 앞둔 엄마가 특훈을 하며 가르쳐준 된장국을 시집가기 전 날 마지막으로 아버지와 함께 하며 엄마를 추억하는 코짱의 된장국, 치매에 걸려 13년 전 이미 먼저 세상을 떠난 남편과 생전에 함께 한 추억의 장소를 찾아 남편과 먹었던 하트콜로릿을 주문하는 쇼조 할머니, 다소 이해하기 힘들었던 돼지와 동성애에 빠진 폴크의 만찬, 세상을 떠난 아버지를 기리며 아버지가 좋아했던 기리단포를 만들어 먹는 모녀의 이야기까지... 음식을 통해 인생을 추억한다. 어쩌면 평생 기억할 수 있는 음식이 있단 얘긴, 오래 기억하고 싶은 추억과 사람이 있다는 얘기 아닐까? 그래서 그녀, 오가와 이토의 이야기가 은근하고, 뭉근하게,,, 우리의 인생과 접목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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궁금한 세계의 군것질
김호정 지음 / 팜파스 / 2012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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곁두리,,, 군것질의 순우리말이라죠?

사실,,, ,,, 궁금한 세계의 군것질이 아니라 궁금한 군것질의 세계로 잘못 읽었어요.

이런 현상을 뭐라 하던데,,, 단어가 치환돼 읽혀지는,,, 갈갈갈,,, - -;;;

아무튼,,, 세계의 군것질이든 군것질의 세계든,,

내가 좋아하는 군것질에 관련된 이야기란 말이다.

 

군것질하면,, 생각나는 것들,,, ,,, 우선 군것질의 원조이자 최강 메뉴인 김떡순, 김밥, 떡볶이, 순대, 그리고 오뎅, 오징어 튀김, 파전, 호떡 그 중 최강인 부산 씨앗호떡, 소시지 그 중 최강 좐슨빌 소시지, 핫도그, 팬케익, 족발, 동물꽈자, 앉은 자리에서 한 봉지 뚝딱~ 새우새우새우깡, 꿀 듬뿍 넣은 블루베리 스무디, 대학교 앞 손가락 김밥, 홍대 앞 빙빙빙 빙수, 삼청동 꼬치구이, 좀 더 록쇼리한 군것질이라면 한 그릇 뚝딱 만들어 버린 선드라이드 토마토 파스타, 집 앞 텃밭에서 딴 생바질로 만든 페스토 바른 샌드위치 정도? 하하,,, ,,, 먹을 거 얘기 나오니까 멈춰지질 않는구나... ,,, 이 저주받을 식탐이라뉘,,, ,,,,

 

암튼,,, 이리 나의 이리 다양한 군것질의 세계는 새발의 피?

푸드파이터,,, 아니아니,,, 푸드커뮤니케이터 김호정 저자, 외국 생활을 하는 동안 세계 음식에 관심을 가졌고, 특히 세계인들이 즐겨 먹는 군것질에 주목했다. 거리음식, 카페나 간이음식점에서 먹는 음식, 가정에서 만들어 먹는 스낵이나 티타임에 곁들이는 간식과 간식에 얽힌 간단한 이야기, 그리고 레시피를 소개하고 있다. 저자는 문화와 지역색을 나타내는 새롭고 낯선 음식일 것이라는데,,, ,,, 난 왜 이리 낯설지 않음인가... 내가 너무 많은 음식을 먹었단 말인가??? 갑자기 급 슬퍼짐이다. 음식에 대해서만 이리 박식함을 자랑하다뉘,, ,,, - -;;; 하하 아냐아냐,,, 세계기행 프로그램을 많이 본 탓도 있을 게야.. 내가 어찌 몰타의 파이 파스티찌나 칙피(병아리콩)을 넣은 호머스와 팔라펠을 안단 말인가,, 먹어본 적도 없는데,,, 그래그래,,, 쓰담쓰담,,, 위로위로,,, 하지만,,, 이 모든 것이 먹겠단 의지의 발로 아닐까? 스스로에 대한 의구심을 품을 정도로 군것질에 한 해선,,, 욕구가 충만함이다. ^^

 

어찌됐든 <궁금한 세계의 군것질>엔 다양한 군것질거리들이 등장한다.

