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프 버클리가 낭송하는 울랄룸.



〈울랄룸Ulalume〉(1847) -  아티초크 공진호 해설: 연인이 죽고 1년이 되었을 때의 갈망을 그린다. 사랑하는 아내 버지니아가 죽은 해에 발표되었다. 비극적으로 젊은 나이에 죽은 아름다운 여인을 상실한 슬픔을 그리는 시 중 하나다.



에드거 앨런 포의 시, 〈울랄룸〉은 아내 버지니아의 죽음에서 비롯된 슬픔을 노래한다. 시월의 쓸쓸한 밤, 화자는 위어 지역의 오베르 호수에서 영혼(사이키, 여기서는 프시케로 지칭, 여성으로 그려짐)과 대화한다. 활화산 같은 가슴을 안고, 지금이 어느 때이고 어디를 돌아다니는지조차 모른 채로. 어둠이 이지러지고 길에 드리운 광채, 그것은 아슈타르테(비너스)의 초승달에서 비롯한 것이다. 화자는 여신이 자신을 구하러 왔다고 생각하지만 프시케는 이 별을 악귀라며 믿지 않는다. 프시케를 달래며 도착한 무덤가. 그는 깨닫는다. 죽은 연인의 무덤 주위를 거닐었음을.

 

포의 시에서 찾아볼 수 있는 ‘죽음’의 이미지가 여기서도 확인된다. 울랄룸은 죽은 연인의 이름이다. 사랑을 상실하고 깊은 슬픔에 빠진 화자는, 연인이 죽은 지 1년이 되는 날 그 무덤가를 무의식중 배회했던 것이다. 프시케Psyche는 영혼이라는 뜻이지만,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여신이기도 하다. 아슈타르테(비너스, 아프로디테)를 믿지 말라고 하는 그녀가 애달프게 느껴진다.




"그것은 인정 있고 자비로운 악귀였을까? -

우리가 가는 길을 막고 이 숲의 비밀을 알지 못하게 한 것은,

이 숲 속에 감추어진 것을 알지 못하게 한 것은,

초승달 영혼의 림보에서 행성의 망령을 불러낸 것은,

행성의 영혼들이 거하는 지옥에서

이 사악하게 반짝이는 행성을 불러낸 것은,

아아 그것은 숲의 악귀들이었을까?"

 

〈울랄룸〉의 마지막 행, 《꿈속의 꿈》 78쪽



 


-보통 프시케 주변에 그려진 나비는 ‘긴 잠에서 깨어난’ 프시케를 상징한다.


프시케 신화

 

빼어난 아름다움 탓에 사랑과 미의 여신 아프로디테(비너스)의 미움을 산 프시케. 여신은 아들 에로스에게 그녀를 저주하는 화살을 쏠 것을 명하지만, 에로스는 실수로 화살을 빗맞아 프시케를 사랑하게 된다. 사랑을 알게 된 에로스는 소년에서 청년이 되고, 신들도 두려워하는 괴물(에로스의 화살은 누구도 피할 수 없다) 남편이 되리라는 신탁으로 프시케는 버려진다. 서풍인 제피로스가 그녀를 호화로운 궁전에 데려다주고, 보이지 않는 하인들이 시중을 든다. 밤에 찾아오는 남편은 다정하지만 절대로 얼굴을 봐서는 안 된다고 다짐한다.

 

그러나 동생을 질투한 언니들의 꾐으로 결국 프시케는 칼을 들고 등불을 켜 남편의 얼굴을 본다. 금기가 깨지자 에로스는 날아가 버리고, 잘못을 후회하며 남편을 찾던 프시케는 데메테르 여신의 도움으로 아프로디테가 주는 과업을 받는다. 에로스를 두려워 한 신들의 도움으로 무사히 과업들을 완수하고 저승에까지 다녀온 프시케. 마지막 임무는 아름다움을 받아오는 것이었는데, 남편을 만나기 전 까칠해진 외모를 걱정한(그 고생을 했으니...) 프시케는 상자를 열게 되고, 영원한 잠에 빠진다. 결국 에로스가 그녀를 구하고 아프로디테의 인정을 받아 결혼, 이후 여신이 된다.


 

 

〈울랄룸〉이 언급되는 작품들 (참고: 위키피디아)

 

-F. 스콧 피츠제럴드의 데뷔작인 《낙원의 이쪽》의 주인공 에머리 블레인이 〈울랄룸〉을 좋아하고 낭송하는 장면이 나온다.

