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 작가정신 일본소설 시리즈 32
츠지무라 미즈키 지음, 오유리 옮김 / 작가정신 / 2012년 10월
평점 :
절판


 

2010년이었던가? 중국 결혼시장이 발딱 뒤집힌 일이 있었지 아마?

20101010일 쌍십절, 길일이라고 말이다.

아하~ 그리고 또!!! 20111111,,, 이것도 백 년 만에 오는 길일이라

전 세계적으로 결혼식이 버글버글,,,

,, 그렇다면,, 20121212일도,,, 길일이겠지? 머지않았구나...

암튼 길일에 대한 과학적인 근거가 있는 건 아니지만,,,

이왕지사 좋은 일에 좋은 마음까지 동반된다면,,, 행복에 행복이 더해지지 않을까?

 

츠지무라 미즈키의 <달의 뒷면은 비밀에 부쳐>는 만사가 길하다는 1122일 일요일,

화려한 웨딩홀로 유명한 호텔 아르마이티에는 네 쌍의 결혼식과 관련된 사연이 펼쳐진다.

행복하고 즐거운 사연들로만 엮어져도 모자랄 결혼식,,

하지만 결혼이란 행복의 이면에 도사리고 있는 사건과 사고들은 1122,

화려한 아르마이티 호텔에서 결혼식을 치를 네 쌍의 커플에게도 마찬가지였다.

 

펄 룸을 예약한 가가야마 히미카,

그녀는 자신들조차 누가누구인지 구별하기 어려울 정도로 닮은 일란성 쌍둥이 자매 중 동생, 하지만 어렸을 때부터 언니 마리카에게 열등의식을 갖고 있었던 그녀, 하지만 언니 마리카 역시 쌍둥이 동생의 사랑을 독차지하고 싶었던 것은 마찬가지, 그녀들의 이상하리만치 서로에 대한 질투 섞인 사랑은 히미카의 사랑인 에이치씨를 시험하는 일생일대의 연극을 꾸미게 된다. 사랑을 건, 인생을 건,,, 도박을 말이다.

에메랄드 룸을 예약한 오사키 레이나,

파혼당한 웨딩 플레너 야마이 다카코가 최악의 신부인 오사키 레이나를 만나면서 자신의 프로페셔널함을 다시 한 번 다져나감과 동시에 진정한 웨딩플레너로서의 위치를 자리매김하게 된다. 물론 까탈스런, 야마이 다카코의 결혼에 문제를 일으킨 오사키 레이나에 대한 이미지를 바꿀 수 있었던 계기도 됐고 말이다.

로열 룸을 예약한 시라스 리에,

노처녀 이모가 데려온 신랑감 아즈마가 못내 맘에 들지 않는 조카 시라스 마소라, 일곱 살이나 연하인 약국 아르바이트생 굼뜬 이모부가 왠지 수상하다. 결혼식을 앞두고 연하남의 비밀을 알게 된다. 이모부에게 여자가 있나?

골드 룸을 예약한 스즈키 리쿠오,

결혼남이라는 것을 숨기고 불륜을 저지르다 결혼식까지 예약하게 되자, 어떤 수단을 써서라도 예식을 막으려는 리쿠오,,, 항마 콱!!!

 

꼬이고 꼬인 이야기들, 장장 마다 바뀌는 화자,,,

조금 혼란스럽긴 하지만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달의 우아함 뒤에 숨겨진 숭숭 뚫린 구멍이 우리의 이면임을 깨닫게 된다. 달의 우아함 보다 숭숭 뚫린 구멍이 더욱 인간적이고 따뜻하고 정이 담긴 우리의 모습임을 말이다. 책을 원작으로 20121NHK에서 10부작 드라마 오늘은 만사 대길하게도 좋은 반응을 얻은 작품이다. 읽는 내내 소소한 재미와 함께 일본 특유의 그 뭐랄까? 감칠맛 나는 반전 속 숨어있는 재미가 므흣한 미소를 짓게 만드는 작품이랄까? 가족이 이렇게 만들어지는구나,,,란 생각도 들었고 말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당신의 시간 - 멈춤이 선물한 기적 같은 이야기
이임복 지음 / 라이온북스 / 2012년 11월
평점 :
절판


세상이 내 모든 것을 빼앗고 나에게 최악의 상황을 주었더라도 나에게는 절대 빼앗길 수 없는 한 가지가 있음을 기억해야 한다. 그것은 바로 그 상황을 어떻게 받아들일 것인지에 대한 내 선택권이다.” - <죽음의 수용소 중에서> - 이임복 작가의 <당신의 시간> 137

 

진정 우리가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을 수 있을까?”