 

1. 유럽, 지중해: 그리스의 소브라키&차치키, 간편치즈퐁듀, 스콘과 클로티드 크림, 포카치아, 파스티찌, 잼 비스킷, 그리스 과자 쿠루라카, 시금치 페스트리, 프렌치 양파수프, 이탈리아 페투치네 수제트, 할루미 치즈구이, 스페인식 문어 먹기와 상그리아, 또르띠아, 리코타 파 크레페, 토마토 문지른 브레드, 가스파쵸, 스위스식 감자부침 료스트와 사과소스, 가지구이 쌈

>>> 유럽과 지중해 음식들은 우리에게 많이 접해본 음식들인지라 그리 낯설지 않음이다.

 

2. 북아프리카, 중동: 터키식 부침개 괴즈레메, 중동식 브레드 샐러드 파투쉬, 아프가니스탄 브래드 볼라니, 칙피를 넣은 호머스, 모로칸 브래드&민트티, 펌프킨 딥, 스파이시 로스트 아몬드, 스위트 라이스 푸딩, 아몬드 비스킷, 가지로 만든 딥 바바가누쉬, 티타임의 친구 바크라바, 레바논 피자 자타르 브레드, 피스타치오 괴프테 케밥, 팔라펠, 아라비아식 바스보사, 수박 폐타 올리브 샐러드

>>> 북아프리카와 중동 음식은 조금 낯설 수도 있겠지만 그만큼 흥미를 자극하는 군것질 거리들이 많았음이다. 특히 과자나 빵, 채소에 찍어먹을 수 있는 딥 종류들 펌프킨 딥이나 가지로 만든 딥 바바가누쉬는 꼭 한 번 만들어 먹고 싶은 생각이 들 정도? 물론,, 다른 음식들도, 하하,,,

 

3. 남아시아: 네팔 만두 모모, 동남아시아 찰흑미 푸딩, 인도 튀김만두 사모사, 달달한 베트남 커피, 인도네시아의 매콤한 옥수수 부침, 망고 코코넛 라이스, 노점에서 먹는 과일야채샐러드 로작, 싱가포르 새우튀김, 쿠쿠르 우당, 솔티드 레몬주스, 인도네시아 샐러드 가도가도, 닭꼬치의 지존 사테, 동양식 핑거푸드의 대명사 스프링롤, 인도네시아 거리음식 마르타박, 귀나탕, 고구마와 비슷한 카사바 케이크

>>> 남아시아 음식들은 만드는 방법은 우리와 비슷한 음식들이 좀 많은 것 같다. 만두 종류도 많고 매콤한 옥수수 부침이나 새우튀김, 닭꼬치는 우리나라에서 인기 많은 군것질 거리들이 아닌가? 하지만,,, 달콤한 소스나 향신채에 있어 호불호가 갈리지 않을까? 닝닝하지 않을까 걱정도 되고,, 푸하~

 

4. 중남미: 또르띠아 수프, 아즈텍 옥수수쌈 타말리, 바닐라 호박푸딩, 멕시칸 핫 초콜릿, 아르헨티나 파이 엠파나다, 고소한 멕시칸의 구아카몰레&토마토 살사, 열대의 맛 바나나 구이, 초리죠 에그 스크램블, 도도한 콘 수프레, 쿠바 스타일 오르차따, 캐리비언 고구마 가지 롤, 카리브해 섬 최강 메뉴 마카로니 치즈 파이, 라틴 아메리카 핑거푸드 시금치 플랜테인 말이, 타피오카 푸딩

>>> 중남미식 음식들도 의외로 우리 입맛에 찰싹찰싹 달라 붙는 듯 싶다. 스파이시한 것이 말이다. ,,, 감기로 골골인데,,, 매콤해서 핫! 맛있게 핫! 마음과 몸의 감기가 낫는다는 멕시칸 핫 초콜릿,,, 지금 한 잔 꼴깍꼴깍 마셨음 좋겠고나~

 

