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이 붉은 시골 가을이
아득히 푸른 하늘에 놀 같은
미결사의 가을 해가 밤보다도 길다.

 

갔다가 오고, 왔다가 가고,
한간 좁은 방 벽은 두터워,
높은 들창 갓에
하늘은 어린애처럼 찰락어리는 바다.

 

나의 생각고 궁리하던 이것저것을,
다 너의 물결 위에 실어,
구름이 흐르는 곳으로 뛰어볼가!

 

동해바다 가에 작은 촌은,
어머니가 있는 내 고향이고,
한강 물이 숭얼대는
영등포 붉은 언덕은,
목숨을 바쳤던 나의 전장.

 

오늘도 연기는
구름보다 높고,
누구이고 청년이 몇,
너무나 좁은 하늘을
넓은 희망의 눈동자 속 깊이
호수처럼 담으리라.

 

벌리는 팔이 아무리 좁아도,
오오! 하늘보다 너른 나의 바다.

 

 

임화, 〈하늘〉(1936)

 

 

 

박완서의 《그 여자네 집》에 나오는 임화의 시.

1936년 8월호 〈신인문학〉에 소개되었으며 이 시가 실려있는 시집은 아직 없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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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yrus 2015-08-18 21:30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제가 궁금했던 시를 소개해주셔서 고맙습니다.

에이바 2015-08-20 12:44   좋아요 0 | URL
저도 원문을 보고 즐거웠습니다.^^

2015-08-21 17:59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1 19:23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1 19:28   URL
비밀 댓글입니다.

2015-08-21 19:37   URL
비밀 댓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