-H. P. 러브크래프트의 《광기의 산맥》에 등장하는 인물이 이 시를 언급한다. 산을 보며 포가 쓴 시의 이미지의 원천이 되었을 거라며 몇 자를 왼다. 러브크래프트의 초기시인 《네메시스》는 포의 〈울랄룸〉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

-로저 젤라즈니의 1993년 소설, 리처드 레이먼의 2001년 소설 《고독한 시월의 밤》은 모두 〈울랄룸〉의 시구를 딴 것이다.

-스탠리 큐브릭의 《롤리타》에서 험버트 험버트가 롤리타에게 이 시의 일부를 들려준다.

  


추가) 아슈타르테


〈울랄룸〉과 〈율랄리〉에 등장하는 아슈타르테. 시를 해석할 때 〈율랄리〉에서는 여신의 긍정적인 면이 극대화된다고 보면 될 듯 하다. 그러나 〈울랄룸〉에서 아슈테르테는 신화와 맞물려 알쏭달쏭하게 여겨진다. 화자와 그의 영혼(프시케)도 그 정체에 의아해 한다.


아슈타르테는 원래 수메르 여신이다. (최초의 문명, 고도로 발달된 문명인 수메르의 신화는 다른 신화들의 원형으로 일컬어진다.) 이난나, 이슈타르, 아스타로트, 밀랏타, 아프로디테, 비너스 모두 이 여신을 가리킨다. 수메르인들은 신들이 성행위를 자주 해야 비가 많이 내려 풍년이 든다고 생각했다. 비의 신과 창조의 신의 결합 중 여신이 흘리는 땀이 비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난나 신전에서는 성적행위가 종교 의식, 제례로 여겨졌다. 출산과 풍작을 기원하던 신앙이 신화를 업고 종교가 된 것이다. 제례의식 중 왕이 이난나를 상징하는 왕후나 여사제와 관계한 것도 풍작을 위해서였다.


헤로도토스에 따르면, 이 지역의 여성들은 일생에 한 번 여신에게 봉사를 해야했다. 신전 앞뜰에 앉아 있다가 '밀랏타 여신의 이름으로'라 외치고 은화를 던진 남자와 관계해야 했다. 돈의 액수는 중요치 않았으며 남녀가 관계한 뒤 이 돈을 신전에 바쳐야 여신에 대한 봉사를 다한 것이다. 이는 신에 대한 헌신이어서 사회적으로 찬양되었다. 신전 매춘, 속세와 종교의 만남으로 인간들은 문란해졌다. 유대인들이 식겁하고 가나안 땅으로 간 것(아브라함이 우르 출신) 그리고 성경 속 수메르 문화(바빌론 문화)가 사특한 것으로 여겨지는 데에는 이러한 이유가 있다.


문명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음에 따라 아슈타르테는 아프로디테를 거쳐 비너스(베누스)가 되었다. 신화 속에서 이난나는 사랑과 출산, 풍작 그리고 전쟁의 신이다. 대체로 질투가 많았던 그녀의 행동은 예측이 불가했으며, 갈가메쉬 서사시에서도 이런 모습으로 등장하고 있다. (참고: 《세 종교 이야기》(홍익희, 2014) )




댓글(5) 먼댓글(0) 좋아요(1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cyrus 2016-09-07 17:19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코너스톤 출판사의 <포 전집> 에 수록된 소설에 ‘아슈타르테’가 언급된 문장이 있는 걸 봤는데 소설 제목이 뭔지 기억이 나지 않아요. 생소한 단어라서 따로 메모한 줄 알았는데, 암만 찾아봐도 기록한 내용이 없어요. 다시 한 번 찾아봐야겠어요. ㅠㅠ

에이바 2016-09-07 20:16   좋아요 0 | URL
혹시 찾으시면 저도 알려주세요ㅋㅋㅋ 코너스톤 전집 별로라고 하던데 전자책은 행사도 하고 해서... 언젠가 보긴 해야할 것 같아요.

cyrus 2016-09-08 08:34   좋아요 0 | URL
가독성이 《우울과 몽상》보다 좋은데요, 코너스톤 전집에도 사소한 오역이 많아요.

에이바 2016-09-08 23:44   좋아요 0 | URL
네, 아무래도 전집이라는데 의의를 더 두어야겠죠...

cyrus 2016-09-14 00:05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즐거운 추석 연휴 보내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