그저 군것질 거리에 대한 이야기 위주로 책이 진행되리라 생각했기에 레시피는 선물 받은 느낌이랄까? 기존 요리책처럼 음식과 관련한 간단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로 시작해 재료(인분)와 요리방법, 그리고 요리과정 사진이 담겨있어 어렵지 않게 시현할 수 있음이다. 고로, 세계의 모든 군것질 거리들은 내 손안에 있소이다~를 당장이라도 외칠 수 있음이다.. 음화화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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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여인천하
양이 지음, 이지은 옮김 / 비즈니스맵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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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 ‘수호지’, ‘임꺽정등 고전들의 테마는 하나같이 사나이들, 영웅들의 우정과 의리였다. 하지만 그 누가 삼국지를 남자들의 우정과 의리만이 담겨있다 했던가? 불꽃처럼 살다간 삼국의 여인들의 이야기가 이 속에 담겨있단다. 흔히 삼국시대는 AD 184년 황건의 난으로 시작, AD 220년 조조가 병으로 쓰러지기까지 약 30여 년 간의 동한 말기를 거쳐 서진이 오를 멸망시키는 AD 280년까지 100여 년의 시간을 가리킨다. 보통 이 시기를 한 치 앞도 내다보기 힘든 혼란의 시대이자 수많은 영웅들이 태어나고 죽음을 맞이한 창과 방패, 삶과 죽음, 피와 철의 시대로 기억한다.

 

사실,, ~~나이들의 이야기이기에,, 삼국지는 정말 몇 번이나 잡았다가 꺾이고, 잡았다가 꺾였던,,, 책이 삼국지였는데,,, 이리 또 삼국시대 여인네들의 이야기를 끝까지 읽어내려 가다니,,, 예로부터 중국 여성의 지위 역시 남성에 비할 바가 못 되었고, <삼국연의> 작가 나관중 역시 여성의 이미지를 제대로 담아내기 위해 붓을 드는 일은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삼국지 여인천하>의 저자 양이는 시대를 호령했던 영웅이라도 어머니 품 안에서 자라났고, 그들도 분명히 누군가의 아들이자, 누군가의 남편이자, 그리고 누군가의 아버지였음이고, 그들의 어머니, 아내, 혹은 딸이 영웅들의 주변을 에워싸고 그들의 말과 행동에 영향을 주었음에 주목, 감쪽 같이 사라지는 영웅들의 그녀들에게 주목했던 것이다. 물론 우리도 익히 역사 속 여인들을 알고 있긴 하지만,, 대부분이 악녀 아니던가? 때문에 나관중, 그리도 시대의 보수성을 탈피해 보일 듯 말 듯 자신들의 존재를 알리고 있는 그녀들의 뒷모습에 이야기의 살을 보태 불꽃처럼 살다 간 그녀들을 조명하고 있다.

 

1. 난세의 이슬처럼 사라져 간 여인들

2장 누가 여자가 남자보다 약하다고 하던가?

3. 구름에 달 가듯 서로에게 끌리는 영웅과 미녀

4. 불행의 씨앗으로 전락한 여인들의 사랑과 전쟁

 

이렇게 네장으로 걸쳐 정리한 여인네들은 대부분 이렇게 묘사되고 있다.

숨 막히는 미모, 남다른 재능, 흩날리는 붉은 자태, 바람에 날리는 푸른 기운이 한들한들,,,” 그야말로 여인네들인 것이다. 삼국시대에 등장한 수십 명의 여인들 중에는 누구나 알고 있을 법한 '유명인사'(적벽대전에 등장하는 주유의 아름다운 아내 소교, 관우의 애를 태우다가 결국 조조가 차지한 아리따운 두부인,,,)가 있는가 하면, 민간 전설이나 문학계에서 허구(서시, 왕소군, 그리고 양옥환과 함께 중국의 4대 미인으로 우뚝 선 초선)로 만들어낸 인물들도 등장한다. 희미한 흔적들이지만 수많은 삼국시대의 여인 중에서도 드라마틱한 삶을 살다간 주인공을 특별히 선별해 철저한 사료를 바탕으로 가장 객관적인 관점을 입혀놓았음이다.

 

책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은 <삼국지>를 읽었다면 이 책의 묘미가 더해지지 않았을까란,, 아쉬움이 먼저였달까? , 어찌됐든 재미를 반감케 한 나의 굳지 못한 의지가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삼국지를 이미 섭렵한 사람이라면 좀 더 재미를 추구할 수 있을 것이고, 그렇지 않더라도 주석이 잘 달려있기 때문에 이해하는데 어려움은 없을 것이다. 무엇보다 절세미인들이 등장한다는 사실이 중요하지 않을까?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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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김연수 지음 / 자음과모음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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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것은 두 번 진행된다. 처음에는 서로 고립된 점의 우연으로, 그 다음에는 그 우연들을 연결한 선의 이야기로, 우리는 점의 인생을 살고 난 뒤에 그걸 선의 인생으로 회상한다. 정상적인 사람들은 과거의 점들이 모두 드러나 있기 때문에 현재의 삶에 어떤 영향도 끼치지 못한다. 앞으로 어떤 점들을 밟고 나가느냐에 따라서 그들의 인생은 지금보다 좋아질 수도 있고, 나빠질 수도 있다. 하지만 너 같은 경우는 완전히 다르다. 과거의 점들이 모두 발견되지 않았다는 점에서 네 인생은 몇 번이고 달라지리라. 인생의 행로가 달라진다는 말이 아니라 너라는 존재 자체가 달라진다는 뜻이다.” - 김연수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201