글쎄,,, 일단 읽는 내내 반발심, 반항심, 그리고 반박하듯 욱,,, 소리 지르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소설이었다. 도대체 어쩌란 말인가. 이렇게 열심히 살고 있는 이들에게 도대체 무엇을 더 요구하는 것인가?란 생각은 결국 나 자신 역시 이렇게 살고 있고, 이렇게 살 수 밖에 없는 현실이기 때문에 더 반발심이 가득했을지도 모르겠다.

 

평범한 30대 직장인 지우, 토요일 오전 헤어스타일을 다듬기 위해 찾아간 미용실에서 우연히 황금색 숫자를 발견하게 된다. 물건을 사고 돈을 내려할 때마다 발견하게 되는 황금색 숫자는,, 다름 아닌 시간,,, 그리고 길을 걷다가 들어가게 된 카페 Timeless,,, 그곳에서 메피라는 수수께끼 같은 남자를 만나게 되고, 자신이 죽었다는 사실과 마주하게 된다. 그리고 자신과 마찬가지로 불려온 6명의 사람들과 어리둥절해 있는 사이, 이승과 저승 사이인 카페 Timsless에선 5분간의 시간이 주어지고, 자신이 더 살아야할 이유에 대한 질문이 던져진다.

오늘은 당신의 삶에 주어진 마지막 시간이다. 당신은 왜 더 살아야 하는가?”

 

가족을 위해 살아야한다는 임병철은 사라지고, 국회의원이기 때문에 살아야한다는 나진한도 사라지고, 결혼을 앞두고 있다는 사람 역시 사라진다. 그리고 주인공 지우에게 던져지는 질문, 왜 더 살아야 하는가? 지우는 선뜻 답하지 못하고 메피에게 되묻는다.

제가 왜 더 살아야할까요?”

누군가가 나에게 왜 더 살아야하는지 묻는다면,, 우린 어떻게 답하게 될까? 메피에게 다시 질문을 던졌던 지우와 남은 2명은 조금 더 시간을 얻게 되고 메피는 그들에게 다시 질문을 던진다.

 

, 고등학교 열심히 공부해 대학에 들어가는 것이 최대의 숙제였던 해성, 꿈꾸던 대학생이 된 그에게 살인적인 등록금과 취업에 대한 두려움은 필사적으로 스펙을 쌓는 일에 몰두하게 했고, 하고 싶은 일과는 관계없이 세상이 만든 기준에 따라가야 했던 그에게 던져진 질문은 잊어버린, 아니 잊혀진 당신의 꿈은 무엇인가?”

두 아이의 아빠이자 남편인 43세 성환, 회사일 바쁘다는 핑계로 가족은 나 몰라라, 소설가가 되고 싶었던 꿈은 잃어버린 지 오래, 번듯한 직장도 있고, 자신 명의로 된 집도, 모두 있는 그이지만 왜 매일매일 분노에 찬 체념의 삶을 살았던 그에게 던져진 질문은

“3시간의 완벽한 자유가 주어진다면 당신은 무엇을 할 것인가?”

32살 직장인 지우, 돈과 시간의 중요성에 대한 상관관계를 얘기하고 마지막으로 그에게 던져진 질문은 인간은 무엇을 사랑해야 하느냐?”

그리고 미용실에서 잠이 깬 지우,,, 그리고 눈앞에 보이는 미용사 수첩에 새겨진 문구

자기 자신을 사랑하라.”

 

