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겨울날, 집에 오자, 어머니는 내가 추워하는 것을 보시고서 평소에 내가 마시지
않던 차를 마시라고 하셨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왠지 모르게 마음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가리비 껍데기에 홈을 낸 틀에 넣어
만든 것 같은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 오게 하셨다. 침울했던 하루와 슬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져 있던 나는
마들렌 조각을 넣어 적셔 둔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가져갔다.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 속에서 벌어지고 있는 특별한 일에 주목하게 되었다. 원인을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켜
버린 것이다.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이 기쁨이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자, 삶의 우여곡절이 사소하게 느껴졌고, 삶의 재난은 위험하지 않고, 그
짧음은 착각으로 여겨졌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한스미디어) 22쪽
이처럼 콩브레에서 내 잠자리의 비극과 무대 외에 다른 것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게
된지도 오랜 어느 겨울 날, 집에 돌아온 내가 추워하는 걸 본 어머니께서는 평소 내 습관과는 달리 홍차를 마시지 않겠느냐고 제안하셨다. 처음에는
싫다고 했지만 왠지 마음이 바뀌었다. 어머니는 사람을 시켜 생자크라는 조가비 모양의, 가느다란 홈이 팬 틀에 넣어 만든 '프티트 마들렌'이라는
짧고 통통한 과자를 사 오게 하셨다. 침울했던 하루와 서글픈 내일에 대한 전망으로 마음이 울적해진 나는 마들렌 조각이 녹아든 홍차 한 숟가락을
기계적으로 입술로 그런데 과자 조각이 섞인 홍차 한 모금이 내 입천장에 닿는 순간, 나는 깜짝 놀라 내 몸속에서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했다. 이유를 알 수 없는 어떤 감미로운 기쁨이 나를 사로잡으며 고립시켰다. 이 기쁨은 마치 사랑이 그러하듯 귀중한 본질로
나를 채우면서 삶의 변전에 무관심하게 만들었고, 삶의 재난을 무해한 것으로, 그 짧음을 착각으로 여기게 했다. 아니, 그 본질은 내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나 자신이었다.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 1, 스완네집 쪽으로》 (민음사)
85-86쪽
늘 그랬듯이 태양이 집 주위를 돌면서 오후도 무르익어 저녁으로 접어들었다. 술 한
잔을 마셨다. 한 잔 더. 또 한 잔 더. 진과 파인애플 주스를 섞어 마시면 늘 기운이 샘솟는지라, 내가 가장 좋아하는 칵테일이다. 제멋대로
자란 잔디밭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관심'이다. 민들레가 잔뜩 자라있고 지긋지긋한 개 한마리가-나는 개를 싫어한다-해시계를
올려놓았던 평평한 돌을 더럽혀 놓았다. 대부분의 민들레는 이미 해님에서 달님으로 변해있다. 진과 롤리타가 내 안에서 춤을 추고 있었다. 접의자
몇 개를 치우려다가 하마터면 고꾸라질 뻔했다. 핏빛 얼룩말들!
《문학의 맛, 소설 속 요리들》(한스미디어) 32쪽
늘 그랬듯이 태양이 우리 집 주위를 돌면서 오후도 무르익어 어느덧 저녁으로
접어들었다. 술 한 잔을 마셨다. 한 잔 더. 또 한 잔 더. 나는 진과 파인애플 주스를 섞어 마시기를 좋아하는데, 이렇게 마실 때마다 기운이
샘솟는다. 제멋대로 자란 잔디밭을 돌보며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작은 배려다. 민들레가 잔뜩 돋아나고 지긋지긋한 개 한 마리가-나는 개를
싫어한다-해시계를 올려놓았던 평평한 돌 받침대에 오줌을 쌌다. 민들레는 대부분 꽃이 져서 이미 해님에서 달님으로 변했다. 술과 롤리타가 내
안에서 출렁출렁 춤을 추었다. 접의자 몇 개를 옮기려다가 하마터면 고꾸라질 뻔했다. 핏빛 얼룩말 같은 것들!
《롤리타》(문학동네) 120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