 

김연수 작가의 신간 소식은 언제나 마음을 설레게 한다. 미소년 같은 그 미소도 떠오르고 말이다.

표지,,, 왠지 영화 <연인>의 주인공 제인 마치가 떠오르는 장면이다. 양 갈래로 머리를 땋고, 또렷한 눈으로 사랑하는 이를 응시하려는 듯한 앞모습이 아닌 표지 속 그녀의 다소곳한 뒷모습은 머뭇머뭇,,, 누군가를 기다리는, 누군가를 향하는 그녀의 마음이 엿보인다고나 할까? [파도가 바다의 일이라면] 너를 생각하는 것은 나의 일,,, 연분홍빛 설레임, 하얀 파도의 부서짐,,, 살짝 건드리면 터질 것 같은,,, 그녀의 달달한 사랑 이야기일 줄만 알았다. 하지만 소설은 사람과 사람 사이에 존재하는 심연, 심연을 건너 사람과 사람 사이를 건너갈 수 있는 날개, 그리고 진실과 희망에 관한 이야기였다.

 

열일곱 살 미혼모의 딸로 태어나 생후 6개월 만에 미국 중산층 백인가정으로 입양된 '카밀라 포트만', 친구처럼 지냈던 양어머니인 앤이 죽고 난 뒤 양아버지 에릭으로 부터 유년시절 추억이 담긴 상자 6개를 전달받는다. 그리고 함께 사는 남자친구 유이치의 권유로 매일 아침마다 시간을 내 상자 속에 든 물건들을 하나씩 꺼내놓고 그에 얽힌 기억들을 노트에 적어가며 자신의 이야기를 써 내려간다. 그렇게 여섯 개의 상자로 시작된 그녀의 이야기는 2010[너무나 사소한 기억들:여섯 상자 분량의 입양된 삶]이란 제목의 자전소설로 발간되고, 카밀라는 이십 대 초반의 젊은 여자가 다른 사물들과 마찬가지로 자신의 인생을 지극히 객관적이고 건조한 시선으로 서술한다는 점에서

평론가와 기자들의 눈길을 끌었고, 책 출간 이후 자신의 뿌리를 찾는 논픽션을 쓰기 위해 한국을 향하게 된다.

 

출판사의 편집자가 에이전트에게 전화해 빈 공간을 채우는 논픽션을 제안했다는 말을 들었을 때, 나는 그건 운명이 부르는 소리라고 생각했다. 빈 잔은 채워지기를, 노래는 불려지기를, 편지는 전해지기를 갈망한다. 마찬가지로 나는 돌아가고자 한다. 진짜 집으로, 나의 엄마에게로” 33-34

 

스스로의 삶을 지극히 객관적이고 건조한 시선의 바라본 그녀의 마음 속 울림이 시작된 것이다. 동백꽃 앞에서 아이(카밀라)를 안고 있는 17살의 소녀가 진남여자고등학교에 다녔다는 걸 알게 된 카밀라는 진남여자고등학교로 갔지만 교장 신혜숙은 무언가를 숨기며 조급해하는 모습이고, 엄마인 정지은이 그녀의 친오빠인 정재성의 아이를 낳았다는 고로 카밀라는 남매 사이에서 태어난 아이였다는 충격적인 소식을 접하게 된다. 물론 신혜숙이 숨긴 진실은 전혀 달랐지만 말이다.