,,, 결국 이 얘기였나? ^^;;; 조금은 색다른 전개로 펼쳐진 소설이자 자기계발서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물론 다소 억지스러운 면이 없진 않아,,, 조금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 부분도 있었지만, 암튼 스티브 잡스의 말처럼 "당신의 시간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다른 사람의 삶을 살며 낭비하지 마십시오." 자신과 삶과 일을 사랑해, 꿈을 성취하고 성공의 자리에 오르라는 얘기인 거다. 물론 소설 속 메피가 너 왜 그렇게 밖에 못사니!!!”라고 다그치지만, 결국 그 역시도 자신의 현실을 고려해 성공을 위해 달리다 보니 그렇게 될 수밖에,,,란 생각에 울컥해지는 건,, 내가 낙관적이지 못한 때문일까? 아무리 메피가 내 목숨 줄을 부여잡고 있다손 치더라도 한 마딘 해야겠다. “그게 너 같으면 쉽겠니? - -;;;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서른셋 정도까지는 나도 연기력이 제법 뛰어났지만, 지금 이 나이가 되고 보니...... . 지금은 서른다섯, 황금의 서른다섯, 한창때인 서른다섯, 뭐든지 알고 있는-그렇다고 믿는- 서른다섯, 건강미 넘치고 터질 듯 속이 꽉 찬 서른다섯, 맛있는 것 좋은 것을 제일 잘 아는 서른다섯, 인생의 참맛, 여자로 태어나 행복했어, 행복했어, 행복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서른다섯, 남자의 참맛, 남자의 사랑스러움, 남자의 매력, 남자의 훌륭함, 남자에 대한 욕구를 너무나 잘 아는 서른다섯이다. 지금 나는. ...... 속이기 위한 연기력 같은 건 더 이상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 다나베 세이코 [딸기를 으깨며] 10

 

아주 달달할 것만 같았던 책의 시작은 노리코의 이혼 얘기로 시작한다. , 그렇다고 칙칙한 이혼 얘기가 아니라, 결혼이란 감옥에서 출소해 마주한 일상에, 정말, 아주, 대단히, 매우, 무지하게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노리코의 붕~ 떠다니는 일상에 얘기가 주저리주저리 나열돼 있다. (,,, 이래서 결혼한 이들이 노처녀에게 모두 혼자살 수 있음 웬만하면 혼자 살라고 하나? 난 그 소리가 젤 듣기 싫던데,,, 자기들은 해보고 나는 하지 말란 거잖아. - -;;; , 어찌됐든,,,) <딸기를 으깨며>는 다나베 세이코의 전작인 <아주 사적인 시간>의 후속편 정도라 보면된다는데,,, 전작에서는 부유한 집안 고와 결혼생활이 담겨있다면 <딸기를 으깨며>는 누가 봐도 행복할 것 같은 그녀의 결혼생활이 3년으로 마감, 둘이 아닌 혼자를 선택하면서, 혼자만의 자유로운 서른다섯을 만끽하는 그녀만의 소소한 즐거움이 담겨있다. 자기 여자에 대한 소유욕이 강했던 고와의 결혼이란 감옥에서 탈출한 노리코는 자신 만의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친구들과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일러스트레이터로 혼자 사는 기쁨의 맛에 감미로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사실,,, 갑부 집 마나님이었던 매력적인 여자가 돈과 남편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일을 즐기며 혼자만의 즐거움을 만끽한다는 설정은,,, ,,, 부러울지언정, 다소 공감하긴 힘듦이 있다. 몇 년 집에서 남편의 굴레 속에서만 있던 여자가 사회생활, 그것도 프리랜서로 이렇게 활동하며 자유롭게 지내다니,,, 으깬 딸기에 우유를 듬뿍 부어 마시고, 혼자 사는 맨션에 친구들을 부르고,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방에 어질러놓고 치우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기엔 현실은 너무나 버거운 일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연애소설의 여왕 다나베 세이코가 이런 소소한 얘기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진 않았지? 이혼이라는 소재를 통해 행복한 인생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구에게 보여 지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걸 확인하게 됨과 동시에 노리코 역시 혼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온몸으로 절실하게 느끼며 살아가지만 그녀의 절친인 독신 친구가 곁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죽는 사건을 겪으며, 혼자 살고 있는 자신의 죽음도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게 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전 남편인 고와 수다 친구인 테츠, 그리고 토무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간다. (,,, 매력녀이다보니 주변엔 남자친구가 즐비하군. 역쉬 인생을 즐기고 있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인생이다. 정말 인생이다. 그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일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태어나 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살아 있지 않을 것이고, 기계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다.” 120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를 숭배하는 노리코,,,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는 인생, 원하는 대로 사랑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서른다섯, 오늘도 그녀는 으깬 딸기에 차가운 우유를 부어 마시며 앙증맞은 딸기의 겉면보다는 딸기 속살과 우유와 과즙의 어우러진 참맛을 제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 그녀가,,, 참 부럽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잠옷을 입으렴
이도우 지음 / 알에이치코리아(RHK) / 2012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수안이 행복하지 않은데 나 혼자 행복해진다면 안 될 것 같았다. 아니, 수안뿐 아니라 사람들이 살아가면서 얻는 행복의 평균이 있다면 나도 그 정도이길 바랐다. 혼자서 더 행복한 건 어쩐지 불안하고, 남의 행복에서 덜어온 듯해 편치 않을 것 같았다. 돌이켜보면 세상의 기쁨과 슬픔, 행복과 불행의 양이 처음부터 정해져 있다고 느꼈던 날들이 있었다. 누구 하나가 많이 행복하면 다른 하나가 그만큼 불행할지도 모른다고 타인의 행복이 커진다고 해서 내 행복이 줄어들지 않는다는 진실을 깨닫기까지는 세월이 많이 걸렸다.” - 이도우 [잠옷을 입으렴] 52-53

