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이사르의 여자들 1 - 4부 마스터스 오브 로마 4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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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스 오브 로마가 출간된다는 소식에 부랴부랴 HBO에서 제작한 드라마 로마Rome를 봤었다. 인상적인 장면들 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것은 아티아와 세르빌리아의 싸움으로, 린지 던칸이라는 명배우 덕분이기도 하다. 그리고 카이사르의 여자들을 읽으면서야 깨달았다. 그 세르빌리아가 이 세르빌리아였다니?! 세르빌리아 카이피오니스, 잔혹한 파트리키, 리비아 드루사의 딸, 드루수스를 죽음으로 몰아넣었던 그 무서운 아이...! 드라마에 출연한 배우가 연기하는 인물보다 나이가 많긴 하지만 얼른 알아차리지 못했던 것은 내 마음 속 세르빌리아에 비해 린지 던칸이 너무 우아했던 탓이렸다.

율리우스 카이사르의 여덟 살 난 어린 딸 율리아도 음험하다 여기는 세르빌리아는 여전히 어머니를 용서하지 못하였다. 촌놈에 노예 혈통인 카토와 혼인한 것도 그렇지만 빨강머리 뻐꾸기들을 카이피오 집안에 몰아넣었기 때문이다. 세르빌리아의 생각에 조부가 목숨바쳐 지켰던 톨로사의 황금은 (그녀의 친동생으로 여겨지나 실은 이부동생인) 세르빌리우스 카이피오가 아닌 그녀의 아들 마르쿠스 유니우스 브루투스에게 상속되어야 하는 것이다. 첫 남편을 사별한 뒤 실라누스를 남편으로 맞이하였지만 그녀 인생의 유일한 아들은 브루투스가 유일할 것이다. 세르빌리아는 아들의 청에 따라 율리아 카이사르에 약혼을 제의한다.

일곱살이나 어리고 지참금이 부족할 것이나 고귀한 혈통을 가진 율리아 카이사르. 세르빌리아는 예비 사돈 카이사르와 정을 통한다. 역시 고대로마는 언모럴하다... 뒤에 보면 클로디우스와 관련한 키케로의 명언도 등장한다. 근친상간은 온 가족이 즐길 수 있는 놀이입니다 였던가. 아무튼 세르빌리아와 카이사르는 지성이 감성을 압도하는 인물들로 주도권 싸움이 팽팽하달까. 물론 고대로마 파트리키 사회에서 남성과 여성의 위치는 비교불가이지만 세르빌리아는 그 세르빌리아다. 그녀는 이 관계에서의 득과 실을 정확히 알고 있으며 임신 후 출산하는 과정에서도 용의주도함을 보인다. 아내를 깊이 사랑하는 실라누스에게도 연민을 비추지 않는...

어찌 되었든 이 스캔들은 카이사르의 재혼을 앞당겨 술라의 손녀인 폼페이아가 그 주인공이 된다. 폼페이아의 무식함과 수동성은 카이사르를 밖으로 나돌게 하는 핑곗거리가 되고 예비사돈의 관계 역시 계속 이어진다. 이제 막 서른 둘이 된 율리우스 카이사르는 아피우스 가도의 관리인이 되는데, 고대 로마 도로 사정이 언제나 그렇듯이 유지와 보수에 막대한 비용이 들고 때문에 카이사르의 재정에도 적신호가 켜진다. 혈통과 아름다운 외모, 타고난 카리스마와 배우적인 매력...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코르넬리우스 술라의 장점들을 모아놓은 듯한 그는 페이지가 넘어갈 때 마다 완벽함을 더해간다. 그의 남성마저도 소문이 자자하니... 그에게 부족한 것은 오직 머리숱...

위대한 폼페이우스는 로마를 흔드는 해적을 소탕하기 위한 법 제정을 위해 피호민들을 선거에 내보낸다. 극렬히 반대하는 원로원의 보니파도 카이사르의 아테네식 연설 앞에 숨죽인다. 그의 경험이 묻어난 포로 탈출기가 얼마나 흡입력 있는지. 시민관을 쓴 그의 발언을 막을 자 누가 있겠는가. 2년 전부터 준비한 폼페이우스의 꼼꼼한 청소 계획은 세찬 비질로 해적들을 밀어버렸다. 여기에 합류하는 것이 푸블리우스 클로디우스. 매형 루쿨루스의 몰락에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고 또 다른 매형 렉스에게도 잔잔한 재앙을 몰고 왔던 응석받이 징징이이다. 매컬로 여사는 역시 맺고 끊기가 절묘하다. 긴장감이 떨어질 무렵에 미친 캐릭터를 등장시키니...

클로디우스가 베스타 신녀 소송에서부터 복수할 사람 목록을 만드는 모습에서는 얼불노 왕좌의 게임에서의 아야 스타크를 떠올렸다. 그에 비하면 아야는 약과다. 아무튼 그가 아라비아인들에게 당한 복수는 인간적으론 안타까웠지만 인과응보이지 않나 하고... 돌아온 집에선 원로원에 들어간 큰형이 반기고 그 위로의 끝은 자본과 명분을 갖춘 그라쿠스의 손녀 풀비아의 청혼이라니 인생 정말 알 수 없다. 로마에 파란을 몰고 올 가장 무서운 칼이자 방패의 결합에서 그들의 미래를 기대하게 된다. 4부는 카이사르의 여자들- 어머니 아우릴리아, 딸 율리아, 정부 세르빌리아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2, 3부에서 다소 늘어졌던 분위기는 4부의 매력적인 캐릭터들의 치정 앞에 긴장을 더한다. 이 시리즈에 대단하다, 재미있다는 표현 외 무엇이 더 필요한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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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발머리 2016-12-08 07:5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정말 부족한 것이 머리숱뿐이라면 저도 마구마구~~~ 이 멋진 남자 카이사르의 매력에 빠져 보고 싶네요.
이 분이 어찌 생각할지는 모르겠지만요 ㅎㅎ
좋은 글 잘 읽고 갑니다, 에이바님^^

에이바 2016-12-08 10:53   좋아요 0 | URL
소설 속에서 재탄생했고, 그 연속적인 시공간에서 이해하니 매력있어요. 카리스마도 타고 났고 교활하지만 티도 안 나고 여러 모로요. 근데 제 남자 하긴 싫구욬ㅋㅋㅋ 그리고 여러 모로 세르빌리아에 감탄하게 돼요. 결국 톨로사의 황금은 브루투스의 것이 되는데 그 과정이 아주 비정해요. 역시 세르빌리아는 떡잎 때부터 대단한 아이였다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