 

그리고 카밀라(정희재)는 생모 정지은의 고향인 남해안 소도시 진남에서 다양한 사람들을 만나면서 잃어버린 과거의 조각을 하나하나 맞추어 나간다. 생모의 여고시절 도서반에서 만든 문집 '바다와 나비'를 통해 문학소녀였던 '정지은'을 만나고, 88년 여름의 어느 밤, 생모가 짧은 생애를 끝내고 투신한 바다를 바라보면서 17살 미혼모 '정지은'을 마주한다. 하지만 생모 지은과 이어진 사람을 만날수록 그녀의 출생에 대한 진실은 미궁으로만 빠져 들어간다. 자신들의 상황에서 합리화한 기억들은 진실을 밝혀내지 못하고, 점점 카밀라이자 희재에 대한 진실은 점점 진실과 멀어진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서로에 대한 이해를 가로막는 심연이 존재합니다. 그 심연을 뛰어넘지 않고서는 타인의 본심에 가닿을 수가 없어요. 그래서 우리에게는 날개가 필요한 것이죠. 중요한 건 우리가 결코 이 날개를 가질 수 없다는 점입니다. 날개는 꿈과 같은 것입니다. 타인의 마음을 안다는 것 역시 그와 같아요. 꿈과 같은 일이라 네 마음을 안다고 말하는 것이야 하나도 어렵지 않지만, 결국에 우리가 다른 사람의 마음을 알 방법은 없습니다. 그럼 날개는 왜 존재하는 것인가? 그 이유를 잘 알아야만 합니다. 날개는 우리가 하늘을 날 수 있는 길은 없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날개가 없었다면, 하늘을 난다는 생각조차 못했을 테니까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생각도 없었을 테지요.” 274-275

 

검은 머리에 검은 눈동자를 가지고 태어났기 때문에 카밀라라는 이름이 붙은 미국 소녀에서, 동백나무 아래에서 찍은 사진이 있었기 때문에 카밀라라는 이름을 얻게 된 입양아, 아이를 낳으면 희재라는 이름을 짓겠다던 열일곱 살 여고생 지은의 딸로,,,, 새로운 점들은 카밀라(희재)의 존재를 가변적으로 만들었다. 문제는 과거의 그 점들을 통제할 방법이 스스로에게 없었다는 점이다. 그리고 묻는다. 자신의 존재를 바꿔버려도 좋을 만큼 그 점들이 중요한가? 필연적인가? 진실은 과연 그토록 중요한가?

 

소설은 2012년을 중심으로 미국과 한국, 일본, 방글라데시와 1988년을 중심으로 하는 과거의 한국 남해안 소도시 진남을 오가며 수많은 인물이 등장시킨다. 운동화 갑피를 만드는 부산 공장에서 하루 12시간씩 미싱을 돌리며 미국 유학 간 아들을 뒷바라지하다 업체의 부당해고 투쟁 끝에 병사한 늙은 어머니와 그녀를 기억하는 아들 '서 교수',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하며 타워 크레인에 올라갔다 끝내 투신자살한 정지은(카밀라의 생모)의 아버지, 그를 향해 보낸 '호프(HOPE)' 모스 부호에 대한 기억을 지닌 '정지은',,, 그리고 이들의 기억과 증언은 편지와 사진, 라디오 사연, 다큐멘터리 영상,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해 진실로 접근하며 커다란 하나의 이야기로 귀결되고, 이 모든 것이 과거의 점현재의 삶에 닿아있음을 깨닫게 된다.

 

카밀라(희재)의 뿌리찾기를 통해 그녀의 엄마가 누구인가에서 그녀의 아버지가 누구인가로 추리가 넘어가며 이야기는 방대해지고, 심연을 건너 타인에게 가닿을 수 있는 날개가 존재한다면 그것은 어떠한 관계에서 비롯될까 하는 질문에 답하기 위한 과정을 좇아가는 것만으로도 책장을 덮기까지 숨이 가쁘지 않을까 싶다.

 

* 화자인 는 단순히 카밀라로 생각하지 말지어다.

  화자의 변동이 참으로 심하야,,, 조금은 헷갈릴 수 있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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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리즘 - 나는 미혼이 아니다 나는 싱글 벙글이다
벨라 드파울로 지음, 박준형 옮김 / 슈냐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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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만난 사람에게 당신이 싱글이라고 밝히는 순간, 상대방은 당신이 비참하고 외롭고 커플을 부러워한다고 생각한다. 당신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커플이 되는 줄 안다. 일정 연령 이상이라면 당신이 진지한 연인관계를 맺는데 공포심을 느끼고 있거나 너무 까다롭거나 혹은 약점이 있어서 아직 혼자라고 단정한다. 심지어 동성연대자라고 짐작하고, 역시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 벨라 드파울로의 [싱글리즘] 중에서

 

싱글이라는 단어와 찰지게 달라붙어 살아온 지,,, 어언,,, 몇 년이든가?

