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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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연수의 신작 출간 기념으로 그의 장편소설을 재독하는 기념을 갖기로. 무엇보다 무지 흡입력 있는 장편을 읽고 싶다는 욕구가 커서 이 책을 읽었다.

김연수는 역사를 3인칭에서 1인칭화하는데 탁월한 능력을 지녔다. 1930년 민생단 사건을 다뤘는데 그 사건 자체도 생소한데다 온갖 낯선 지명과 정치적 용어가 쏟아져 나와 그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그러나 그 장벽만 넘으면 아름답고 슬픈 이야기와 마주할 수 있다. 공적 역사에 가리어진 사적 역사 속 개개인의 이야기를 텍스트로 복원한 작품. 개정판에 실린 박완서 추천의 말이 또 마음을 울린다. . "역사소설은 경험자가 쓰는 게 아니라 훗날 누군가에 의해 상상됨으로써 쓰일 것이다. 상상하려면 사랑해야 한다. 작가가 기울인 노고 속엔 사랑까지 포함돼 있다는 게 도처에서 느껴진다." 이 말 너무 좋아서 외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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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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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첫 책은 김연수의 책. 최애의 8년 만의 컴백. 네이버 오디오 클립으로 한 달간 연재 후, 백석 생일에 맞춰 7/1일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6,7월은 즐거운 일이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김연수의 신작 덕분으로 버텼다. 한 달 내내 작가가 직접 읽어주는 소설 듣는 재미도 쏠쏠하고, 실시간으로 작가님 댓글도 보고. 최근 작가님이 나오신 윤고은의 EBS 북카페에서 들으니, 독자 댓글 읽고 너무 힘이 나서, 힘내고 싶을 때마다 댓글 볼 예정이라고. 나도 댓글 몇 개 달았는데, 거기에 끼었다니 좋다.. 어쨌든 낭독을 듣고 소설을 읽으니 귓가에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 나도 모르게 작가님 억양과 속도대로 소설을 읽게 됐다.

(덕후처럼 사소한 TMI 늘어놓지 않으려 했는데 불가능 ..)

 

<일곱 해의 마지막>은 김연수 다운 소설이다.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1950년대 북한의 풍경과 정세를 묘사한 대목에서는 그의 아키비스트적인 면모가 빛나는 데다 역사의 틈새에 김연수가 상상으로 채워 넣은 장면들도 무척 아름답다. 가령 기행이 벨라에게 눈과 비에 대해 설명해 주는 장면이나 눈 내리는 삼수의 밤, 아이들의 동시를 읽으며 기행이 위로받는 장면들. 참여문학과 순수문학의 대립을 읽어낼 수는 있겠으나 소설에서 어떤 거대한 주제의식을 읽어내려는 태도가 때로 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했다. 희망이 있다고 단순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희망이 어떤 모습인지 기행에게 보여주려 했던 작가의 시도에 마음이 쓰인다.

특히 이번 작가의 말은 마음을 울린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보다 더 좋은 작가의 말은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그에게 동갑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 기행에게는 덕원신학교 학생들의 연주를 들려주고 삼수로 쫓겨간 늙은 기행에게는 상주의 초등학생이 쓴 동시를 읽게 했을 뿐. 그러므로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백석은 1996년에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나는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된 그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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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레이야 2020-08-01 16:26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도 오늘 읽어보려 펼칩니다. 친추 감사합니다 😊

여흔 2020-08-01 16:31   좋아요 0 | URL
ㅎㅎ 김연수 작가님을 좋아하시는군요! 즐거운 독서 되시길요 리뷰 기다리겠습니당 :)
 
코넌 도일 - 셜록 홈스를 창조한 추리소설의 선구자 클래식 클라우드 20
이다혜 지음 / arte(아르테) / 202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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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의 마지막 책. 언니에게 빌려서 후딱 읽었다.

 

아르테의 '클래식 클라우드'는 우리 시대 대표작가 100인이 내 인생의 거장을 찾아 떠나는 인문 기행 시리즈다. 이다혜 작가가 쓴 <코넌 도일>이 스무 번째 책이자 내가 읽은 시리즈의 첫번째 책. 이다혜 작가는 도일의 생애와 연관이 있거나 셜록 홈즈의 무대가 된 장소 곳곳을 돌아보며 도일의 삶을 추적해나간다. 책 뒤편에 실린 참고문헌 목록에서 알 수 있다시피, 도일 혹은 홈즈와 관련된 책들에서 엑기스만 뽑아 압축해놓은 것 느낌이 든다. 그만큼 책이 빽빽히 많은 내용을 담고 있고, 이다혜 작가가 쓴 책이기 때문에 당연히 재미도 있다.

