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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해의 마지막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20년 7월
평점 :
7월의 첫 책은 김연수의 책. 최애의 8년 만의 컴백. 네이버 오디오 클립으로 한 달간 연재 후, 백석 생일에 맞춰 7/1일 종이책으로 출간됐다. 6,7월은 즐거운 일이 별로 없었지만 그나마 김연수의 신작 덕분으로 버텼다. 한 달 내내 작가가 직접 읽어주는 소설 듣는 재미도 쏠쏠하고, 실시간으로 작가님 댓글도 보고. 최근 작가님이 나오신 윤고은의 EBS 북카페에서 들으니, 독자 댓글 읽고 너무 힘이 나서, 힘내고 싶을 때마다 댓글 볼 예정이라고. 나도 댓글 몇 개 달았는데, 거기에 끼었다니 좋다.. 어쨌든 낭독을 듣고 소설을 읽으니 귓가에 작가님의 목소리가 들리는 신기하고 특별한 경험을 했다. 나도 모르게 작가님 억양과 속도대로 소설을 읽게 됐다.
(덕후처럼 사소한 TMI 늘어놓지 않으려 했는데 불가능 ..)
<일곱 해의 마지막>은 김연수 다운 소설이다. 치밀한 고증을 바탕으로 1950년대 북한의 풍경과 정세를 묘사한 대목에서는 그의 아키비스트적인 면모가 빛나는 데다 역사의 틈새에 김연수가 상상으로 채워 넣은 장면들도 무척 아름답다. 가령 기행이 벨라에게 눈과 비에 대해 설명해 주는 장면이나 눈 내리는 삼수의 밤, 아이들의 동시를 읽으며 기행이 위로받는 장면들. 참여문학과 순수문학의 대립을 읽어낼 수는 있겠으나 소설에서 어떤 거대한 주제의식을 읽어내려는 태도가 때로 무용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이 책을 읽으며 했다. 희망이 있다고 단순히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희망이 어떤 모습인지 기행에게 보여주려 했던 작가의 시도에 마음이 쓰인다.
특히 이번 작가의 말은 마음을 울린다. <사월의 미, 칠월의 솔>보다 더 좋은 작가의 말은 나올 수가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그에게 동갑의 내가 해줄 수 있는 것은 많지 않았다. 그저 사랑을 잃고 방황하는 젊은 기행에게는 덕원신학교 학생들의 연주를 들려주고 삼수로 쫓겨간 늙은 기행에게는 상주의 초등학생이 쓴 동시를 읽게 했을 뿐. 그러므로 이것은 백석이 살아보지 못한 세계에 대한 이야기이자, 죽는 순간까지도 그가 마음속에서 놓지 않았던 소망에 대한 이야기다. 백석은 1996년에 세상을 떠났고, 이제 나는 시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시인이 된 그를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