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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전쟁 ㅣ 샘터 외국소설선 1
존 스칼지 지음, 이수현 옮김 / 샘터사 / 2009년 1월
평점 :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 시리즈 신간이 출간되었길래 예전에 써 두었던 리뷰를 찾았다. 시리즈 첫 권이자, 세계관을 설명하는 아주 흥미로운 작품이다. 주인공 존 페리는 75세 생일에 우주개척방위군(CDF)에 입대한다. 75세가 되어야 입대할 수 있는 것만 알려진 군대. 복무기간은 2년이며 10년까지 연장될 수 있다. 노인들을 데려다 어떤 일을 하는지 알 수 없는 이유는, 지구로 다시 돌아올 수 없다는 계약을 맺고 72시간 이내에 원래의 몸은 사망한 것으로 처리되기 때문이다. 존과 패거리를 결성한 노인 신병들은 어떻게 ‘젊음’을 되찾는 것인가에 대한 추측을 한다. 그리고 자신들이 군대에 DNA를 제공했음을 깨닫는다.
4번째 챕터에 이르러서야 이 노인들이 어떻게 군인이 될 수 있는지가 밝혀진다. 바로 ‘신체 개량’을 통해서다. 늙은 몸은 벗어버리고, 정신을 새로운 몸으로 옮기는 것이다. 50년의 시간을 뛰어 넘은, 25세 때 자신의 모습으로 말이다. 피부색이 초록색이라는 것만 빼면 인간의 모습과 거의 흡사하다. 의식의 전이가 이루어지고 새로운 몸을 얻은, 75세의 늙은 육체에 갇혀 있던 25세의 젊은이들은 광란의 축제(예상할 수 있는 바로 그것)를 벌인다. 자유로웠던 1주일 후, 존의 패거리들은 뿔뿔이 흩어져 배치되고 2부부터는 신병훈련을 거쳐 개척군으로서 참전한다.
우주개척방위군이 활동해 온 200여년 동안의 통계 수치에 따르면, 참전한 지 10년이 지나면 천 여명의 신병 중 25%만이 살아남는다. 전투 방식과 전투 지역이 그 정도로 극악하므로 이 군대는 산전수전을 다 겪어 더 이상 놀랄 것이 없는 사람들이 필요하다. 어떤 이들? 빨리 적응하고 대처할 사람들, 즉 노인들 말이다. 신체는 얼마든지 개조할 수 있지만 정신은 개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임무를 수행하던 중, 존은 아내 캐시와 닮은 사람을 본다. 캐시는 75세 이전에 죽었기 때문에 CDF에 입대할 수 없다. 알고 보니 그녀는 ‘유령 여단’이라는 특수 부대의 장교라 한다. 그녀는 과연 누구일까?
‘장기 기증’을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들에서, 기증자의 배우자가 수혜자와 사랑에 빠지는 작품들이 있다. 그런 설정이 아주 드물지는 않으나 이 소설이 다른 점은, 배우자의 일부를 지닌 이가 아니라 DNA가 아예 똑같은 존재이기 때문이다. 의식 전이를 비롯한, 이 소설에 등장하는 과학은 설명에 불과하기 때문에 단순한 명제가 도출된다. 동일한 신체에 깃든 영혼은 그 몸의 원 소유자 즉 제공자와 같은 영혼이라 할 수 있는가? 그리고 개량된 신체에 깃든 인간의 영혼은 여전히 같은 인간이라 할 수 있을까?
캐시의 신체를 얻은 제인은, 존을 통해 자신의 원류인 캐시가 어떤 이였는지를 배우고 또 교감한다. 제인은 이미 자아가 뚜렷한 존재이며, 살인 병기로 기능하기 위해 신체를 제한 없이 개조당했고(원 소유자가 죽었으니 새로운 신체는 CDF의 소유이다) 따라서 존보다 훨씬 뛰어난 무공을 자랑한다. 그러나 자신이 ‘진짜내기’가 아니라는 생각은 늘 가슴 언저리에 어떤 공허함을 남겼던 것이다. 서로 교감을 나누던 존과 캐시는 참전 후 헤어지게 되지만 재회를 암시하며 소설은 끝난다.
존 스칼지의 『노인의 전쟁』은 『유령여단』, 『마지막 행성』, 외전 『조이 이야기』로 같은 세계관이 이어진다. 그리고 이후 출간된 『휴먼 디비전』과 그에 이어지는 『모든 것의 종말』까지, ‘인간다움’이 무엇인지 생각하고, 잃지 않으려 한다. 개척지의 원주민들과 벌이는 싸움은 인류를 위한 것이나, 제국주의적 사고의 발로인 동시에 생존 의지이며 다분히 정치적이다. 이러한 철학적 문제와 함께, 전투 묘사가 탁월해 즐거이 읽었다. SF물에 거부감이 있거나 지루하게 여겼던 분들께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