 

꿈속에서조차 타박타박 신작로 길 먼지 폴폴 날리며 건조하게 걷고 있을 것 만 같은,

찬기 어린 속내를 감추기 위해 더 깊디깊어진, 그래서 더 아련하기 만한 둘녕은 엄마가 집을 나간 후 아빠에 손에 이끌려 이모 집에 맡겨집니다. 그리고 그렇게 사촌인 수안과 마주합니다. 너무나 일찍 철이 들어버린, 그래서 외려 어른들이 미안해질 정도로 마음이 성숙해져버린 속 깊은 아이 둘녕과 아이답지 않게 깊고 어두운 눈을 지닌 이종사촌 수안의 첫 만남은 시큰둥, 어색했지만, 아이들이 그렇듯 어느 한 꼭지점에서 둘은 단짝이 되어 갑니다. 그리고 많은 것을 공유합니다.

 

<잠옷을 입으렴>은 왠지 내 어린 시절 한 자락을 붙잡고 얘기하는 듯 합니다.

닳고 닳도록 읽었던 클로버문고, 계몽사소년소녀세계문학전집, 소년중앙, 어깨동무,,, 종이인형 놀이를 시작해 진화해 가는 종이인형 옷 만들기 놀이, 집안에 텐트치고 렌턴 켜놓고 책읽기, 짧은 생명선을 조금 더 길게 만들려 손바닥을 칼로 그었던(,, 난 칼이 아니라 손톱으로 계속 그었던 듯 싶다. ^^;;;), 병약한 수안을 위해 둘녕이 만들어 준 만병통치약, 걸스카웃 캠프, 문학회 서클,,,, 두 소녀의 성장기는 나의 성장기를 돌아보게 만들며, 아스라한 그 추억의 한 페이지로 이끌어 갑니다. 그리고 그녀가 사랑한, 그녀를 사랑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가슴을 메이게 합니다.

 

언제 어디서 들었는지 지금은 잘 기억이 안 나. 오래 전 아주 추운 마을이 있었다고 해. 너무나 추워서 사람들이 말을 하면 그 자리에서 말이 얼음알갱이로 변해버려. 겨울 동안은 아무도 서로의 목소리를 들을 수가 없었대. 어느 날 마을의 젊은 처녀가 죽으면서 유언을 남겼는데 그 역시 얼어버렸지. 이웃에 사는 부자가 처녀의 유언을 사고 싶어했고, 가난한 가족들은 그만 팔아버렸어. 이듬해 봄이 오니 허공에 떠돌던 말들이 녹아 메아리치며 들려오기 시작했데, 봄 내내 그 울림을 듣는 일은 정말 아득했을 거야. 귀를 틀어막고 싶지 않았을까? 먼 곳에서 처녀의 연인이었던 청년이 돌아왔지만 이미 팔려버린 유언을 돌려받진 못했어. 그건 그냥, 사랑한다는 말이었는데,,,” - 111

 

둘녕과 수안, 이모와 이모부, 둘녕과 아빠, 외할머니와 경이 이모, 수안과 승모, 둘녕과 충하,,,

모두가 얼어버린, 끝내 들려주지 못한,,, 이 말을 하고 싶지 않았을까?

사랑해.”

찬바람이 부는 듯, 하지만 가슴 속에선 몽글몽글,,, 따뜻한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느낌,

아련한 속삭임 같은 울림 때문에 사랑할 수밖에 없는 둘녕과 수안을 만나면,

도르르 떨어지는 눈물 한 방울이 부끄럽지 않을 거예요.

 

수안에게, 시화전 들렀어. 내게는 네가 쓴 시만 보였어. 정말이야.”

사랑하는 고둘녕. 네가 스웨터를 짜고 있을 땐 나는 곁에서 같이 아늑해져.

   넌 털실을 짜고 난 시간을 허비하지. 넌 물레를 돌릴 테고 난 딸기잼을 휘젓겠지.

