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기를 으깨며 노리코 3부작
다나베 세이코 지음, 김경인 옮김 / 북스토리 / 2012년 1월
평점 :
절판


서른셋 정도까지는 나도 연기력이 제법 뛰어났지만, 지금 이 나이가 되고 보니...... . 지금은 서른다섯, 황금의 서른다섯, 한창때인 서른다섯, 뭐든지 알고 있는-그렇다고 믿는- 서른다섯, 건강미 넘치고 터질 듯 속이 꽉 찬 서른다섯, 맛있는 것 좋은 것을 제일 잘 아는 서른다섯, 인생의 참맛, 여자로 태어나 행복했어, 행복했어, 행복했어! 라고 말할 수 있는 서른다섯, 남자의 참맛, 남자의 사랑스러움, 남자의 매력, 남자의 훌륭함, 남자에 대한 욕구를 너무나 잘 아는 서른다섯이다. 지금 나는. ...... 속이기 위한 연기력 같은 건 더 이상 발휘할 수 없게 되었다.” - 다나베 세이코 [딸기를 으깨며] 10

 

아주 달달할 것만 같았던 책의 시작은 노리코의 이혼 얘기로 시작한다. , 그렇다고 칙칙한 이혼 얘기가 아니라, 결혼이란 감옥에서 출소해 마주한 일상에, 정말, 아주, 대단히, 매우, 무지하게 행복감을 느끼고 있는 노리코의 붕~ 떠다니는 일상에 얘기가 주저리주저리 나열돼 있다. (,,, 이래서 결혼한 이들이 노처녀에게 모두 혼자살 수 있음 웬만하면 혼자 살라고 하나? 난 그 소리가 젤 듣기 싫던데,,, 자기들은 해보고 나는 하지 말란 거잖아. - -;;; , 어찌됐든,,,) <딸기를 으깨며>는 다나베 세이코의 전작인 <아주 사적인 시간>의 후속편 정도라 보면된다는데,,, 전작에서는 부유한 집안 고와 결혼생활이 담겨있다면 <딸기를 으깨며>는 누가 봐도 행복할 것 같은 그녀의 결혼생활이 3년으로 마감, 둘이 아닌 혼자를 선택하면서, 혼자만의 자유로운 서른다섯을 만끽하는 그녀만의 소소한 즐거움이 담겨있다. 자기 여자에 대한 소유욕이 강했던 고와의 결혼이란 감옥에서 탈출한 노리코는 자신 만의 공간에서, 자신의 생각을 표출하고, 친구들과의 자유로운 교류를 통해, 일러스트레이터로 혼자 사는 기쁨의 맛에 감미로움을 느끼며 살아간다.

 

사실,,, 갑부 집 마나님이었던 매력적인 여자가 돈과 남편의 울타리를 벗어나 자신의 일을 즐기며 혼자만의 즐거움을 만끽한다는 설정은,,, ,,, 부러울지언정, 다소 공감하긴 힘듦이 있다. 몇 년 집에서 남편의 굴레 속에서만 있던 여자가 사회생활, 그것도 프리랜서로 이렇게 활동하며 자유롭게 지내다니,,, 으깬 딸기에 우유를 듬뿍 부어 마시고, 혼자 사는 맨션에 친구들을 부르고, 이런저런 잡동사니를 방에 어질러놓고 치우지 않는 자유로운 생활을 만끽하기엔 현실은 너무나 버거운 일들이 많을 테니 말이다.

 

하지만 연애소설의 여왕 다나베 세이코가 이런 소소한 얘기로 이야기를 마무리 짓진 않았지? 이혼이라는 소재를 통해 행복한 인생에 대해 우리에게 질문을 던진다. 누구에게 보여 지는 삶이 아니라, 내가 원하는 삶을 살아가는 것이 진짜 행복이라는 걸 확인하게 됨과 동시에 노리코 역시 혼자 산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를 온몸으로 절실하게 느끼며 살아가지만 그녀의 절친인 독신 친구가 곁에 아무도 없이 혼자서 죽는 사건을 겪으며, 혼자 살고 있는 자신의 죽음도 틀림없이 그럴 것이라는데 생각이 미치게 된다. 그리고 주위를 둘러보며 전 남편인 고와 수다 친구인 테츠, 그리고 토무와 새로운 관계를 정립해 간다. (,,, 매력녀이다보니 주변엔 남자친구가 즐비하군. 역쉬 인생을 즐기고 있어~)

 

인생에서 가장 아름다운 것, 그것은 인생이다. 정말 인생이다. 그것을 자각할 필요가 있다. 인생은 여러 가지 일에 도움이 된다. 특히 살아 있다는 것을 실감하는 데 도움이 된다. 나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다시 태어나 있다. 단 하루도 같은 날이 없다. 만일 그렇지 않다면 나는 살아 있지 않을 것이고, 기계 같은 존재에 불과하다. 나의 하루하루는 나를 향해 불어오는 바람 같은 것이다.” 120

 

영화배우 브리지트 바르도를 숭배하는 노리코,,, 단 하루도 같은 날은 없는 인생, 원하는 대로 사랑하고, 반짝반짝 빛나는 서른다섯, 오늘도 그녀는 으깬 딸기에 차가운 우유를 부어 마시며 앙증맞은 딸기의 겉면보다는 딸기 속살과 우유와 과즙의 어우러진 참맛을 제대로 느끼며 살아가고 있을 그녀가,,, 참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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