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포르투나의 선택 1 - 3부 ㅣ 마스터스 오브 로마 3
콜린 매컬로 지음, 강선재 외 옮김 / 교유서가 / 2016년 6월
평점 :
〈마스터스 오브 로마〉 3부, 《포르투나의 선택》은 젊은 폼페이우스를 깨우는 등불로부터 시작된다. 촌놈, 사팔뜨기 도살자 스트라보의 아들인 젊은 폼페이우스는 다소 경박하지만 순수한 열망을 지닌 인물이다. 스스로를 위대한 마그누스라고 부르는 그는 전작에서 아버지를 가슴 깊이 존경하지만 부족한 지략을 가진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러나 키케로에게 보여준 의리(안타깝게도 3부 1권에서 키케로는 이름으로만 등장한다)를 통해 다가올 활약을 예상할 수 있었다. ‘로마의 일인자’가 시작되는 기원전 110년 기준, 가이우스 마리우스와 아버지 율리우스 카이사르를 1세대로 한다면 3부는 2세대가 장년층을 이루며 3세대들을 본격적으로 등장시킨다.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는 깊은 병을 얻어 예전 같지 않다. 고통을 잊기 위해 마신 포도주는 그를 주정뱅이로, 참지 못해 긁은 피부는 얼룩덜룩하며 자제하지 못해 찌운 살이 병마로 인해 내리면서 급격하게 늙어버렸다. 가지런한 치아는 물론이고 탐스럽던 머리칼은 모두 어디로 가버렸는가! 콜린 매컬로가 그린 장년의 술라는 예전의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없는 늙은이 그 자체다. 그럼에도 그가 지닌 특유의 야수성을 담은 눈빛은 여전하다. 집정관 카르보를 비롯하여 로마에 남은 이들은 그의 귀환을 두려워하며, 라티움의 삼니움 족을 비롯하여 여러 세력들이 그를 저지하기 위해 뭉친다. 젊은 폼페이우스는 아버지의 피호민들, 퇴역군인들을 모아 술라 세력에 가담한다.
술라의 사위 마메르쿠스, 새끼 똥돼지 메텔루스 피우스, 루쿨루스 등은 여전히 그에게 충성을 바치고 있다. 젊은 폼페이우스는 치기어림을 감추지 못하지만 그렇기에 더더욱 술라의 흥미를 끈다. 술라와 함께 게르만족 행세를 했던 세르토리우스. 그는 마리우스를 배신한 술라를 용서하지 않았으나 그의 능력을 알고 있기에 무능한 지휘관을 등진다. 로마에서는 마리우스를 사랑하고 기억하는 이들을 동원하여 마리우스 2세를 집정관으로 선출한다. 아우렐리아는 그를 말리며 술라를 꿰뚫어보는 이야기를 들려준다. 이 모든 것은 술라에게 있어 하나의 연극이니, 네가 집정관이 된다면 하나의 징조가 되고 그로 인해 술라가 만들어낼 비극에서 벗어나지 못하리라.
어리석은 마리우스 2세는 자신의 능력을 적시하지 못하고 로마에 남은 의원들은 물론 자신도 죽게 만든다. 이는 술라에 반대하는 세력의 몰락을 가져왔다.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 고귀하게 태어났으나 고귀함을 유지할 그 무엇도 소유하지 못했던 그는 58년만에 로마의 주인이 되었다. 값싼 가발, 초라한 발걸음. 홀로 걷는 술라를 조롱했던 로마는 곧 그가 가진 권력, 로마의 독재관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된다. 술라가 통치하는 것은 두려움이었다. 아름다웠던 도시, 숙녀 로마를 이 꼴로 만든 이들을 용서치 않겠다. 술라에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 젊은 폼페이우스는 말한다. ‘존엄’. 코르넬리우스 일족으로서, 파트리키로서 술라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 말이다.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예언을 저지하기 위해, 신관의 아펙스로 묶어버린 운명의 아이 카이사르. 수부라와 에스퀼리누스의 사랑을 한 몸에 받는 매혹적인 아이. 마리우스의 족쇄 부르군두스를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으며, 유피테르 대신관이지만 동시에 데쿠미우스의 아들이 될 수 있는 그 인물을 자유롭게 한 것은 놀랍게도 술라였다. 가이우스 마리우스가 어린 카이사르를 억압했기에, 루키우스 코르넬리우스 술라가 그를 자유롭게 한 것이다. 이제 그는 쇠붙이를 몸에 대면 안 되는 제약에서 벗어나, 쇠붙이가 몸에서 떨어지면 안 되는 전장으로 향한다. 술라는 아이에게서 마리우스를 느끼노라 하지만, 자신의 야수성을 발견한다.
행운의 여신, 포르투나가 선택한 진정한 펠릭스는 누가 될 것인가. 다가올 로마의 마지막 황금기를 더욱 기대한다.
-잔혹한 세르빌리아(리비아 드루사의 딸), 루키우스 무틸루스의 아내 바스티아, 애정을 잃지 않는 아름다운 달마티카, 술라를 제대로 판단하는 아우렐리아의 출연은 반갑고도 즐거운 장면들이었다.
-아우렐리아가 연기하는 연극은 무언가를 이룩하면 술라가 느끼고 하는 허전함을 채워주는데, 초반에 등장했던 메트로비오스가 상징하는 술라의 욕망, 그들이 벌였던 향락을 연상하게 하는 명장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