   축복할게. 내 사촌. 언제나 마법 같은 손길 지나기를. 수안.” - 380

 

북쪽보다 더 북쪽이고, 남쪽보다 더 남쪽인 곳,

  수탉 풍향계가 가리키는 그 곳에서 웃고 있는 수안과 둘녕에게 미소를 보냅니다.

  그럼, 이만 총총. - 스밀라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 역사와 추억이 깃든 우리 맛 체험기
손현철.홍경수.서용하 지음 / 부키 / 2012년 11월
평점 :
품절


 

흑산 홍어 맛은 찰지다고 표현한다. 이는 미각이 아니라 씹는 맛이다. 뼈가 오도독 씹히고 인절미를 먹는 것처럼 홍어 살이 입안에 미어터지는 듯한 느낌을 표현한 것이리라. 냉동시켰다가 해동한 칠레산 홍어에서는 홍어 살의 쫄깃함이나 풍부한 살점을 느끼기 어렵다. 반면 가까운 곳에서 잡아 생물인 채로 삭힌 흑산 홍어에는 쫄깃하고 눅진한 식감이 있다. 막 삶은 돼지고기도 쫄깃하고 김치 또한 충분히 묵었다. 연달아 나온 홍어찜. 맛의 습격이 이어진다. 위에 얹은 양념이 살아있는 듯 생생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어탕. 기관지를 뻥 뚫어줄 것 같은 시원함과 매콤함이 조화된 맛에 쌀밥을 더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음식마다 맛을 느끼는 신체기관이 다른 듯하다. 아이스크림은 혀끝으로 맛보고 맥주는 목 넘김으로 느끼며 소주는 식도와 위장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맛으로 먹는다. 홍어탕은 특이하게도 기관지로 먹는 음식이다. 홍어탕이 나오자마자 호흡기는 흡사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한 듯 벌렁거린다. 그리고 기관지를 답답하게 막는 노폐물이 모두 용해되는 느낌이 난다. 홍어탕에 흰 쌀밥을 떠 넣으면, 세상의 모든 고민과 답답함이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에 도달한다. 음식에도 환각작용이 있는 셈이다. 홍어탕의 맛은 이 세상의 맛이 아닌, 피안의 맛이라 정의해 본다.” - PD의 미식기행, 목포 중 <마음 뚫어주는 소울푸드, 홍어>의 한 대목 73

 

이렇게 음식에 대한 찰진 표현은 그 음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반드시 요하는 필요 요건이죠. 일단!!! 이 책은 입맛부터 먼저 다시고 펼쳐야 합니다. 정말 맛있는 호남의 음식들이 집결돼 있는 책인데요. 이 책을 쓴 세 명의 PD는 다큐멘터리 PD입니다.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을 꽤 많이 만들어낸 피디들인데요. 일테면, KBS 스페셜이라든지, 다큐멘터리 3, 낭독의 발견, 역사스페셜, 단박인터뷰, 차마고도 등등등,,, 우와~~~ 입 벌어지시죠?

다큐 PD 특유의 습성이랄까요? 현상에 감춰진 역사적 흐름을 파헤치는 호기심이 음식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집착으로 이어졌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참,, 먹는 걸 좋아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렇게 찰~지게 음식들을 표현하기란 정말 힘들거든요. 읽고 있는 내내 군침을 삼키게 만든 책이였는데요. 사실,,, 전라도 음식에 대한 로망은 다들 갖고 있죠?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한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 그 로망을 충족시켜주고도 남음이 있을 책입니다. 물론 푸짐한 음식도 음식이지만, 전라도 음식만의 매력과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역사와 추억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바로 [세 피디의 미식기행, 목포]입니다.

 

,,, 요즘 보면 저도 그렇지만 여행지가 결정되면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이 숙박, 그리고 다음 코스가 바로 맛집이 어디 있는지부터 둘러보게 되는데요. 시청각보다는 미각을 우위에 두고 여행 계획을 짜는 분들이 아마,, 요즘엔 더 많지 싶어요. 저자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맛 체험은 그 땅과 바다, 숲에서 나온 식재료들을 우리 몸에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옳소~~~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죠?