그 수십 년 동안 들어왔던 싱글에 대한 편견,, 사실,,, 편견이란 생각보단 위에서 말한 이야기는, 싱글인 나 자신조차 다른 싱글들을 보며 당연스럽게 인정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이렇게 싱글인 스스로조차 의식 하지 못한 채, <싱글>에 대한 편견이 자연스럽게 퍼져있다. 그렇게 결혼을 안 했거나, 늦추거나, 혹은 사별했거나, 이혼한 사람들을 향한 시선 속에는 언제나 보편화된 사회적 편견이 숨어있었고, 사람들은 어떠한 이유에서든 성인 남녀가 결혼하지 않았을 경우 정상에서 벗어났다고 생각하는,,, 오늘날 수많은 싱글에 대한 이런 사회적 편견을 이 책에선 <싱글리즘, Singlism>이라 부르고 있다.

 

저자는 수십 년 동안 축적된 과학적 연구와 싱글들의 이야기를 바탕으로 결혼과 싱글에 대한 고정관념을 통쾌하게 깨부수고 있다. 결혼이 사람들의 건강, 수명, 행복지수를 특별히 높여 주지 못한다는 통계적 증거들과 경험들을 신랄하게 제시하고, 또 일반적으로 알고 있는 싱글에 대한 문제점이 과장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싱글 족을 괄시하는 세태는 엄연히 사회적 차별에 해당한다며 싱글인 남녀를 폄하하는 시선에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는 것이다.

 

사실,,, 전 세계적으로도 결혼에 대한 가치관도 변하고 있고, 싱글족들,,, ,, 어떠한 이유에서든, 그냥 싱글이든, 이혼이든, 사별이든, 고령화에 의한 홀로 남음이든,, 싱글족이 무한히 증가하고 있지 않은가? 때문에 싱글에 대한 우리의 시선도 달라져야함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여전히! 암암리에! 싱글을 내몰고 있다는 것이다. 싱글들은 일을 할 때도, 물건을 구매할 때도, 세금을 낼 때도 불공평한 대우를 감수해야 한다. 미국의 사회보장제도나 장례식 비용에서 부부 중 한 명이 사망하면 남은 배우자에게 계속 혜택을 주지만 싱글 근로자가 숨지면 혜택은 누구에게도 돌아가지 않는다. 싱글인 콘돌리자 라이스 전 국무장관이나 랠프 네이더 소비자 보호 변호사, 앵커우먼 바버라 월터스 역시,, 독신이든 결혼에 실패했든,, 모두 완벽하지 못하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이다. ,, 싱글이라는 단 하나의 이유에서 말이다. 결혼을 해야, 꼭 둘이어야 행복한 것일까? 결혼한 이들도 결혼 전엔 싱글이었을 텐데,,, 그리 기억이 싹 지워질 수 있는 것인가? 결혼과 싱글에 대한 균형 있는 시선은 온데간데 없어지니 말이다.

 

이 책은 결혼은 삶의 다양한 방식 가운데 하나일 뿐이며, 싱글로서의 행복한 삶도 그 중 하나라고 역설하고 있다. 결혼한 사람들은 싱글보다 옳다. 싱글들의 관심은 단 하나, 커플이 되는 것, 싱글의 삶은 비참하고 외롭고 비극적이고, 싱글은 유치하고 자기중심적이며 불완전한 인간일 뿐 아니라, 싱글 곁에는 아무도 없다는,,, 각종 편견을 지적하고 있다. 저자의 말에 옳소!”라며 기립박수라도 치고 싶었던 심정이었다.

,,, 나 역시 사십이 넘어간 싱글이지만 사실,,, 싱글의 삶은 늘 외롭거나 비극적이거나 홀로 늙어 방안에서 죽어갈 것이란 생각으로 살진 않는단 말이다. 그러하니,, 그런 부정적인 시선은 거두어 달라는 말이다. 아마도,, 추석이 다가오니,,, 이러한 싱글리즘이란 편견의 늪에 사로잡힌 시선들이 싱글들에게 쏟아질 것이다. 그럴 때 당당히 외쳐라! “그런 시선은 제발 거두어주오. 싱글로서의 삶도,,, 즐겁다. 제발 편견의 늪에서 벗어나시오!”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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