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PD의 미식기행, 목포 - 역사와 추억이 깃든 우리 맛 체험기
손현철.홍경수.서용하 지음 / 부키 / 2012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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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산 홍어 맛은 찰지다고 표현한다. 이는 미각이 아니라 씹는 맛이다. 뼈가 오도독 씹히고 인절미를 먹는 것처럼 홍어 살이 입안에 미어터지는 듯한 느낌을 표현한 것이리라. 냉동시켰다가 해동한 칠레산 홍어에서는 홍어 살의 쫄깃함이나 풍부한 살점을 느끼기 어렵다. 반면 가까운 곳에서 잡아 생물인 채로 삭힌 흑산 홍어에는 쫄깃하고 눅진한 식감이 있다. 막 삶은 돼지고기도 쫄깃하고 김치 또한 충분히 묵었다. 연달아 나온 홍어찜. 맛의 습격이 이어진다. 위에 얹은 양념이 살아있는 듯 생생한 맛을 유지하고 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홍어탕. 기관지를 뻥 뚫어줄 것 같은 시원함과 매콤함이 조화된 맛에 쌀밥을 더하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음식마다 맛을 느끼는 신체기관이 다른 듯하다. 아이스크림은 혀끝으로 맛보고 맥주는 목 넘김으로 느끼며 소주는 식도와 위장을 짜릿하게 자극하는 맛으로 먹는다. 홍어탕은 특이하게도 기관지로 먹는 음식이다. 홍어탕이 나오자마자 호흡기는 흡사 기관지 확장제를 흡입한 듯 벌렁거린다. 그리고 기관지를 답답하게 막는 노폐물이 모두 용해되는 느낌이 난다. 홍어탕에 흰 쌀밥을 떠 넣으면, 세상의 모든 고민과 답답함이 사라지고, 새로운 세상에 도달한다. 음식에도 환각작용이 있는 셈이다. 홍어탕의 맛은 이 세상의 맛이 아닌, 피안의 맛이라 정의해 본다.” - PD의 미식기행, 목포 중 <마음 뚫어주는 소울푸드, 홍어>의 한 대목 73

 

이렇게 음식에 대한 찰진 표현은 그 음식에 대한 무한한 사랑을 반드시 요하는 필요 요건이죠. 일단!!! 이 책은 입맛부터 먼저 다시고 펼쳐야 합니다. 정말 맛있는 호남의 음식들이 집결돼 있는 책인데요. 이 책을 쓴 세 명의 PD는 다큐멘터리 PD입니다. 굵직굵직한 프로그램을 꽤 많이 만들어낸 피디들인데요. 일테면, KBS 스페셜이라든지, 다큐멘터리 3, 낭독의 발견, 역사스페셜, 단박인터뷰, 차마고도 등등등,,, 우와~~~ 입 벌어지시죠?

다큐 PD 특유의 습성이랄까요? 현상에 감춰진 역사적 흐름을 파헤치는 호기심이 음식에 대한 무한한 애정과 집착으로 이어졌다고나 할까요? 그리고 참,, 먹는 걸 좋아하는구나,,, 싶은 생각이 들게 됩니다. 이렇게 찰~지게 음식들을 표현하기란 정말 힘들거든요. 읽고 있는 내내 군침을 삼키게 만든 책이였는데요. 사실,,, 전라도 음식에 대한 로망은 다들 갖고 있죠? 상다리가 부러질 것 같은 한 상을 받을 수 있을 거란,,, 생각,,, 그 로망을 충족시켜주고도 남음이 있을 책입니다. 물론 푸짐한 음식도 음식이지만, 전라도 음식만의 매력과 향취를 느낄 수 있는, 그리고 그 속에 숨어있는 역사와 추억을 만날 수 있는 책이 바로 [세 피디의 미식기행, 목포]입니다.

 

,,, 요즘 보면 저도 그렇지만 여행지가 결정되면 가장 먼저 알아보는 것이 숙박, 그리고 다음 코스가 바로 맛집이 어디 있는지부터 둘러보게 되는데요. 시청각보다는 미각을 우위에 두고 여행 계획을 짜는 분들이 아마,, 요즘엔 더 많지 싶어요. 저자는 이렇게 얘기하고 있습니다. 여행지에서의 맛 체험은 그 땅과 바다, 숲에서 나온 식재료들을 우리 몸에 받아들이는 가장 중요한 단계이다.”옳소~~~ 다들 그렇게 생각하시죠?