 

여행을 갔을 때, 그곳의 음식을 맛보지 않고 돌아왔을 때의 그 밀려드는 후회,,,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실 거예요. 사실,, 제가 대학교 4학년 개강하는 그 첫 주에 일본배낭여행을 친구들과 계획하고 45일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왔는데요. 학생이다 보니 금전적인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가장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식비를 줄이는 거잖아요. 그래서 친구가 싸온 소고기 넣은 고추장에 편의점에서 냉동밥을 하나 사서 비벼먹고, 햄버거를 친구와 반 나눠서 먹고,,, 결정적으로 여행지에서 맛볼 수 있는 일본음식들은 먹어보지 못했다는 것,,, 아직도 후회가 되는데요. 그래설까요? 제가 여행을 계획할 때,,, 맛집과 음식에 대해서는 아끼지 않고,, 좀 집착을 하는 편입니다. 이 책 역시 그런 점에서 아쭈~~~ 맘에 드는 미각중심주의 여행기였습니다.

 

,,, 그렇다면,,, 세 피디가 미행지로 왜 목포를 으뜸으로 꼽았을까요?

목포는 남도에서만 맛볼 수 개미(갯맛)’의 집산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개미는 남도 해안 개펄의 풍성한 영양을 듬뿍 먹고 자란 어패류, 천일염의 깊고 감기는 맛을 뜻하는데요. 목포에 이런 갯맛이 가득하다는 거죠. 그리고,,, 참기름,,, 중요한 참기름,,, 맛을 통합하는 기능을 하는 참기름,, (사실 제가 여기서 빵 터졌습니다. 전라도에서 태어난지라 어린 시절 요리의 전지전능하신 할머니와 고모들, 엄마의 그 진한 전라도 음식들,,, 그 음식들에 쓰인 참기름의 양을 알기 때문이죠. 타 지역에선 한 두 방울 넣는 참기름을 거짓말 조금 보태 콸콸 쏟아 붓는,,, 하하,, ,, 요즘도 저희 집은 참기름은 떨어뜨리지 않고,,, 몇 병씩 사 쟁여놓는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암튼,,, 참기름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에서 완전 공감과 함께 웃음 빵~~~), 삼합 같은 발효음식은 맛의 오케스트라로 그 진수란 사실,,, 그리고 1897년 개항한 이후 작은 어촌이던 목포는 주변 섬 지역과 내륙을 연결하는 중심지였고, 또 서울을 기준으로 아침 일찍 KTX 열차로 내려가서 12일 동안 다섯 끼의 색다른 음식을 맛보고 각 끼니 사이, 도보로 주변 볼거리를 구경하기에 목포만큼 완벽한 곳이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목포가 으뜸으로 꼽혔다는 거죠.

 

,,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소개돼 있을까요?

처음으로 소개된 음식재료는 민어입니다. 목포에는 민어의 거리가 있데요. PD는 민어를 목포의 대표 음식으로 꼽고 귀족 물고기라고 불렀는데요. 조선 시대 서남해안에서 흔히 잡혔던 민어가 일제강점기의 오랜 남획으로 어획량이 감소됐다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지 않는 약간의 숙성단계를 거치는 선어회의 대명사가 바로 민어입니다. 그리고 민어 한 상차림이 어떻게 꾸려지는지,,, 상세히 소개돼 있구요. 그리고 전라도 음식에서 홍어를 빼놓을 수 없겠죠? 홍어를 언제부터 삭혀먹기 시작했는지,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 이야기, 그리고 푹~ 삭힌 홍어 한 점을 맛보며 막힌 속을 뚫고, 홍어에 곁들인 탁주로 우리 마음을 싸목싸목(천천히) 삭힐 수 있는, 마음 뚫어주는 소울푸드 홍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목포, 전라도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콩물과 팥죽, 남도 하면 떠오르는, 밥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백반을 통해 한정식과 백반은 차이점을 얘기하고 있습니다.“한정식에선 밥보다는 밥 이전에 나오는 전채와 주요리에 해당하는 지역 특산물이 더 중요하다. 백반은 다르다. 식단의 이름이 벌써 흰밥이다. 그러니까 밥이 주요리고 나머지 반찬은 보조가 된다는 뜻”, 그리고 가족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조기와 갈치, 간장게장 등이 소개돼 있습니다. 군침 꿀꺽!!!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즐기는 음식은,, 그 역시도 행복한 역사의 장이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구요. 아마,, 이후에도 우리나라 도시들의 숨겨진 맛의 비밀을 세 피디가 함께 여행하며 시리즈로 묶어내지 않을까 싶은데요. 우리 맛의 속살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세 피디의 미식기행, 목포],, 군침 돌게 맛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여행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당!!!

 


댓글(0) 먼댓글(0) 좋아요(2)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