 

어린아이들에게 '공룡기'라는 것이 있듯, 세상 모든 독서가에게는 '셜록홈스기'가 있다는 서두부터 웃음이 나온다. 나는 독서가..라고 칭하기에는 독서량이 현저히 적지만 나에게도 셜록홈스기가 있었기 때문에! 셜록홈즈라는 캐릭터의 불멸성을 탐구한 대목도 흥미진진. 영국 런던의 베이커 스트리트 221B번지에는 실존 인물이 살았던 건물에만 붙이는 블루 플래크가 있고, 우리 모두 기꺼이 그 거짓말에 속아 넘어간다는 것. 또한 읽고 쓰는 것에 대한 도일의 열정과 천재성을 끊임없이 부각시키면서도 한편으로 도일과 객관적 거리를 유지하려는 작가의 노력이 느껴졌다. 도일의 선택적 정의감, 결혼생활을 날카롭게 짚은 부분에서 특히 그랬다! 홈스를 죽였다 살렸던 배경에 관해서도 상세히 기술돼 있다. <주홍색 연구>나 <네 사람의 서명>과 같은 홈즈 초판 시리즈가 동시대의 이야기였다면, 20년 후에 연재됐던 <바스커빌 가문의 개>는 그 당시에도 빅토리아 시대를 추억하는 복고풍 분위기의 소설로 받아들여졌다는 사실.. 20년 사이 빅토리아 시대는 막을 내렸고 영국은 너무나도 빠르게 변화하고 있었으므로.. 홈즈가 당시 런던의 시민에게도 그렇게 읽혔다니 놀라울 따름이다..

 

다 읽고 나니 코넌 도일 참 재밌게 인생을 살았구나 싶다.. 말년에는 과학과 이성을 신봉하는 홈즈의 창조주라는 것이 무색하게 심령술에 빠졌었고 의원 선거에도 나갔었고 홈즈 시리즈 말고 많은 캐릭터를 창작했다.. 역사소설에도 심취해 있었다고 한다. 이다혜 작가 덕분으로 코넌 도일의 인생을 압축적으로나마 훔쳐본 느낌. 셜록홈즈가 불멸성을 지닌 엄청나게 매력적인 캐릭터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닫는다. 그의 친구 왓슨도. (TMI: 난 어릴 때부터 왓슨을 좋아했다. 영화 셜록홈즈에서도 주드로를,, 심지어 영국 드라마에서는 마틴 프리먼을 좋아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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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깥은 여름
김애란 지음 / 문학동네 / 2017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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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애란은 정말이지 너무, 잘 쓰는 것 같다. (얄팍한 표현이지만 이해 부탁) 그의 소설 속 표현들은 말을 고르고 골라 신중하고 사려 깊게 짜 맞추었다는 느낌을 준다. 패키지 여행을 "일상 위에 가짜 크리스털처럼 박힌 비일상성과 만나 반갑게 손 흔든 뒤, 돈 쓰고 헤어지는 여행"이라고 표현한다던가 처음 말과 맛을 배우는 아이가 "생각의 그물 짜기, 감각의 실뜨기를 이어"간다고 한다던가. 이 문장도 마음에 콕. "그럴 땐 '과거'가 지나가고 사라지는 게 아니라 차오르고 새어나오는 거란 생각이 들었다." (<풍경의 쓸모>)

 

<건너편>이라는 단편을 문예지에서 재밌게 읽었는데, 또 읽어도 좋았다. 두 사람 사이에 있던 무언가가 사라졌는데, 그건 누구의 잘못이라고 할 수도 없고, 그러나 확실한 건 예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는 사실. (이어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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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비
김혜진 지음 / 민음사 / 2016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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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학기에「어비」라는 단편을  레포트에 인용하려고 이 단편집을 샀다. 아홉 편의 단편이 뮦여 있는데, 거의 모든 작품의 화자가 (이름이 명시돼 있는 경우도 없고, 대개 '나'로 지칭된다) 변방에 자리한 청년들이라는 점에서 결이 비슷하다. <와와의 문>이 가장 좋았다. 고통을 차마 표현할 수도 없어서 자꾸만 이야기의 가장자리를 맴돌기만 하는 와와와 나. 자신과 같이 크나큰 고통의 현장에서 빠져나온 와와에게서 뭔가를 찾아보려고, 위로 받아보려고 노력하지만 사실상 그건 불가능한 일이다. 단편의 마지막 문장이 인상적이다. "그러나 걷고 또 걸어도 어떤 순간들은 하나의 단어로, 문장으로 설명되지도, 끝까지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고 나를 꼭 붙잡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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