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핑거스미스 세라 워터스 빅토리아 시대 3부작
세라 워터스 지음, 최용준 옮김 / 열린책들 / 2016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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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 때 읽을 책 없나하고 뒤적이다가 골랐는데, 진짜 단숨에 읽게 된다.

 

난 <아가씨>도 작년에서야 봐서 뭔가 모두가 아가씨를 좋아했던 그 흐름에 탑승하지 못했었다. 지금도 왠지 뒷북 치는 느낌이 강하게 들지만..

 

영화와 시대적 배경이 전혀 다르지만, 영화의 중요 모티프를 원작에서 차용했기 때문에 읽으면서 영화의 장면이 군데군데 겹쳐지는 건 어쩔 수가 없다. 그럼에도 둘 각기의 매력이 뚜렷하다. 원작은 반전의 반전의 반전의 연속인데, 박찬욱은 그 중 첫번째 반전만 가져왔기에 중반부부터는 서사 자체도 다르다. 박찬욱...참으로 영리하게 각색했구나.

 

이야기 자체는 핑거스미스가 더 풍성하다고 느꼈다. 빅토리아 시대 도둑들이 사는 좁은 소굴에 대한 묘사와 그때의 영국 거리와 신사들에 대한 설명! 흡입력이 대단해서 마치 그 시대를 살고 나온 듯 하다. 수도 영리하고 당차고 용감하고 모드는...눈물 난다. (ㅋㅋ) "그리고 그렇게 해서 당신은 알게 된다. 결국은 사랑 때문에, 경멸도, 악의도 아닌, 단지 사랑 때문에 내가 결국은 수를 상처 입히게 된다는 것을 말이다."  그저 세기의 사랑...

 

왠지 모르게 <올리버 트위스트> 가 생각나고. 작가도 디킨스에 영향 받았다고 말하고 있다. 어릴 때 닳도록 읽었던 시공사 시리즈 올리버 트위스트. 그 시리즈 중에 제일 좋아하던 책이었는데. 다시 한 번 읽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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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나 1 민음사 모던 클래식 73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 지음, 황가한 옮김 / 민음사 / 201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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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메리카나>를 읽고 치마만다 응고지 아디치에를 사랑하게 됐다...

'아메리칸 드림'을 꿈꾸며 미국으로 떠난 나이지리아 여성 이페멜루의 이야기를 다룬다. 소설은 미국에서 십수 년 살며 프리스턴 연구 과정을 마친 이페멜루 현재의 상황에서 시작해 과거를 더듬어 나간다. 나이지리아에서 미국으로 떠나게 되기까지, 미국에서 비미국인 흑인으로 살게 되기까지, 그리고 다시 나이지리아로 돌아오게 되는 이야기까지. 이페멜루와 중학교 때부터 연인이었던 오빈제의 이야기도 교차해서 진행된다. (그래도 이페멜루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다)

이페멜루가 미국에서 흑인으로서 살아가는 것에 대한 신랄한 포스팅을 올리는 블로그를 운영하며 살아가는 것으로 나오는데, 이 포스팅만 발췌해서 읽어도 인종차별에 대한 훌륭한 에세이를 읽은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이지리아의 상황, 비미국인 흑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어떤 것이며 아프리카계 미국인과 비미국인 흑인이 점유하고 있는 위치가 어떤 것이며 얼마나 다른지? 등등 쉽사리 알 수 없는 사실도 알게 되고. (근데 이건 어디까지나 소설로부터 뭔가 실질적인 지식을 얻어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위한 이야기구.)

한국인 여성?으로서 이 나라 밖에서 살아본 경험이 없기 때문에 이방인, 이민자의 기분을 절대 완전히 알 수는 없겠지만... 책을 읽는 내내 이페멜루의 이야기에 흠뻑 빠져 있었다. 그렇다고 여성이라면 공감할 보편의 이야기..라고 요약하고 싶지는 않다. 아다치에는 아프리카인 여성 그 자체의 삶을 말하고 보여주고 싶어서, 이 소설을 썼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렇게 읽혀야 하는 소설이라고 본다. (내가 썼는데 뭔 말인지 모르겠는 -_-..)

이페멜루가 미국에서 나이지리아로 다시 돌아오면서, 백인 남성 커트와의 연애를 고의적으로 끝내면서. 왜 자신에게는 완전해 보이는 삶을 스스로 망치고야 마는 기질이 있는 것인지 자문하는데, 이 감정이 무엇인지 알 것 같았다...그리고 아다치에는 <숨통>에서부터 느꼈지만 미래형 문장을 자주 쓴다. (예시를 찾으려고 했는데 안 보이네..) 하여튼 이 회고형의 문장들?이 아다치에의 소설을 아름답게 한다.