 

여행을 갔을 때, 그곳의 음식을 맛보지 않고 돌아왔을 때의 그 밀려드는 후회,,, 겪어보지 않은 분들은 모르실 거예요. 사실,, 제가 대학교 4학년 개강하는 그 첫 주에 일본배낭여행을 친구들과 계획하고 45일 오사카와 교토를 다녀왔는데요. 학생이다 보니 금전적인 여유가 별로 없었어요. 가장 경비를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식비를 줄이는 거잖아요. 그래서 친구가 싸온 소고기 넣은 고추장에 편의점에서 냉동밥을 하나 사서 비벼먹고, 햄버거를 친구와 반 나눠서 먹고,,, 결정적으로 여행지에서 맛볼 수 있는 일본음식들은 먹어보지 못했다는 것,,, 아직도 후회가 되는데요. 그래설까요? 제가 여행을 계획할 때,,, 맛집과 음식에 대해서는 아끼지 않고,, 좀 집착을 하는 편입니다. 이 책 역시 그런 점에서 아쭈~~~ 맘에 드는 미각중심주의 여행기였습니다.

 

,,, 그렇다면,,, 세 피디가 미행지로 왜 목포를 으뜸으로 꼽았을까요?

목포는 남도에서만 맛볼 수 개미(갯맛)’의 집산지이기 때문이라고 말하고 있습니다.‘개미는 남도 해안 개펄의 풍성한 영양을 듬뿍 먹고 자란 어패류, 천일염의 깊고 감기는 맛을 뜻하는데요. 목포에 이런 갯맛이 가득하다는 거죠. 그리고,,, 참기름,,, 중요한 참기름,,, 맛을 통합하는 기능을 하는 참기름,, (사실 제가 여기서 빵 터졌습니다. 전라도에서 태어난지라 어린 시절 요리의 전지전능하신 할머니와 고모들, 엄마의 그 진한 전라도 음식들,,, 그 음식들에 쓰인 참기름의 양을 알기 때문이죠. 타 지역에선 한 두 방울 넣는 참기름을 거짓말 조금 보태 콸콸 쏟아 붓는,,, 하하,, ,, 요즘도 저희 집은 참기름은 떨어뜨리지 않고,,, 몇 병씩 사 쟁여놓는 수준이라고나 할까요? 암튼,,, 참기름의 중요성에 대한 얘기에서 완전 공감과 함께 웃음 빵~~~), 삼합 같은 발효음식은 맛의 오케스트라로 그 진수란 사실,,, 그리고 1897년 개항한 이후 작은 어촌이던 목포는 주변 섬 지역과 내륙을 연결하는 중심지였고, 또 서울을 기준으로 아침 일찍 KTX 열차로 내려가서 12일 동안 다섯 끼의 색다른 음식을 맛보고 각 끼니 사이, 도보로 주변 볼거리를 구경하기에 목포만큼 완벽한 곳이 없었다는 거죠. 그래서 목포가 으뜸으로 꼽혔다는 거죠.

 

,, 그렇다면,, 어떤 음식이 소개돼 있을까요?

처음으로 소개된 음식재료는 민어입니다. 목포에는 민어의 거리가 있데요. PD는 민어를 목포의 대표 음식으로 꼽고 귀족 물고기라고 불렀는데요. 조선 시대 서남해안에서 흔히 잡혔던 민어가 일제강점기의 오랜 남획으로 어획량이 감소됐다는데요. 우리나라 사람들이 즐겨먹지 않는 약간의 숙성단계를 거치는 선어회의 대명사가 바로 민어입니다. 그리고 민어 한 상차림이 어떻게 꾸려지는지,,, 상세히 소개돼 있구요. 그리고 전라도 음식에서 홍어를 빼놓을 수 없겠죠? 홍어를 언제부터 삭혀먹기 시작했는지, 홍어장수 문순득의 표류 이야기, 그리고 푹~ 삭힌 홍어 한 점을 맛보며 막힌 속을 뚫고, 홍어에 곁들인 탁주로 우리 마음을 싸목싸목(천천히) 삭힐 수 있는, 마음 뚫어주는 소울푸드 홍어를 소개하고 있습니다. 이어서 목포, 전라도에 가면 많이 볼 수 있는 콩물과 팥죽, 남도 하면 떠오르는, 밥의 중요성을 알려주는 백반을 통해 한정식과 백반은 차이점을 얘기하고 있습니다.“한정식에선 밥보다는 밥 이전에 나오는 전채와 주요리에 해당하는 지역 특산물이 더 중요하다. 백반은 다르다. 식단의 이름이 벌써 흰밥이다. 그러니까 밥이 주요리고 나머지 반찬은 보조가 된다는 뜻”, 그리고 가족의 추억을 떠올리게 하는 조기와 갈치, 간장게장 등이 소개돼 있습니다. 군침 꿀꺽!!!

 

같은 음식이라도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함께 즐기는 음식은,, 그 역시도 행복한 역사의 장이 될 수 있단 생각이 들었구요. 아마,, 이후에도 우리나라 도시들의 숨겨진 맛의 비밀을 세 피디가 함께 여행하며 시리즈로 묶어내지 않을까 싶은데요. 우리 맛의 속살을 제대로 느껴볼 수 있는 [세 피디의 미식기행, 목포],, 군침 돌게 맛보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 여행지,, 벌써부터 기대됩니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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