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노버에서 온 음악 편지 - 피아니스트 손열음의 클래식 이야기
손열음 (Yeoleum Son) 지음 / 중앙books(중앙북스)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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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열음. 이름은 들어 봤지만 얼굴은 모르던 젊은 피아니스트의 매력을 느낀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음악이 아니라 그이가 쓴 글 덕분이었다. 책을 펴자마자 쏟아지는 추천의 글 때문에 책장을 도로 덮을까도 했다. 본편을 시작하기도 전에 광고로 힘을 다 빼는 느낌. 왜 여러 사람의 추천사를 이렇게 한꺼번에 싣나 의문이 들었다. 혹 내용의 빈약함을 이런 식으로 무마한 것일까? 그런 의심은 책장을 넘기면서 사라진다. 진솔하고 매력적인 글을 읽으며 인간 손열음을 좀 더 알고 싶어졌다.

클래식 관련 책을 보면 음악가의 삶에 대한 가십 혹은 조금 이해하기 어려운 분석으로 빠지거나 한다. 간혹 어떤 글에서는 ‘연주자’로서 겪는 고민도 엿볼 수 있지만- 손열음처럼 전공지식으로 무장하고서도 이렇게도 쉽고 편안한 글은 아직 보지 못했다. 어떻게 이런 글을 쓰지, 하고 감탄하다 깨달았다. 손열음은 사람이다. 연주를 들려주는 기계적인 피아니스트가 아니라, 좋은 해석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 음악에 대한 깊은 애정을 숨길 수 없는 사람 말이다.

그거야 다른 연주자도 마찬가지겠지만 그이가 더 특별하게 느껴진 것은 글에서 우러나오는 교양 때문이었다. 많이 읽고, 많이 생각하고, 많이 써 본 사람의 글. 클래식 음악은 서양 문화의 총체이니만큼 악기 연습 외에도 익혀야 할 ‘문화’가 상당하다. 글로벌 시대라지만 동양에서 자란 이가 서양 문화를 흡수해 그 토양에서 자란 이들과 경쟁하는 것은 쉽지 않다. 그래서인지 해외 리뷰에서 아시아 연주자들을 손가락만 잘 돌리는, 테크닉에 치중하고 깊이는 없다는 지적을 하던데 어떻게 보면 일리 있는 말인 것 같기도 열등감이냐 싶기도 하고 그렇다.

1장은 피아노와 음악에 대한 이야기들인데 정말 좋다. 피아니스트들은 수학적 머리가 뛰어나고, 피아노를 치려면 체력적으로 받쳐주어야 하고 하는 이야기들이 속속 떠오른다. 손가락의 두께나 연주자의 체중이 음색을 달리할 수 있다는 것, 페달 사용을 통해 연주자의 취향과 실력을 알 수 있다는 것. 알던 이야기들도 손열음의 글에서 확인하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되는 즐거움이 크다. 진지하게 애정을 드러내면서도 무겁지 않게, 읽는 이를 납득하게 하는 설득력. 글을 참 잘 쓴다. 2장은 작곡가들, 3장은 이 시대 음악가들, 3장은 손열음의 취향 그리고 이어지는 글들은 삶에 대한 이야기들이다. 

손열음은 천재일까? 한예종 전 총장의 호들갑스러운 칭찬이나 모 기업 전 회장의 아낌없는 후원을 보면, 그리고 그이의 우수한 콩쿠르 성적을 보면 그런 것 같다. 한예종의 지원 아래 ‘한국에서’ 공부하고 ‘세계에서’ 통했다는 음악계의 자부심은 인정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한편으론 외국에서 공부한 교수에게 수학하고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대체로) 유학을 가는데- 콩쿠르에 통한다는 시스템적 자부심은 무슨 소용인가 싶기도 하지만…. 오늘도 깊이 있는 해석, 혼을 담은 연주를 위해 영혼을 제련할 그녀를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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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aru 2016-10-07 13:24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으아!! 읽고 싶네요~~!! ^^

에이바 2016-10-07 15:45   좋아요 0 | URL
이 책은 1장이 참 좋아요. 손열음이 글을 참 잘 쓰더라고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