아직도 읽을 아디치에의 소설이 많다는 게 나를 행복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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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밀라의 눈에 대한 감각
페터 회 지음, 박현주 옮김 / 마음산책 / 2005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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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소설의 훌륭함을 어떻게 표현해야 할지.

스밀라라는 이누이트 족 혈통의 여인이 등장한다. 그는 수학과 과학에 능통할 뿐만 아니라 눈(雪)을 읽을 줄 안다. 옆집 소년 이사야의 죽음이 의뭉스럽다는 것도 눈을 읽을 줄 알기에 알아낸다. 결국 이 소설은 한 사람이 사랑하는 사람의 죽음의 이유를 밝혀내는 추리소설인데, 단순히 이렇게 요약하기에는 600p 가량의 이 소설이 너무 많은 것을 담고 있다. 수에 대한 매력적인 은유, 덴마크와 그린란드 사이의 역사적 정치적 상황, 선박과 빙하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 그러면서도 여러 사람을 만나고 정보를 수집하며 사건의 실마리를 풀어내는 (?) 추리 소설 본연의 재미 또한 놓치지 않고 있다.

어학 시간에 이누이트 족은 눈에 대한 몇십 가지의 단어를 가지고 있다 어쩌고 하며 항상 배우곤 하는데.ㅎㅎ 이 말이 무얼 의미하는지, 눈에 대한 몇 십 가지 단어를 가지고 있는 이들의 인생은 어떻게 우리와 다른 것인지. 소설을 읽으면 비로소 알 수 있다.

강인하면서도 따뜻한 스밀라라는 주인공이 무엇보다 매력적이고, 스밀라가 냉소적으로 판단하는 주변 인물들의 묘사도 재미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눈이 내리는 코펜하겐에 머물러 있는 것 같았다. 그리고 수리공이 끓여준 '극동의 맛' 이 나는 차를 마시고 싶어졌다.

(+) 역자가 소설리스트 필진이었던 박현주씨라는 것을 알게 됐다. 역자의 말도 근사하다. 박현주씨가 번역했다는 이유로 찰스 부코스키의 소설들을 읽어보고 싶을 정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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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주정뱅이
권여선 지음 / 창비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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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다는 게 참 끔찍하다. 그렇지 않니?" 유명한 첫 문장으로 시작하는 <봄밤>이 실려 있는 권여선의 소설집. 문창과 입시를 준비하는 친구들의 꼭 읽어야하는 단편소설 모음 리스트에 항상 <봄밤>이 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왠지 내겐 꼭 읽어봐야겠다는 부채감을 안겨주던.

 

<안녕 주정뱅이>라는 제목이 알려주듯 모든 단편이 술과 관련돼 있다. 술이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인건지? 소설가 본연의 임무는 관찰이라고들 하지만.. 권여선은 유독 집요하게 일상의 단면을 응시하고 세밀하게 관찰한다는 느낌을 받았다. 얼핏 소설과 연관되어 있지 않아보이는 그 응시와 관찰만으로 무언가를 전하는 공력이 대단하다. 몇몇 단편에서는 <레몬>에서 느꼈던 스릴러의 기운. 서늘함도 엿보였다. 특히 악에 바친, "내 탓이 아닌데 어쩌라고" 식으로 세상을 향해 분노를 쏟아내는 인물들을 너무 잘 그려내는 것 같다. 저자가 인간 그 자체를 애잔하게 바라보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리고 자신이 애주가임을 고백하는 작가의 말이 웃기다.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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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전(傳)을범하다
이정원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12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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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 소설을 입체적이고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도와준다. 익히 아는 <심청전>, <춘향전>부터 다소 생소한 작품까지 두루 다룬다. 저자가 대개 비판하고 있는 건 지배 이데올로기다. 여러 판본을 넘나들며 텍스트에 드러난 지배 이데올로기의 폭력성을 신랄하게 짚고, 현실사회의 문제와 연결지어 분노한다.. 난 춘향전이 역시 제일 좋다. 월매, 방자, 변사또 모두 춘향의 사랑을 방해했건만 춘향은 꿋꿋할 정도로 제 신념을 저버리지 않았다. ( 이 이유없는 지고지순은 대체 무엇이란 말인가..) 현실적이고 세속적인 주변인물들의 욕망과 대비되는 춘향의 욕망이 짜릿할 정도로 근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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